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은수의 레퀴엠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3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선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은 변호사로의 캐릭터를 만든 저자의 이번 작품은 읽으면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첫 장면부터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내용들, 아픈 세월호를 연상하게 하는 배 침몰 장면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가 침몰하면서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한 여성이 입은 구명조끼를 빼앗은 남자, 그것을 입고 살아남은 남자는 살인죄로 기소가 되지만 긴급 피난법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고 이 사건은 잊히게 된다.

 

한편 폭력단 사무소의 고문 변호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미코시바 레이지는 자신이 한때 의료 소년원에 있을 때 지금의 길로 인도해 준 교도관인 이나미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왜, 무슨 이유로, 살인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확신에 찬 미코시바 레이지는 이나미의 변호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나미는 자신의 죄를 자백했고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을 원하는데, 이 사건의 배후를 조사한 미코시바 레이지는 요양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미 지난 10년 전에 구명조끼 사건을 통해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한국의 이름처럼 들렸다.

알고 보니 ‘은수’라는 단어는 은혜 은, 원수 수, 그리고 레퀴엠이 붙어서 은혜로운 인물과 원수의 진혼곡이란 상반된 이미지를 지었다.

 

읽으면서 세월호 사건 외에도 요양원의 실태를 그린 장면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실제 뉴스 보도에 나오는 사건 속에서 다뤄지는 요양원의 실태,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노령의 인구가 늘어가고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회복지 시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 책에서 보인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그린 저자의 또 하나의 걸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속죄의 의미,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말이기에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그 사건의 주범인 사람이 속죄를 하기 위해 어떤 마음과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나미 교도관의 말은  더욱 뇌리에 남는다.

 

–  속죄는 말이 아니랑 행동이다. 그러니까 참회를 말로 하지 마라. -p275

 

역랑

역량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역사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실적인 시대적인 내용을 다룬 것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실을 중심으로 가공을 적절히 섞어 그 시대를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적인 역사를  다시 그 시대로 복원해 실존 인물들을 다룬 것이 정석에 맞는 역사소설이라면 단 한 줄만이 적혀 있는 어떤 내용만을 가지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 확장을 해나가며 쓴 이야기는 더욱 흥미만점이다.

 

역사서에도 간략하게 남아 있는 김충선이란 인물, 항왜 출신자로서 뎃포 부대의 지휘자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몸담아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 그에 대한 일생을 작가는 역사적인 사료를 조사해 나가면서 부분적인 비어있는 공간들을 소설이란 장르에 힘을 덧대 새로운 창작물이자 전작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이후 선보인 작품답게 그 시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저자의 상상력을 보탠 김충선이란 인물,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역적 가문으로 몰리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일본에 살아남은 아이, 당시 일본의 정세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용병부대 출신 소속 뎃포 부대 군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조명된다.

 

주군과 다이묘, 가신들이 서로 배신과 충성을 반목하며 실세를 다지는 오다 노부나가 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주도권 쟁탈 싸움들은 일본 역사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함은 물론 이 가운에 사랑하는 여인과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적절히 들어있어 전체적인 상황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선인으로서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 다시 조선에 돌아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뎃포 부대를 통해 역공을 펼치는 그의 활약은 이후 실제 임금에게 ‘김충선’이란 이름을 사사한다.

 

저자는 그가 항왜인으로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나름대로 일본의 역사와 함께 보임으로써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 실제 그의 업적을 기리며 위패가 대구 달성군에 있다는 사실들은 임진 당시 피 조인의 삶을 그린 역사책이 있다면 그와는 반대인 항왜인들의 존재도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김충선이란 인물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점이 아쉬움을 주지만 그런 반면 이런 상상의 토대로 그린 재밌는 역사 소설이 탄생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읽는 시간

진실을 읽는시간

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요즘 방송에서 다루는 드라마들 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시신을 둘러싸고 사망의 원인을 밝혀내는 수사물들이 아닌가 싶다.

