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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수전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한 가지 재능을 가진다면 어떤 것을 가지고 싶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텔레파시도 탐나고, 투명인간도 되어보고 싶고, 루팡처럼 배포가 큰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장점도 갖고 싶고..

 

욕심이 과하면 보통보다도 못하다는 것도 알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터 회의 이번 새로운  작품인 ‘수잔 이펙트’는 이러한 재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다룬 책이다.

 

스밀라… 의 책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별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는 역시 페터 회의 간략하면서도 짧은 동선과 함께 다양한 변주를 그려낸다.

 

상대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 일명 수잔 이펙트란 불리는  재능을 가진 수잔은 쌍둥이 남매와 음악을 하는 남편 라반과 함께 인도에서 사건을 일으킨다.

자신은 카지노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배우를 때려눕혀 25형 선고를 받고 남편이란 작자는 인도 부족장의 딸과 눈이 맞아 도주해 마피아로부터 타깃이 되었으며, 아들은 골동품 밀수로 인해 고소를, 딸은 수도승과 사랑에 빠져 도주 중이다.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힌 수잔 가족들…

그들에게 덴마크 국가 기관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다.

1970년대에 결성된 ‘미래위원회’ 위원들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 그 내용을 알려준다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약속-

자신은 대학교수의 자리로, 남편은 음악가로, 아이들은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유혹의 제안은 그들 가족의 분산되고 와해된 가족의 결속을 다지게 만든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1부는 자신의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을 통해 관계가 있을 듯한 위원회 한 명을 찾아가 단서를 찾는 것부터 시작되어 2부, 3부에 이르기까지 추리 형식이지만 추리는 아닌 듯한 여러 가지 작가가 그리는 모든 생각들의 총집합체인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물리학자로서 모든 발생되는 일들의 과정을 감정과 상황이 아닌 냉철한 자연의 법칙에 의거해 해석하는 수잔이란 인물은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감성을 드러내는 존재로서도 비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모든 역할을 각 상황이 몰려올 때마다 쇠지렛대 하나에 의지해 사건의 근본적인 본질에 접근하고 그들이 원한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아차리기도 전에 위원회의 위원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면서 전혀 예상 밖의 일들로 진행되는 과정은 추리의 형식을 띠면서도 움직임이 많이 살아나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덴마크라는 저자의 고국에 대한 각 지역마다의 특색인 지형을 잘 이용하면서 그 안에 도사린 음모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차후 어떻게 그 재능을 이용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변화된 생활의 모습과 욕망, 권력욕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대해 생각하는 그들의 이상적인 실천들이 수잔에 의해 밝혀지는 과정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처음에는 작은 출발로 시작했던 일들이 국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전 세계적인 위험의 강도를 의미한다는 설정도 저자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제시의 한 방향이란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부간에 쌓인 감정의 소통, 부모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내면의 상처와 이해, 뭣보다 수잔이란 인물을 통해 그녀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또 하나의 인물이란 바로 타인이란 대목이 눈길을 가장 끌게 한 책이기도 하다.

 

나만이 제일이고 자연에 의한 법칙에 의거한 것만이 우선주의였던 수잔의 과학도로서의 냉철함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가운데 그녀 역시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재된 인성 안에는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감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 가족의 해체 위기 이후 사건을 통해 단단히 결속을 다지게 된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는 추리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역시 저자가 그리는 글의 흐름엔 따뜻한 심성을 드러내 보인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은 긴박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한 템포 쉬어가듯 저자의 노련한 완급 조절이 잘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과 함께 이런 류의 추리 형식을 띤 책을 읽어보는 것, 특히 페터 회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운명과 분노

운명과 분오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태초에 아담과 이브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 금성과 화성에서 따로 온 사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두루 다루는 문제를 여전히 지닌 존재들이 아닌가 한다.

 

아담의 갈비뼈 덕에 여자 이브가 탄생했고 이후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 그 안에서의 심리변화와 부부로서의 삶에 있어서 다루는 가치들의 연속성은 지금도 많은 논의의 주제로써 다뤄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하는 대목, 각종 문학계에서의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서였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서 들려준다.

첫 파트인 ‘운명’분은 남편인 로토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부분, 두 번째인 ‘분노’는 아내 마틸다의 시선으로 그려본 내용들이다.

