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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기, 이응준 이설 집

영혼무기

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저자의 작품을 처음 대한 것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이었다.

독특하게도 정치적인 노선이 반대인 두 남녀의 로맨스물을 그리면서도 정치에 몸 담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차후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은 케이스다.

 

그런 그가 이번에 기존에 글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놓은 책의 제목이 바로 ‘영혼의 무기,  아응준 이설 집’이다.

 

이설 집이 생소했던 제목이기도 했지만 벽돌 두께를 자랑할 만큼의 무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글들이 압도하는 느낌은 대단했다.

 

 

책의 구성은 총 7개의 큰 챕터로 나눠져 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 기록의 저자 개인의 생각이 담겨있고, 대담과 인터뷰,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는, 저자의 글들은 그의 팔방미인 격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그가 몸 담고 있는 분야만도 시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각본가. 영화감독…..

대단하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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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신도 “산문가도, 소설가도 아닌 ‘이설가’를 꿈꾸었다”라고 말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가 글쓰기는 직업을 통해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 내는 구절구절마다 그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하고 더군다나 최근의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 시비에 대한 작가로서의 한국 문단의 비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쓴 글들은 견고한 성에 부딪쳐 자신의 소리가 없어질지라도 언젠가는 그 자료는 남는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한국문단이 어떤 반성과 성찰을 거쳐 기성세대의 작가들이 걸어가야 할 양심들을 독촉하는 글은 인상적이었다.

 

정치면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지향하는 현 세태의 지지자들을 향한 자신의 생각들이 산문집이란 형식을 빌려 무섭도록 냉철하면서도 가볍게 읽히기도 하고 논리적인 생각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이채로움을 준다.

 

더군다나 작가로서 자신이 사랑한 문인들에 대한 글, 독서 편력에 대한 책 소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 선택에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과 함께 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게 하며 특히  [김수영 전집 2]에 대한 애정은 남다름을, 생활 주변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반려견이었던 토토란 강아지와 시인 함성호 씨에 대한 이야기는 묵직한 주제에 익숙하다 일변하여 가벼운 모드로 돌아서게 만드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

독서는 독서에 대한 명상이자 수행이고 장인의 방법론이기도 한 것이다. -p104-

 

 

 

특히 함성호 시인과의 관계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기에 부러움을 느끼게도 해 주고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쓴 글들은 그 자신의 내밀한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타인에 대해 말할 때 느끼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처럼 이응준이란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이 산문집은 그간 그가 지난 세월에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열어놓은 글들로 차 있기에 조금이나마 작가에 대해 알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안녕, 아프리캇.,,,,,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캇

안녕, 아프리캇
마쓰무라 미카 지음, 김해용 옮김 / 달콤한책 / 2017년 1월

몇 해전에 방송에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무역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회사원들을 초대해 매주마다 그들의 생활을 물어보고 경청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엔 생소했던 미주 지역이나 유럽이  아닌 아랍권과 아프리카 쪽에 근무하거나 출장으로 갈 때마다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그들의 생생한 현장에서 오는 소리, 그리고 화면에 비친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보면서 재미와 함께 도전하는 그들의 취재 기를 재밌게 봤던 기억을 떠올린 책이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젊은 층에게 도전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이 책은 좌충우돌 젊음이란 재산 하나로 미지의 세계인 아프리카란 나라를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아가는, 그러면서 진정한 자신의 도전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아프리카란 대륙에 대한 흠모를 가지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예전처럼 이미지가 크게 와 닿지만은 않지만 종합상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내로라하는 실력파들을 대거 차출해 회사에서  역량을 쏟아부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주인공 역시 종합상사에 근무하고 5년째 컴퓨터 관리업무를 하고 있는 다이키다.

 

자신의 주 전공에 맞는 부서임에도 항상 어릴 때부터 가졌던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하고픈 열망은 상사의 추천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드디어 도착한 곳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는 실제 부딪치면서 겪게 되는 아프리카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더군다나 중국의 공세 때문에 일본이라는 자국의 제품을 팔기 위해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그들의 실정에 맞는 것을 맞추되, 이익도 챙겨 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날치기를 잡다 걸린 파상풍으로 인해 영국 런던까지 가서 치료를 받게 된 다이키는 인생은 새옹지마란 말을 공감하게 보여주듯 그곳에서 만난 잠비아의 뮤지션을 만나게 되는데….

 

경제소설이라고 해서 어려울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 보인 장면들이 있어서 장르를 실감하지 못하게 한다.

