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나의 자서전

불과전차불과 나의 자서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현대문학 핀 소설 시리즈 24 번째 작품이다.

작가의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한국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라 여전히 가슴 한편에 연민이 남아있게 한 작품이다.

 

주인공 홍이 어린 시절 살았던  남일동은 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 흔히 말하는 달동네다.

남일동이란 곳은 재개발이란 명목 하에 수없이 계획이 세워지고 무산되길 반복되는 가난한 동네, 학교에 입학하고서 자신을 남토(남일동 토박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자랐던 기억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그곳을 벗어나게 된다.

 

의지의 벗어남이 아닌 행정구역상 남일동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부촌인 중앙동으로 편입하게 된 그 이후 그녀의 부모는 남일동 자체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졸업 후 여행사에 취업을 했지만 왕따를 당하던 직장 동료와의 어울림은  되려 그녀에게 왕따라는  같은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퇴사하게 된다.

알레르기의 심한 반응으로 인한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남일동에 위치한 약국에 들르게 되면서 남일동 달동네에 이사 온 주해와 딸 수아를 만나게 된다.

 

한때는 자신도 그 동네에서 살았다는 사실은 주해와 수아에 대한 시선을 달리 보게 되고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구청이든 주민센터든 간에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던 주해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감회를 느낀다.

 

주해의 유일한 소망은 딸과 함께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것, 거리의 가로등이나 마을버스 운행노선까지 이루어냈건만 정작 남일동 주민들은 시큰둥하다.

 

드디어 남일동에 재개발 계획이 세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설 것에 대한 기대를 한 주해는 자신의 의도치 못했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결국 남일동을 떠나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책을 통해 같은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실제 삶에 있어서 언제나 해피로 이어진다는 것은 없다는 사실, 더군다나 홍이 부모들처럼 누구나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치지만 현실의 처한 상황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더욱 애가 타들어가면서 자신의 상황을 외려 외면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들이 잘 드러난다.

 

이방인이 들어와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심정이 아닌 타인의 외부 방문을 보듯 하는 사람들, 실제 주해처럼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위해 애를 쓰지 않으면서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들이 드러나기에 책 속에 담긴 그들의 배타적인 심성들은 안쓰럽게 다가온다.

 

부와 가난의 차별이 행정구역의 선 하나로 구분되고 학교 배정조차도 그런 의미에서 차별로 이루어지는 현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자식들은 결코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홍이의 부모처럼 아둥바둥 애를 쓰는 삶의 각박한 모습들이 우리들 모습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 불길은 몸부림치듯 높이 더 높이 솟구쳤습니다. 그 순간에는 어둠을 이기며 몸집을 부풀리는 그 불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 (p. 167)

 

 

어쩌면 홍이의 행동을 통해 드러난 삶의 모습들은 이렇듯 남일동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경계를 통한 나와 타인에 대한 구분과 차별, 그 속에서 주류에 편입하고자 애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연민과 애잔한 감정이 든 작품이었다.

집에서 무료 책 읽기

크레ㅏ

 

 

연일 코로바로 인해 재택근무와 휴교가 이어지고 있다.

곧 개학이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 상태에서 무료함을 달래줄 책 읽기를 대한 안내가 있다.

 

바로 예스24에서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15일 간 무료료 읽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단, 종이책은 해당되지 않고 이북(e-book)을 통해서만 다운 받아 읽는 이벤트다.

이북 리더기가 있다면 이 기회에 돌배게 출판사에서 출간된 좋은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답답한 실내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이 될 듯 싶다.

돌베게

 

 

 

인형

인형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레베카’ 란 작품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미 책과는 별개로 뮤지컬로도 성공을 거둔 레베카란 작품은 대중들에게 각인이 되어있지만 이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모두 1926~1932년 사이에 쓴 것을  모은 책이다.

 

순수한 의미의 작품 탄생 순서에 따라 출간한 이 책에는 총 13편의 작품들이 들어있다.

 

 

보통 그의 작품 내용들 중 일부에는 고딕의 음산한 분위기와 스릴이 겸비한 내용들이 들어있는데 이 작품들 안에서도 그런 분위기 외에 뒤틀린 유머가 실린 작품들이 있어 참신하게 다가온다.