 

첫 파트인 운명의 주인공 아담인 로토-

 

플로리다의 찌는듯한 태양을 벗 삼아 남부러울 것 없이 이루고자 한다면 이룰 수 있는 환경의 남자, 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훤칠한 그는 뭇 여성들을 마다하지 여성편력을 지닌 인기 있는 대학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그런 그가 22살 때 만난 마틸다 란 여인과의 함께 산 인생의 여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유명 배우로서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엄마로부터의 결혼 응원을 받지 못한 채 빈곤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내 마틸다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써놓은 희곡은 단번에 그를 인기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게 되고 그 이후 그들 부부는 어느 신혼부부들처럼 빈약했던 지하의 방에서 벗어나 지상으로의 집을 마련하게 되고 이후 그의 모든 작품들은 아내 마틸다에게 보임으로써 부부간의 응원과 충고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그들 사이의 부부 관계는  20여 년의 부부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아내의 비밀을 알아버린 로토의 급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운명’은 막을 내린다.

 

이후 두 번째의 ‘분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운명의 로토가 지극히 그가 선망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 속의 대사나 유사성에 비춘 듯한 설정처럼 보이는 장면들의 연속성을 실제 삶에 같이 투영시킴으로써 넘치는 은유적인 표현들, 자신이 아내의 첫 남자임을 의심치 않았던 결혼생활에 밝혀지는 아내의 비밀들은 읽는 내내 한편의 서사적인 서술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의 탄생서부터 유년기, 대학생활, 그리고 넘치는 결혼생활의 일률적인 묘사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같이 견디며 읽어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는 현대적인 문학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서술방식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마틸다가 지닌 분노는 어디서부터 간직되어 왔는지에 대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그녀 나름대로 결혼 생활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남편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단 사실에 대해서, 아니 더 오래전 유아기 시절부터 오렐리란 이름으로 불리던 그 시절부터 시작된 분노의 태고는 이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로의 분노, 그 모든 것을 합쳐 보인듯하게 보인다.

 

책은 확실히 여러 가지 토론할 주제들을 던지게 한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남자가 생각하는 대목이 여성인 마틸다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현저히 달리 받아들이는 과정, 요즘에 흔한 말로 나를 만나기 이전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비교한다면 분명 로토는 속이 좁은 남자로 비추어질 것은 분명 하나,  모든 여자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마틸다란 한 여자에게 올인할 정도의 사랑이었다면 분명 그가 느꼈을 거짓에 대한 배신감은 큰 충격과 함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로토의 실망

 

다만 말하지 않았을 뿐인 사실들, 그것이 현재의 결혼생활을 영위해오는 과정에서 마틸다  나름대로 남편 로토가 오늘날 인기 있는 작가로 서기까지 일심동체처럼 그의 원고를 다듬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모든 과정들이 인정받을 수없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볼 때 부부간의 신뢰란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인정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녀는 내 인생의 운명이라고 여기며 살았던 한쪽이 진실을 알아버린 순간과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위해 그것을 굳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나은 결혼을 유지하려 했었던 여자의 관점을 통해 서로 다른 타인들이 만나 어떻게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 아래 그 모든 것을 덮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패러독스

 

 

결혼이란 제도로 묶인 두 남녀 간 두 주인공의 삶도 그렇지만 여기엔 주변의 인물들 또한 반전의 묘미를 주는 내용들도 또 다른 관점을 보이게 한다.

 

로토의 엄마가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던 배경과 그 이후에 드러나는 새로운 비밀들, 로토의 친구 콜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이어서 마틸다와의 경쟁처럼 보이는 심리와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는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드러내는 과정들이 모두 한데 엮여서 진행되기에 이 책은 부부라는 이름의 두 남녀가 겪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관점과 그 이후에 수용하는 자세의 결과, 또 다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부부란 영원한 사랑 이외에도 끈끈한 결속인 공동체라는 동지애를 같이 껴안고 가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 운명 파트에는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연극적인 대사와 로토가 쓴 희곡의 대본들이 나오고 공동작업을 하는 음악가와의 관계를 두고 벌이는 부부간의 긴장감들을 넘기고 나면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되고 이후 분노에 이르게 되면 로토가 벌인 잔치에 마틸다가 그 잔치에 들어감으로써 전혀 다른 관점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후반부는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어 이어진다.