 

아프리카 대륙이 지닌 제국 식민주의 역사와 해방 이후 또 다른 국내의 민족들끼리의 갈등을 보이는 나라들이 여럿이고,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하는 나라마저도 부패된 정부의 통치로 인한 문제점들을 다이키와 그의 상사의 대화와 또 다른 현지에 있는 일본인들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간단하게 거대한 아프리카의 풍물과 자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한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란 책이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발로 뛰고 가슴에 담긴 열정 하나만으로도 자국과 자신의 회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을 우리 상사맨들의 모습들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마도 자원이 빈약하고 그 빈약한 가운데 미지의 세계를 뚫고 당당히 그들과 함께 한다는 공동 의식의 발현을 누림으로써 보람을 느껴가는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지금은 아랍권의 종교에 따른 할랄에 맞춰 화장품 생산도 현지인의 요구에 맞는 형식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는 방송 소식과 함께 이미 세계는 한지붕 아래 각기 흩어져 살고 있다는 의식이 있는 만큼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쟁취해 나가는 다이키의 모습이 더욱 열정적으로 다가오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아프리카 특유의 느긋한 성품대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

지금 자신의 진로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아감에 있어 생각이 많은 친구들에게 이 책은 잠시나마 위안과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대들이여~

하쿠나 마타타!!!!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돌이킬수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악당’이란 책을 접한 후 작가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게 됐다.

‘법’ 안에서 다뤄지는 일괄적인 선고 이후 남겨진 피해자의 가족들의 심정이나 이미 엎질러진 자신의 과오를 법대로 모든 절차를 마친 가해자의 입장을 그려보게 된 책의 내용들은 여전히 그 잔상이 깊게 남아있게 했다.

 

이 책은 자신의 과오를 뒤로하고 갱생의 길처럼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자신과 같이 동업을 제안해 온 오치아이와 함께 바와 레스토랑을 겸업하는 사업을 시작한 무카이에겐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가게도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았고 단골손님도 생겼으며, 직원으로 채용할 두 명을 두게 된 여유까지 생긴 그에겐 말 못 할 고민이 생긴다.

 

자신의 희망 없던 삶에 벌어진 사건으로부터 도망쳤던 그는 어느 노부인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약속을 하게 되고 그 보상으로 자신의 과거를 모두 지우면서 새로운 이름과 함께 살아가게 된 것-

 

이 사실은 그 후 15년이 지난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됨으로써 벌어진다.

 

-그들이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이 문장으로 인해 그는  15년 전의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데, 사실 그 약속이란 자신의 딸을 무참히 가두고 강간과 모든 악 행위를 저지르고 죽인 두 범인들을 죽여달란 것, 하지만 이미 제대로 가정이란 울타리를 꾸려가던 그는 차마 이 일에 동참할 수가 없게 되면서 협박을 받게 되고, 이어 그는 양단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데….

 

피해자의 가족들은 가해자의 선고 자체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도 이미 법이 정한 선고에 따라 수긍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공정한 법의 판결이 이루어진 판결이라고 해도 남겨진 자의 상처는, 더군다나 자신의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범인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버젖이 법의 구형만 마치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괴감은 그 어떤 감정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량을 마치고 나왔더라도 과연 그는 제대로 자신의 죄를 씻고 나왔단 인정을 받는 것인가?  정말로 이제는 세상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조차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여기에 더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자신의 자식이 참혹하게 죽었는데 고작 법 선고는 몇십 년에 불과한 선고 형량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나마 위안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한가? 를 그려낸다.

 

또한 주인공처럼 아무런 희망이 없던 상태에서 자신의 과오를 모두 지울 수 있는 협상의 제안을 받았고. 이를 시행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인가? 에 대한 다양한 물음들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세상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형태의 끔찍한 범죄들을 접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감정의 세기를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이에 어울리는 처벌 정도에 대한 기대를 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위의 무카이처럼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가족이 오히려 해를 입게 된다는 협박을 받았을 때의 결단을 어떻게 내려야만 할 지에 대한 심리를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과정이 반전과 글의 흐름에 있어서 우연히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이 연결되는 점들이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무카이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들의 일상들은 그와 연관되어 있던 주위 사람들의 심리마저 피폐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진행이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를 연신 맞춰보게 되는, 그러면서도 일반 추리소설과는 달리 사회적인 시선에서 그려 볼 수 있는 주제를 삼아 다시 한번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만이 갖고 있는 재미와 스릴,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갈등의 폭을 잘 그린 저자의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끝까지 자신을 추적해오고 협박하는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무카이란 인물에 동정이 가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과오와 연결되어 버린 범인의 정체는 반전의 맛은 바로 이것이구나 라고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제51회 에드가와란포상 수상작가답게 사회의 그늘진 면을 수면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범죄와 범인,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을 모도 들여다볼 수 있게 그린  그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진 책이다.

 

 

오늘도 비움…미니멀 라이프 실천

오늘도비움

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웰빙 열풍에 이어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인 모양이다.

우연히 접한 방송에서도 방송인 모델 이소라의 집만 봐도 그렇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연신 집안과 가방, 옷, 화장품, 신발….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점수를 매기게 되는 책이다.

 

저자는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20대를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린 결론에 의해서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에세이면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나도 이번엔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솔직히 말하면 난 미니멀 라이프와는 거리가 아주 먼,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한 편에 속한다.

유행에 뒤떨어진 옷이나 치수가 맞지 않는 옷을 사게 될 경우 내가 입지 않으면 주위 지인에게 줘도 되는 것을 굳이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언젠가는 유행이 돌아오겠지, 작지만 남 주기엔 내가 너무나 아끼는 옷이라 줄 수가 없다는 고민에 쌓인 적이 많은, 더군다나 가장 최악은 책이다.