 

이미 의학드라마도 많은 변주가 되어 독특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드인 ‘본즈’나 ‘CSI’ 같은 것을 볼 때면 발전된 과학의 정도를 알 수 있고 드라마란 장르와 겹쳐 독자들에게 한층 재미를 부여해준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실제  미국의 병리학자이자 의학박사로 국제적인 총상 전문가인 저자가 쓴 책이다.

이미 죽은 삶으로 돌아온 시체 앞에서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혀내는 직업인 만큼 죽은 사람과 연계된 가족들이나 그 밖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책임감이 드는 직업이다.

 

책 속에는 죽음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많은 원인들 중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하는 죽음의 방식이 의문사라는 점이다.

 

실제 사건인 10가지를 토대로 법의학자로서 사건에 대한 증인을 하는 과정 속에서는 죽은 사람보다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마주하고 그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이 돋보인다.

 

첫 장에서 소개되는 흑인 소년과 백인 자경단과의 충돌은 결국 흑인 소년의 죽음이란 결과, 백인이 살인 2급으로 기소되면서 법의학자가 밝혀내는 진실 한마디로 인해 유, 무죄가 번복이 된다는 점, 오히려 사건 본질보다는 사회적인 면으로 확대되어 분열의 조짐으로까지 번지는 사례들은 비단 미국만이 아닌 실제 어떤 사건의 본질을 앞에 두고 흐려지는 진실들의 과정이 가려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호의 죽음, 그 밖에 실제 큰 사건으로 비치는 각기 다른 사연들을 읽는 과정에서 느끼는 죽음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책임감들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한국도 마찬가지로 미국도 여전히 법의학자 양상에 대한 고민이 많음을 지적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법의학자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양성된 인재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대우 개선들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성 지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범죄가 아닌 실제 범죄 실화를 다룬 책으로서 읽기 쉽고 인문도서로 가까이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맹준열 외 8인

맹준열

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요즘은 핵가족 시대, 더 나아가 미혼자들이 많은 혼족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런 대가족들이 살고 있는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오히려 신기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만 해도 tv 방송에서 다루는 드라마를 보면 의례히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자식 세대들이 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설정이 있었는데 시대가 바뀌다 보니 오히려 이런 책을 통해 오래간만에  대가족의 분위기란 바로 이런 것이지 하는 것을 느낀다.

 

책 속의 주인공인 맹준열 네 집은 9명의 대가족이 산다.

부모, 복학을 앞두고 있는 형, 언젠가는 꼭 독립하고 말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는 누나, 그리고 셋째인 주인공 준열, 밑에 남동생, 쌍둥이들, 막내가 모여 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움이 가시질 않는 집, 한 번도 온 가족이 나들이 여행을 가보지 못한 것이 어느 날 넷째가 응모한 자동차 시승 이벤트가 덜컥 당첨이 되면서 준열네는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여기다 뜻하지 않게 형수라고 나타난 러시아 여인, 친구 동이까지 합세하면서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라도 서로가 엄연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대가족이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 그 안에서 각자가 드러내는 성격들, 그런 가운데 준열은 이번만은 가족 여행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별개의 계획을 세운다.

 

과연 준열은 자신의 계획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형제 중에서도 중간 서열로 태어난 준열, 그런 준열에게 가족들은 저마다의 고민이나 비밀을 얘기하게도 되고, 이런저런 모습들을 통해 대가족 속의 화합과 사랑을 그린 책의 내용은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해 준다.

 

대가족이 어디 이사라도 가느냐라는 이웃의 말처럼 한번 나서게 되면 큰 여행이 될 수밖에 없는 준열에 가족들의 유쾌한 가족 여행기, 그 가운데 아버지와의 뭉클한 대화는 잊을 수가 없는 장면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맹준열네 가족의 여행기!

준열의 파이팅을 빌어본다.

                                                                                                                                

원래 내 것이었던

원래 내것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올여름 유난히도 무더웠던 탓에 추리 스릴러물을 많이 접하게 됐다.