 

저자가 그리는 두 남녀 간의 인생의 흐름을 통해 부부란 과연 어떤 관계인가?, 때론 진실을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마틸다처럼 거짓으로 둘러싸인 인생이 한순간에 파도가 일 만큼 거짓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적어도 그녀가 로토에 대한 사랑만은 진실이었다는 믿음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머릿속에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게 한 책이다.

 

난쟁이 백작 주주

난장이주주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난쟁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내 경우엔 첫 번째로 연상되는 것은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 두 번째는 곡마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세 번째는 영화나 책 속에서 재주와 비상한 용기를 보여줌으로써 주인공과 함께 여정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아주 정 반대로 나쁜 이미지로 모든 악을 행하는 인물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폴란드의 유명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1739~1837)의 회고 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역사 실물 소설이다.

 

98세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가 살아낸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끝까지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던 사람, 백작임에도 불구하고 광대, 연주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생애는 한편의 실제 인생이 아닌 드라마처럼 다가오게 한다.

 

태생 자체는 높은 폴란드의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집안 형편상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입양을 시킨다.

 

100센티미터도 안 되는 그의 아담한 신체 사이즈로 인해 입양된 집의 귀부인은 그의 본 이름 대신에 불러준 이름이자 별명이 되어버린 것이 바로 ‘주주’

프랑스 말로 장난감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은 귀족들에게 재주를 부리는 광대로 살아가게 되지만 어떻게 보면 어른의 모습을 지닌 성인보다도 더 완벽한 비율을 지닌, 그저 키만 작을 뿐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겉모습만 보고 장난감이라고 놀리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춤을 통해 귀족과 서민들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처신을 하게 된다.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다룰 때는 실제 인물의 동선과 그에 따른 삶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주란 이름을 가진 한 작은 소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난쟁이의 삶을 통해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보다 뒤처진 사람들을 대하는 시선들의 오만함, 그들이 느끼는 우월감 속에는 과연 주주만큼이나 비범하고 영리하며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타인이 지닌 생각이나 행동을 무슨 잘못되고 이상하다는 식의 잣대를 내세운 당시의 사고방식들은 여전히 지금도 진행 중이란 사실을 주주란 인물의 인생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과정들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들 인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개의 인격을 분리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주주의 삶은 필사의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 더군다나 신체만 작을 뿐이지 그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한 보통의 인간임을 생각할 때 그가 살아온 전 생애에서의 이런 감정조차도 쉽게 이루어낼 수 없었던 안타까움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쉽게 잊히질 않게 한다.

 

 

 

당대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5세와 16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실존 인물들의 등장과 그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갔던 주주 백작-

 

난쟁이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98세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회고록 조차도 끝내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3번의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가난했다니 사람들의 시선과 외면, 멸시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꿋꿋이 살아간 그의 삶 자체가 위대해 보인단 생각이 들게 한다.

 

죽음보다는 가난을 더 두려워했던 주주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후세에 그의 회고록이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살다 간 한 소박한 인간이자 , 보통의 일반인들보다 더 강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란 생각을 해 보며, 아마도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지하에서나마 위안을 받지 않을까 하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게 한 책이다.

로재나

로제나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북유럽권의 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니 이제는 영. 미 문학권의 작가 이름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익숙함과 함께 그들이 묘사하는 장면 하나하나에도 이국적인 냄새를 맡으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미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내고 있는 영. 미권의 작가들 외에도 북유럽권의 이러한 장르들, 특히 경찰 소설이라고 불리는 분야에 새롭게 첫 발을 내디딘 작가는 누구였을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이러한 의문점을 두지 않았던 것은 독자로서 이러한 장르에 워낙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된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시리즈를 대한 느낌은 사뭇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요 네스뵈, 헨닝 망켈…

이들이 추종하고 모방하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며 시리즈로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한 두 저자의 글은 읽으면서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고 할만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웨덴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관광지 예타 운하에서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나체로 성폭행과 폭력의 흔적이 있는 상태로 발견이 된 이 여성의 신원을 밝혀내기까지 경찰들은 당시 운하를 오고 가는 모든 배들을 조사하지만 뚜렷한 그 어떤 실마리조차도 건져내지 못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는 사건 현장인 모탈리로 가게 되고 그는 동료들과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 해결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답답함만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그녀의 신원은 미국으로부터 날아오게 되면서 활기를 찾게 되고  그녀의 이름이  로재나 란 사실, 직업은  사서로 일하는 여성임이 밝혀진다.