 

읽어 보고 다시 한번 읽어야지 하면서도 손도 못 댄 책이 수북이 쌓이다 보니 요즘 내 방은 사람이 사는 방이 아닌 책이란 무덤에 뒤덮일 정도의 책장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된, 주인이 나인지, 책인지 모를 정도가 되어 버렸다.

 

가방은 또 어떤가?

책은 필수로 읽지 않아도 가지고 다녀야 하기에 소형 사이즈의 가방은 꿈도 못 꾼다.

갈 장소의 선택에 따라서 굳이 책을 넣지 않을 바엔, 차라리 최소한의 필요한 물품만 넣고 다녀야 함을 알면서도 습관이란 것이 쉽사리 버리지 못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면서 고쳐야 할 점이 많음을 느낀다.

 

저자의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은 이미 모든 것을 실행해 본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진 실천 방안이기에 더욱 와 닿는데, 흔히 동양화에서 말하는 여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꽉 들어찬 가구와 얼굴에 필요한 화장품의 용도들, 속옷, 액세서리 정리와 냉장고  정리, 가방 정리에 이르기까지 혼자 살면서 터득한 심플 라이프의 생활이 주는 단조로움의 즐거움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비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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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미국 연예인은 머리 샴푸를 천연 식초와 다른 식물을 섞어서 감는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거품이 풍성하고 바로 씻기는 편리를 주는 요즘의 샴푸에 비하면 머리털이 뻣뻣하고 감은 티가 안나는 천연 사용법은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털이 적응을 거쳐서 오히려 자연의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는 한 때는 나도 이런 방법을 해보면 어떨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막상 실천하려니 엄두를 못 냈던 기억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기억에 되살아난다.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도 신경을 알게 모르게 써야 하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대에는 아무래도 이런 실천 자체가 처음에 하기는 버거움이 있을 것 같지만 저자처럼 비움으로  비우는 삶, 그리고 전. 후로 나뉜 글들을 접하다 보면 오히려 비움이란 말이 주는 뜻이 더욱 가득 채움으로  연상시키는 느낌을 전달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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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대 집에서 8평대에 이르기까지 살아 본 집들에 대해서도 그린 글은 인상적이다.

남들처럼 카펫은 아니더라도 러그로 대체를 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랑 욕실 앞에만 발 걸레 용으로 놓은 것 하나만으로도 단조로움과 단순함을 같이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들, 뭐든지 최소한의 용도만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는 글들을 보니 저자의 문구에서도 더욱 그 체감을 실감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에 집착하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내 한 몸보다 중요했던 청춘의 시기가 지났다. 이제 그럴듯한 겉모습이 아닌 진짜 잘 사는 것에 집중한다. –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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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것 없이 차근 차근 하나씩 오늘도 비움-

 

책 제목처럼 복잡한 것을 치우고 휑한 느낌의 거실이 오히려 넓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단조로움이 주는 고요함이  생각의 깊이를 더해 줄 수도 있는, 최소한의 가짐으로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결, 지금 바로 미니멀 라이프로 실천해 봄이 어떨지…

 

행복을 느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소소한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행복감도 무척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골든바흐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양장) – 최고의 수학 난제가 남긴 최고의 수학소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7년 1월

수학을 좋아하십니까?

 

나의 경우엔 전혀 아니올시다! 하고 크게 소리쳐 외칠 만큼 학창 시절 내내 고루 분포한 과목들의 점수들을 무참히 깨져버린 주범이 바로 수학이란 과목이었다.

 

하다못해 수학이란 자체를 발견해낸 인물에 대한 원망이 사무치다시피 했을 정도라면 상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능할 거라 믿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간에 오르내리는 수학계의 난제들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면 관심을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복잡한 세상에, 더군다나 사회에 나가보니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의 복잡했던 부분들의 파트가 전문적인 분야에 몸담고 있지 않고서는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국제적인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을 보노라면 부럽기도 했다.

 

인간이 온전히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얼마만큼의 열정과 성의, 그리고 여기에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까지 갖춰졌을 때에 이룰 수 있는 성과는 결과에 따라서 어떤 인정들을 받게 될까?

설사 그것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도 결과에 이르렀을 때는 실패란 것으로 나타났을 때 우리들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있는지……

 

때론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책 속에서 이런 류의 내용들을 접하다 보면 목적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할까, 아니면 결과가 결국은 모든 것을 판단해 주기에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할까?를 생각해 보곤 한다.

 

여기 이에 대한 생각을 던지는 책을 접했다.

제목 자체가 너무나도 흥미를 이끌었기에, 수학이란 부담감이 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란 장르에서 어떻게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이해를 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접하게 된 책이다.

 

세계의 수학 난제 중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못한 문제 중의 하나인  골드바흐의 추측-

바로 이 문제에 자신의 온 생애를 다해 몸을 바친 어느 수학자의 이야기다.

