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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글라스

 

닥터글라스

닥터 글라스 아티초크 픽션 1
얄마르 쇠데르베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1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책이지만 출간된 지는 시간의 흐름이 있는 책이다.

지금 문학계에 북유럽권의 문학이 인기가 있는 가운데 스웨덴의 작가 얄마르 쇠데르베리는 이 작품으로 당시 대단한 이슈를 낳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의 흐름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 임신, 낙태, 살인, 안락사 …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직업이 의사다.

이름은 글라스-

그가 자신의 내면의 일기를 통해서 써 내려간 글을 통해 독자들은 그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그 어떤 문제라든가 일상생활에서 오는 갖가지의 여러 가지 일들을 접하게 된다.

 

그는 직업이 의사지만 때때로 환자의 면담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일들에 동조를 하지 않는, 쉽게 말하면 마음속으로는 당신들의 처지와 경우를 생각해 당연히 그렇게 해주어야만 하지만 난 의사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되는 순간 선서한 그 말에 따르는 의무에 충실할 책임이 있는 바, 당신들의 뜻에 따라 해 줄수가 없다. 그러니 돌아가라-

 

이쯤 되면 아주 성실한 의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상 흐름을 보면 의도치 않게 덜컥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를 원해도 해주지 않는 자신의 심리상태 속에서 번민을 하게 되는 의사로 그려진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찾아온 한 여인의 말을 들어 줄수 밖에 없는 사정에 처한다.

 

여인의 이름은 헬가 그레고리우스-

마을에서 존경받는 목사의 아내다.

평소 목사에 대한 인상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던 차에 그녀가 전한 부부간의 성생활에 대한 괴로움, 더군다나 그녀는 이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단다.

 

의사는 갈등한다.

의사 된 입장에서 그녀의 말을 들은 이상 분명 나이 차가 많은 목사의 정열적인 부부생활은 오히려 부인이 괴로울 정도이고 평소 자신이 생각 해 온 목사를 생각하니 그 목사에 대한 감정이 떠오르게 된다.

 

글라스목사

 

닥터 글라스는 결코 유쾌한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평소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는 지금의 보통 사람들이 나누는 인간들의 보편적인 사랑 형태와는 다른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자신의 상상에 그칠 뿐 평소 행동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에게조차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빠진 여인은 바로 목사의 부인이요, 그 부인이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질투 비슷한 감정을 지니게 되면서 일기를 통해 목사를 죽일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데…

 

살인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망설임이 닥터 글라스는 자신의 내면의 두 형태로 싸움을 벌인다.

전혀 상관이 없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을 자신이 꼭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내면 1과 내면 2가 서로 의견을 벌이면서 그려내는 내면의 심리 상태는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의 솔직한 양면성의 이면과 자신이 아니더라도 먼 훗날 안락사가 허용될 것이란 예언까지를 읽고 있노라면 지금도 중대한 문제인 주제를 작가는 벌써 그리고 있었단 사실이 놀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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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출생과 기형, 임신, 낙태, 살인, 안락사에 이르는 닥터 글라스의 생각을 통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삶의 주체는 누구이며, 살인을 계획하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인간이 한 인간에게 느끼는 삶의 고통과 비애를 같이 공감하게 하는 여건을 보여주기에 이 소설은 일기를 통한 심리적 갈등이 잘 그려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가 꿈꾸는 사랑엔 한계가 있는 것일까?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마음을 그녀가 언제 알게 될른지…..

 

여전히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닥터 글라스의 외로움이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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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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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요즘에 소설 속의 장르를 선택해서 읽다 보면 현재의 실정이 피부로 와 닿을 때가 많다.

그만큼 인류의 진보적인 이기 문명 발달 뒤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현상의 출현으로 인해 인류의 삶에 혼동을 일으키게 하고 그것이 해결이 되었다 싶으면 또 전혀 새로운 현상들을 마주 할 때가 그렇다.

 

먼 미래의 가상의 일로만 그려졌던 디스토피아의 세계라든가 SF 장르를 이용해서 보이는 이러한 책들의 내용들 중에는 그 체감이 실로 무척 빠르게 다가온단 사실을 이번에도 또 한번 느낀다.

 

작년에 메르스 사태도 그랬고, 오늘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공포에 몰아넣는 지카 바이러스의 등장이 그렇게 다가왔다.