 

이 책이 나온 연대는 1965년 소설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읽으면서 마치 과거로의 회귀를 한 듯한 착각 내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사건에 대한 모종의 추리를 하게 하는 장치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이 장면에선 요즘엔 이 장치를 이용하면 훨씬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답답함마저 들게 하는 여건들, 가령 미국에서 보내오는 편지와 사진들을 항공을 이용해 기다려 받아야 하고 사진 현상도 기다려야 하고 배에 탑승한 승객들의 신원조회를 통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받아와 다시 현상해서 동료들과 보고 의논을 하고, 타자기에 종이를 말아 타닥타닥 경위서를 써야 하는 절차들이 당시의 경찰들의 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게 그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는 왜 죽어야만 했는지, 누군가 같이 여행 와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찰들의 수사는 진전이 보일 듯 말듯한 시간과의 내기에서 누가 이기느냐 같은 경쟁 심리마저 느끼게 한다.

 

소설의 패턴은 지금의 우리가 읽고 있는 추리 스릴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

이것이 기존의 정적인 형사 내지는 경찰 출신 한 사람에 의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아닌 경찰 소설 말 그대로 같은 동료들의 분업된 조사와 토론, 그리고 죽은 사람이 묵었던 배를 중심으로  범인을 추적해 좁혀 들어가는 방식들이 시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갈 뿐, 모든 것의 패턴이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읽는 과정이 왜 이 소설이 경찰 소설로써의 원점이 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두 저자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기존의 한 사람의 능동적인 활약이 아닌 동료란 의식에서 합심해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들, 여기에 개인적인 마르틴이란 인물의 가정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분위기까지 그리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사건에만 치중해 그 중심으로 돌아가 글의 구성을 이뤘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가장으로서 느끼는 경제적인 압박감, 샐러리맨으로서 느끼는 집에 대한 생각, 마치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해 주듯 도심의 중심지에서 살고 싶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는 바람에 도심 근교에서 생활하는 모습, 아내와 아이들과의 대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시간은 모형조립을 하는 시간들이란 사실까지, 저자들은 정적인 주인공보다는 당시 사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사내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 네스뵈가 창조해 낸 인물 해리 홀레 시리즈 생각이 많이 났다.

알코올 중독자에다 사랑에 아파하는 한 남자의 외로운 모습을 부각한 요 네스뵈는 정말로 이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창작인물에 대해 생명을 불어넣는데 많은 참고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들…

 

2012년 요 네스뵈의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다.

 

– “1970년대 이래 마이 셰발과 발뢰는 스칸디나비아 범죄소설의 대부모(God parents)였습니다.

그들은 간이매점에서 팔던 스칸디나비아의 범죄소설을 번듯한 서점에서 팔게 만들었습니다.”

 

사건의 범인을 잡기까지의 과정도 지금 생각해 보면 평범한 속임수에 그칠 수 있는 소재일 수 있으나 출간 당시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단 사실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차후 계속 출간되는 시리즈를 기대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5

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5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4부에 이은 5부의 새로운 이야기

 

배경은 중세시대 중에서도 마녀사냥이 휩쓸고 간 뒤의 모습들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퀴슬 가의 모험이 펼쳐진다.

 

 

 

오래전 헤어졌던 퀴슬의 남동생 바르콜로메우스가 밤베르크에서 사형 집행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재혼을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이어 초대도 받게 되면서 시작이 된다.

 

 

 

사실 자신의 아들이 그곳에서 동생 밑에서 일하는 도제 형식으로 일을 배워나가고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방문을 하기로 했던 것-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그들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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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떠나는 와중에 사체를 만나고 유언비어처럼 퍼지는 그곳에 늑대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특히 퀴슬의 어린 딸 바르바나까지 연관이 되고 보니 퀴슬과 그의 동생 바르콜로메우스까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은 여러 사람들이 느끼는 형식으로 서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한 사람의 서술에 이어 다른 사람의 서술을 같이 통합해서 이해를 함으로써 각기 독립되어 펼쳐지는 사건들의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완성 작을 그려 볼 수 있는 형태의 글로 마무리를 짓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 할 수는 있으나 나중에 결과물이 합쳐지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편의 완결을 깨끗하게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세 하면 떠오는 말이 종교재판, 마녀사냥을 생각나게 하듯이 책의 배경이 되는 마녀사냥은 우리가 중세시대를 배우면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들이다.

