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11월월

결혼의 연대기

연대2

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란 말이 어울릴듯한 책을 접했다.

 

부부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과 생각을 던진 책이라고 할까? 암튼 특이하게도 남편의 시선으로 그린 책이라 눈길을 끈다.

 

유부남인 주인공 존이 타미와 만나게 된 일을 시작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역순으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딸이 아파 병원에 갔던 존은 그곳에서 타미와 만나게 되고 서로 호감을 가진채 산책이란 이름으로 만남을 자주 하게 된다.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낀 두 사람, 존은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타미와 재혼을 통해 새로운 제2의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이 지속될 것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탐닉하는 부부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을 듯한 두 사람은 군나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깨지게 된다.

 

업무상 만나게 된 군나르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타미, 그런 타미를 바라보는 존은 처음엔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이상한 균열이 생기면서 부부간의 대화는 살벌을 넘어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이르게 된다.

 

도대체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것일까?

 

설마 조강지처가 떠나면서 말한 것처럼 그대로 자신에게도 이런 일들이 닥칠 줄 존은 상상이나 했을까?

 

미세한 균열은 바로 잡는다면 메꿔질 수 있지만 점차 벌어지는 균열, 특히 남녀 간의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는 보다 커지게 마련이라, 이들이 겪는 부부의 대화는 현재 실황 중계처럼 다가온다.

 

배경만 유럽이었을 뿐, 비단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라면 아마도 바로 눈에서 바라보듯 이들처럼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을까? 도 싶은데, 부부라는 사이는 화성과 금성에서 왔다는 어느 책 제목처럼 꼭 내 이상의 현실에 맞춰주길 바래서는 안 될, 동반자란 사실을 두 사람은 잊은 듯 보인다.

 

처음의 강한 애정의 탐닉과 갈구가 지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고 길들여지는 시간이 있고, 그런 가운데 사랑의 감정은 어느새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동반자란 생각,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라는데,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은 이 정도까지의 참을성이 없었는 듯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애정이 식은 후에 남겨진 그다음의 감정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부부의 세계가 열린다는 사실을 잊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전처, 존, 타미, 군나르, 이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다는 사실, 존이 마지막으로 타미에게 구애한 듯한 행동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단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제목 그대로 결혼의 연대기는 두 사람의 대화와 그동안의 일들을 통해 진정한 부부의 세계는 무엇이며 결혼이란 것은 무엇인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부분적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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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홀로코스트에 대한 많은 실제의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여전히 같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참혹한 진실에 대한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역사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 글들이나 사진들을 보게 되는 경우나  실제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는 아픔들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기존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로서 살다 간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빅토르 카페시우스-

 

지극히 평범한 제약회사 이게 파르벤이란 곳에서 영업원으로서 근무했던 그가 해온 행적들을 통해 다시금 아우슈비츠란 곳의 악명을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인으로서 전쟁이 발발하자 아우슈비츠의 주임 약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그는 주위에서 평가를 받아온 “약사 삼촌” 내지는 ‘착한 약사”란 명칭이 무색하게 왜 그는 악랄한 모습으로 변했을까?를 추적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의 생사를 쥐었던 맹겔레를 비롯해 그의 뒤에서 이들의 생사권에 대해 동참했던 카페시우스는 점차 그곳에서의 삶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약품 조달을 기본으로 고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돌아갈 의약품을 주지 않은 행위, 죽은 자들의 치아 중에서 금니를 발치해 뽑힌 치아를 중간에 가로채는 행동, 생체실험

보조까지 스스로도 이를 인지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행하는 모습이 경악하게 만든다.