 

지난 주말에 방송을 보니 벌써 콜롬비아에서는 어느 한 지역에서만 임산부 2000여 명이 이 병에 감염이 되었다고 하고, 뉴스에도 동남아 지역 여행 자제와 미국에서도 성관계에 의해 이 바이러스로 감염이 된다고 발표를 했단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무섭고 많은 희생을 낳았던 몇몇 병의 출현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공표를 했던 세계 보건기구의 발표를 무색하게 겨우 모기 하나로 이러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불안을 자아내게 했다는 데서 더욱 그 현실성의 체감은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아서 클라크 상의 2012년 수상작이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 부커 상의 2011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이 책은 이런 인류사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소설이다.

 

모체 사망 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는 설정하에 벌어지는 이 소설은 16살의 제시 램이 갇혀 있는 상태에서 적은 고백서이자 일기 형식으로 쓰인 글이다.

 

아버지에 의해 자전거 체인으로 발과 손이 묶인 채 감금되어 있는 제시, 왜 그녀는 친아버지로부터 이런 일을 당해야만 했을까?

 

세계 곳곳에 모체 사망 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 이유 때문이다.

이 병은 임산부가 걸리는 병으로 태아는 살아나거나 죽게 되는, 물론 엄마의 사망은 100%란 설정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자기 피부에 이식하는 피아 이식형 피임제인 임플라논 시술을 받으며 생명의 출현 자체를 막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인류가 고안해 낸 방법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방법이다.

16세 미만의 건강한 여자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제시 램의 아빠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인공수정 중에서 배아 연구소에 진행하고 있었고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보관하고 있었던 배아를 수정해서 건강한 여자의 몸에 이식을 시키고 병원에선 이 지원자에게 생명이 태어날 때까지 잠을 자는 방법의 주사를 투하하여 그 자신의 모든 신체 기능은 정상이 아닌 채 태아만 꺼내어 새 생명을 얻는 방식이다.

 

제시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아빠 덕에 이러한 정보를 더 빨리 얻을 수 있었고, 어차피 모든 각 가정마다 엄마가 없는 상태의 가정이 깨진 현실, 어린아이 납치, 길거리 폭행이 행해지는 현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이모가  임신으로 인해 죽어야만 했던 현실을  곁에서 보았기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 이 프로그램에 대리모 자격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은 귀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누구라도 선뜻 자원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고 결국엔 친구나 가족, 사랑하는 남자 친구에게 조차도 응원을 받지 못하는 제시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를 연신 묻게 된다.

 

내가 자원함으로써 내 생명은 꺼지지만 나로 인해 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부터는 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그 후세 대대로 영원히 새로운 생명의 출현을 보장받는다면 난 제시처럼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또 다른 백신의 개발을 기다려보자는 아빠의 말을 거부하고 자신이 결정한 삶에 주체권은 자신임을, 결코 어떤 허영감에 들떠서 이뤄진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읽는 내내 솔직한 심정은 제시가 선택한 과정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아빠의 말을 받아들였음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담담히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건네는 글 속에서도(그것도 자신과는 이복동생 관계가 될 확률이 크다는 사실도 영~~) 착잡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이 소설은 지금의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각지에서 벌어지는 병과의 싸움을 연상하게도 하면서 제시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소설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두운 미래의 가상현실을 그린 책이자 청소년의 성장소설로도 읽히는 이 책은 두고두고 자신의 인생 기준점을 어디에 둬야할 지를 묻는 소설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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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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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한국에서 많은 고정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5년, 데뷔 3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연상하기도 했지만 그의 장기인 추리 외에도 이번 작품에선 SF적인 장면까지 선보이는 작품을 썼다.

 

* 모자이크 1

 

어린 마도카는 가족과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가려고 했으나 아버지의 갑작스런 수술로 인해 엄마와 같이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전혀 뜻밖의 토네이도를 겪게 되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사망.

이후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의 연구소에서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던 중 어느 날 신문에 난 온천 사고를 읽고서 경호원의 눈을 피해 탈출, 행방이 묘연한 상태.

 

* 모자이크 2

 

유명한 노년의 영화감독인 미즈키 요시로는 젊은 아내 치사토와 함께  유명 온천을 찾게 되고 폭포를 구경하러 나섰다가 황화수소 가스사고로 죽은 채 발견이 된다.

 

*  모자이크 3

무명 배우인 나스 노고로는 영화 촬영 의뢰를 받고 사고가 난 온천에서 얼마 안 떨어진 다른 온천지 근처에서 역시 황화수소 가스로 죽은 채 발견이 된다.