 

 

 

특히 이 마을에 40년 전에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된 사람들도 마녀사냥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런 당시의 묘사는 여전히 암울했던 역사 속의 희생처럼 살다 간 진혼곡처럼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특히 출판사 소개에 나오는 소설의 배경인 독일 밤베르크 시에서는 1623~1633년 사이 900명이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했다. 당시 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마녀사냥의 광기 중에서도 밤베르크의 처형 규모는 손에 꼽을 정도로 컸고 가장 야만적인 처형이 벌어진 곳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혼자 사는 노파, 농민 등 하층민이 마녀로 지목되어 처형당하다가, 점차 도시 전체가 광기에 사로잡혀 시장과 시의원, 심지어는 주교의 재상도 마녀로 지목 당해 고문당하고 처형되었다(주경철 교수의 『마녀』(생각의 힘) 참고).

 

 

 

그렇다면 책의 제목인 늑대인간은 과연 실존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마녀사냥에 이은또 다른 광기처럼 번지는 또 다른 악행일까?

 

 

 

존재한다면, 왜, 무슨 이유가 있어 이렇게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고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 까?를 물어가면서 읽게 되는 책이기에 저자의 당시 시대상의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중세를 휩쓸었던 한 부분인 마녀사냥이란 소재를 주제로 계급적인 차별과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죽음이란 소재를 이용한 만큼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 그 가운데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망각을 달고 살았던 부끄러운 한 시대를 조명해 보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가 싶다.

 

 

 

 

퀴슬이란 가문의 사람들의 활약상은 여전히 당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계급에 처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때문에 자신들이 갇혀있는 계급을 탈피해 사건의 추리를 해나가는 그들의 시원한 다음 활약을 기대해 보게 되는 책,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본다.

중독된 순례자들

사형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사형집행인 시리즈로 유명한 저자의 4부가 출간이 됐다.

 

그동안 3부작에 이르는 소위 우리나라로 치면 망나니란 직업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형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퀴슬이란 인물이 주인공으로 3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에 휩싸이면서 열심히 사건 해결을 하던 이야기들에 이어서 4부는 그의 자손들의 번창과 함께 또 다른 사건을 들려준다.

 

 

 

4부에서는 어느덧 퀴슬의 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의 결혼으로 인해 두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 아이들이 역병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회복한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로 안덱스 수도원으로 순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오늘날로 말하면 자동차와 기차, 그 밖에 타 수단들을 사용해가며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할 수도 있었던 수도원의 여정이 말 그대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탓에 그들이 가는 길은 험난하고 멀다.

 

 

 

순례지에서의 기도를 올리고 감사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날씨나 늑대의 출현, 도둑들의 판이치는 과정은 무사히 도착하기까지의 시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무사히 도착했지만 수련 수도사의 익사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퀴슬 가 –

 

 

특히 수도사의 죽음이 익사가 아닌 살인이라고 느낀 지몬은 이후 더욱 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뒤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 미스터리 자동인형, 가정 섬뜩했던 수도원의 비밀과 수도사들의 수상한 행동들을 독자들에게 보임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은 중세시대의 느낌을 만끽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수도사와 수도원이 나온 탓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많이 연상되는 책이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 그리고 계급적인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허울만 좋은 귀족들이 생활상, 종교의 힘이 인간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성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 당시의 모습들을 통해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통해 저자는 실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안덱스란 장소를 통해 자세하게 독자들로 하여금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사실 연작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각기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책이기에 3부까지 모두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 데는 무리가 없는 책, 실제 저자 가문이 사형집행인 가문이란 점이 흥미를 끌게 할 만큼 저자는 자신의 조상들이 행해오던 모습들과 그 중심에 선 퀴슬 가의 사람들을 통해 법과 신이란 존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각기 다양하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암울했던 중세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책 중반부를 넘어서기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터지는 사건들과 퀴슬의 아내 안나의 아픈 병세까지 곁들여지는 이야기 진행은 중세를 중심으로 역사 속에 살인사건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흥미를 끌만큼 책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최갑수표지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책을 읽을 때 계절과도 딱 들어맞는 책을 읽게 된다면 내 경우에는 느낌이 훨씬 오래간다.