서늘한 뭔지 모를 기분이 등을 타고 내리는 느낌, 어떤 특별한 행동을 크게 취하지는 않았어도 이런 심리에 관한 추리 스릴러들은 여전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디오 서브 진행자로 일하는 엠버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고 주위의 말들을 종합해보면 자신이 코마 상태란다.

몸은 움직일 수는 없어도 듣고 이해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 왜 자신이 이런 모습으로 병원에 오게 됐는지를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다.
  나에 대해 알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나는 코마 상태다.
  2. 남편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3.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위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현재의 코마 상태를 가진 엠버,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까지의 현재, 그리고 1991년에 쓴 일기장의 내용인 과거를 통해 서로 번갈아가며 이야기 흐름은 이어진다.

 

찰떡궁합 같던 그녀 자매들, 엠버와 클레어와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말 남편은 자신을 버리고 클레어와 모종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인가?

 

독자들은 세 부분을 읽으면서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 빠지게 되고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일기장에 담긴 내용을 통해 엠버와 클레어의 관계를 알아가지만 반전의 맛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담았다는 데서 심리 스릴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일기를 쓴 것은 클레어가 맞다고 생각되지만 뒷부분에 이르는 엠버가 행한 행동들을 본다면 일기도 엠버가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되고 여태까지 책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해하고 읽었던 거지?라고 하는 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원 제목인 《SOMETIMES I LIE》보다 더 강렬한 제목인 이 책은 내용상으로도 표지로 보나 한국에서 출간된 제목이 훨씬 강하게 와 닿는다고 느낀다.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진행되는 엠버의 행동과 그런 행동을 행할 수밖에 만든  클레어의 말들, 누가 선의의 행동을 한 것인지조차 모호하게 만든 이야기들은 심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런 심리 스릴의 내용들을 읽다 보면 반전의 맛이 어느정도 예상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예상을 뒤집는 또 다른 이런 반전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1. 난 코마 환자였다.

2. 내 동생은 비극적인 사고로 죽었다.

3.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한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책 앞. 뒤를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리얼 라이즈

리얼라이즈리얼 라이즈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거짓말 속에는 상황에 따라서 선의의 거짓말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정 반대 개념의 계획적인 거짓말이 있다.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부딪치는 상황 속에서 돌발적인 말 한마디가 거짓으로 일관하게 된다면, 그 거짓 속에 진실은 무엇이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심리 스릴 면에서 긴장감을 끌어모으는데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평범한 중등교사인 조셉 린치는 아들 윌리엄을 태우고 집에 가던 중 아들이 발견한 아내의 차를 보고 아내의 차를 뒤따른다.

퇴근 후 테니스를 친다고 알고 있던 아내, 그런 아내가 무슨 일로 이 시간에 호텔의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일까?

 

놀라게 하여줄 마음으로 따라 들어선 조셉, 하지만 현장에선 아내와 아내의 친구 베스의 남편인 벤이 만나고 있었고 둘은 심각한 상황을 보인다.

 

이내 다시 주자창에서 기다리던 조셉은 벤과 마주치게 되고 벤의 일방적인 폭력에 당하던 조셉은 벤이 우연찮게 쓰러지면서 현장에서 피를 흘리자 당황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현장에서 아들 윌리엄이 천식을 호소하자 다급하게 다시 집으로 가게 된 조셉은 응급상황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가보지만 벤은 그 현장에서 이미 보이지 않는다.

 

잔잔한 일상에서 던져진 뜻하지 않은 불협화음의 발생 시작, 책의 시작은 우선 독자들로 하여금 벤은 무사한 것인지, 조셉의 양심적인 행동에 호응을 하게 되지만 이후 벤의 집요한 괴롭힘은 갈수록 조셉을 괴롭히게 된다.

 

아내와의 불륜을 알게 된 그 사실 이후, 진정으로 자신은 아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던가?  불륜을 인정함으로써 부부간에 쌓아온 1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은 아들 윌리엄이 있음으로 해서 용서와 화해를 모색하려 노력을 하지만 벤이 아내에 대한 집착은 조셉을 사건의 살인범으로까지 몰고 가게 한다.

