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6월월

죄와 벌

죄와벌 [세트] 죄와 벌 1~2 – 전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학창 시절에 읽은 이후로 다시 접한 책, 흔히 말하는 고전이란 분야에 속하는 책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최신 장르에 익숙하다 보니 손길이 닿지 않는 탓인지, 마음먹고 다시 도전한 책이다.

 

 

문학동네에서 완독을 목표로 한 함께 읽기 독서 챌린지에 신청, 나 스스로가 정한 스케줄 표에 따라 읽어나가는 과정이 그 나름대로 부담감에서 벗어난 읽는 재미를 주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생각이나 철학이 담긴 것들이 문장이나 소설의 구성에 있어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

 

이 작품 또한 익히 알다시피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인 작가로 끌어올려준 작품이란 이름 아래 그가 경험했던 개인적인 삶,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엮은 내용이다.

 

내용을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것에는 번외로 생각되는 작품, 그만큼 회자된 작품이기에 재독을 한다는 것 또한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난한 법학생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그 여동생까지 살해하면서 벌어지는 과정과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팔아 살아가지만 신앙을 저버리지 않는 소냐의 만남을 통해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죄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던 라스콜니코프가 소냐를 만남으로 해서 깨닫게 되는 과정은 다시 읽어도 신선했다.

 

 

제목만으로 접하는 죄와 벌이 아닌 당시 시대의 흐름과 저자가 겪은 경험담을 통해 신념, 관념, 그리고 겉모습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구원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생각하며 읽게 한 작품이다.

 

 

죄와 벌

 

1권에서의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내용들도 좋았고, 특히 읽으면서 스릴의 맛이라고나 할까? 학창 시절엔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 눈에 띄어 이런 맛에 고전을 읽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2부로 넘어가면서 과연 두 사람의 길에는 어떤 결정들이 내려질까에 대한 궁금증을 포함, 고전의 색다른 맛의 세계를 만끽한 시간을 준 책이자, 나와의 약속을 지킨 작품이라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플랜토피아

플랜토피아  플랜토피아 – 식물과 함께 살고 있나요?
카미유 술레롤 지음, 박다슬 옮김 / 스타일조선 / 2020년 6월

평소에 식물이나 꽃을 보는 관상용으로 보는 입장이라 제대로 집안을 꾸미는 분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손재주가 이 방면엔 없다 보니 어린 시절 키우던 식물들과의   인연이 닿지 않아 제대로 키워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지금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친 순간 바로 가까운 화원이나 꽃집을 둘러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저자는 프랑스 DIY 전문 잡지 〈마리 클레르 이데 Marie Claire Idées〉의 부편집장 외에 출판, 조형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직접 키우고 만드는 30가지 홈 프로젝트 안내서로써 초보자의 수준부터 눈높이를 맞춰 어떤 것부터 도전하면 실패를 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가 들어있어 흥미를 이끈다.

 

플랜1

 

요즘처럼 아파트 생활이 많아진 시대가 되다 보니 갑갑한 공간을 이용한 쾌적하고도 즐거운 눈 호강의 차원으로라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테라리움이나 화분 장식,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까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름인 몬스테라, 칼라테아, 베고니아처럼 물만 있으면 쭉쭉 자라는 식물들은

초보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도전해봄직한 식물들이다.

 

분갈이나 영양주기, 가지치기 같은 부분에 자신이 없다면 손쉬운 물 주기만으로도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포함한 것은 물론  물 주기가 거의 필요 없는 테라리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에센셜 오일과 같은 식물 테라피,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식물을 이용한  천연염색을 하는 분들처럼 저자 또한 이런 방식에 대한  소개 , 식물 세밀화로 집을 꾸미기를 통한 인테리어 가꾸기는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다.

 

팰린2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의 레벨과 관심도에 따른 부분에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자신이 직접 집안의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게 만든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그 주인을 닮아간다고 한다.

비록 말은 못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말을 건네고 키우다 보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작은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좀 더 세련된 나만의 스타일로 가꾸어 볼 날도 오지 않을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

 

문화유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발자취중의 하나인 실크로드-

수많은 낙타와 사람들이 지나가고 형성된 길, 바람과 모래의 흔적조차 없어진 길 위에 다시 새겨지고 만들어진 교역의 장소를 이어주던 실크로드를 저자와 함께 답사를 해본다.