비단 책 속 들어있는 구절구절마다 내 경험과 매치되는 경우를 통해서도 그렇지만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같은 장소 아래 같은 하늘이나 바다, 산, 꽃을 보더라도 느낌이 서로 달리 받아들여진다면 그 각자의 고유 영역 속에서 타인이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자 여행작가, 사진가인 최갑수 작가가 그려낸 사랑에 관한 문장과 그에 곁들인 유명인들의 짤막한 문구들은 이 책에 대한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최갑수1

 

전체적인 카테고리 자체도 Ⅰ 그래서, Ⅱ 그리고, Ⅲ 그러나, Ⅳ 그래도….

이처럼 사랑에 대한 단상을 유연한 흐름 속에 간간이 여행을 통해서도, 그냥 길거리 지나치는 자전거 타고 가는 행인을 통해서도, 작가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그 흐름을 이어준다는 점이 가장 깊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에 대한 초기의 애틋한 감정에서 서서히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채취처럼 물들어가는 과정, 그런 연속성 속에서도 시간이 주는 흐름에 묻혀가는 사랑에 대한 농익은 냄새들은 저자의 글로 인해 바로 읽어버리게 하지 않는 희소성을 준다고나 할까?

 

최갑수2

 

 

때문에 책을 처음 받아 고서는 취침 전에 한 부분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던 탓에 아쉽기도 하고 좀 더 내 가까이에서 그 감정의 연장선을 두고두고 아끼고 싶게 한 책이었다.

 

포스트가 여기저기 붙어버릴 만큼 지저분해지는 책,

과연 너는 어느 글을 내게 권해주겠니? 하고 묻는다면 글쎄, 쉽게 딱 이 부분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과일로 치면 씨까지 모조리 먹게 되고 먹고 난 후의 빈 손만 바라보게 되는 허망함을 지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말 좋다, 좋다, 좋다를 연발하게 만든 책이다.

 

최갑수3

 

 

혼자만의 사랑처럼 되뇌는 고백서의 양상을 띤 사랑, 당신과 나의 만남 이후 홀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당신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단상을 느껴가는 글들은 여러 나라를 취재하거나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단조로움 속에 고독과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긴 인생길에 동반되는 사랑, 흔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랑의 느낌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에 이은 또 하나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

정말 넘치도록 아름다운 글과 사진,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기에 이 책을 여전히 곁에 끼고 다시 한번 읽어나간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은 없다.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귀찮고 피곤할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지금이 행복하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주름살을 하나둘씩 챙겨가며 죽음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래도 꼭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고르라면 이십 년 전 당신을 만난 날, 그 하루를 선택하겠다.
온 세상이 환한 빛으로 휩싸였던 그날. 우리 아직 젊어서 서로의 살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그 시절. 몰락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이 삶에서 그래서 기억의 서랍에 아껴두고 꺼내보는 것이라면 당신을 만난 첫날. 어쩌면 그 기억으로 여기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른다.p 185

 

데프 보이스

데프보이스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몇 년 전에 가전제품 고장으로  대리점 수리를 맡기러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내 앞의 두 남자, 성인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자는 자신들의 집에 고장이 난 가전제품 방문 요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남자 어른은 가만히 있고 초등학생이 옆의 어른 얼굴 보고 그 어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자신의 목소리로 그의 말뜻을 접수원에게 전달해 준다.

 

순간 아!  어른은 말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고 아이는 아마도 모르건대 자녀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접수원이 방문을 하게 될 때 어떻게 문을 열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이는 팩스에 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전화가 왔다고 아는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야무진 답을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부자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는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고정된 시선들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으로 모아지고 그 편협한 생각의 편견은 결국 그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들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연신 생각해 보게 되는 책-

 

주인공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이다.

사실 코다란 의미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을 뜻하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약자를 칭한다.

