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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골든바흐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수학을 좋아하십니까?

 

나의 경우엔 전혀 아니올시다! 하고 크게 소리쳐 외칠 만큼 학창 시절 내내 고루 분포한 과목들의 점수들을 무참히 깨져버린 주범이 바로 수학이란 과목이었다.

 

하다못해 수학이란 자체를 발견해낸 인물에 대한 원망이 사무치다시피 했을 정도라면 상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능할 거라 믿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간에 오르내리는 수학계의 난제들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면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복잡한 세상에, 더군다나 사회에 나가보니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의 복잡했던 부분들의 파트가 전문적인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고서는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국제적인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을 보노라면 부럽기도 했다.

 

인간이 온전히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얼마만큼의 열정과 성의, 그리고 여기에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까지 갖춰졌을 때에 이룰 수 있는 성과는 결과에 따라서 어떤 인정들을 받게 될까?

설사 그것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도 결과에 이르렀을 때는 실패란 것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들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있는지……

 

때론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책 속에서 이런 류의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목적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할까, 아니면 결과가 결국은 모든 것을 판단해 주기에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할까?를 생각해 보곤 한다.

 

여기 이에 대한 생각을 던지는 책을 접했다.

제목 자체가 너무나도 흥미를 이끌었기에, 수학이란 부담감이 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란 장르에서 어떻게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이해를 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접하게 된 책이다.

 

세계의 수학 난제 중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못한 문제 중의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

바로 이 문제에 자신의 온 생애를 다해 몸을 바친 어느 수학자의 이야기다.

화자인 ‘나’는 수학자의 조카로서 어린 시절 삼촌을 우상처럼 생각하고 자랐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그 밖의 집안 식구들조차 삼촌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으로 인정하며 그의 삶을 비꼬고, 무시를 한다.

 

오죽하면 화자의 아버지 왈,

 

“사람은 모름지기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목표만을 세워야 하는 거야. 그게 인생의 진정한 비결이지. 물론 목표를 이룬다는 건 당사자가 처한 환경이나 지위 또는 능력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지.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목표는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거야.”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살아온 나는 삼촌이 체스의 달인에 버금가는 월등한 실력자요, 수학협회에서 초청장을 받을 정도의 대학교수 출신의 유명 인사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 또한 삼촌처럼 수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자 결심을 한다.

 

자신의 결심을 삼촌에게 말하게 되고 삼촌은 수학자로서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나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기한 내에 풀어올 것을 약속받는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라고 명시된 문제는 무척 쉽고도 이해가 가기 쉬운 것처럼 예상했지만 결국 풀지 못하고 그 문제 자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난제에 속하는 문제임을 알았을 때, 자신을 속인 삼촌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간다.

 

이후 삼촌의 입을 통해 회상하는 식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 책은 삼촌이 왜 하고 많은 연구 중에서 수학, 그중에서 내로라하는 다른 유명 수학자들이 하는 문제를 제쳐두고 골드바흐의 문제에 집착을 하게 됐는지, 그 이후 젊은 시절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실패했는지를 알아가는 이야기 식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우선, 글 전체에 흐르는 전문적인 수학용어와 풀이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 수학에 친근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 자신이 수학을 전공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약간의 끈기를 필요로 한다면 나만의 문제에 한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다만 이 부분들을 넘기고 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윤곽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가 있는 전형적인 소설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쉽게 읽힌다.

 

 

 

저자가 소설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그려 본 한 수학자의 집념 어린 연구의 실적은 당시의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군사에도 이용될 만큼 연구를 하는 성과를 거둔 것 외에도 오만에 가까운 독자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타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끊고, 가족 간의 교류도 끊은 채,  오로지 독자적인 연구를 하고, 중간 성적의 결과 발표를 미루다 결국 다른 사람의 연구 발표로 자신의 연구가 허물어진 사연, 그 뒤에 유명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연구를 그만둔 사연까지….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수학계에서 보면 실패자다.

수학계에서 통용되는 연구성과가 나이에 한계가 있단 사실과 이로 인한 조급증,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과도 없고, 그나마 자신의 성과를 돋보이기 위해 경쟁자의 죽음조차도 반겼던, 그러면서도 노후에 이르면서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노회 한 노 수학자의 열정은 실패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을 듯싶다.

