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주인공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가가 형사시리즈’가 전면 개정판으로 나왔다.
총 7권의 새롭게 단장한 작품은 기존의 작품에서 보완할 것은 보완하면서 트렌드에 맞는 책 표지의 깔끔한 구성과 함께 소장 가치도 한껏 높인 정성이 들어있는 시리즈다.
1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각 개별로 이어진 활약상을 그리고 있어서 연결되어 있는 가가 형사의 이야기를 몰라도 읽어나가는 데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 접한 작품은 그중에서 7번째에 해당되는 ‘붉은 손가락’이다.
이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 오래됐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 전혀 타국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은 많은 생각을 던져준 책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가장 아키오는 아내 야에코와 중학생인 아들 나오미, 그리고 인지 장애를 겪고 있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이 강한 아내의 행동과 말 때문에 시어머니와 사이는 그다지 좋지 못하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을 물려받은 생각이 합쳐지면서 합가를 한 상태-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내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의 가족 모두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즉 아들이 어린 소녀를 살해한 사건은 걷잡을 수없는 딜레마를 일으킨다.
어린 자식의 죄를 생각하면 자수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아내의 결사반대인 뜻과 자신조차도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갈림길에 서는데….
잔잔하고 평범한 보통의 가정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발생했을 때의 고민과 갈림길, 어머니의 자식이면서 그 또한 한 아들의 부모이기에 결코 해서는 안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아키오란 인물에 대해 안타까움마저 들게 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아들 나오미의 잘못된 행동과 말투, 그렇게 되기까지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담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치매인 엄마를 바라보는 아키오의 말과 행동은 부모와 자식 간의 이해와 도리, 결국 자식이란 존재는 부모에게조차도 이기적인 마음을 갖게되는 것인가?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한다.
특히 제목이 주는 붉은 손가락에 담긴 사연은 그래서 더욱 연민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한 번 표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번 가가 형사 시리는 기존의 다른 추리 미스터리와는 달리 인간미가 넘친다.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게 하는 과정들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고 그런 그조차도 타인에게 비친 이기적인 모습의 아들처럼 보인 행동의 뜻은 또 다른 의미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들의 죄를 감추려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은 부모,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치매 걸린 엄마의 결단력, 자신의 죄를 알면서도 해결해주길 바라는 아들의 그릇된 행동들을 통해 가가 형사가 보인 행동은 형사라는 이미지보다는 그들의 주변과 말, 행동을 통해 죄를 인정하게 하는 모습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다양한 이야기의 설정을 통해 기존의 작품과는 또 다른 새로운 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책, 이번 기회에 시리즈를 일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