 

* 모자이크 4

두 온천 사이에서 벌어진 황화수소 질식사에 대한  환경 실태와 그 사건이 벌어진 경위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뢰를 받게 된 아오에 교수는 두 곳에서 모두 마도카를 목격하게 되면서 나카오카 경찰이 제시한 여러 가지 의문 사항에 대해 생각을 달리 하게 된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은 모든 인간들에게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대함과 경감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만 그 이후에 가족을 잃는다는 것의 비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하게 만든다.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사람들의 조합을 모자이크 형식을 이루면서 다시 결합하게 만드는 구성을 이루면서 작가가 그려낸 미스터리 의혹은 과학적인 주장과 현상을 빗대어서 그려내고 있어서 더욱 그 현실성에서 의혹 내지는 혹시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게 한다.

 

갑자스런 토네이도로 인해 엄마를 잃은 마도카, 천재라 일컬은 영화감독인 아버지를 둔 겐토의 엄마와 누나를 잃고 난 후 혼자 스스로 살아남은 채 뇌의 수술로 인한 전혀 다른 뛰어난 능력을 보이게 된 것의 조화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치의 뇌의  능력 향상을 찾기 위한 욕심과 마도카와 겐토의 예측 능력을 보유한 점에 대해 나라 자체가 관리를 하고 보호한다는 가정은 흔히 보는 SF적인 성향을 보인다.

 

누나의 자살로 인해 온 가족이 황화수소 가스의 질식사로 인했다는 판명의 뒷면에 감추어진 진짜 살인범을 처단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범인과의 대면을 한 겐조, 그런 겐조의 예측능력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 그 현장에 뛰어드는 마도카, 자연의 현상이라고 밖에 할 수없었던 그 사고의 현장에 대한 또 다른 비밀을 알았고 이를 다시 말을 할 수 없게 된  아오에 교수까지,,,

 

라플라스 악마란 이론을 만들었던 사람, 즉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란 프랑스 학자가 내세운 가설을 이용하고 세계 7대 난제의 하나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까지 두루 겹쳐 보이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흔히 인간이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보호 본능의 상실로 인한 가족의 비극사를 통해 그의 장점인 추리와 스릴을 겸비한 작품으로 탄생이 됐다.

 

라슬라스글

 

마술처럼 보이는 마도카의 예측성 본보기는 읽으면서도 과학의 신비감과 함께 신기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게 하며, 기존의 작가의 글을 생각해 기대를 걸었다면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약간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을 주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타 작품에서 보여줬던 흐름과 함께 자연에서 이뤄지는 불가사의한 난해한 현상과 그 현상에 대해 색다른 이론을 이용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과학과 SF 장르, 그리고 인간관계를 결합해 시도한 또 다른 작품이란 점에서 새로운 작품을 대한단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기에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또 하나의 책을 접한단 느낌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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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나는 나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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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일본의 저명한 수상작품 발표, 그중에서 나오키는 유독 관심이 가는 상이다.

그 이유가 아마도 첫 일본작품을 손에 넣고 읽었을 때 나오키 수상작이었던 관계도 무관치가 않았었는지, 아니면 일본 느낌이 그대로 와 닿는 발음상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

 

책 띠지에 적힌 그대로 제 152회 나오키 수상작이자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책이란다.

유명상을 탔다고 해서 모두가 한국인 독자 정서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이 주는 공통된 점으로써 느낄 수 있는 점은 글의 흐름과 저자가 무엇을 드러내 주는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감동은 같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이 작품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한 사람의 성장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7살의 아유무란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총 2권에 걸쳐서 나타나는 그의 일생은 우리네와 별다른 바가 없는 삶의 연속이다.

 

단지, 조금 다른 형태로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라면 달리 보일까?

 

첫 문장이 나는 이 세상에 왼발부터 등장했다.-

대부분의 출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벌써 이미 아유무의 성격에는 이렇게 세상 밖이란 공포로 가득 차 있고, 더군다나 별로 평범하지 못한 누나를 둔 덕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서의 가족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회사의 이란 상사 주재원으로 온 아버지 덕에 이란에서 출생했고, 그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를 다니다 다시 이집트 카이로로 가면서 아유무는 누나의 별난 행동과 더불어서 그 당시를 가장 행복했던 아쿠쓰가(家) 의 한 시절로 기억을 한다.

