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소설 1.2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흔히 2의 출발점으로 향하는 것들 중에는 결혼이라는 것을 포함시킨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꼭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동거하는 남녀들의 생활이나 독신들의 생활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결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책이요, 나의 인생의 삶에서 차지하는 그 어떤 비중에 대해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를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을 접했다.
처음 제목 자체가 왜 하필이면 결혼이라는 소설이란 명칭을 부여했을까였다.
결혼이면 결혼이지 굳이 소설이라는 말을 붙여야만 했던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두고 읽고 싶었던 책, 아마도 이 책을 접하는 20~30대의 분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도 있을 이야기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 한 번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세 명이다.
일명 아이리그에 속한다는 브라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메들린, 아버지가 대학 총장 출신인 중상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그녀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빅토리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류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그녀들이 쓴 작품 안에서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특히 롤랑 바르트가 쓴 책을 통해 더욱 결혼과 사랑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둔 학생이다.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어간 기호학 수업에서 공대생 레너드를 만나고 이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레너드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대학 진학에 따른 여러 가지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실정, 더군다나 조울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고 있다.
여기에 종교학을 전공하는 또 한 사람이 메들린을 향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바로 이민자 출신 가정의 자제로 이름은 미첼이다.
책은 세 남녀의 졸업식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의 동선과 생각들과 행동을 보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각각 어떤 대학 시절들을 생활했으며 이내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에 떨어진 메들린이 졸업 후에 레너드와 함께 레너드가 인턴 자리로 가게 된 곳으로 함께 가게 되고 동거를 하는 생활, 미첼은 자신의 종교적인 의구심과 끊임없는 자신의 실험을 모색하기 위함, 메들린에 대한 사랑을 멈추기 위해 유럽과 인도를 향해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같이 그려낸다.
메들린은 결혼에 대한 생각, 즉 자신이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자매가 쓴 소설을 통해 그려진 빅토리아 시대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당찬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쓰는 논문의 주제와 함께 결혼에 대한 생각, 특히 레너드가 더욱 심해진 조울증으로 인해 서로의 힘든 생활과 여건을 이겨내고자 결혼을 감행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에 대한 실체를 더욱 실감있게 느끼게 된다.
– 소설이라는 장르는 결혼 플롯과 함께 그 절정에 도달했으며, 결혼 플롯이 사라지면서 다시는 원래의 위치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 손더스의 견해였다. 인생의 성공이 결혼에 달려 있고 결혼은 돈에 달려 있던 시대에 소설가들은 글을 쓸 만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장대한 서사시는 전쟁을, 소설은 결혼을 찬미했다. 남녀평등은 여성에게는 이롭지만 소설 장르에는 해로웠다. 게다가 이혼은 소설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에마[제인 오스틴의 소설 ‘에마’의 여주인공]가 법적으로 별거를 신청할 수 있다면 그녀가 누구와 결혼하든 무엇이 문제겠는가? 이저벨 아처와 길버트 오스몬드[헨리 제임스의 소설 ‘여인의 초상’의 두 주인공]의 결혼은 혼전 합의서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결혼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며 소설 또한 마찬가지라고 손더스는 우려했다. 오늘날 결혼 플롯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p.61
책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의 대목을 통해 기존의 결혼관에서 많이 변화된 결혼의 실체와 이에 근접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특히 1980년대라는 시기를 관통하면서 당시에 벌어진 다양한 사회적인 변화들과 같이 메들린이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변화를 같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책의 결말, 레너드와 맞지 않는 결혼을 느낀 메들린이 결국엔 자신의 곁에 최후까지 남아준 미첼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다시 재결합을 한다는 통속적인 결말을 기대한 독자라면, 특히 나의 상상력이 그렇기도 했지만 저자는 이에 같은 동조를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결혼이란 단계를 거치기까지의 변화된 세태를 주목하면서 결혼을 최우선시했던 시대를 벗어나 시대의 흐름으로 인한 졸업생들의 취업 난항과 결혼에 대한 부담감, 특히 메들린처럼 레너드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과연 시간이 흘러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점들, 레너드와 미첼이 생각하는 관점들을 통해 결혼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메들린, 그 품을 벗어나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생활을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여건의 불리함, 자신의 병이 쉽게 낫지 않으리란 불안한 심리의 기저를 깔고 있는 레너드,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두고 다른 길을 선택한 미첼의 행보를 보면서 독자들은 깔끔한 결말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세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 나름대로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과 결말을 통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를 연신 묻게 되는 책이다.
여기에 시대는 1980년대를 통해서 그리고 있지만 실제 여전히 지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일 수도 있기에 저자가 그린 이야기는 소설을 통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결혼이란 제도가 주는 여러 면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