화자인 ‘나’는 수학자의 조카로서 어린 시절 삼촌을 우상처럼 생각하고 자랐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그 밖의 집안 식구들조차 삼촌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으로 인정하며 그의 삶을 비꼬고, 무시를 한다.

 

오죽하면 화자의 아버지 왈,

 

“사람은 모름지기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목표만을 세워야 하는 거야. 그게 인생의 진정한 비결이지. 물론 목표를 이룬다는 건 당사자가 처한 환경이나 지위 또는 능력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지.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목표는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거야.”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살아온 나는 삼촌이 체스의 달인에 버금가는 월등한 실력자요, 수학협회에서 초청장을 받을 정도의 대학교수 출신의 유명 인사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 또한 삼촌처럼 수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자 결심을 한다.

 

자신의 결심을 삼촌에게 말하게 되고 삼촌은 수학자로서의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나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기한 내에 풀어올 것을 약속받는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라고 명시된 문제는 무척 쉽고도 이해가 가기 쉬운 것처럼 예상했지만 결국 풀지 못하고 그 문제 자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난제에 속하는 문제임을 알았을 때, 자신을 속인 삼촌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간다.

 

이후 삼촌의 입을 통해 회상하는 식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 책은 삼촌이 왜 하고 많은 연구 중에서 수학, 그중에서 내로라하는 다른 유명 수학자들이 하는 문제를 제쳐두고 골드바흐의 문제에 집착을 하게 됐는지, 그 이후 젊은 시절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실패했는지를 알아가는 이야기 식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우선, 글 전체에 흐르는 전문적인 수학용어와 풀이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 수학에 친근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전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 자신이 수학을 전공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약간의 끈기를 필요로 한다면 나만의 문제에 한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다만 이 부분들을 넘기고 나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윤곽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가 있는 전형적인 소설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쉽게 읽힌다.

 

 

 

저자가 소설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그려 본 한 수학자의 집념 어린 연구의 실적은 당시의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군사에도 이용될 만큼 연구를 하는 성과를 거둔 것 외에도 오만에 가까운 독자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타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끊고, 가족 간의 교류도 끊은 채,  오로지 독자적인 연구를 하고, 중간 성적의 결과 발표를 미루다 결국 다른 사람의 연구 발표로 자신의 연구가 허물어진 사연, 그 뒤에 유명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연구를 그만둔 사연까지….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수학계에서 보면 실패자다.

수학계에서 통용되는 연구성과가 나이에 한계가 있단 사실과 이로 인한 조급증,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과도 없고, 그나마 자신의 성과를 돋보이기 위해 경쟁자의 죽음조차도 반겼던, 그러면서도 노후에 이르면서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노회 한 노 수학자의 열정은 실패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을 듯싶다.

 

화자인 ‘나’가 삼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신 또한 수학자로서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단 한 구절. “진정한 수학자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란 이 말로 대표되는 이 이야기의 구조는 실존했던 유명 수학자들과 교류를 나누는 가상의 인물 페트로스 파라크리스토스를 통해서 만나 볼 수 있고  앨링 튜턴의 등장은 삼촌의 연구에 괴델처럼 영향력을 미친다.

 

더 이상 골드바흐의  문제에 대해 연구를 포기한 사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청춘의 모든 시절을 바치며 연구했던 그 시간들에 대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실패자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었던 수학이란 학문에 대해서, 동료들을 비웃으며 오만이란 감정이 들어가기까지의 광기 어린 열정이 들어있었던 그 시기에 대한 연구 열정은 비록 문제의 해결을 풀지 못한 채 일반 노인들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왔을지라도 과정만큼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쏟아부을 만큼의 그 어떤 것이 있었다면 먼 훗날 회상을 해보더라도 결코 후회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던지게 책이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깨달음은 후회하더라도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가치가 있음을 알려 준 책이 아닌가 싶다.

 

35개 외국어로 번역 출간이 되고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에 선정된 책이다.

 

 

                                                                                                                          
                                            

와당의 표정

 

 

와당표정

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한 나라의 대표적인 것을 찾고자 할 때에 쉽게 접하는 경우 중의 하나가 건축물이다.

당 시대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장점 이외에도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 진가 옆에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되는데, 이런 가운데 아마도 가장 우리들 곁에 친근하게 있으면서도 지나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와당이다.

 

와당은 우리나라 말로 수막새다.

저자의 말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의해서 쓰였던 것이 차후 여러 나라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양이 곁들이는 예술적인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가 있다.

 

수막새란 말을 두고 왜 와당이란 말을 썼을까?

아쉽게도 이 책은 우리나라의 수막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중국의 고대 문양에서 발췌한 것을 다룬 책이라서 그렇다.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나온 시대의 연구나 흐름을 비교해 볼 때에 유용한 연구 자료로써도 가치가 있는 만큼 이 책은 총  크게 4부로 나뉜다.