 

화자인 ‘나’가 삼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 또한 수학자로서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단 한 구절. “진정한 수학자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란 이 말로 대표되는 이 이야기의 구조는 실존했던 유명 수학자들과 교류를 나누는 가상의 인물 페트로스 파라크리스토스를 통해서 만나 볼 수 있고  앨링 튜턴의 등장은 삼촌의 연구에 괴델처럼 영향력을 미친다.

 

더 이상 골드바흐의  문제에 대해 연구를 포기한 사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청춘의 모든 시절을 바치며 연구했던 그 시간들에 대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실패자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었던 수학이란 학문에 대해서, 동료들을 비웃으며 오만이란 감정이 들어가기까지의 광기 어린 열정이 들어있었던 그 시기에 대한 연구 열정은 비록 문제의 해결을 풀지 못한 채 일반 노인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왔을지라도 과정만큼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만큼의 그 어떤 것이 있었다면 먼 훗날 회상을 해보더라도 결코 후회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던지게 책이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깨달음은 후회하더라도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가치가 있음을 알려 준 책이 아닌가 싶다.

 

35개 외국어로 번역 출간이 되고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에 선정된 책이다.

 

 

                                                                                                                          
                                            

와당의 표정

 

 

와당표정

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한 나라의 대표적인 것을 찾고자 할 때에 쉽게 접하는 경우 중의 하나가 건축물이다.

당 시대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장점 이외에도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 진가 옆에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되는데, 이런 가운데 아마도 가장 우리들 곁에 친근하게 있으면서도 지나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와당이다.

 

와당은 우리나라 말로 수막새다.

저자의 말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의해서 쓰였던 것이 차후 여러 나라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양이 곁들이는 예술적인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가 있다.

 

수막새란 말을 두고 왜 와당이란 말을 썼을까?

아쉽게도 이 책은 우리나라의 수막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중국의 고대 문양에서 발췌한 것을 다룬 책이라서 그렇다.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나온 시대의 연구나 흐름을 비교해 볼 때에 유용한 연구 자료로써도 가치가 있는 만큼 이 책은 총  크게 4부로 나뉜다.

 

제1부는 전국시대 초기의 반원형 와당으로, 제2부는 평범한 동물부터 가상의 동물인 주작, 청룡, 현무 같은 것으로 표현, 제3부에서는 다양한 구름의 모양과 꽃문양을 , 제4부에서는 교훈과 축원의 의미 등을 담은 글자들을 표현한 길상문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타의 책들보다 설명 부분이 앞 서문에 그치고 왼쪽에 와당 그림과 함께 오른쪽에는 해석의 형태로 간략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국시대 제나라 와당 전국시대 진나라 섬서 봉상 출토 진나라 서안 교외 출토 하나라 장안성 출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자세한 와당의 역사 흐름을 기대했던지라, 실망스럽던 부분이 있지만 자세히 그림과 함께 글들을 같이 읽어 나가니 백지에 담긴 간략한 문양과 글에 담긴 곳 외에 다른 부분의 여백 부분을 내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을 주었기에 그 나름대로의 운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도시 근교에서도 오래된 고택을 볼 기회가 없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책을 통해서 그나마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 외에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수막새 형태도 같이 기록해서 비교해 보면 어떻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와당이 지닌 의미는 중국의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반원형에서 차차 원형의 형태로 발전이 되고 그 형태 안에 들어있는 그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그림처럼 보이는 글자를 통해서 글자를 맞춰보기도 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 읽기 전 맞춰보는 시간도 가지게 되는 책이기에 모든 것의 변화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타당성이 공존함이 존재함을, 더 발전된 와당의 하나하나의 문양이 전해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책이기에 읽어 보면 좋을듯 하다.

                                                                                                                          
                                            

 

 

왕은 사랑한다.

왕사랑

왕은 사랑한다 세트
김이령 지음 / 파란미디어 / 2011년 8월

 

 

 

책을 선택하고 다시 읽어보기는 오래 간만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의 때가 묻다 못해 너덜 해진 상태의 책을 손에 넣고 보니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요즘은 동네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할 때에 이런 로맨스 소설들은 희망 도서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지만 2011년 당시만 해도 신청하면 바로 첫 순서로 읽을 수 있었다.

그때에 바로 신청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재 신청해서 받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기있는 도서라면 장르에 구분없이 희망 도서로도 받아 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한다.