 

부모와 형이 모두 선천적인 농아이고 자신만 유일하게 가족 내에서 듣고 말하는 것을 하게 된 아라이는 어린 시절부터 내내 가족들의 모든 말의 내용을 수화를 통해 통역을 하고 살아가던 사람이다.

 

경찰서 내의 경리 사무직으로 일하던 중 뜻하지 않는 양심선언에 퇴직을 하게 된 후 일자를 얻으려고 알아본 끝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수화를 통해 수화 통역사의 직업을 갖게 된다.

 

이 책은 17년 전에 일어난 농아 시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체포된 몬나라는 사람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이후 17년이 지난 오늘, 그 시설의 원장 아들의 죽음으로 발생한 사건의 연속성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느 날, ‘펠로십’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젊은 여성 대표가 그에게 접근하면서 자신들의 일에 같이 일을 해 줄 것을 청하게 되고 이는 곧 몬나와의 사건과 연관이 있는 사건으로 뛰어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된다.

 

흔히 말하는 농아, 우리들은 보통 청각장애로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농아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수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사각지대에 몰린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나이 든 사람들이 겪는 애환들과 우리나라 책 ‘도가니’를 많이 연상하게 하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힘없는 아이들이 겪는 일을 같이 들여다보게 한다.

 

책은 냉혹한 현실을 기반으로 10대의 딸이 겪었던 상황을 아버지로서 겪게 되는 심정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의 연결을 보여주면서 주인공 아라이, 자신 또한 그들의 생활 일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코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를 원치 않았던 정상적인 길로 들어서길 갈망했던 지난날의 삶을 같이 보여준다.

 

보통 이런 책들은 범인의 살인 동기와 그 과정, 그 이후에 밝혀지는 사건의 내막들을 시종 냉혹한 시선과 빠른 전개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읽으면서 찡한 감동과 가족애를 많이 생각나게 한 책이었다.

 

‘그때 몬나의 딸이 자신에게 향한 쏘아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수화.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자신은 어느 쪽일까?

 

그 물음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옭아매 온,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 p 89~90.

 

17년 전의 한 어린 소녀가 물었던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던 아라이-

여전히 자신의 삶 앞에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픈 성장기와 사건의 연속 추리를 풀어헤쳐 나가는 와중에 깃든 생각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동안 단순히 그들만의 삶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왔던 평범한 우리들의 삶에 다른 관심을 기울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살인사건이란 설정 속에 이런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는 책을 드물게 접한 만큼 비록 죄를 지은 살인범의 죄는 법의 절차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겠지만 왠지 이들 가족에 얽힌 죄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잔잔한 메아리를 계속 던져보게 한 책이다.

 

 

책 뒤 말미에 저자의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자신의 생각과 역자의 말도 그렇고,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의 해설을 같이 읽음으로써 그 감동을 더욱 깊게 받을 수 있는 책이기에  책의 크기나 두께에 비해서 그 내용은 진한 여운이 남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스팸 댓글에 대해서….

요즘 들어서 많은 스팸 댓글들이 올라온다.

인기가 많아서인가?(^^)..

ㅋㅋㅋ…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외국에서 스팸이 많이 오는지…

내가 그렇게 유명 인사도 아닌것을 뭔 정성으로 올리나 싶었는데…

그렇다고 내 글에 대한 댓글이 내용이 맞는다면 그나마 못쓰는 글이라도 구글 돌려서 번역해 댓글을 달아주고 싶지만 이건 내 글을 제대로 읽고서 댓글을 올리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무성의한  댓글을 볼 때면 화가 날 때도 있다.

한 예로 몇 달 전,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지은 ‘임신중절’이란 책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저자의 살아온 이력이나 그의 생각 철학이 내포된 글이란 점에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쉽게 접하기도 쉬웠던 책이었는데, 댓글 올라온 것을 보니 스페인 문자가 보인다.

뭐지? 하는 생각에 먼 나라에서 올려주신 글이니, 정성을 생각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는 절차로 이행했다.

결론은 제목 그대로 임신중절에 맞는 약 선전에 대한 글이었다.

헐~~ 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

적어도 댓글을 올릴 생각이 있었다면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고서 올려야 하지 않나?

아무리 지구가 좁아졌고 www.로 인한 편리성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이것 아니다 싶다.