 

여기엔 지금도 유명한 바이엘 제약회사가 포함되어 있던 당시의 파르벤이란 회사가 독일의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과 결탁하여 모종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까지 파고든 사실의 이야기가 담긴 여정은 한 생명의 소중함이 어떻게 물건처럼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계산하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는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우고 전범기업이란 이름으로 남게 되는지에 대한 흐름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사진

 

전쟁이 끝나고 각자 회생의 기회를 삼은 SS친위대원들에 대한 재판과 카페시우스가 벌인 자신 또한 전쟁의 희생양처럼 법정에서 벌인 진행과정은 정말로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자신도 희생양처럼 여겨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한 마지막 최후의 진술처럼 여겨 모르쇠로 일관한 것처럼 보인 행동인지를 묻게 된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다.

연합군이 가지고 있던 전쟁의 주범들이었던 나치 대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독일에 넘기면서 독일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위한 모색을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전범들에 대한 차후 법정 형량은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다행히도 프리츠 바우어 법학자와 랑바인 같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 힘입어 ‘살인 가해자’란 명칭으로 일부를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는 점은 거대한 전체주의 조직 안에서 지시하는 대로 해왔을 뿐, 자신들도 희생양이었다는 주장에 일침을 가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이 행했던 그 모든 전 과정들을 부인했던 카페시우스란 인물, 만약 자신의 가족이 그런 고통 속에 살았다면 그 자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를 묻고 싶어 진다.

 

시간은 흘러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점차 희미해져 가는 역사 속의 진실들, 여전히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은 진행 중이다.

 

블리딩 엣지

블리딩엣지

블리딩 엣지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20년 5월

난해하고도 어렵기로 이름난 소설가. 토마스 핀천의 신작이 출간됐다는 소식과 함께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들과는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에 구매한 책이다.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인 맥신 터노는 사기 조사관으로 일한다.

두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느 때와 다름없는 자신의 일터를 통해 일을 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레지 데스파드가 찾아오면서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한때  가까웠던 두 사람은 레지가 맡게 된 , 해시슬링어즈라는 회사의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왠지 모를 수상한 컴퓨터 보안에 관한 느낌에 대해 맥신에게 의뢰하게 되는데,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 있게 마련-

 

그런데 이 회사에 접근을 하게 되면 강한 보안의 경고가 뜨면서 더 이상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말말을 한다.

더군다나 자신은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큰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입장이라 에릭 아웃필드라는 고등학생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 한다는 말을 들려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맥신은 그 후 여러 각도에서 회사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이 회사의 자금출처에 대한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바로 비밀리에 중동으로 많은 액수의 돈이 송금되고 있다는 사실, 주변의 인물들을 접촉해가면서 회사의 실체를 밝히려 노력을 하는데 가운데 9.11 테러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우선은 저자의 해박한 IT 지식과 이를 연계시켜  추리를 접목한 글이 인상적이다.

 

배경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닷컴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2001년 9.11 테러 사이의 뉴욕이라는 대표적인 도시를 내세워 다룬 이야기라 실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들이 함께 곁들여진다.

 

억만장자이자 미지의 인물인 게이브리얼 아이스가 운영하는 컴퓨터 보안회사 해시슬링어즈에 대한 조사는 이 회사가 파산한 회사를 통해 자금을 몰래 빼돌리고 이 돈의 행방은 중동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되는 첫 시작은 모종의 거대 조직의 실체와 이를 밝히려는 주인공의 활약과 함께  기존의 추리 소설처럼 양상을 띠지만 여기에는 유대인으로서 겪는 여러 사회적인 경험, 모사드, 미국 중요 정부의 계획, 러시아의 개입처럼 여겨지는 첩보의 세계, CIA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장치를 곁들인다.