 

제1부는 전국시대 초기의 반원형 와당으로, 제2부는 평범한 동물부터 가상의 동물인 주작, 청룡, 현무 같은 것으로 표현, 제3부에서는 다양한 구름의 모양과 꽃문양을 , 제4부에서는 교훈과 축원의 의미 등을 담은 글자들을 표현한 길상문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타의 책들보다 설명 부분이 앞 서문에 그치고 왼쪽에 와당 그림과 함께 오른쪽에는 해석의 형태로 간략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국시대 제나라 와당 전국시대 진나라 섬서 봉상 출토 진나라 서안 교외 출토 하나라 장안성 출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자세한 와당의 역사 흐름을 기대했던지라, 실망스럽던 부분이 있지만 자세히 그림과 함께 글들을 같이 읽어 나가니 백지에 담긴 간략한 문양과 글에 담긴 곳 외에 다른 부분의 여백 부분을 내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을 주었기에 그 나름대로의 운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도시 근교에서도 오래된 고택을 볼 기회가 없는 시대이다 보니 이런 책을 통해서 그나마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 외에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수막새 형태도 같이 기록해서 비교해 보면 어떻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와당이 지닌 의미는 중국의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반원형에서 차차 원형의 형태로 발전이 되고 그 형태 안에 들어있는 그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그림처럼 보이는 글자를 통해서 글자를 맞춰보기도 하고 그 의미를 해석해 읽기 전 맞춰보는 시간도 가지게 되는 책이기에 모든 것의 변화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타당성이 공존함이 존재함을, 더 발전된 와당의 하나하나의 문양이 전해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책이기에 읽어 보면 좋을듯 하다.

                                                                                                                          
                                            

 

 

왕은 사랑한다.

왕사랑

왕은 사랑한다 세트
김이령 지음 / 파란미디어 / 2011년 8월

 

 

 

책을 선택하고 다시 읽어보기는 오래 간만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의 때가 묻다 못해 너덜 해진 상태의 책을 손에 넣고 보니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요즘은 동네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할 때에 이런 로맨스 소설들은 희망 도서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지만 2011년 당시만 해도 신청하면 바로 첫 순서로 읽을 수 있었다.

그때에 바로 신청해서 읽었던 책을 다시 재 신청해서 받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기있는 도서라면 장르에 구분없이 희망 도서로도 받아 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게 한다.

 

 

벌써 이 책의 신간 소식을 접하고 읽은 지도   6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타의 로맨스 소설에서 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 외에도 역사라는 실제 공간에서 살다 간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를 다룬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다시 읽은 목적은 올 상반기 방송국에서 드라마화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부터였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로 만나다면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란 기억, 더군다나 세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워낙에 돋보였던 작품이었던지라 과연 누가 이 인물에 적합한 사람으로 탄생이 될까를 상상했었던, 나름대로 내가 드라마 제작자라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꿈도 가지고 있었던 책-

 

여전히 다시 읽어도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라는 실제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실들 곁에 약간의 살을 붙이되,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알면서 읽어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고려의 역사를 그린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신라, 백제도 그렇지만 고려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조선만큼 넓고도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현실 속에 이 책은 고려의 최초의 혼혈 왕이었던 세자 원, 즉 충렬왕과 안평 공주(후에 원성 공주, 제국 대장 공주)사이에 태어난,  후에 충선왕으로 불린 실존 인물의 인생 일대기와 맞물려 그려나간 역사 로맨스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절친인 종실 수사공(종친에게 주는 정 일품의 명예직) 왕연의 삼남인 왕린과 막역한 사이였던 원은 밀행식으로 거리에 나서던 어느 날,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미소년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구해주던 중,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다.

물론 당시에는 그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자신과 린이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 금과정에 초대를 하게 되고, 이후 그 셋은 찰떡궁합처럼 모이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소년의 실체는 여자, 왕족 영인 백의 외동딸로서 공녀로 차출될 것을 염려한 거부 상답게 딸을 보호하고자 얼굴에 사고가 난 것처럼 소문을 퍼뜨려 별채에 감금을 당하고 지내던 상태다.

그렇지만 활달한 그녀의 성격은 여자로서 보다는 남자에 가까운 활기 넘치는 행동에 힘입어 자신의 단짝인 시녀 비연으로 하여금 자신으로 대신하게 하고 밖으로 나간 결과, 결국 세자 원의 눈에 들게 된 것-

 

 

책은 총 3권으로 장장 십 대 초반의 세 사람의 인생이 역사의 기류와 흔들림 속에 ‘사랑’이란 감정을 두고 왕과 린, 그리고 산이란 이름의 여인의 기구하고도 각박한, 그러면서도 린과 산의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역경이 당시 몽골제국의 대도, 타클라마 사막과 토번까지 이어지는 긴 흐름을 보여준다.