 

 

특히 ‘절망’이란 작품에서는 독자들의 허를 찌른 유머와 제목 그 자체로서의 ‘절망’이 그대로 드러난다.

 

 

7년을 기다려 결혼했는데 신혼 첫 날밤도 지내기 전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신혼부부가 직업을 구한다는 설정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들이 구한 직업을 알게 된 독자의 입장에선 웃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작품이었다.

 

 

그런가 하면 책 제목인 ‘인형’은 갇힌 새장과도 같았던 삶을 그린 작품인데 차후 레베카의 윈터 부인의 원형이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 그 안에서 실제 자신의 성장 배경인 유년시절을 그려냈다는 ‘집고양이’는 그녀만의 독보적인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라는 작품은 한 남자의 편지로 진행이 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과 사랑이 시작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빠졌을 때의 감정, 그 이후 사랑이 식었을 때의 감정 변화를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쓴 내용들은 작가만의 필치가 돋보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렇듯 그녀만의 글 색채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장편이 주는 느낌 외에 단편이 전해주는 맛깔스러운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특히 장편이란 긴 호흡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도 이 작품을 읽어본다면 글의 흐름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단편이 주는 짧은 내용 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작품들이라 그녀의 천재성이 담긴 작품을 읽는듯한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모두 느낌이 다른 작품들로 읽는 맛도 다르기에 지루함을 모르고 읽은 책이다.

 

 

무려 25세 전에 썼다는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서 차후 발표된 작품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변화도 읽을 수가 있는 책, 단편만이 주는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권한다.

 

 

 

에냐도르의 전설

에나도르의전설에냐도르의 전설
미라 발렌틴 지음, 한윤진 옮김 / 글루온 / 2020년 4월

판타지를 통한 새로운 세계를 접해보는 기분이 색다른 작품을 접했다.

 

흔한 영미문학이 아닌 독일 문학권의 판타지 작품이라 궁금하기도 한 것도 사실-

 

 

가상의 세계인 에냐도르 란 곳을 배경으로 다룬 이 책은 일단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가 있다.

 

먼  옛날 에냐도르 란 곳은 인간들이 다스리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네 지역이 분할된 북부, 남부, 동부, 서쪽 해안으로 나뉘어 있고 이곳은 군주들이 다스리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란 것아 자신의 것 외에 남의 것이 더 탐나는 법, 우선 첫 번째로 동부의 왕자가 대마법사에게 다가가 힘을 부여받으면서 드래건으로 변신한다.

 

이렇게 뒤를 이어 서부 왕자는 엘프로, 북부의 왕자는 데몬으로 변신하면서 힘의 균형들이 깨지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그들과는 달리 온전히 인간으로 남고자 했던 남부의 왕자에게 관심을 가진 대마법사는 그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마력 일부를 넘겨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네 지역의 왕자들이 각기 다른 힘을 발휘하면서 좀체 그들 사이의 균형은 바로 깨질 듯한 듯 보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의 약점이 잡히면서 먹고 먹히는  팽팽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간들이 세 종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와중에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이 고대의 예언 속에 담겨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바로 각 종족들마다 특정 능력을 타고난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들을 파수꾼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이다.

 

책은 이런 전체적인 에냐도르에 펼쳐진 장대한 권력의 다툼 속에 진정으로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각기 다른 능력을 보유한 파수꾼들의 활약이 펼쳐진다는 설정이다.

 

인간 파수꾼 트리스탄, 엘프 파수꾼 이스타리엘, 드래건 사피라, 데몬 파수꾼 툴…

이렇게 모인 네 종족의 파수꾼들과 대마법사 엘리야까지 합세하면서 기나긴 여정의 서막을 알리는 내용은 판타지의 특성을 고루 갖춘 흥미를 보인 책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하고 다음 시리즈에 본격적인 이들의 활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개는 첫출발부터 신선하게 다가왔고 정말 에냐도르 란 곳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받을지, 정말 종족 간의 싸움을 끝낼 수 있을지,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독서의 역사

독서의여사표지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서적 / 2020년 3월

인류의 역사가 이어져오면서 가장 두드러진 것 중에 하나가 활자의 발명이다.