 

여기에는 또 하나 맥신과 아는 저스틴과 루커스라는 인물도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출신  IT출신가들이 개발한 ‘딥아처’라는 소프트웨어를 접하면서 겪는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부분이 곁들여진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발달된 인터넷상에서의 세계는 디지털이라는 문명이 주는 혜택에서의 다양함을 느끼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정작 개개인들의 정보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추리와 사이버펑크 과학소설의 선두주자인 저자의 작품을 통해서 바라본 지금의 세계는 소비주의 중심의 생활, 대중문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 이미 기존의 저자의 작품을 대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책 제목인 ‘Bleeding Edge’는 ‘최첨단’이라는 뜻으로 이미 책에서도 루커스가 말한 대목처럼 안전성,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란 용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고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IT기술을 이용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대표적인 닷컴 버블을 통해 그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글쎄, 나의 모자란  IT 지식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해 준 책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인지라 올해 읽었던 추리 분야에서 가장 읽는 속도도 더뎠고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림길에 서게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IT소재를 다룬 책이라 이 분야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읽는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특히 미국 대중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뉘앙스적인 느낌을 제대로 알기가 아쉬웠단 점을 꼽을 수 있고, 난해한 그만의 독보적인 작품의 세계는 기존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친해지기는 여전히 어려운 작가란 생각이 들만큼 추리소설이되 마치 IT 전문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

 

 

진실에 갇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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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에이머스 데커는 고향인 오하이오주 벌링턴에 돌아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 장소, 그 집, 그 모든 사람들이 있었던 곳, 일 년에 한 번씩 찾은 고향엔 여전히 죽은 아내와 딸, 처남이 있기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일 이후 과잉기억 증후군과 공감각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그가 사건의 해결을 한 이후에 해마다 찾는 무덤가-

 

그런데 그를 찾아온 한 남자에 의해 걷잡을 수없는 과거의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경찰 초년생 시절 처음 맡았던 살인사건, 그 현장에서 식당 주인인 데이비드 카츠,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도널드 리처즈, 리처즈의 아들과 딸이 모두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그 사건에서 모든 결과는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감방에 넣은 메릴 호킨스다.

 

그런 그가, 감방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그가 에이머스 앞에 나타나 자신은 무죄라고 말하며 이미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이기에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진실을 밝혀달라며 말한다.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랭커스터와 이 사건에 대한 전모를 살피기 시작하려던 그때 누군가에 의해 호킨스는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그저 흘려들었던 그 당시 사건이 더 이상 간단한 사건이 아님을 느낀 데커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이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뛰어드는데…

 

 

아픈 과거의 기억 외에 또 다른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에이머스란 주인공을 내세운 ‘남자’~시리즈의 신작이다.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려는 주인공의 모습도 여전하지만 과거에 이미 밝혀지고 그 결과로 감옥에 들어간 죄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점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자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벌어졌던 증거물과 죽은 사람들의 관계, 그 이후 남겨진 그들의 아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되지만 정작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보다 원점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게 그려진다.

 

한 남자의 아내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연이어 계속 이어지는 의문의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수순들은 에이머스가 겪는 개인적인 고통과 함께 진실이란 이름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 가볍게만 여길수 없었던 사건의 본질을 알게 된 후의 폭풍을 더욱 놀랍게 그려냈다.

 

“진실이 늘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아니에요. 때론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죠.”

 

어쩌면 호킨스도 그렇고, 리처즈나 카츠의 아내, 호킨스의 딸도 이러한 생각들로 묻고 지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실이 무조건 좋은 것만이 아닌 양 갈래의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사람들의 심정이라면  그들이 내린 결론이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내용상 무거움을 던진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들이기에 에이머스가 겪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왠지 그동안 시리즈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동료애와 그들이 겪는 애환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게 느껴지는 데커의 변화된 모습이 다음 시리즈에선 어떤 발전된 감정의 이입으로 변해있을지도 궁금하고, 전작의 주인공인 마스의 출현은 반가움마저 들게 한다.

 

 

 

단순하게 끝낼 수도 있었을 사건의 전말 뒤에 감춰진 무섭고 치밀한 계획이 밝혀지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한편 다음 시리즈에선 보다 밝은 에이머스 데커를 기대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비틀거리는 소

비틀거리는소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경시청 수사 1과 소속 다가와는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로서 한동안 일을 쉬다가 복귀, 그 이후 미해결 사건들을 전담 맡아 일하고 있던 중 2년 전에 있었던 ‘나카노 역 앞 선술집 살인 사건을 배당받게 된다.