 

남들이 모두 등 돌리던 이집트 아이들 중 야콥을 만나고 전혀 다른 두 사람만의 우정보다 더 가까운 친형제 같은 사이를 지나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아유무는 가정의 파탄을 목격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힘을 쓰는데 무기력하기만 하다.

 

나이도 어렸을뿐더러 부모의 이혼과 누나의 방랑, 그리고 대학 졸업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자유기고가로서의 삶, 어렸을 적부터 잘생긴 외모로 남들에게 시선을 받던 자신이 어느 날 탈모로 인해 변해가는 외모로 인한 위축감은 아유무 자신의 인생 나락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30대 후반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아유무의 삶은 인생이란 것에 놓고 볼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쁨과 실망, 상실감, 배신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에 대해 모르고 방황하는 삶을 보여준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 싶어 했던 아유무란 인물의 성장과 나락에서 가장 위안을 삼았던 말은  야콥과의 사이에서 가장 빛나던 그들만의 시절에 나눴던 인사말, 바로 사라바였다.

 

 

‘사라바(さらば)’는 한국어의 ‘안녕’ 이란 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둘 사이에 원활한 대화 교류는 없었어도 뭐든지 통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유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내가 피해 보는 것도 싫고 남들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은, 그저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중간 정도의 위치를 유지하는 사람들, 그런 삶을 살아온 아유무란 인물은 친하지 않았던 누나로부터 들은 충고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나만의 믿음을 찾아간다.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누나의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내가 잘됐다면 내 잘난탓이요, 잘못됐다면 남의 탓으로 돌렸던 아유무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상상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 나가자고 한다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자신 뿐이란 사실, 다시 야콥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단 결심을 한 아유무 앞 길은 희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이 소설 속에서 보이는 아유무의 삶을 읽어나갈 때 여러 가지 인물들이 생각났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삶과  비교되는 면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시 일어서게 한 원동력, 바로 사라바란 사실, 그 말이 주는 위안과 희망을 안고서 제 2의 삶을 살아가려는 아유무란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한 저자의 힘이 실린 글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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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비트레이얼

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결혼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니 비단 꼭 결혼이란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과 서로의 공유를 위해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을 고르라면?

 

아마도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이 신뢰가 아닐까 싶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을 한 행동을 할지라도 내가 상대방에 대한 어떤 확고한 믿음이 강건한 바탕을 이루고 있다면 그 어떤 난관이라도 헤쳐나갈 용기는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되는데, 다(多) 작품 작가의 계열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다.

 

제목 자체도 비트레이얼, 배신이다.

배신의 종류도 다양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부부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 배경을 이루는 근간에는 나 자신의 어떤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있다.

 

로빈은 신문기자를 거쳐 공인회계사로서 일하고 있는 40대를 바라보는 여인이다.

자신의 뜻이 가는 대로 소비를 지향한 18살 연상의 폴이 자신에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전 결혼생활의 파탄을 뒤로하고 워커홀릭처럼 살아갔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녀 앞에서 자신의 재정상태를 상담하러 온 폴을 본 순간 한눈에 빠져버리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한때 자신이 머물렀던 모로코로 여행 가자는 폴의 말에 둘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동안 작가가 보여왔던 배경지와는 사뭇 많이 동떨어진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가지 복합된 설정으로 독자들을 북아프리카로 이끈다.

 

더 이상 늦으면 아이를 가질 수없다는 촉박감을 느낀 로빈은 임신에 힘을 쓰지만 폴의 정관수술을 받았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배신을 느끼게 된다.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을 적어 놓고서 나온 호텔이었지만 이내 폴이 충격으로 인해 행방을 감추었단 사실을 알게 된 로빈의 기막힌 인생의 회오리바람은 누구나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경험을 보여준다.

 

남편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알게 된 남편의 과거,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전 처의 딸이 느낄 배신감은 자신의 엄마처럼 같은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인생의 답습,  화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젊은 날의 복수를 꿈꾸며 폴을 위험 상황에 몰고 간 벤 핫산이 느낀 배신감에 젖어 살아온 인생의 길, 사막 한 가운데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자 치러야만 했던 그 끔찍했던 살인의 주범이 된 로빈의 입장들이 어드벤처의 영상미, 아프리카만이 지닌 고색창연한 분위기와 카페의 풍경, 자신의 재능적인 솜씨를 맘껏 발휘했던 폴의 한때나마 행복했던 시간들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장 한 길 앞길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의 길이다.