활자가 있음으로 해서 그 이전에 행해졌던 구전의 행태가 글자로 변하고 이는 곧 인류의 문명의 재산보호 차원이자 각기 그네들 조상들의 중요한 무형의 보전을 이어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자의 기능은 비단 보전의 의미만이 아닌 읽는다는 행위를 시작함으로써 더욱 그 뜻을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독서라는 개념으로까지 발전시켰다.

 

흔히 말하는 독서라는 개념에 대해 전방위적인 글을 오랜만에 접한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이란 이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호르헤 보르헤스다.

16살 때 서점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독서력 때문에 시력을 상실했던 그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려진 독특한 이력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문자를 통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여전히 그 영향은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를 다가적인 변화를 주시하며 쓴 책이다.

 

첵을 읽는 행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속독, 완독, 숙독, 묵독…

 

오랜 과거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발전된 독서의 역사는 묵독을 통해 은밀한 연구 가능, 종교개혁 당시 마틴 루터까지 영향을 미쳤던 부분들을 서술한다.

 

그런가 하면 책을 읽음으로써 사회적인 의식의 깨어남, 나아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 부분들은 ‘금지된 책 읽기’부분에서 더욱 실감 있게 다룬다.

 

특히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나 미국 노예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같은 흑인에게 배우거나 선량한 백인들로부터 글을 배우는 과정을 다룬 부분들은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의 극명한 대립들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책의 크기나 형태를 다룬 부분들, 책을 파는 사람들, 대신 책을 읽어주는 독사(讀師) 제도, 문자 대신 그림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비블리아 파우퍼룸, 책을 훔치는 책 절도,,,

 

익히 알고 있거나 몰랐던 책의 세계, 독서의 역사 그 자체를 망라한 책이라 저자의 해박한 지식 앞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이북과 오디오 북도 책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읽는 행위인 독서의 의미와 그 변천사를 다룬 ‘역사’란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유명인사들의 독서 편력 얘기도 흥미롭고 알려지지 않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그야말로 ‘독서’란 역사 속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녹슨 도르래

녹슨도르래

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일본 코지 미스터리 여왕이라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이다.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선택한다.

 

첫 문장부터 눈길을 끄는 서막은 주인공 여탐정의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보인다.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하던 하무라 아키라는 살인 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번외로 다른 일도 같이하고 있는 중이다.

도토리 종합 리서치의 사쿠라이로부터  하청을 받은 일이 들어오게 되는데 부짓집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 뒤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인 이사와 우메코의 뒤를 밟던 중  우메코가  동창생과 싸우던 중 아키라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무사했지만 정작 다른 할머니인 아오누마 미쓰에가 크게 다치게 된다.

 

이 사실을 보고하게 된 하무라에게 하청을 준 사쿠라이는 뒤탈이 없게 미쓰에 에게 잘 말해달라는 중개인 업무까지  부탁 받게 된다.

 

절지에 중개인 업무까지 맡게 된 하무라는 미쓰에 할머니에겐 유일무이한 가족인 손자 히로토가 있고 그 손자는 사고로 인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손자인 히로토가 당한 교통사고는 그를 기억의 일부를 잃는 부분 기억상실 환자란 명칭으로 불리게 됐고 곧 히로토부터 다른 의뢰를 받게된다.

다름 아닌 교통사고 당일 아버지와 함께 스카이랜드 역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와 뒤이어 아버지의 유품인 책을 처분해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일처리를 진행하던 중   그녀는 히로토의 방에 화재가 나면서 죽게 되고 뒤이어  히로토의 사건 의뢰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선택의 기로에 선 하무라의 사건 해결은 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된 결과물 앞에서 활약을 벌이는 과정은 죽은 히로토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 생각나게 만든다.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사람들 속에 진짜가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여성 탐정이란 소재를 내세워 사건의 뒤 진실을 캐내는 활약은 여전히 고생길이지만 감동적인 부분도 들어있어 더욱 찡하게 다가온다.

 

무심코 지나치게 만든 초반부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노련미, 로맨스까지 살짝 버무린 이야기의 흐름을 재밌게 읽는다면 코지 미스터리 여왕이 쓴 작품을 보다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NHK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도 하는 만큼 이 시리즈물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안녕, 나의 순정

순정 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학창 시절 ‘만화광’ 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엔 만화보다는 책을 주로 접했던 나에게 내 짝꿍이었던 그 친구는 유달리 등교하면서부터  하교할 때까지 끊임없이 가방에서 나오곤 하던 것이 만화책이었다.

