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5월 16일

빵과 서커스

빵과서커스 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로마에 관한 이야기들은  역사를 기본으로 한 내용들이 워낙 많다 보니 로마란 명칭에 어울리는 자료도 방대하다.

 

그런 가운데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섞인 작품들도 재미를 주지만 이 책에 보인 철저한 사실적인 내용들을 위주로 다룬 내용은 또 다른 로마에 대한 시각을 넓혀준다.

 

정치가들의 책임감은  백성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책임을 갖는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다는 행위는 국민들에게 어떤 정책을 실현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태풍 속에 들어갈 수도 있고 평온한 바다의 흐름처럼 나아갈 수도 있다는 양 방향의 결정을 짓는데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거 유럽 전 대륙을 거의 다스렸던 로마란 제국은 어떻게 자국의 국민들을 다스렸는지, 그들의 번영과 사라진 역사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책을 통해 다시 느껴본다.

 

제목인 빵과 서커스는 흔히 말하듯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말이다.

과거 로마가 시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중시했던 식량에 속하는 빵과 그들의 관심을 오락거리에 돌리고 집중시킴으로써 보다 나은 제국의 번영과 뒤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까지의 관계를 뜻하는 말인 만큼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력은 역사가도 아니고 소설가도 아닌 토목공학 출신이다.

그가 전공한 실력을 토대로 로마에 관한 역사를 다룬 부분들은 실제 저자가 가보고 직접 살펴보면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집중 살펴본 책이기에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훨씬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8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모두 저자의 관련 분야인 수도, 도로, 상하수도….

이처럼 토목건축분야에서 다룬 부분들이 많다 보니 기타 책에서 보인 부분들도 보이지만 전혀 뜻밖의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로마는 사치의 극대치를 이룬 귀족들의 향락과 향연, 거침없는 동성애가 기타 애정 부분에서의 오늘날에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의 포용력이 넓다고 할 수밖에 없는 관용의 극대치, 특히 목욕탕 부분을 다룬 글에선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보인 부분들이 사실임을 알아가게 한다.

 

거대해진 제국을 효율적으로 다스릴 방안이었던 도로 정비나 상하수도의 건설, 특히 그리스인들이 로마보다 더 뛰어난 민족임에도 망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는 바로 토목 분야인 콘크리트 발명이었단 사실이 눈에 띈다.

 

빵과서커스1

 

바다와 육지의 연결의 고려 상태, 넓은 땅의 다양한 민족을 함께 로마제국이란 통솔 하에 통치하기 위해 밀의 수입과 오락거리인 공연이나 검투사들의 대결들을 시민들에게 보인  로마 제국의 정치 형태는 다시 봐도 뛰어난 정치력이란 생각이 든다.

 

삼종 세트처럼 여겨지는 마지막 공중 목욕시설의 제공을 통한 당시 로마의 번영들이 여전히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도시 국가로 출발해 거대 제국이 된 로마란 나라, 저자의 말처럼 강력한 군사력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울인 건설분야, 도로 인프라, 그리고 기본인 식량의 공급까지… 이 모든 것을 아우른 덕에 지금까지도 그 영향은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 해 준 책이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던 건축분야의 재미, 특히 책 중간에 삽입된 사진들이 곁들여 있어 더욱 알아가는 재미를 준 책이다.

 

가을

 

 

 

가을 가을 앨리 스미스 사계절 4부작
앨리 스미스 지음, 김재성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유럽연합이 탄생한 뒤에 겪는 지금의 고통들은 멀리 떨어진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심각하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기사를 보면서 영국 국민들의 저마다 다른 의견들, 대영제국이란 이미지의 명성은 예전에 비해 훨씬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이름만 들어도 각인이 되는 이미지는 강하게 다가오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브렉시트라는 걸림돌을 겪고 있는 영국의 상황을 그린 소설, 특히 저자가 자국의 시대를 그린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껴본다.

 

주인공인 대니얼 할아버지는 101세로 지금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첫 도입부인 바닷가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한 것은 마치 난민들의 위태위태한 모습과도 연상이 되는데 이 소설의 두 주인공 중 또 다른 한 사람인 엘리자베스와의 우정을 이어나간다.

 

 

첫 책 소개를 접했을 때는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이란 말에 하긴 서양에서는 나이에 구분 없이 우정이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미루어 상상컨대 ‘우정’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 나가는 동안엔 글쎄 뭐랄까?  우정이라고 하기엔 마치 뭔가가 부족한 느낌 내지는 우정이란 말 자체보다는 존경이나 인간에 대한 사랑(?) 정도로 이해를 하면서 읽게 됐다.

 

그들의 만남은 엘리자베스의 숙제 때문이었다.

이웃에 있는 사람과의 인터뷰 숙제 때문이었는데 엘리자베스의  엄마는 호모라고 알려진 동성애자 대니얼과의 만남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후 그들의 만남은 기타 손녀와 할아버지처럼 산책을 통해서 교감을 나누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그의 영향으로 인해 미술사를 전공하면서 직업까지 그 계통으로 갖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 간의 대화라는 것을 통해 어린 엘리자베스가 바라보는 세상의 인식과 흐름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순서의 흐름들을 통해 영국이 당면하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과 철조망 설치, 곧 직업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엘리자베스의 모습들은 저자가 그리고자 한 현 세태의 흐름을 보인다.

 

 

 

 

브렉시트, 노화와 상실, 소수자로 대표되는 대니얼과 그를 비난했지만 결국 엄마조차도 같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 모습들을 통해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한 부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점차 변화해가는 쓸쓸한 ‘가을’의 분위기를 풍긴다.

 

책에는 대화체의 따옴표도 없고 영국 내각을 붕괴시킨 크리스틴 킬러에 대한 이야기나  한 여류 화가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라서 새삼 그녀들에 대한 생애를 찾아보게 한다.

 

이 중에서 지금이야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1960년대를 살아갔던 여류화가 폴린 보티의 이야기는 그녀의 재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애를 통해 창작활동에 대한 제지가 많았음을, 엘리자베스가 그녀의 삶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부분에선 예술가로서의 비운 한 삶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단어의 유희 또한 맛깔스럽게 표현했을 부분들이 제대로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의미처럼 가을의 느낌, 특히 예술과 사랑, 노화의 순간들과 상실감, 문학, 여성의 활동들, 엘리자베스가 느꼈을 감정들을 충실히 녹여냄으로써 대니얼과 나누었던 순간순간들은 독자들 가슴에 살며시 스며들게 했다는 느낌이 든 작품이다.

 

가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