 

왕이란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일들을 이루는 권력자는 아님을, 이 책은 더군다나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왕이란 존재를 허물고 오로지 산이란 여인에 대한 깊은 감정에 몰입한 나머지 린과의 사랑을 허락지 못했던 원이란 남자의 집요하고도 광기어린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내 곁에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린이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한 ‘산’을 사랑한다는 사실, 아니 그 둘이 서로 사랑함으로써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단  그 배신감에 젖어 린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광기는 곁에 믿을 수 있는 부하란 존재를 떠나서 차후 왕에 오를 위치와 세자란 위치에 갇혀서 지낸 원이란 남자의  극도로 변해버린  분노로 인한 행동을  표출해 낸 사건으로 그린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인물, 당시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의 실정에 맞물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치열한 선위 경쟁의 다툼 속에 이를 이용하고 자신의 독보적인 권세를 누리고자 했던 송인이란 인물의 고도의 이간질 전략은 사뭇 다른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독자들을 쥐락펴락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세 사람의 주된 감정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또 다른 ‘사랑’이란 방식에 눈길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

 

공녀로 차출될 뻔한 자신을 구해주고 정비로 삼은 원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지만 실제 사랑을 받지 못했던 ‘단’의 슬픈 인생 항로, ‘산’의 시녀 비연과 무석의 안타까운 사랑, 목적을 위해 아내를 둔 몸으로 비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비연을 대하는 감정 속에 사랑이 움트는 과정과 고뇌, 무석의 아내인 송화가 그리는 해바라기 사랑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필도의 해바라기 사랑, 송인의 무차별적인 계획 속에 하나의 소모품인 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그가 원하는 대로 왕의 곁으로 간 옥부용이란 여인, 결국엔 송인도 그런 무비의 죽음 때문에 철저히 자신을 파괴해가면서 변해가는 복수의 화신으로 바뀌는 모습, 변함없는 린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자신이 사랑을 쟁취할 것이란 확신 아래 8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베키란 여인의 사랑은 세 권의 책 속에 들어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법을 모두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세월이 흘러 옛 일을 회상하는 원의 현재의 모습과 그런 원을 뒤로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린과 산의 모습들이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안타깝고 서럽게 느껴진다.

특히 모든 권력투쟁 속에 고려란 나라의 위치와 간당간당 위태로웠던 날들을 견디며 살아왔던 원이  결국 눈을 돌려 보니 자신의 주위에 남은 자라곤 호위무사 진관뿐이란 사실~

 

헤어질 당시의 모습만을 기억하길 바라는 원의 회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린의 자식을 우연히 상봉하는 장면은 더욱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아련함을 전해준다.

 

고국인 고려에서조차도 진정한 고려인으로서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반은 고려인, 반은 몽골인으로서 고국의 미래를 위해 애를 썼던 충선왕, 실제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니 책 속에서의 인생을 표현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의 실존과 허구를 적절히 그려낸 작가의 설정은 그렇게 우리들 곁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란 이름 앞에 10년 이상을 떨어져 다시 만나게 된 린과 산의 운명 같은 해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왕이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다시 번복될 수 없는 상태로 돌아간 그들이 정착하려고 한 세계가 어쩌면 최후의 보루였음을, 다시 만나고 싶지만 볼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현실 속에 갇힌 세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장면 하나하나가 참으로 잊을 수가 없게 한다.

 

임시완과 윤아가 주인공으로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임시완의 모습이 책에서 그려지는 원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든다.

다만 여자 역의 ‘산’이란 역할은 책에서 묘사한 생김만을 보자면 임시완만큼은 아니라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드라마가 책에서 그려지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 법이라, 차후 방영될 예정인 여주인공의 활약이 기대된다.

 

총 세 권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 다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설렘을 전해 준 책, 이 책의 드라마를 보면서 책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기다려 본다.

분서자들1

 

분서자들

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인간의 역시 이래 인간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무리들에 의해서 시행되던 역사의 한 예를 보더라도 그들이 했던 사악한 행동들은 지금의 우리들이 배우는 역사의 한 장면에서, 또는 각기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그 사례들을 접해 볼 수 있는바, 가장 고도의 전략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 ‘책’이 지닌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무척 어렵게만 들리는 듯도 하지만 중국의 분서갱유나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들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뭇 무척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그려낸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등장인물들과 함께 모험을 즐긴 듯 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프랑스 투르 대학에서 예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한 마린 카르테롱이란 작가의  데뷔 소설로 2017년 현재 65000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작품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어른들도 함께 같이 즐기면서도 읽을 수 있게 그려낸 흐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주인공은 두 남매, 14 살인 오귀스트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동생 세자린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친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계신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자신의 가문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흔히 서양에서 다루는 십자군, 특히 템플 기사단의 등장은 다른 책에서도 보인 바와 같이 여전히 역사 속의 한 면을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우리들에게 모험과 그들의 기사도 정신들을 흠모하게 만드는데, 이 책 역시 오랜 세월 인간의 사상과 역사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피해를 입게 되는 무모한 집단의 분서자들과 그들에 맞서 싸워왔던 오귀스트 가문의 사투를 그린다.