 

 

벌써 이 책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읽은 지도   6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타의 로맨스 소설에서 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 외에도 역사라는 실제 공간에서 살다 간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를 다룬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다시 읽은 목적은 올 상반기 방송국에서 드라마화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부터였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로 만나다면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란 기억, 더군다나 세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워낙에 돋보였던 작품이었던지라 과연 누가 이 인물에 적합한 사람으로 탄생이 될까를 상상했었던, 나름대로 내가 드라마 제작자라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꿈도 가지고 있었던 책-

 

여전히 다시 읽어도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라는 실제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실들 곁에 약간의 살을 붙이되,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알면서 읽어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고려의 역사를 그린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신라, 백제도 그렇지만 고려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조선만큼 넓고도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현실 속에 이 책은 고려의 최초의 혼혈 왕이었던 세자 원, 즉 충렬왕과 안평 공주(후에 원성 공주, 제국 대장 공주)사이에 태어난,  후에 충선왕으로 불린 실존 인물의 인생 일대기와 맞물려 그려나간 역사 로맨스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절친인 종실 수사공(종친에게 주는 정 일품의 명예직) 왕연의 삼남인 왕린과 막역한 사이였던 원은 밀행식으로 거리에 나서던 어느 날,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미소년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구해주던 중,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

물론 당시에는 그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자신과 린이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 금과정에 초대를 하게 되고, 이후 그 셋은 찰떡궁합처럼 모이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소년의 실체는 여자, 왕족 영인 백의 외동딸로서 공녀로 차출될 것을 염려한 거부 상답게 딸을 보호하고자 얼굴에 사고가 난 것처럼 소문을 퍼뜨려 별채에 감금을 당하고 지내던 상태다.

그렇지만 활달한 그녀의 성격은 여자로서 보다는 남자에 가까운 활기 넘치는 행동에 힘입어 자신의 단짝인 시녀 비연으로 하여금 자신으로 대신하게 하고 밖으로 나간 결과, 결국 세자 원의 눈에 들게 된 것-

 

 

책은 총 3권으로 장장 십 대 초반의 세 사람의 인생이 역사의 기류와 흔들림 속에 ‘사랑’이란 감정을 두고 왕과 린, 그리고 산이란 이름의 여인의 기구하고도 각박한, 그러면서도 린과 산의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역경이 당시 몽골제국의 대도, 타클라마 사막과 토번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을 보여준다.

 

왕이란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일들을 이루는 권력자는 아님을, 이 책은 더군다나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왕이란 존재를 허물고 오로지 산이란 여인에 대한 깊은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린과의 사랑을 허락지 못했던 원이란 남자의 집요하고도 광기어린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내 곁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린이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한 ‘산’을 사랑한다는 사실, 아니 그 둘이 서로 사랑함으로써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단  그 배신감에 젖어 린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광기는 곁에 믿을 수 있는 부하란 존재를 떠나서 차후 왕에 오를 위치와 세자란 위치에 갇혀서 지낸 원이란 남자의  극도로 변해버린  분노로 인한 행동을  표출해 낸 사건으로 그린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인물, 당시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의 실정에 맞물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치열한 선위 경쟁의 다툼 속에 이를 이용하고 자신의 독보적인 권세를 누리고자 했던 송인이란 인물의 고도의 이간질 전략은 사뭇 다른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독자들을 쥐락펴락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 사람의 주된 감정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또 다른 ‘사랑’이란 방식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

 

공녀로 차출될 뻔한 자신을 구해주고 정비로 삼은 원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지만 실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단’의 슬픈 인생 항로, ‘산’의 시녀 비연과 무석의 안타까운 사랑, 목적을 위해 아내를 둔 몸으로 비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비연을 대하는 감정 속에 사랑이 움트는 과정과 고뇌, 무석의 아내인 송화가 그리는 해바라기 사랑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필도의 해바라기 사랑, 송인의 무차별적인 계획 속에 하나의 소모품인 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그가 원하는 대로 왕의 곁으로 간 옥부용이란 여인, 결국엔 송인도 그런 무비의 죽음 때문에 철저히 자신을 파괴해가면서 변해가는 복수의 화신으로 바뀌는 모습, 변함없는 린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자신이 사랑을 쟁취할 것이란 확신 아래 8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베키란 여인의 사랑은 세 권의 책 속에 들어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법을 모두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세월이 흘러 옛 일을 회상하는 원의 현재의 모습과 그런 원을 뒤로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린과 산의 모습들이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안타깝고 서럽게 느껴진다.

