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사양다자이 오사무 저/유숙자 역
민음사 | 2018년 09월
‘인간실격’으로 잘 알려진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 이번에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다.
문학이란 것이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음으로써 그 시대를 작가의 필치로 그려낸 장르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를 근접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작가들이 있지만 이 작가의 생을 다시 더듬어 보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느끼는 과정들은 시대의 변혁 속에 과연 지금까지 갖고 있던 기성의 무게를 훌훌 던져버릴 용기가 있을까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일본의 폐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출신의 한 집안을 소재로 다룬 이 책은 천생 귀족인 엄마와 그녀의 자식인 이혼녀이자 책의 화자인 가즈코, 그리고 전쟁에 나가 있는 남동생 나오지가 주인공들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외삼촌에 의지해 자신들이 살던 집을 팔고 한적한 별장으로 이사 오게 된 모녀, 점점 병약해가는 엄마를 두고 집안의 가장이자 이혼녀인 가즈코는 밭일을 하면서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엄마의 귀족다운 품위 속에 아편에 중독되어 전장에 나간 동생 나오지의 귀환은 또 다른 집안의 걱정거리로 남지만 정작 그녀 자신도 ‘사랑’이라고 믿는 유부남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책은 전장의 패잔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의 귀족이란 신분 때문에, 사회의 변혁에 동참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분적인 한계로 인한 고뇌, 삶에 대한 애착과 불행, 당시 퇴폐적인 성향의 유행으로 인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오지, 그런 나오지 와 가까운 소설가 우에하라가 시대를 겪어가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방식들이 그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 시대를 투영한다.
가장으로서 집안을 살리겠다는 의지조차 없었던 나오지의 행동과 말은 저자와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가 이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자살을 택하게 된 유서의 내용들은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고통을 대표한다는 느낌,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쓰면서도 도저히 시대에 부합되는 창작을 할 수없다는 한계를 느끼는 우에하라, 그런 우에하라를 사랑하는 가즈코의 연관관계들은 우울한 시대를 겪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두 남자가 이렇듯 시대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약함을 보인다면 가즈코는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귀족이란 신분을 벗어던질 각오를 한다는 점에서 강함을 보인다.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마음, 결국 우에하라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혁명이자 새로운 삶을 위해 꿋꿋이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 내용들은 새로운 시대에 적극 수긍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단 점에서 희망을 느끼게 한다.
39세로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 ‘사양족’이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란 점에서 이 작품은 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거나 전후 일본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은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많아요.
처음 일본책이 소개되었을때 인간조건이나 만가, 그리고 제목들이 생각 안나지만
전쟁전후 만주가 배경이 되었던 그런 책들이 많이 읽긴 했는데 이제는
모두 가물 가물 입니다. ㅎㅎ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은 계속 개정판으로도 나오고 있으니 다시 읽으셔도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