 

 

거대한 지역의 각 나라들이 세워지고 흔적조차 없어진 나라들의 발자취는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실크로드 1.2부에 이은 이번 3편의 실크로드 대장정은 한때는 동서양의 정.경제는 물론 문화적인 요충지로써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책 속에 담긴 지역의 유산들을 통해 본 느낌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직접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다.

 

실크로드1

 

 

유명한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와 손오공이 지나갔다던 길은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저자는 서역 6강(차사국(투르판), 언기국(카라샤르), 구자국(쿠차), 소륵국(카슈가르), 우전국(호탄), 누란국(누란)을 아우르며 그곳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역사의 흐름을 되짚어주고 이 실크로드란 길 위에 흉노, 돌궐, 동남아시아와 유럽인들이 교류를 통해 당시 활발했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실크로드2

 

 

또한  우리나라의 고선지 장군의 조상들도 있었단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생생한 현장의 컬러 사진과 함께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환상적이고도 풍부한 이야기들은 재미는 물론 언젠가는 이 지역을 답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책이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20200622_223930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처음 읽을 때의 느낌은 역사소설처럼 느껴진다.

 

광활한 대지에서 두 나라의 이야기, 사림들이 있고 말(馬)이 있고 그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들어있는, 그러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어진 신화적인 이야기는 다소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에는 두 나라가 등장한다.

유목민의 나라인  초(草)와 농경민 나라인 단(旦)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되며 그 속에서 말들이 등장한다.

 

초승달을 향하여 달리는 신월 마 (新月馬) 혈통의 토하(吐霞), 다른 쪽은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 마(飛血馬) 혈통의 야백(夜白)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두 마리는 각각 적대국인 초와 단의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면서 인간들의 전쟁을 목격하기도 하고, 조우를 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인간의 역사 속에 담긴 전쟁을 말의 시선으로 느끼고, 티베트의 장례풍습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광대하고 황량한 대지의 모습 속에 작은 한 점의 점처럼 느껴지는 인간의 모습을 연출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문명 발전이 말을 타기 전과 후로 나뉘었을 때의 변화된 모습을 반영하듯 그린 이 책의 내용은 문자가 생기고 기록이 쌓이며 거대한 군대의 형성을 그리는 과정은 인류의 문명 태동을 보는 듯했다.

 

 

인간의 사랑 모습이 들어있는 글들도 좋지만 신월 마 토하와 비혈 마 야백의 사랑이야기는 인간의 로맨스에 버금가는 심금을 울린다.

 

전쟁이 시작될수록 서로 간의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인간들의 야욕과 그 속에서 달릴 수밖에 없는 말들의 운명,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투박하되, 서서히 자연 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작품이다.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웨스트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그간 유럽풍의 스릴 추리문학의 다양한 세계를 접한 독자라면 이번 프랑스 누아르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책을 통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 ‘장파트리크 망셰트’는 범죄 문학의 마술사’라 불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다.

1976년에 발표된 <웨스트코스트 블루스>의 내용은 스릴을 추구하는 패턴을 따른다.

대기업 임원인 주인공이 차를 몰고 가다 고속도로변에서 사고를 당한 한 남자를 병원에 후송시킨 후 떠난다.
이후 미지의 살인청부를 일삼는 두 남자로부터 습격을 받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은 채,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를 이어나간다.

보통 이런 일들을 겪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받지만 주인공은 스스로 해결한다.

주유소에서 한 명을 죽이고 도망치다 부랑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발목 부상을 당한 후, 산에 사는 노인의 도움으로 회복하면서 사냥에 나서게 되는 일,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허당 미가 넘치는 두 살인업자의 콤비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고, 이런 와중에 평범했던 한 남자가 그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냉철한 면을 드러내며 총을 무기로 살인업자들과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섬뜩한 장면의 묘사로 몰입감을 높인다.