 

여기엔 현대의 발전한 이기 문명의 혜택의 부작용을 같이 보인다.

생활의 편리성 이면에 감춰진 한 개인의 사생활 모두를 들여다볼 수 있는 페북이나 이멜, 실시간으로 보게 되는 생생한 현장들을 이용한 범인의 계획은 조셉이 통화를 했거나 보았던 현장들, 사람들로 하여금 조셉의 진실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허점들은 섬뜩함을 지니게 한다.

 

만일 그때,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아내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봤어도 그냥 지나치고 집으로 돌아왔더라면 예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까를 염두에 두고 읽어 나가려 하지만 뒤에 가서 밝혀지는 반전의 맛은 허를 찌른다.

 

벤, 베스, 아내 멀, 그리고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 만의 방에 갇혀서 이 모든 사건을 자신의 머리 속에 짜고 만들고 계획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 조셉의 말과 행동들은 저자의 교묘한 글 술수에 여지없이 흘러들어가게 만든 장치들이 심리 스릴의 전형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

 

거짓말을 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는 말, 이 말에 담긴 모든 뜻을 제대로 짚어 사건의 흐름을 만든 책, 특히  부부로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선의의 거짓말 속에 담긴 진실은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며   가정과 부정(父情)에 대한 애틋함을 지닌 조셉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궁금해서 읽다가 마지막 장을 먼저 볼까 유혹하는 책, 이런 전형적인 심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할 것 같다.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400년전 법정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다나카 이치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8월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관한 이야기 중 가장 알려진 것이라고 하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생각이 갈릴레오가 살았던 당시보다 많은 진전과 발전이 있기에 오늘날 태양과 지구의 관계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지는 사실들이  있지만,

당시엔 쉬운 문제가 아니엇음을, 갈릴레오의 재판 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 다룬 책이다.

 

게몽주의를 선봉했던 나폴레옹은 갈릴레오를 사랑했고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다루었던 여러 행정들에 대한 비판을 가하던 중 로마 교황청의 바티칸 서고와 이단 심문소에서 총 3,239상자, 책 10만 2,435권 분량의 문서를 약탈해간다.

 

이 문서들 중에는 갈릴레오가 받았던 재판에 대한 문서도 포함이 되어 있었고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기록된 재판 기록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그가 실각함으로써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교황청의 문서 회수의 노력 끝에 상당한 소실 부분을 제외하고 재판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1615년에 고발되어 1632년에 받게 된 심문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과 그 안에서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생각했던 생각과 갈릴레오가 주장했던 지동설에 대한 반박의 내용들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다룬다.

 

지금도 여전히 종교와 과학의 미묘한 신경전은 진행 중이다.

당시만 해도 종교 지도자들이 생각했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기준은 성서였다.

갈릴레오도 같은 종교인으로서 성서에 담긴 내용을 믿었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증명했던 자연의 증거는 성서 속에 또 다른 범위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었던 문제임을 자각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일부 종교인들 가운데는, 특히 갈릴레오가 받은 재판이 종교재판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두 가지의 상반된 주장에는 결국 갈릴레오를 포기하게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누가 나쁘고 옳다는 주장보다는 갈릴레오가 받았던 당시 시대상의 주요  생활권을 다스렸던 종교와 그 종교 안에서 다른 해석을 가짐으로써 벌어진 쟁점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갈릴레오가 주장했던 과학의 발전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된 계기를 알게 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중요한 부분들이 소실되었고 남아 있는 문서들을 중심으로 당시의 재판을 그려 본 책이라 과학의 진보적이 발전과 종교와의 관계, 이해들을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알아가는 재미, 특히 이런 분야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이름만 들어도 너무나 유명한 고전 중에 고전!

특히 사랑과 결혼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역시나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우선 겉표지가 무척 아름답다.