 

당시 그 친구를 열광시킨 만화란 존재는 내게 생소하기도 했지만 일단 활자 위주가 아닌 그림이 섞인 복잡한 이미지로 보였던 것도 흥미를 이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늦게 배운 ~이 무섭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그 친구와 쿵작이 맞은 나는 그 이후 만화책 마니아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이야 만화방이란 것이 있어 많은 종류의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잡지책 속에 나오는 연재나 그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나온 것을 구매해서 읽던 시절이라 더욱 갈증에 메말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 요즘 시대 흐름의 발맞춰 웹툰을 통해 인기를 끌면 바로 드라마화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 또한 그러한 경험의 기억을 더듬어 추억의 만화로 당시의 소녀 감성을 소환한다.

 

책을 펼친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그 느낌을 아시는지?

너무나도 좋아했던 작가들이 작품과 그림, 이름들이 나오는 책이라 그 감성의 극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신일숙, 황미나, 김혜린, 이빈, 한승원, 이은혜, 한혜연, 박희정, 강경옥, 유시진, 문흥미, 이미라, 나예리, 천계영, 박은아….

 

작가들의 색채와 그림 속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숨결소리마저 모두 흡수시켰던 당시의 만화 내용은 현실에서 고달팠던(?) 학업에 지친 소녀들의 감성에 위안과 주인공이 마치 나 자신인 것처럼 착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었다.

 

한 권 한권이 끝날 때마다 언제 다음 권수가 나올까 하는 기다림의 연속들, 그런 가운데 이 책의 구성을 통해 볼 수 있는 4부로 이루어진 구성은   14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주제에 맞게 만나며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시 공간을 넘나드는 만화의 이야기 창조와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로맨스, 대사 하나하나에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던 기억, 그런가 하면 현실을 직시한 만화들의 내용들을 통해 성장해 나간 기억들이 새록새록 넘나들게 한다.

 

만화찹체1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온 세계 속에 뛰어들어가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볼 수도 있었던 만화, 특히 순정만화란 세계는 이제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더듬어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특히 잊을 수가 없었던 작가들의 소환 대상인  황미나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부터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 김혜린의 <불의 검>, 한승원의 <프린세스>,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강경옥의 <블루>….

 

 

만화합체2

 

다시 예전의  풋풋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책으로 소환해보시길~~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그녀의 푸른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천양희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3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 여류 시인들의 시들을 모은 작품집을 만났다.

학창 시절에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 구절을 노트에 필사를 하거나 코팅을 해서 지금의 책갈피처럼 사용하던 때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러한 행동들이 드물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보니 다시 한번 시의 세계로 빠져들어보게 된다.

 

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  시인들의 감성 짙은 시의 구절들은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실 생활에서 묻어 나오는 현실감각이 뛰어난 시 구절을 통해 같은 공감대를 느낀다는 것은 비단 여성이란 것에 한해서만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꼈을 공통분모의 감정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다루고 쓰이냐에 따라  읽는 독자들이 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하는 이심전심이 통하는 시 구절들은 그 당시 그분들의 시를 읽고 외웠던 한 어린 학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을 주었다.

 

삶이 팍팍하고 요즘처럼 걱정거리가 많은 시대에 엄마의 따뜻한 느낌으로 토닥토닥 위로를 전해주는 그녀들의 시가 참으로 좋게 느껴진다.

 

시구절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문정희

시인이자 아내, 엄마로서 느낀 일상사의 차분한 감정을 시를 통해 쏟아부은 작가들의 시는 한 편의 강렬한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압축된 영상의 한 부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김없이 계절을 제 할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이때, 여류시인들이 들려주는 시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노동의 시대표지;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획기적인 산업의 발달은 명칭이 바뀌면서까지 진행 중이다.