 

2명의 피해자가 생긴 이 사건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와 수의사가 살해되었고 현장에서는  강도짓에 의한 강력사건으로, 당시 범인이 외친 “머니, 머니”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의 소행으로 여겨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종결로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그럴듯한 시각으로 여겼을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죽은 두 사람의 직업이나 연관성은 어떤 면에서도 매치가 되지 않았던 만큼 다가와는 선배로부터 배운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지키면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인터넷 미디어 <비즈 투데이> 기자 쓰루타는 옥스 마트를 표적 취재하면서  옥스 마트의 기업형 박리다매의 선점 공략에 이은 지방 소형업체와의 경쟁에서 경쟁을 다투고 임대료 매장을 통한 수익을 통한 영업전략을  쓰는 업체로써의 부당한 점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올린다.

 

이 와중에 옥스 마트가 미야기 현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건설함에 있어 미트 박스와 연관성이 있다는 제보를 통해 이들의 관계엔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취재를 하기 시작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전 미트 박스에서 근무했던 고마쓰 다카시 생산과장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범죄 중에 가장 나쁜 범죄 중에 하나가 우리들이 먹는 음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포함된다.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인 만큼 무엇보다도 양심을 걸고 운영해야 할 업체들의 비양심적인 행태의 범죄가 벌어졌단 소식을 접하게 되면 분노가 일어나기도 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아주 심각한 범죄란 생각이 든다.

 

이미 음식으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정이 된 소의 신체 일부를 각종 첨가물을 더해 일반인들이 구매해 먹을 수 있게끔 만드는 이러한 행동들은 거대 기업인 옥스 마트와 옥스 마트가 거부할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는 미트 박스란 업체의 모습들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취재 덕분에 더욱 실감 있게 느껴진다.

 

소의 비정상적인 비틀거림의 양상을 통해 인간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일반인들을 속이고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증대한다는 비양심적인 모습, 양심적인 수의사와 옥스 마트의 약점을 거래로 이용하려 했던 산업폐기물업자의 양심 없는 행동들은 결국 살인이라는 과정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일반 독자로서 느낀 배신감은 소설이었지만 현실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품에 얽힌 비일비재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결과물로써 받아들이는 감정들은 정부와 고위 경찰, 대형 기업과 사회 저변에 퍼지는 위기 심각에 대한 모면을 통해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느끼게 하며, 사회파 미스터리로써 유통과 식품에 얽힌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소’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라 더욱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 작품이었다.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미술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사와 미술의 관계라고 하니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고 가면서 의학과 미술의 관계를 글을 통해 그려낸다.

 

근 20여 년 동안 각국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을 통해 직접 감상하고 그에 관한 기록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로써도 손색이 없는 책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눈에 비친 그림을 그냥 보는 것과 그림에 담긴 색채와 당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실제적인 사연을 함께 알고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책에서 보인 여러 화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그에 얽힌 그림을 함께 보노라면 마치 당시 그 화가가 겪었을 고통을 함께 느낄 수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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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경우도 그렇고 차이콥프스키의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특히 당시 시대의 흐름과 사회 저변의 인식에 깔린 시선들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들은 한 편의 미술사학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의사로의 본분인 가슴에 청진기를 대는 그림이나 엄마가 아이의 머리에 이를 잡아주는 모습들을 통해 당시의 위생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게 하고 의사로서 의술에 전념하는 것과의 연관성이 있는 그림 설명 부분들은 하나의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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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퐁피두 부인의 인생에 얽힌 병이나 안톤 체호프에 얽힌 일화들은 의학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개인 역사이야기는 물론 당대의 유명인들이 살아왔던 시대 흐름까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은 의학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사연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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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의학이라 하면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림 속에 담긴 의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세련되고 풍부한 재미, 특히 무엇보다 역사와 의술, 그림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 수 있는 책이라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