로빈 자신이 그토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폴에게서 느끼게 되어 낭비벽이 심한 것을 알면서도 결혼 결정을 한 것도 자신이요. 폴에 대한 배신으로 미국으로 훌쩍 혼자 떠났어도 될 상황을 폴에 대한 염려로 인해 찾아 나서길 자처한 것도 그녀 자신, 사막 한가운데서 강간을 당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간범을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행한  살인의 모습들이 인생의 다양한 변주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정신적인 충격을 겪고 헤어 나온 로빈의 인생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기 위해선 어떤 인생설계와 행동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별다른 것 없이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추구했지만 그것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던 로빈의 자신의 인생 개척의 행동은 이러 점에서 정말 적극적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 p 439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로빈의 행동은 인생의 굴곡진 한 부분에서 탈피해 자신이 스스로 가꾸어가야 하는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대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여전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인지, 그것을 알았다면 이 모든 것의 결정권을 쥐고 살아가야 할 자신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듯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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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사랑

제3의사랑

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인연이란 우연이 반복이 되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의도된 계획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것이든, 아니면 정말 우연이란 말 자체로서 이루어진 것이든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엔 이런 스치듯 지나가는 듯한 우연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는 경우를 더러 볼 때가 있다.

 

중국의 유역비와 한국의 송승헌 열애 소식에 한 때 들썩이던 커플의 탄생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제3의 사랑’의 원작을 접했다.

 

사실 내용은 흔하디 흔한,  드라마 어디에서도 보이는 전형적인 내용들이다.

남편의 이혼 요구를 과감히 받아들이고 이혼 도장을 찍은 변호사 추우는 여동생의 자살 시도로 인해 그 시도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던 중 치림이라는 굴지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인 임계정을 짝사랑 한 끝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게 된 내용에 대해 오해를 하고 그와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결코 그 사람은 동생에게 어떤 언질과 행동에 있어서 동생으로 하여금 사랑이란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생의 퇴직을 권고하게 된다.

이후부터 추우와 임계정의 만남은 다른 곳의 사건으로 인해 번번이 잦아지게 되고 둘은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배다른 형제와의 경영권 승계를 다투는 환경, 결혼까지도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하려는 남자, 그러면서도 서슴없이 추우에게  기다려다란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남자 앞에서 추우의 선택은?

 

중국에서 2007년에 출간된 이후 장장 7년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이 소설은 동양적인 감성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가깝게 느낄 수도 있고 드라마상에서 워낙 이런 빈번한 소재에 익숙한지라 읽으면서도 그들의 감정 동선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가면서 여성들의 사랑법도 변하는 것일까?

임계정은 추우가 결코 알지 못하는 첫 만남 이후 꾸준히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애를 써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만 자신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기엔, 영국의 조지와 심슨 부인의 세기적인 사랑처럼 용기는 없었던 듯하다.

 

차후에 일을 생각하겠단 뜻으로 기다려달란 말을 하지만 추우의 성격은 당차다.

자신의 앞날과 동생이 짝사랑하던 남자를 자신이 사랑하게 된 괴로움, 다시 잘못을 빌고 재결합의 희망을 거는 전남편과의 갈등까지…

이 모두를 과감히 박차고 다시 새로운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영화보다는 확실히 책에서 보이는 감정의 폭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추우와 임계정처럼 결코 환경적으론 가깝게 보이지 않는 두 사람 간의 사랑의 조합은 그래서 더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 염두를 두고 가슴은 아프지만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 그런 사랑법을 택하진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제목이 주는 암시처럼 그들만이 선택한 제3의 사랑은 여전히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후편이 나온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또 다른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를 상상도 해보게 되는….

 

사족을 붙이자면 유역비와 송승헌의 커플 영화도 좋지만 우리나라 배우끼리 같이 연기를 해도 비주얼은 뒤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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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악의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9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

죄를 저지른 범인을 과연 법이 원하는 절차에 따라서 단죄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의 죄를 벌하고 더 이상의 나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이란 것이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이런 법들 안에서 또 다른 허점을 이용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 범인이라면?

2012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정말 악의(惡意), 그 자체란 것을 느낄 수가 있게 한 책이다.

처음부터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임을 밝혀내기 위한 전개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서로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는 주상복합 단지 17층에서 한 여인이 투신자살한다.

