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웰빙 열풍에 이어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인 모양이다.
우연히 접한 방송에서도 방송인 모델 이소라의 집만 봐도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연신 집안과 가방, 옷, 화장품, 신발….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점수를 매기게 되는 책이다.
저자는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20대를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린 결론에 의해서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에세이면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나도 이번엔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면 난 미니멀 라이프와는 거리가 아주 먼,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한 편에 속한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이나 치수가 맞지 않는 옷을 사게 될 경우 내가 입지 않으면 주위 지인에게 줘도 되는 것을 굳이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언젠가는 유행이 돌아오겠지, 작지만 남 주기엔 내가 너무나 아끼는 옷이라 줄 수가 없다는 고민에 쌓인 적이 많은, 더군다나 가장 최악은 책이다.
읽어 보고 다시 한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손도 못 댄 책이 수북이 쌓이다 보니 요즘 내 방은 사람이 사는 방이 아닌 책이란 무덤에 뒤덮일 정도의 책장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된, 주인이 나인지, 책인지 모를 정도가 되어 버렸다.
가방은 또 어떤가?
책은 필수로 읽지 않아도 가지고 다녀야 하기에 소형 사이즈의 가방은 꿈도 못 꾼다.
갈 장소의 선택에 따라서 굳이 책을 넣지 않을 바엔, 차라리 최소한의 필요한 물품만 넣고 다녀야 함을 알면서도 습관이란 것이 쉽사리 버리지 못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면서 고쳐야 할 점이 많음을 느낀다.
저자의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은 이미 모든 것을 실행해 본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실천 방안이기에 더욱 와 닿는데, 흔히 동양화에서 말하는 여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꽉 들어찬 가구와 얼굴에 필요한 화장품의 용도들, 속옷, 액세서리 정리와 냉장고 정리, 가방 정리에 이르기까지 혼자 살면서 터득한 심플 라이프의 생활이 주는 단조로움의 즐거움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유명 미국 연예인은 머리 샴푸를 천연 식초와 다른 식물을 섞어서 감는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거품이 풍성하고 바로 씻기는 편리를 주는 요즘의 샴푸에 비하면 머리털이 뻣뻣하고 감은 티가 안나는 천연 사용법은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털이 적응을 거쳐서 오히려 자연의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는 한 때는 나도 이런 방법을 해보면 어떨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막상 실천하려니 엄두를 못 냈던 기억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기억에 되살아난다.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도 신경을 알게 모르게 써야 하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대에는 아무래도 이런 실천 자체가 처음에 하기는 버거움이 있을 것 같지만 저자처럼 비움으로 비우는 삶, 그리고 전. 후로 나뉜 글들을 접하다 보면 오히려 비움이란 말이 주는 뜻이 더욱 가득 채움으로 연상시키는 느낌을 전달해 받을 수 있다.
30평대 집에서 8평대에 이르기까지 살아 본 집들에 대해서도 그린 글은 인상적이다.
남들처럼 카펫은 아니더라도 러그로 대체를 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랑 욕실 앞에만 발 걸레 용으로 놓은 것 하나만으로도 단조로움과 단순함을 같이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들, 뭐든지 최소한의 용도만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는 글들을 보니 저자의 문구에서도 더욱 그 체감을 실감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가 지났다. 이제 그럴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 사는 것에 집중한다. – p 83
서두를것 없이 차근 차근 하나씩 오늘도 비움-
책 제목처럼 복잡한 것을 치우고 휑한 느낌의 거실이 오히려 넓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단조로움이 주는 고요함이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줄 수도 있는, 최소한의 가짐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 지금 바로 미니멀 라이프로 실천해 봄이 어떨지…
행복을 느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소소한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행복감도 무척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