글을 올리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야 함은 물론  제목만 보고 성의 없이 댓글을 다는 자세는 컴을 이용하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자세로서는 소통이란 기본자세가 안되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도 여지없이 많은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이건 뭐 한류스타도 아닌 내가 그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같은 소통을 나누어볼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저버리게 하는 글들이 여전히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조선 블로그로 글을 올릴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위블을 사용하고부터는 전 세계적인 소통이 더 넓어진 탓인지는 몰라도 모르는 활자와 글들을 볼 때면 황당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손가락의 수고를 칭찬해주는 수밖에~

하루에도 여러 번 올라오는 댓글을 지우느라 애쓰는 내 손가락들과 마우스, 그리고 위블의 휴지통은 조만간 배가 불러서 빵 터지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은 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내 위블이 깨끗해지니 육체적인 노동의 까딱까딱 손가락 운동에 기대할 수 밖에…

 

오늘도 내 위블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할 댓글의 잔치로 손가락, 마우스, 휴지통의 삼종 세트가 분주하다.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하다고말해

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믿고 읽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인 ‘미안하다고 말해’를 접했다.

전작들의 연작도 그렇지만 별개의 작품들도 강한 인상들을 지을 수 없었던 만큼 이번의 작품 또한 아프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단골 메뉴인 어린 소녀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행하는 인간말종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설가들이 그리는 내용들은 심히 마음의 불편함을 전달해준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로 시작되는 첫 구절은 강렬하다.

죽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의로 가출한 것도 아닌, 이곳이 어느 곳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갇혀 있는 소녀 파이퍼는 친구인 태쉬와 같이 붙잡혀 있는 상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인 빙엄 축제에서 홀연히 사라진 두 소녀는 과연 누가, 왜 , 어디로 감금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찾던 사람들을 조롱하듯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을까?

 

온 마을과 경찰들이 출동해서 이들을 찾지만 결국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소녀가 호수에 빠진 채 발견이 되고 그 근처의 집에선 부부가 화재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조 올로클린은 딸 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만나지만 이내  사건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결국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소녀가 죽었단 사실, 부검을 통해 그녀는 태쉬로 밝혀지고 사건은 3년 전 실종 상태로 미결인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려놓는다.

 

책은 파이퍼가 들려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서 조가 바통을 이어받아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경찰과는 달리 파헤치는 경위를 들려주는 것으로 엮어진다.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태쉬와 이와 어울리는 파이퍼의 학교 생활과 그 나이에 부딪치는 질풍노도의 시기들은 한 번쯤는 거쳐가는 반항기를 그리지만 여기서 그리는 두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생활들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인간에 의해 서서히 파멸되어가는 과정, 그 가운데서도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던 파이퍼의 피나는 탈출기가 조의 수사력과 맞물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 제목인 ‘미안하다고 말해’는 책 대화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 과연 누가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과 처절함, 긴박함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말인 동시에 정작 이런 일들을 빨리 해결해주지 못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정신 속에 빗나가 버린 정상을 넘어선 이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의 구성을 잘 표현한 저자의 글은 기존 작품의 성향을 느끼게 해 주면서도 조 올로클린의 내면적인 외로움과 아버지로서 느끼는 딸에 대한 생각과 시선들과 행동들, 여기에 실종된 딸 또래의 소녀들을 생각하면서 범인의 프로파일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범인에 대한 확신을 헛발짚 게하는 구성의 과감성이 돋보이는 책, 덧붙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범인의 실체와의 대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끝까지 범인을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만큼 파이퍼가 그리는 상황들은 읽는 내내 답답함과 남겨진 가족들의  해체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저질러지는 모든 일들의 상처가 안타까움을 전해주었기에 읽는 내내 분함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책에서는 우연히 들른 화재 장소에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가하는 마을 사람들의 악마의 모습들을 표현한 장면들이 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지만 개개인들이 암묵적으로 협동해서 저지른다면 그 죄에 대한 인식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을 수 있게 한다는 심리들, 그 심리는 결국 애꿎은 한 인간을 죽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인간이 지닌 또 다른 내면에 숨겨진 본모습들을 표현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주제로  모순적인 모습들을 부각함으로써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이 책 또한 결코 시원스러운 해결의 맛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파이퍼에게만은 적어도 ‘미안하다’란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