투신한 자는 가상의 도시인 ‘영인 시’의 차기 시장 후보로 유력한 여권의 강호성의 부인인 주미란으로서 말기 암환자다.

그녀는 천애 고아로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수발과 집안일을 도와주는 입주 가사도우미 서산 댁인 방호순, 그리고 남편과 살고 있다.

사고가 난 후 서동현 형사는 현장에 달려가고 이미 현장에선 강호성의 엄마가 목이 졸린 채로 죽어있고 뒤이어 며느리인 주미란까지 자살한 것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바, 사건은 완벽한 알리바이로 강호성의 죄를 무마시키는 수순인, 최종적으로 단순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강호성의 태도를 보건대 형사의 오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범죄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서동현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는데….

 

전혀 예측불허의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것도 재미를 주지만 이미 범인임을 알려주고 범인이란 것을 증명해내는 기싸움이 이 소설에선 장황하게 펼쳐진다.

권력이 지닌 힘을 이용해서 윗선에 강압을 넣어 사건을 무마시키는 강호성, 그런 강호성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위협이나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 형사의 싸움은 권력이란 새삼 어떠하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아내 주미란의 내세울 것 없는 태생조차 이용하려 했던 두 모자, 그런 엄마를 죽이고도 태연하게 자신의 야망 실현을 위해 철저하게 정치적인 퍼레이드 쇼를 펼치는 강호성이란 인간의 캐릭터는 악의란 태생 적부터 타고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엄마에 의해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는 애초부터 없는 상태에서 로봇처럼 만들어져 살다시피 한 냉철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이 책에서는 모두가 한가지씩은 악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느껴진다.

남편의 비리를 제보하려고 통화했던 대민 일보 기자의 교통사고, 이혼한 서동현 아내를 협박한 일, 아동성애자를 이용한 사건들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차례차례 짓는 강호성이란 인물을 대하며 읽을 때는 분노에 휩싸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아마도 아내 주미란은 그래서 알고 있었을까?

결코 법은 남편의 죄를 단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죽어서까지도 남편의 죄를 처벌하고 싶었던 아내의 입장이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분홍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자신의 심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동질감을 끌어오게 하고 형사의 입장에서 범인이 죽어갈 수도 있다는 현장을 두고 막판 판단에 보류를 하게 만든 강호성이란 인물을 작가는 제대로 악의가 잔뜩 들어있는 인물로 탄생시켰다.

 

얼마 남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는 결심할 때가 되었다.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 맬 수 없다 .- p.59

 

하지만 이 책에서의 묘미는 바로 뒤 끝에 나오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답을 말해줄 자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고 남은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강호성,,,,

그리고…….

 

지켜야 할 세상이 있고 밝혀야 할 진실이 있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p 316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철저하게 남편의 죄를 처단하기 위해 완벽하다고도 말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던 주미란의 죽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추리소설의 발전된 이야기 속으로 모처럼 빠져들 만큼 가속력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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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바탠더

바텐더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월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정확히 말하면 술 맛을 모르기에 술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격한 운동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일을 하고 난 후에,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술맛은 그야말로 기막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럴 때의 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때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느낌도 훨씬 다르게 다가올 것이란 추측은 가지만 말이다.

 

특히 칵테일의 종류는 더군다나 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종류는 이렇게도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의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텐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특이하게 춤과 함께 술에 들어가는 다양한 종류를 섞어서 여러 가지 아름다운 빛깔과 조화를 이루며 때론 손님의 말 상대로, 때론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해가며 알맞은 술을 내놓는 것을 본다.

 

그런 만큼 이런 바의 분위기를 이 책에선 더욱 느낄 수가 있는데, 저스틴의 직업이 바로 바텐더다.

전도유망한 로스쿨 학생으로서 법조계에서의 일을 희망했던 그였지만 자신의 앞에서 엄마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 모습을 본 이후론 그의 삶은 180도로 변한다.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정신병원에도 있었던 아픔, 법정에서 바람을 핀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한 후 형과의 관계도 예전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다 바텐더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수양의 일환은 ‘티벳 사자의 서’란 책을 통해 고요함을 유지하고 조깅을 하는 것일 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에게 조차도 거리를 두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틀니를 덜렁거리며 다가온 남자가 있었으니, 늙은 버디 그래클이다.

엄마를 죽인 범인은 자신이며 애꿎게 아버지만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신에게 부탁만 한다면 자신이 죽인 너의 엄마를 죽이게 만든 명을 내린 실체를 찾아주겠다는데….