 

마치 어린 시절 꿈꾸던 로맨스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보인 등장인물들의 그림이라서 그런지 이미 책이나 영화로도 만나봤지만 다시 읽어보고픈 유혹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박희정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콜라보 된 위즈덤하우스의 비주얼 클래식 버전으로 출간된 책답게 책 내용 곳곳에는 내용에 맞는 삽화가 들어있어 더욱 친근감을 높인다.

 

 

오만1

 

알다시피 제인 오스틴은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다 간 작가라고 한다.

물론 사랑했던 연인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그린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처럼 당찬 자신만의 생각과 행동을 하는 여인은 드물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책 문장 첫 구절이 유명한 글귀로 남았겠는가?

여인은 좋은 배필 만나서 평생을 남편의 그늘 밑에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긴 엄마의 마음도 지금이나 그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디아시처럼 도도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남자의 마음을 잡은 엘리자베스의 행동과 말은 그녀 또한 오만과 편견에 어울리는 한 쌍답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랑의 결실을 맺은 결과물을 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만과 편견그림2

 

여기엔 또 주목할 만한 것이 있으니 주인공의 형제들이 선택한 사랑과 결혼의 과정들, 그리고 당시 재산 분배의 문제라든가, 사촌 간의 결혼문제들까지,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서 많은 참고 자료가 되는 책이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된 책이기에 첫 문장을 비교해 보는 맛도 재미를 준다.

 

번역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은 같은 뜻이지만 읽어 나가는 문맥에 있어서 골라 읽는 매력을 지녔다고나 할까?

 

참고로 알고 있는 출판사별 번역 내용을 적어본다.

 

***** 열린 책들

재산이 많은 미혼 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 시공사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 위즈덤
재산이 많은 남자가 미혼일 경우 사람들은 누구나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그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각 개인별 취향별로 선택해 읽어도 무방한 고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즈덤에서 나온 요번 이 책이 초보자가 접하기엔 부드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고백

고백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처음 미나토 가나에란 작가의 이름을 알게 해 준 작품이다.

벌써 시간이 흘러서 이제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책이지만 여전히 그때의 흥분은 쉽게 잊히지 않는 충격과 가슴이 시린 이야기로 기억이 된다.

 

표지 자체도 당시에 읽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색채도 눈에 들어오고 여전히 해바라기 사진을 이야기의 심금을 울리게 만든다.

 

정말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촘촘히 짜인 그물망에서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인간들의 심성을 잘 파헤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고백이라?

 

맨 처음 제목부터가 나를 이끌었지만 이 책 내용에선 한 사건을 두고 그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받아들이는 기준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받아들인 감정을 고백이란 형식을 빌어서 쓰이고 있다.

 

싱글맘이자 학교 교사인 엄마가 딸을 홀로 키우던 와중에 근무하던 학교 수영장에서 딸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습하면서 마지막 종례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사라는 직업적 윤리관에서 자유롭고 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퇴직한다는 솔직한 고백 앞에선 교사 이기전에 한 어린 딸의 엄마란 지위가 먼저임을 상기시키고 그 나름대로 복수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실현이 있었음을 학생들에게 알리면서 사건의 전개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길을 걷는다.

 

사건에 연루된 두 학생이 가진 생각하는 그 당시의 사건의 진행상황이 둘이 똑같은 시간에 실행을 했음에도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결말이 예상치 못한데서 흘러간 심정에 대해서 그 맘을 고백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는 가정환경이란 무시 못할 무형의 존재감이 버티고 있고 나오키가 생각하는 여린 심성과 그 여린 심성 때문에 빗나간 행동이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이란 죄를 저지르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들 나오키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이 또 다른 각도에서 이해를 하는 심정이 일기에 써지면서 그것을 읽고서 사태 수습에 애쓰는 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애초에 엄마에 대한 애정을 정말 그리워하며 자랐지만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자랄 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그릇된 해바라기식 엄마사랑이 결국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마지막 고백 파트에서 교사가 허를 찌르는 고백을 읽고 나선  아! 하는 외침이 절로 나오지만 과연 이 사건이 실제로 존재한 사건이라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정말 혼동이 된다.