특히 모든 권력투쟁 속에 고려란 나라의 위치와 간당간당 위태로웠던 날들을 견디며 살아왔던 원이  결국 눈을 돌려 보니 자신의 주위에 남은 자라곤 호위무사 진관뿐이란 사실~

 

헤어질 당시의 모습만을 기억하길 바라는 원의 회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린의 자식을 우연히 상봉하는 장면은 더욱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아련함을 전해준다.

 

고국인 고려에서조차도 진정한 고려인으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반은 고려인, 반은 몽골인으로서 고국의 미래를 위해 애를 썼던 충선왕, 실제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니 책 속에서의 인생을 표현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실존과 허구를 적절히 그려낸 작가의 설정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란 이름 앞에 10년 이상을 떨어져 다시 만나게 된 린과 산의 운명 같은 해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왕이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다시 번복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간 그들이 정착하려고 한 세계가 어쩌면 최후의 보루였음을, 다시 만나고 싶지만 볼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현실 속에 갇힌 세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참으로 잊을 수가 없게 한다.

 

임시완과 윤아가 주인공으로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임시완의 모습이 책에서 그려지는 원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든다.

다만 여자 역의 ‘산’이란 역할은 책에서 묘사한 생김만을 보자면 임시완만큼은 아니라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드라마가 책에서 그려지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 법이라, 차후 방영될 예정인 여주인공의 활약이 기대된다.

 

총 세 권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 다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설렘을 전해 준 책, 이 책의 드라마를 보면서 책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기다려 본다.

분서자들1

 

분서자들

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인간의 역시 이래 인간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무리들에 의해서 시행되던 역사의 한 예를 보더라도 그들이 했던 사악한 행동들은 지금의 우리들이 배우는 역사의 한 장면에서, 또는 각기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그 사례들을 접해 볼 수 있는바, 가장 고도의 전략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 ‘책’이 지닌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무척 어렵게만 들리는 듯도 하지만 중국의 분서갱유나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들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뭇 무척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그려낸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등장인물들과 함께 모험을 즐긴 듯 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프랑스 투르 대학에서 예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한 마린 카르테롱이란 작가의  데뷔 소설로 2017년 현재 65000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작품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어른들도 함께 같이 즐기면서도 읽을 수 있게 그려낸 흐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주인공은 두 남매, 14 살인 오귀스트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동생 세자린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친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계신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자신의 가문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흔히 서양에서 다루는 십자군, 특히 템플 기사단의 등장은 다른 책에서도 보인 바와 같이 여전히 역사 속의 한 면을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우리들에게 모험과 그들의 기사도 정신들을 흠모하게 만드는데, 이 책 역시 오랜 세월 인간의 사상과 역사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피해를 입게 되는 무모한 집단의 분서자들과 그들에 맞서 싸워왔던 오귀스트 가문의 사투를 그린다.

 

무려 2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맞서 왔던 비밀 결사단의 대결을 그린 소설로 전학 온 학교 내에서조차도 오귀스트를 위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 비행 청소년으로 몰릴수 밖에 없었던 오귀스트가 차마 자신이 하고자 했던 행동들의 상황을 밝힐 수 없는 힘든 여건들이 여동생의 비밀장소를 밝혀내는 것과 합쳐서 시종 긴장감과 모험, 유쾌한 유머까지 곁들인 현재적인 시각과 과거가 교차하면서 그려나가는 장면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여기엔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과 애정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발전해 가는 문명 기술 중에서 과연 책이란 존재는 계속해서 영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곁들이게 한다.

 

 *****  책은 특정한 물질적 형태로 인간의 능력을 시공간 너머로 이어주고 의미를 전달해주는 기술적인 물건이다. (중략) 여기서 책을 만들어내는 제작 기술을 내용을 보존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책은 사상, 시대, 작가의 불멸을 의미한다. 책은 인류의 과거를 기술하고, 인류의 현재를 새기고, 인류의 미래를 예고한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모든 문명의 사상가들이 책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인쇄한 것, 그것이 책이다. – p. 85

 

 

삼총사로 뭉친 오귀스트, 네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이자 자신의 가문과 앙숙인 가문의 아들이지만 자신과 뜻을 같이 해주는 바르톨로메와 함께 새로운 삼총사를 결성하는 일, 여기에 첫사랑의 대상인 이자벨의 출현과 괴짜 선생님까지 합세한 가운데 과연 분서자들과 대적할 만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을지, 다음 2.3부가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빠른 전개와 시 시적 절하게 다루는 주인공의 무술 실력은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시키게도 하는 만큼 사뭇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다룬 저자의 상상의 한계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종합적인 모든 요소를 다룬 소설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