 

살인의 현장에서 목격한 가족의 죽음은 한 가족의 해체를 의미했고 이후 엄마의 죽음을 사주한 사람이 아버지가 진정 아니었나? 하는 의심의 시작이 다시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5년도 에드거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답게 짧은 챕터 안에 들어있는 칵테일의 제목은 그 내용의 분위기와 거의 일치하는 느낌과 함께 독자들도 스스로 정말 자식으로서 아버지와 그 남자의 불륜 상대를 보고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자연스럽게 옮기게 됨을 이해하게 함과 동시에  범인은 누구일까를 궁금하게 만든다.

 

엄마의 살해 뒤에 아버지와 대면하는 교도소 안에서의 면담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이러한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는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의 얽힌 사건 전개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 보이는 가족 간의 이해관계와 단절, 그리고 아버지의 불륜녀 애니 오버마이와의 사랑, 엄마의 첫사랑의 아내를 찾아가는 과정과 연이어 살인이 계속 일어나고 이와 연관되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사랑과 질투, 검사로서 자신의 법정 확정이 정당 했는지에 대한 고민,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실체는 책의 진행 과정상 허를 찌르는 면을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무엇일까?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면담을 거치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무언가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 무죄의 확정을 받길 기다리는 아버지의 뜻을 알아버린 아들로서 겪는 심정이 어둡고도 침침한 불빛이 사방에 드리워진 바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서양인으로서 동양의 선(禪) 사상을 비추는 대목들이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이 저자의 실제 아버지의 삶 모습을 일부 반영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들끊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미 과거로부터 비롯된 모든 일들을 헤쳐 나가는 정신 수양으로서 저스틴을 지탱했던 그 모든 것들이 범인의 실체를 본 순간 무너져버리는 모습들은 약한 인간의 마음속에 스스로 무장을 하고 살아간다고는 했지만 진실 앞에선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모든 기복을 보인 한 청년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오게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한 말이 있지만 사건의 범인을 알아버린 지금, 과연 저스틴은 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게 될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이 사건과 관련된 데릭, 코니….. 각 인물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칵테일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장면들을 보는 것 같은 설정과 복선들이 제대로 드러난 책이며 왠지 책을 덮고서도 저스틴의 영상을 지울수가 없게 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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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비밀

한여름

 

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전쟁이 주는 상처는 그것을 안고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아픔을 내적으로 삯인 채 어느 누구나 다름없다는 듯이 살아가게 만든다.

그것이 한 순간 어느 계기를 통해서 쏟아져 그동안 숨쉬기조차 힘겨웠던 것을 후련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인류사의 큰 전쟁을 치르고 살아가는, 이제는 인생이 어떻다 라고 하는 것을 제법 느끼며 살아가는 호프만 씨도 그랬다.

자신의 12살 이후의 생애는 아무도 모르게, 지금의 여자 친구인 블랑슈만이 아는 정도로 그칠 뿐 그는 자신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본 적이 없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극장을 운영하다 은퇴한 후 76세의 그는 방송국에 우연히 출연을 한 계기로 뜻하지 않게 자신이 왜 고국 땅을 그동안 밟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후 그를 찾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녀가 전해준 누런 봉투를 받게 된다.

봉투 겉표지에는 아버지의 이름과 아우슈비츠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60년이 지나 자신에게 온 그 봉투 안에는 오페라타의 거장으로 불리는 오펜바흐의 미출간 원고인 ‘한 여름 밤의 비밀’이란 악보 원본이 들어있었던 것-

 

이 소식은 그 음악 원본에 대한 가치를 알아본 음악 관계자는 물론 출판사까지 눈독을 들이게 되고  방송기자 발레리는 그의 허락을 얻어 그 원고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독일로 출발한다.

 

한편 독일의 마인 강에  보트를 레스토랑으로 바꿔서 운영하는 터키인 식당에 괴한이 들어와 5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 현장에 있었던 발레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독일 경찰은 이 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저자 얀 제거스에 의해 태어난 형사 마탈러 시리즈에 속하는 이 소설은 독일이 안고 있는 역사의 아픈 부분인 유대인 학살을 다룬다.