 

알고 보면 와타나베를 바라보는 시각은 애정결핍에 따른 , 엄마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 보려는 생각 발상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사건이 점점 커져서 전개되고 , 읽다 보면 와타나베의 엄마란 사람의 캐릭터에 대해서 정신적 성향에 대해 궁금해진다.

 

처음 낸 소설로서 이렇게 큰 문단의 영향을 받을 만 하단 느낌이 들었다. 피가 낭자한 스릴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심리적인 스릴을  그려낸 것이라 더욱 그렇단 생각이다. 읽기에도 책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내용은 알찬 책이란 느낌이다.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사는 결혼생활의 분풀이는 아들에게 퍼붓고 나중에 재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바라본 와타나베의 생각은 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린 청소년이기에 생각 자체가 어른처럼 깊지 못하고 충동적인 생각으로 옮긴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이어졌지만  이 소년을 바라보는 감정은 괘씸하면서도 뭐랄 말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연민을 이끌어내게 한다.

 

 

싱글맘으로서 오로지 딸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엄마였지만 그 두 소년을 용서할 수 없었던 심정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죄책감이 엿보인다.

 

 

독특한 소재로서 시종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처음 낸 소설로서 이렇게 큰 문단의 영향을 받을 만 하단 느낌이 들었다. 피가 낭자한 스릴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심리적인 스릴을  그려낸 것이라 더욱 그렇단 생각이다. 읽기에도 책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내용은 알찬 책이란 느낌이다

 

 

좀도둑 가족

좀도둑가족좀도둑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좀 특이한 가족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보통의 가족들로 인식되는  구성원, 할머니, 아버지, 엄마, 이모, 그리고 10살 난 쇼타가 바로 가족 구성원이다.

 

이들은 좀 남다르다.

좀도둑을 밥 먹듯 하는 집안, 아빠와 아들은 이인 일조가 되어 수요일마다 마트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기회로 생필품을 슬쩍한다.

 

할머니는 어떤가?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실제 이들 가족의 큰 도움이 되지만 이마저도 파친코에 몰빵 하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세탁공장에 다니다 잘린 엄마, 가명으로 유흥업소에 다니는 이모,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집에서 매 맞고 사는 유리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결심으로 유괴가 아닌 불행한 집 안에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판단으로  암묵적인 동의하에 새 가족이 된 그들은 여전히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들을 보이진 않는다.

 

일드나 일영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원작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화해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리나라의 영화 수상작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었다.

 

통념상 가족이라 하면 혈연집단으로 맺어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위의 가족들은 면밀히 파헤치자면 서로의 연관 관계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가족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틈틈이 할머니의 연금을 어디다 숨겼는지에 대한 연구를 그치질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든가, 아들과 함께 좀도둑질을 행하는 것을 볼 때면 혈연이기 전에 타인들이 필요에 의해 가족이란 허울로 맺어진 것임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의 가슴속에 하나씩 갖고 있는 가족이란 의미에는 남다른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아서.. 각기 저마다의 숨겨진 사연들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장면들은 유리의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쇼타의 다른 방황을 그려내고, 이는 곧 다른 결과물로 번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꼭 혈연으로 맺어져야만 가족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진 책, 책 속에는 현재 이러한 혈연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더 가족 같은 끈끈한 애정으로 맺어진 가족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될 때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비록 그들의 관계가 깨어졌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쇼타를 생각하는 마음, 엄마가 유리를 생각하던 마음, 할머니가 유리와 아키에 대해 생각했던 마음들은 타인의 눈에 비쳐볼 때 정상적이진 않았을진 몰라도 적어도 그들에겐 나름대로 가족유대란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준 의미였다고 생각된다.

 

철부지처럼 굴어도 밉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를 보면서도 남편으로서 이해하는 엄마, 할머니, 이모, 쇼타, 유리가 생각한 가족은 자신들의 아픈 마음을 서로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며 살아갔던 그 시절의 모습들을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을지….

 

따뜻하고 유쾌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시린 마음을 갖게 한 감동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