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19년 5월 22일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누가죽음을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아프리카의 문학의 장르를 접한 것들이 대부분 추리 스릴러였다.

방대한 대륙의 공간을 토대로 삼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속고 속이고 죽고 하는 섬뜩한 내면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에 대해서는 새로운 느낌을 분위기 문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2011년 세계 환상 문학상 수상, HBO 드라마화 준비 중이고, 아프리카 SF 소설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분위기가 공존하는 책을 만났다.

 

자시의 태생 자체가 인정받지 못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것도 얼마 후 성장해서 알게 된 사실이라면 당사자의 심정은 어떻까?

 

여기 잉태된 순간부터 존재의 가치를 부정당한 한 소녀가 있다.

 

‘에우’라 불리는 아이. 흑인 종족인 오케케족과 백인 종족인 누루족 간의 강간 피해자로 태어난, 말하자면 혼혈아로 태어난 셈인 에우는 주위 사람들의 오랜 폭력에 대한 불신의 믿음으로 인해 사람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자라난다.

 

어느 날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동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할례를 원하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지만 열한 살의 소녀가 겪기에는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책의 제목은 그녀의 이름이다.

즉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지어준 이름은 할례 이후 자신에게 변화된 능력을 알아가는데 형태의 변화와 치료를 할 수 있는 마법사의 힘을 가진 능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생부에 대한 원망,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오는 불안, 증오, 생부에겐 비교할 수도 없는 좌절의 맛과 실패를 겪는 일들은 이후 그녀의 삶에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한다.

 

책에 흐르는 분위기는 판타지적 마법사의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현재의 아프리카의 할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부족 간의 끊임없는 전쟁과 강간, 폭력 속에 무방비로 당하는 여성들의 삶, 종교적인 이야기, 인종청소라 불리는 제노사이드라는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어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는 책이었다.

 

저자 자신이 나이지리아 태생의 미국인이란 사실이 이처럼 문학을 통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하고 현시점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분쟁의 주요 원인들을 다루고 있다 보니 마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그녀는 그녀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의 여성이 흐르는 한줄기 눈물이 잊을 수가 없게 한 책, 주인공 온예손우의 삶을 통해 아프리카의 현실과 환상의 적절한 배합이 이루어진 책이라  그 안에 담고 싶었던 저자의 강렬한 메시지가 진하게 남는 책이었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레시피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한국의 음식들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알고 보면 지방색에 어울리는 갖가지 양념과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손맛들이 가미된 토종 음식들은 더욱 그 분별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셰프들 대부분이 남성들이다 보니 더욱 요리에 대한 궁금증과 그들이 하는 음식의 맛과 색깔, 그리고 손동작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맨 부커상 수상자인 작가가 요리에 도전했다니!

더욱이 그동안 출간한 책들이 성격을 살펴보건대 전혀 예상외의 요리 도전에 관한 에세이를 펴냈다고 하는데서 더욱 책을 접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한국과 달리 서양의 음식 조리 방법이 다르겠지만 요리를 직접 해서 시식한다는 것에 의미를 같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처음부터 요리에 관심을 둔 것을 아니었지만 점차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에 도전했다는 말에 로맨시스트란 이미지도 곁들여서 느끼게 된다.

 

기존의 문장에서 보인 까칠한 이미지보다는 생각보다 개인적으로 요리책을 이천 권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입이 벌어진다.

 

흔히 요리 방송을 보다 보면 티스푼, 스푼 같은 용어가 나오는데 실제 생활에서 다루는 양념의 실제 투여는 오로지 감각과 손 맛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와는 반대로 양파 큰 것, 중간, 작은 것…. 이런 대충의 용량이 오히려 어려웠는지, 요리하다 못해 막힘 부분이 있으면 직접 책을 펴낸 요리가에게 물어볼 정도였다니 요리에 대한 철저한 준비성(?) 또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봄직한 요리의 사례들, 방송에서 나오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하지만 정작 그 맛이 안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그렇고, 저자가 요리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많았다는데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경험을 토대로 어떤 책을 사지 말아야 좋은 것인지, 현혹되어 구매하기보단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곁들여 구매할 것을 충고한 점은 이미 요리의 신에 경지에 오른 경험자(?) 다운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  성실한 요리는 평온한 마음, 상냥한 생각, 그리고 이웃의 결점을 너그럽게 보는 태도(유일하게 진실한, 낙관의 형태)를 은밀히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는 우리에게 경의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p193

 

 

작가답게 노련한 요리에 대한 의미를 표현한 위 문장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소설의 분위기와는 다른 에세이를 통한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또 다른 요리에 맛을 알아가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