 

무려 2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맞서 왔던 비밀 결사단의 대결을 그린 소설로 전학 온 학교 내에서조차도 오귀스트를 위협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 비행 청소년으로 몰릴수 밖에 없었던 오귀스트가 차마 자신이 하고자 했던 행동들의 상황을 밝힐 수 없는 힘든 여건들이 여동생의 비밀장소를 밝혀내는 것과 합쳐서 시종 긴장감과 모험, 유쾌한 유머까지 곁들인 현재적인 시각과 과거가 교차하면서 그려나가는 장면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여기엔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과 애정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발전해 가는 문명 기술 중에서 과연 책이란 존재는 계속해서 영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곁들이게 한다.

 

 *****  책은 특정한 물질적 형태로 인간의 능력을 시공간 너머로 이어주고 의미를 전달해주는 기술적인 물건이다. (중략) 여기서 책을 만들어내는 제작 기술을 내용을 보존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책은 사상, 시대, 작가의 불멸을 의미한다. 책은 인류의 과거를 기술하고, 인류의 현재를 새기고, 인류의 미래를 예고한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모든 문명의 사상가들이 책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인쇄한 것, 그것이 책이다. – p. 85

 

 

삼총사로 뭉친 오귀스트, 네네,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이자 자신의 가문과 앙숙인 가문의 아들이지만 자신과 뜻을 같이 해주는 바르톨로메와 함께 새로운 삼총사를 결성하는 일, 여기에 첫사랑의 대상인 이자벨의 출현과 괴짜 선생님까지 합세한 가운데 과연 분서자들과 대적할 만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을지, 다음 2.3부가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빠른 전개와 시 시적 절하게 다루는 주인공의 무술 실력은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시키게도 하는 만큼 사뭇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다룬 저자의 상상의 한계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종합적인 모든 요소를 다룬 소설인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화랑 이야기

화랑화랑 이야기 – 사다함에서 김유신까지, 신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름다운 고대 청년들의 초상
황순종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요즘 월화드라마로 ‘화랑’이란 사전 제작 드라마가 방영이 되고 있다.

이미  ‘선덕 여왕’이란 드라마에서 화랑에 대한 존재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이 들었지만 지금 방영되고 있는 ‘화랑’이란 드라마에서 보이는 더욱 구체적인 그들의 세계를 그린 것이 다소 약한 면이 없지 않았나 싶어서 시청하고 있다.

 

처음 신라에 대한 역사를 접하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전혀 상상이 안 되는 대물림의 직위체계를 갖고 있었던 미실의 가문이나 당시 왕의 위치로서 행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과 골품이란 독특했던 제도가 갖고 있었던 이점과 결함을 모두 읽어서였을까? 실제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경향들이 비치고 있다.

 

삼국통일의 이룬 신라는 화랑이란 제도가 없었다면 과연 통일을 이룰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만큼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화랑의 존재감은 무척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화랑에 대한 처음의 기록은 김대문이 쓴 ‘화랑세기’다.

여기엔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32명의 가계 중심으로 우리가 알고 싶었던 비밀에 쌓였던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실은 화랑의 기원은 여자를 우두머리로 삼았던 원화이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원화는 폐지되고 남자를 우두머리(풍월주)로 삼는 화랑제도를 만든 것이 첫 시작이었다.

따라서 화랑이란 명칭도 1세 풍월주인 위화(魏花)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화랑의 계승도를 보다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화랑제도는 23대 법흥 대왕 때부터 30대 문무 대왕 때까지 약 170년 동안 존속한 제도이다.

따라서 책 뒤편에 실린 계승도를 보면서 읽어나간다면 더욱 이해가 쉬운 것이 참으로 복잡한 신라의 혈통 가계도 때문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무던히도 혼란스럽고 복잡한 왕실의 가계도는 그들만의 고유 혈통을 지키기 위한 일환이요, 당시 시대상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관습과 사회적인 묵인이 가능했기에 이루어진 점을 이해한다고 해도 여전히 내겐 이해하기가 좀 벅찬 역사이기도 했다.

 

계승도

 

우선 책의 구성은  1부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풍월주 32명, 2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화랑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활약을 통해서 당시 신라 사회상과 권력의 암투 속에 이루어지는 역사는 신국(신라는 기본적으로 신들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신국’을 자처했다)의 특성상 고위직들은 일부일처제가 혼인의 기본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그것의 범주에 벗어나 정실부인이나 남편 외에 또 다른 사사로운 배필들을 거느리고 살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미 유명 인사인 미실마저 세 명의 대왕을 모셨고 친 남동생인 미생과도 얽힌 관계, 사다함과의 애정문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의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 시대에도 지금처럼 고위직의 입김이 세긴 했었나 보다.

미실 동생 미생이 화랑의 자격에도 못 미치기에 이를 물리치려 했던 관련 인물에게 미실의 한 마디는 곧 그 문제에 대해 함구하게 됨을 기록한 사실을 보면 삼국의 통일 대업을 이룬 근간의 한 기준이 된 화랑이란 제도도 그 내실을 들여다 면 결코 깨끗하게만 이루어지지 않았단 사실들을 알게 된다.