그야말로 피철철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라 긴박감의 연속을 이어나간다.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은 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면서 도망치다시피 했을 때 가족들의 생각은 했는지에 대한 심리 묘사가 없었다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만약 자신을 노리다 가족들이 해를 입을까 봐 그랬다면 이런 부분들은 설명이 좀 부족해 보였단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제도적인 사회화, 발전되는 사회 속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주인공의 평범한 모습, 즉 가장이자 사회 일원의 모습 속에 감춰진 극도의 냉정한 인간 모습, 그 와중에 재즈가 흐르고 와인 한 잔이 주는 여유를 대비시킴으로써 긴장감 완화를 보이는 상반된 글을 통해 완급조절의 모습을 보인다.
뭔가 허술한 면이 있는 듯 보이면서도 스릴과 추리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의 포인트가 매력 있게 다가오는 작품!프랑스 스릴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긴 여운을 남긴 이 작품을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증인으 ㅣ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헨과 로이드 부부는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열린 파티에서 아이가 없는 공통점을 가진 매슈와 미라 부부를 만난다.
그들의 초대를 받고 방문한 그들 집에서 헨은 매슈의 서재에서 트로피를 본 순간 놀란다.

그 트로피는 죽은 더스틴 밀러의 것으로 더스틴은 바로 매슈가 다니던 학교 학생이었단 사실, 그의 죽음 뒤에 가려진 범인에 대해 헨은 매슈를 의심하게 된다.

이후 매슈의 동료인 여선생이 변을 당하게 되고 이 사건의 배후엔 매슈의 동생까지 거론된다.

과거 정신 이상 경력이 있는 헨의 주장을 경찰들이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사건의 진실과 범인은 누구일지….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란 작품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저자의 신작이다.
사건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헨에게 털어놓는 매슈, 헨에게 남모를 진실을 털어놓으며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한 그가 자신은 결코 여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말로 안심시키는데, 과연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헨에 대한 독특한 관계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긴장감을 높인다.

단언컨대 범인이 누구인지 확신하는 헨의 주장과 범인의 대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반전의 스릴 맛을 보이면서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범인의 불우한 성장과정 속에 밝혀지는 뜻밖의 반전, 그 범인의 속마음과 교류하며 페이지터너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게 한다.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이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은 어떨까?

수사

수사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영국 북부의 항구도시 스카보로에서 아버지의 통제를 받으며 사는 한나는 혼자 가는 여행에 반대한 아버지를 간신히 설득, 할머니 집 방문 허락을 받는다.

 

이후 할머니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할머니 집을 나선 한나는 약속한 시간에 아버지 마중을 받기로 했으나 기차를 놓치게 되고 이어  동네 청년 차를 이용한 후 종적이 묘현 한 채,  실종 상태가 된다.

 

이 사건은 어떤 실마리를 갖지 못한 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게 되고 시간은 흘러  사스키아, 아멜리, 맨디란 여학생들이 실종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14살 전후의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 이들 가운데 사스키아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사스키아가 발견된 장소를 빗대 사람들은 이 사건의 범인을 ‘고원지대의 살인마’라고 부르게 된다.

 

한편 전작인 ‘속임수’에서 나왔던 런던 경찰국 소속 형사 케이트 린빌이 아버지의 집을 팔기 위해 고향을 찾으면서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케일럽 헤일 반장도 이 사건들을 중점으로 수사지휘를 하게 된다.

 

누가, 이들 소녀들을 납치해간 것일까? 에 대한 물음은 범인의 고백 같은 심증이 드러나는 부분과 이 실종사건을 두고 미해결의 원점인 한나 실종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케이트의 수사방식, 소녀들의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불만과 대응방식, 심리를 드러내는 장면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사랑의 원형은 무엇일까?

부모가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부터 사랑이란 이름 아래 사랑에 상처 받고 배신당하며 갈구하다 끝내는 비극의 길로 들어선 범인의 행동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장면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행동의 모습을 통해 누가 범인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릴의 맛도 조바심을 내며 읽게 되지만 이 모든 원점에 ‘사랑’의 방식에서 큰 결과가 탄생했다는 데에 씁쓸함과 어린 소녀들이 삶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전개 부분이 허를 찌른 반전의 맛을 선사하는 저자의 글은 소녀들의 감성과 마음 표현, 강인한 여자 경찰이지만 대인관계의 어려움, 케일럽 반장의 개인사까지 모두 드러내며 진실의 문을 향해 가는 점증적인 수사 방식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에 힘을 보탠다.

