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저자가 이 작품을 발표했을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사후 반세기 뒤에 고향인 미국도 아닌 유럽에서 재평가를 받아 베스트셀러가 된 이색적인 이력을 지니게 된 책-
이런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은 경우란 것에 비쳐볼 때 묻혔다면 정말 아까운 책이 우리들 손에 영원히 떠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몇 안 되는 책 중에 포함된다.
첫 국내에 출간된 책을 우연히 접했다가 끝까지 읽은 후에 몰아친 감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지니게 했다.
올해 다시 초판본으로 만나 본 책 커버가 이렇게 출간이 됐었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 이미 읽은 후라 어떻게 다른 감정이 들게 될까에 대한 호기심이 들게 한 책이다.
그 어떤 특별하다고까지 할 수 없는 스토너란 인물을 통해 저자가 그린 소설 속 인생 이야기는 우리들 이야기를 그려냈다.
윌리엄 스토너란 인물이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내용은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에 맞춰 살아가고 전쟁 때 박사학위를 받으며 대학 강단에 서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삶을 그린 책은 특별할 것도 없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보인다.
그럼에도 책이 주는 감동은 잊히질 않게 한다.
불굴의 역경을 헤치고 성공한 인물도 아니고(물론 농부였던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지 않은 것 자체가 성공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자식을 두게 되는 과정, 부인과 딸과의 불화까지 그 어느 것 하나 탄탄한 대로에 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의 인생 모습은 쓸쓸함과 답답함 자체로 보일 수도 있게 한다.
스토너란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과연 그가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최고직으로 오른 조교수란 타이틀, 술에 절어 살게 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기분, 가족들이나 주위 인물들과도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 누구에게도 피해는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못하는 인생을 독자의 눈으로 보게 됐을 때 스토너의 인생 자체를 다룬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을 다룬 책이란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여전히 삶은 끝없는 시험대고 나가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세상의 현실은 거의 없다는 느낌, 하루하루 부대끼며 어찌어찌 오늘도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이 책을 접할 때는 더욱 공감을 사게 되는 부분들이 많은 책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 같은 부분을 읽고 느꼈던 감정의 포인트가 어떤 부분은 이해가 가고 어떤 부분들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아~ 나도 이젠 스토너처럼 세상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은 달라지고 받아들여지고 있구나를 느끼며 읽어보게 되는 책….
스토너란 인생의 삶을 통해 이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는 관조자적인 인생에 대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행동으로 보이는 스토너란 인물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인생도 이렇게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도 있고, 때론 물이 흐르다가도 말라버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화려한 명성을 지닌 채 회자되는 삶도 아닌, 평범하게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인생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들은 책에 나온 대사처럼, “넌 무엇을 기대했나?”를 물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