 

다만 이러한 과정 중에서 출신 성분이 미천해도 끊임없는 노력과 선망의 대상으로 귀품 있는 가문의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풍월주로서의 활약을 한 문노란 인물, 13세 풍월주로 뽑힌 용춘의 생각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귀 기울여 들여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재능이 없는 자를 재능이 있는 자의 대상으로 삼아 재능이 있는 자를 올리지 않는 것은 재능을 썩히는 것이다. 골품과 파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 125

 

우수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 하여 무조건적으로 화랑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고루 평등한 자격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려 했던 용춘의 생각은 그 이후 계속 이어지는 화랑의 존속의 매개체로써 발휘된 것이 아닌가도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잘 아는 김춘추, 김유신, 관창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한, 모처럼 기존의 다른 시대에 대해서는 많은 역사적인 사실들이 드러나 있는 책이 많지만 신라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 해갈을 잠시나마 씻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승도에 치우쳐, 대대로 내려오는 풍월주의 세습도는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지만 화랑도들이 어떤 활동이나 학습을 했는지, 그들의 정신 사상에 미치는 수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부분들이 곁들였더라면 훨씬 화랑에 대해 깊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 한번의 시선

단한번2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우리는 서로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을 얼마만큼 공유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를 만나기 전의 일들은 이미 과거이기 때문에 세세히 알아 둘 필요가 없지 않는단 말도 일리가 있지만 위의 책 내용처럼 부부 사이에 암묵적인 회피성, 또는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사건 발단이 된 사진을 통해서는 진실에 대한 과정을 좀 더 솔직하게 나누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다시 접하게 됐다.

기존에는 두 권으로 1.2를 장식했다면 요번의 개정판은 벽돌 두께를 자랑하면서도 기존의 책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책 표지가 눈에 띈다.

단한번1

따라서 내겐 요 네스뵈 이전에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의 신작 소식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등장인물들은 검사,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이끌어 나간다.

 

검사보 스콧 덩컨은 생면부지의 죄수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그로부터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스콧의 누이인 , 제리를 죽였단 말을 듣게 된다.

 

3개월 후-

화가인 그레이스는 가족사진 현상을 맡긴 사진 가게에 사진을 찾으러 가게 되고 사진들 중에서 처음 본, 남녀가 섞인 오래된 사진이 끼여있음을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엔 젊은 시절의 남편 얼굴로 보이는 잭의 모습과 함께 그를 쳐다보는 , 한 여인이 있었으며, 그 여인의 머리 위로 금이 그어진 상태의 표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퇴근 후 도착한 잭은 그 사진을 보게 되고 이후 집을 나서면서 연락이 끊기게 되고, 그레이스는 남편을 찾기 위해 그의 누이를 찾아가는 일부터, 자신이 보스턴의 대학살이라 불린 지미 엑스가 소속된 밴드의 공연에서 누군가 총을 난사함으로써 군중들이 광란의 아수라장이로 변한 당시의 피해자로 다리를 절면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 당시의 현장에서 아들이 죽은 슬픔을 갖고 있던 마피아계의 인물인 베스파의 도움까지 받게 되는 상황으로 번진다.

 

여기에 그간 그녀와 스콧의 만남으로 이어진 사건의 본 실체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조이면서 시종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 작가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결코 영웅을 내세우지 않는단 점이다.

 

일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레이스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아픈 트라우마를 지닌 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 잭이란 사람과의 사랑과 결혼의 생활은 보통의 가족들이 누리고 사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장의 낯선 사진 때문에 모든 일이 뒤죽박죽이 되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일이 사건의 본 실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아니지, 두 번씩이나 범인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의 실체와 스콧이 말한 마지막 에피소드의 반전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젊은 시절, 푹 빠진 밴드의 공연이 있던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콧이 말한 대로,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엔 알지 못했던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이 증명해주는 그것이 말한 대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읽는 동안 눈동자가 흐트럼 없이 몰아치는 그 만의 속도 높은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릴이 주는 궁금증을 넘어선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사건에 동참하게 만드는 묘한 맛이 일품인 작품이다.

 

뭐든 첫 작품이 가장 끌리는 법일까?

 

이 작가의 작품은 결백을 먼저 읽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존의 소설의 기법에서 크게 벗어난 점은 없지만 결백만큼은 못하단 느낌이 들었다.

 

한 등장인물의 설명이 너무 길고, 촘촘히 엮여나가는 글의 마무리 단계에서 여지없이 독자의 상상을 허물다는 점에선 탁월하다 할 수 있겠으나, 억지로 꿰어 맞추어져 간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용서와 후회, 고통과 좌절, 그리고 복수가 선사하는 보통 사람들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 치고는 참으로 허망하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고통조차도 이겨내고 그레이스처럼 또다시 일상의 삶에 스며들 듯 살아가는 것이 아닐른지…

 

***** 어쩌면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지도 모르지.-p 532

 

위 문구처럼 오히려 몰랐다면 그들 부부의 생활은 좀 더 견고하게 이전처럼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책…

 

스릴의 맛을 아는 독자라면, 더군다나 할런 코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에 대해선 두 말이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