 

독일 작가로서 영국을 배경으로 그린 이 작품은 전작의 두 콤비의 활약에 기대어 이번에도 좋은 사건의 해결을 선보인 바, 다음 시리즈물에서도 두 인물의 궁합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기억 1.2

기억1.2[세트] 기억 1~2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란 드라마를 보게 되면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가 저승사자다.

 

그가  주인공을 이끌고 저승세계로 가려고 했을 때,  주인공이 한 번만 이승에서 기회를 다시 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저승사자는 주인공에게 그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보면서도 인간들에겐 전생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현재의 모습과는 다른 전생의 다른 ‘나’란 존재는 이렇듯 겪어보지 않았기에 관심도 가게 되고 동, 서양을 막론하고 미지의 개척 분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인 ‘기억’을 접하고서는 과연 이 작가는 전생의 모습이  동양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도 보인 전생이란 소재의 설정들은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변주처럼 이어져오고 있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전생, 환생을 모두 재밌게 버무린 느낌이 들게 한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르네’는 어느 날 친구와 ‘판도라의 상자’라는 최면 공연을 공연장에 갔다가 현장 즉석에서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대상자로 선택이 된다.

 

무의식 속으로 빠져든 르네, 그는  자신의 전생을 보게 되고 그가 처음 본 것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후 전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르네는 계속해서 자신의 총 111번의 전생을 보길 원하면서 기나긴 장대한 여행을 하게 된다.

 

이후 하나의 문을 열 때마다 자신의 전생은 백작부인, 승려, 사무라이, 그야말로 다양한 인물이자 직업을 갖고 전전하는데 최초의 자신의 전생은 바로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아틀란티스에 사는 “게브”란 인물임을 알게 된다.

 

바닷속에 잠긴 아틀란티스를 구하기 위해 게브를 만나는 현대의 르네, 그는 게브와 함께  과연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저자의 잘 짜인 구성에 맞춰서 긴 호흡의 글이 흡입력 있게 읽힌다.

역사 선생이란 직업을 가진 점을 십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르네의 활약도 좋았고 거기에 로맨스까지 곁들이니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내용을 어드벤처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설정도 좋게 느껴지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의 나의 존재는 르네처럼 긴 몇 개의 관문을 통해서 알 수 있을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면서  현실의 모습은 바로 과거의 지난 나의 모습의 일부분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 1권, p13

 

 

위 문장을 읽을 때 나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한  책으로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한다.

 

제목에 맞게 르네처럼 자신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과거의 나의 모습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억이란 소재를 통해 최면, 전생, 환생을 미지의 아틀란티스란 섬과 연계해 판타지 소설로 탄생한 또 하나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작품세계를 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깨어난 장미 인형들

깨어난인형들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교에 다니는 학생 필로미나는 완벽한 숙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소녀다.

 

내면과 외면 모두를 완벽에 가까운 숙녀가 되기 위해 받는 교육은 피부 관리서부터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그녀와 또래 친구들에게는  당연한 교육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어느 날 친하게  친구 레논로즈가 말없이 사라지자 선생님께 물어보았고, 돌아온 대답은  잘 지낸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녀의 행방에 대해선 정학하게 알려주질 않는다.

 

이로 인해 필로미나는 레논로즈가 더욱  궁금해지고 , 그러던  중 레논로즈의 방에서 작은 가죽 책을 발견하는데 ‘가장 날카로운 가시들’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내용은 기존에 상상도 못 했던 것으로 소녀들이 스스로 자신의 처한 상황을 바꾸고 자유와 주도권까지 얻는다는 내용이 담긴 파격적인 글이 들어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내용을 읽은 필로미나는  그동안 스스로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라 더욱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의구심은 더욱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필로미나는 이에 멈추지 않는다.

그 첫발걸음인  학교에서 매일 주는 비타민이라 불리는  캡슐에 대한  의심을 갖고  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학교에 대한 비밀을 캐내기 시작한다.

 

과연 필로미나와 그녀의 친구들은 어떤 비밀들을 알게 될까?

 

학교의 특이점은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남자 선생님들이고, 그들로부터 받은 교육의 내용들이 모두 스스로의 자아형성이나 자립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 틀에 박힌 사회적에서 요구하는 갇혀있는 여성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보인 주제 부분과 맞닿아 있다.

