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남자
도나토 카리시 저/이승재 역
검은숲 | 2019년 10월
첫 작품인 ”속삭이는 자’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저자의 신작이다.
처음 ‘속삭이는 자’를 대할 때의 스릴 만점의 충격과 그 연장선에 있는 차기 작품인 ‘영혼의 심판’,’ 이름없는 자’, ‘안개속 소녀’의 이야기들은 저자의 실제 취재 경험담과 허구의 상상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에 덧붙이자면 이 작품 또한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공포와 스릴, 추리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13세의 사만타는 학교 최고의 인기 남자 학생인 토니로부터 만나자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등굣길에 가던 중 주차장 차유리로 자신의 모습을 살피던 중 ‘토끼’의 모습을 한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이후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사만타는 알몸으로 숲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한편 시한부 삶 선고를 받은 사립탐정 브루노는 15년 전 자신에게 딸을 찾아달라는 사만타 부모의 부탁을 받고 조사하던 중 찾지 못한 미지의 사건이 그녀가 다시 나타나면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책은 사만타가 프로파일러인 그린 박사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그녀가 있었던 장소, 범인의 실체를 찾는 과정 속에 성장했던 미로 속의 공포와 범인과 끊임없는 게임을 하면서 삶을 연장해갔던 회상이 실제의 기억인지 허구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왜 범인은 토끼 가면을 쓰고 이런 일들을 벌였던 것인가?
버니 맨이라 불리는 그 사람은 어떤 일로 인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책은 버니가 실린 책을 필두로 사이코패스의 후계자를 길러낸다는 설정 하에 이런 일들이 정말 벌어질 수도 있을까에 대한 상상 내지는 실제의 감정까지 동반하게 되면서 읽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브루노에 의해 집중적으로 범인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한순간의 방심이 어떻게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는지를 적절하게 독자들과의 밀당을 통해 긴장감을 끊임없이 조여 온다.
저자가 그동안 그려왔던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의 안에 숨어든 본성 속엔 과연 선과 악이 같이 공존해있는지, 범인이 자라온 환경 속에 벌어지는 선과 악의 다양한 모습들은 자의적 사이코패스를 선택함으로써 동전의 양면처럼 보인 인간의 심리를 철저히 파헤친다.
종교, 사회적인 문제들, 어린 나이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상처가 어둠의 심연 속으로 잠재해 들어가 자라남으로써 벌어지는 공포 조성은 끊임없이 돌고도는 미로 속의 길을 극대화한다.
처음부터 진행이 사만타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독자들의 허를 찌른 뒤 부분의 반전이 있음으로 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드는 저자의 노련한 글이 스릴의 맛을 제대로 이끌어냈다.
곧 영화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만큼 이런 긴장감 있고 스릴을 즐기길 주저하지 않는 독자라면 읽어도 실망하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