이미 4차 명이란 말이 나왔듯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말(馬)을 필요로 했던 시대가 저물고 곧이어 자동차, 트랙의 등장으로 인해 말(馬)에 대한 필요성 소멸은 당연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들 생활에 있어서 기계의 발전은 윤택한 삶을 이어주는 한 방편이었지만 점차 인간의 노동이란 현실에 입각해서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고민을 던진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반드시 존재했고 지금도 그러한 부분적인 일들은 이어져오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인간들의 낙관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 저자는 책 제목에서처럼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은행만 가도 이미 창구에서는 직원이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자동기기의 의존도는 훨씬 많아졌으며, 이는 곧 전국적인 점포의 현황과도 맞물린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영화관 또한  티켓 현황을 보면 더욱 실생활에 밀접한 자동 기계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인간의 노동의 힘이 많이 필요로 한 때인 과거와 비교해 볼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 앞에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들의 노동 가치는 과연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엿보게 한다.

 

여기에 이를 보완하고자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저자의 주장에선 그 발상 자체를 의심해보라고 말한다.

즉 교육의 발전과 역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인간들의 노동력 향상이 기계화와 함께 동반으로 이루어지기엔 요원하다는 의견에는 현실이란 점이 직시되고 있다.

 

 

 

 

노동1

 

하지만 과연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노동 한계는 이것이 끝일까?

AI의 발전하는 시대의 적응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세금과 분배의 문제에서 오는 역할분담, 기술문제, 일에 대한 의미와 진정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고민들을 되짚어 볼 것을 제안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제안한 점들도 되새겨볼 부분들이었고, 일을 통한 노동의 의미, 인생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가치의 기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볼 부분들이라 신선했다.

 

일을 통한 노동의 의미, 인생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가치의 기준이 되는지, 미래에 일에 대한 부분들을 그린 책이라 멀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닌 점을 그린 책, 기계문명과 인간관계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휴식과이완표지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지친 하루의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휴식을 겸한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때론 그러한 소망이 꿈속에서 나타나 잠시나마 일상을 탈피하게도 하는 달콤한 유혹의 한 순간을 즐길 수도 있지만 현실을 마주한 깨어난 후의 일상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하지만 만일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숙면이란  세계를 지나 온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약의 힘을 빌어 시험을 한다면 과연 우리들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전작품인 ‘아일린’을 읽은 독자라면 새로운 이 작품을 쓴 저자의 글로 또 한 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죽음 이후 유산을 물려받은 20대의 그녀는 타인들이 보기에 완벽함을 보인다.

빼어난 미모와 신체를 가진 그녀, 하지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온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성장했고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친구 리비와 재회와 이별을 반복한 전 애인 트레버가 있을 뿐이다.

 

미술관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이마저도 그만두고 온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결심한 그녀의 선택은 약을 통해 긴 잠을 자고 깨어남을 반복하는 것이다.

 

자기 보존의 수단으로 택했던 동면은 정신과 의사 터틀 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제인 인페르미테롤을 복용하면서 수면제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는 음식이 있고 영화가 틀어져있으며, 친구 라비의 방문을 받는 것,  전 애인에게 거짓의 말로 전화해 그를 오게 만드는 과정까지 이 모든 것이 때론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모호하게 생각되는 지점에 이른다.

 

 

친구 라비로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부러움이자 때론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엄마의 병세 걱정과 유부남 상사와의 아슬한 사랑 타기 고민들을 듣는 일조차 버거운 그녀의 선택은 여전히 잠을 자는것-

 

책은 그녀가 선택한 약 의존성에 대한 과정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립된 정세 불안, 특히 책 속에서 보인 주인공의 애정결핍과 주변인들과의 친화성 거부를 드러내 보인다.

 

자발적 은둔을 자처하면서까지 극단의 삶이 아닌 전혀 반대의 ‘나’를 재탄생해 보려는 그녀의 말과 행동은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특히 이 책에서 사용한 방법인 수면이란 장치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택한 선택의  유일한 방법임을 납득하게 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중성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한 모습들은 보통의 시선에서는 극단의 처방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저자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면들을 파고들어 오히려 그녀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 노력한다.

 

 

과연 그녀는 오랜 동면과 기상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새 세상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까?

 

다소 도발적이고도 실험적이라고도 느끼면서 읽은 책, 저자가 그린 새로운 시도의 환상적, 몽환적인 여정이 드리운 책이었다.

 

현대인의 과감하고 솔직한 결핍의 상태를 새로운 전개로 그려놓음으로써 저자만의 색깔을 드리운 책,  나의 진정한 휴식과 이완의 해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