 

‘시녀 이야기’를 잇는 책이란 문구에 궁금해서 읽은 책, 그 안에 담긴 페미니즘을 담은 내용들은 뒷부분에 이르서는 SF적인 느낌도 들게 하지만 뭣보다 온실 속에서 소중히 자란 한 떨기 장미 송이에 불과했던 여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자아를 찾으면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장미, 화실 속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주는 물과 영양분을 먹고 자란 그 장미가 가진 미(美) 속에 감춰진 강인함을 대변하듯 반격을 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스릴의 느낌과 함께 재미를 준다.

 

학교 이름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란 역설적인 의미의 이름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린 페미니즘의 내용을 갖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여러 장르를 섞은 진행이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책이다.

수이사이드 클럽

cherry-blossoms-4069596_640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진시황제는 자신의 끝없는 불로장생을 꿈꾸며 실제로도 행동에 옮기다 죽은 사람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중에 하나인 불로장생, 영원한 삶의 지향을 태어남과 동시에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를 묻는 책을 만났다.

 

디스토피아의 냄새가 풍기는 SF소설을 표방한 내용은 정말 근미래의 어떤 한 형태의 모습일 수도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제1물결의 영향으로 인간의 수명은 150세, 제2물결의 영향으로 300세, 이제 곧 제3의 물결이 닥친다면 인간의 수명은 영원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정의 세계를 그려낸다.

 

 

인간이 태어난 순간 자신의 수명을  알리는 숫자를 부여받게 되는 뉴욕 시민들은 두부류로 나뉜다.

좋은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자를 라이퍼로 분류, 그와 반대되는 사람들은 비 라이퍼로 구분되어 다른 삶의 방향을 가지게 된다.

 

속된 말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유전인자를 가진 자들만 필요로 하는 정부, 라이퍼들에게 정부에서는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되 보이지 않는 정부의 지시체계를 따라서 살아가야만 한다.

 

주인공은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 인 레아로 그녀는  라이퍼다.

같은 남매 사이라도 오빠인 사뮤엘은 비 라이퍼로 일찍 생을 마감했고 그 영향으로 아빠는 집을 나간 지 오래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오로지 건강과 승진을 위해 투자하는 삶을 가진 여인, 저녁식사로는 정부가 지정해준 식단부터 운동, 피부이식 수술,  인공장기 교체 등, 건강하고 영원한 삶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여성이 하루아침에 아빠 일로 감시를 받는 처지로 변하자 그녀는 이를 벗어나고자 애를 쓰게 된다.

 

 

그녀가 단지 일탈이라고 한다면 라이퍼이자 엘리트로 구성된 한 ‘수이사이드 클럽’에 드나드는 것뿐인데, 이들은 여기서 정부에서 금지하는 음식을 먹기,  금지된 음악을 듣기를 통해  그들만의 파티를 즐긴다.

 

어쩌면 갇혀있는 규칙에서 벗어나 일탈을 통한 죽을 권리에 대한 모종의 희열을 더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곳에서 얀이란 여성을 만난다.

 

라이퍼지만 가진 것 없는 생활여건 때문에 제대로 시술조차 받지 못하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얀은 자신의 엄마가 영생을 꿈꾸는 라이퍼로서 살기 위해 받은 영향 때문에 죽은 시체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며 살아가는 여인이다.

 

이렇듯 책 속에서 보이는 두 여성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수이사이드 클럽에 드나들면서 그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얀과 이 클럽의 정보를 캐내어 정부로부터 감시 대상자 명단에서 빠지길 원하는 레아의 상반된 모습들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누구나 아프지 않고 즐겁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다 행복의 나라로 가고픈 마음을 대변해 주듯 정부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라이퍼들의 생활은 진정한 삶인가? 다른 이면의 비 라이퍼들의 지원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삶은 어떠한가? 두 부류의 분류를 통해 부익부 빈익빈 형태를 비교해 보는 내용들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첫 장면에서 보인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며 죽어갈 권리를 행사한  모습과 자신의 나이가 100세가 넘었음에도 꾸준히 시술과 여러 가지를 동원해 젊음을 유지해가는 레아의 삶의 비교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죽을 권리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80세 넘는 고령의 시대로 진입한 시대인 만큼  삶에 대한 연장의 선택권, 그 반대인 죽음에 대한선 택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근미래의 우리들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설정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