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담긴 소설들은 허구의 의미를 지닌 색채와는 다른 또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팍팍한 현실에 부대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청춘들의 삶을 그린 내용들은 어쩌면 현재의 우리들 모습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마저도 들게 한다.
댄스 경연대회, 그것도 마라톤 댄스 경연대회라는 이색적인 대회를 통해 대회 참가자들의 면면들의 날것을 보는 것과 동시에 씁쓸함을 전해주는 이 책은 책을 덮고서도 긴 여운을 남기게 한다.
대공황 시대에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글로리아는 고모네 집을 나와 할리우드로 간다.
그녀의 목표는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우연하게 마주친, 같은 공통사를 가진 로버트를 만나면서 댄스 마라톤 대회에 같이 참가할 것을 권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기간 동안은 숙식이 제공되니 당분간은 그 걱정에서 해방된다는 사실, 더군다나 영화제작자들 눈에 띄게 되면 선택될지도 모른다는 한 줄의 희망이라도 잡아보자는 설득에 그들은 참가한다.
햇빛이라곤 볼 수 없는 갇혀있는 건물에서 1시간 50분 동안 춤추고 10분 동안 쉬는 간단한 규칙은 점차 희망이 절망으로, 타인이 탈락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절실한 긴박감, 그 속에서 이들을 구경하는 관중들과 이 대회를 통해 한몫을 건지려는 주최자들의 교묘한 계략은 점차 글로리아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커플들이 함께 뛰어야 하고, 마지막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대회, 무엇이 그들을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비관적인 삶에 냉소적인 말들을 쏟아붓는 글로리아의 모습, 그런 글로리아에게 지쳐가는 로버트, 결국 글로리아의 부탁을 받아들인 로버트의 행동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교차해 보이면서 진행된다.
너무도 절박하면 그 무엇도 눈에 보이질 않고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돌진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심정은 다른 커플들의 모습과 함께 비교되면서 낙태, 성폭력, 자살, 총기사건까지… 한 대회를 통해 여러 인간들의 군상을 보인 작가의 서늘한 시선을 함께 느낄 수가 있다.
“늘 내일이죠. 기회는 늘 내일에만 오네요.” – p.199
내일에는 희망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댄스 마라톤 대회를 통해 점차 삶에 대한 포기를 하는 글로리아와 그런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는 로버트의 행동은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아이러니를 잘 그려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키웠던 살아가는 과정이 더 큰 고통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과감하게 죽인 모습을 본 로버트가 마지막에 던진 대사는 착잡한 심정마저 들게 한다.
“사람들은 말을 쏘잖아요…,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