 

언뜻 보기에 저작권에 대한 이익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는 설정을 독자들은 상상을 하게 하지만 이는 겉모습을 봤을 때의 일이었고 실제 그 봉투를 갖게 되면서 벌어진 살아있는 자로서는 결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했을 존재였고 죽은 호프만의 아버지 입장에선 악랄했던 독일 의사의 만행을 교묘히 암호로 풀어 넣어 두었던 악보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이미 저승에 있는 자와 산 자간의 대결은 무고한 희생자들과 경찰의 희생까지 겹치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여러 이민족들의 등장, 그리고 익명으로 살아가는 전범들의 행태와 배신, 형사의 개인적인 일들이 복합적으로 벌어지면서 시간 다툼을 급박하게 느끼게 하는 책이다.

 

독일의 과오를 뉘우치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면 지금의 이 책에서도 나오는 마탈러의 심리를 통해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누구나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알고는 있지만 깊게는 알고 싶지 않은 평범한 독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마탈러의 시각은 악보가 전해주는 비밀을 알게 됨으로써 또 다른 사건의 실체를 접하는 놀라움, 여전히 전범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독선에 갇혀 떳떳하게 당시의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사 표현들이 추리 스릴러의 맛도 느낄 수가 있지만 계속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공개하고 연구하면서 보전하려는 움직임들을 보는 계기를 알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수사 결과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룰 수는 없었던, 헛헛함만 남긴 채 마무리를 지은 것도 마탈러의 입장에선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지만 호프만이 비로소 고국 땅을 밟게 되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한 심정 속에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봄으로써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한 사건들의 진행이 인간이 겪는 전쟁의 상처를 과거와 화해할 수 있는 계기의 장치로서 오펜바흐의 악보를 매개로 이끌어낸 작가의 의도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정당성을 외치며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떤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과오를 통해 또 다른 문학 작품 속에 녹아낸 그들만의 용기가 다시 부럽게 느끼게도 되는 두 가지 느낌의 책을 읽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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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상처고백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독서고백
원재훈 지음 / 비채 / 2016년 1월

 

책을 읽고서 주로 리뷰를 통해 바로 그 책에 대한 느낌을 담고 있지만 해를 마감하면서 내가 과연 올 한해에 읽은 책의 총 권수는 얼마나 되며 그 책들 중에서 베스트를 꼽으라면 과연 나는 어떤 책들을 선정할까? 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에도 그렇게 대충 몇 권의 책을 읽었구나 하는 정도에 머물렀고, 잊고 있다가 이 책을 접하면서 다시 제대로 도전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책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고나 할까?

마치 옆에서 이런 책을 나는 읽었고, 그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이미 나도 읽었던 책에 대해선 반가움과 내가 느낀 감정을 같이 나누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선 알아간다는 기쁨이 들어 있는 책이다.

책의 종류는 두루두루 접한 경험이 녹아있다.

총 28개의 책들을 추려서 자신의 느낌과 함께 독자들과 같이 느낄 수 있는 사회 현실의 반영이 들어있고, 어린 시절 접했던 책들을 보면서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도 다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 리뷰와는 다른 또 다른 문학이 주는 성숙함과 책의 내용과 함께 작은 에피소드들을 같이 읽을 수 있어 보다 친근감이 드는 책이다.

 

책의 제목이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인간은 파멸할지라도 패배하지 않는다’란 문구에서 지었다는 데, 강렬하게 와 닿기는 이 책의 제목도 그에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인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고 인생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도 알고 보면 힘든 과정이고, 그 속에서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방편 중에 하나라면 바로 책 읽기가 아닐까?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책을 가까이 접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고 그런 분들 중엔 “무슨 소리? 차라리 밖에 나가서 다른 것을 할지언정 책을 읽는 수고는 하고 싶지 않아”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분명 책과는 가까운 분들일 테니, 이 책에서 각기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시 새롭게 생각을 해본다는 점에선 유용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같은 책을 두고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책도 있고, 사회생활을 하고 좀 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보는 눈이 넓혀져 그때의 느낌과는 다른 감동을 접할 수 있기에 저자가 밝힌 책들은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같은 경우엔 처음 어린 나이에 읽었을 때는 비극이란 작품에 주목했고 오이디푸스의 운명적인 슬픔이 기억에 남는, 하나의 신화가 결합된 이야기로 그쳤다면 이 책에서 다룬 저자의 글을 통해 운명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부분은 좀 더 세심한 독서를 해 볼 필요를 느끼게 해준다.

 

읽었던 책은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을, 아직 책 이름만 대했을 뿐 접하지 못했던 책들은 메모장에 적어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 보다 나은 내 자신의 독서경험과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