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세 갈래 길’이란 작품으로 만났던 저자의 신작을 만나본다.
촉망받던 여변호사 솔렌의 시선을 따라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자신의 의뢰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번아웃이란 진단을 받은 후부터 시작된다.
살아갈 이유도 없어진 그녀에게 의사는 대필작가 자원봉사를 해 볼 것을 권유하게 되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집 없는 여성들이 거주하는 여성쉼터, 여성 궁전이란 곳이다.
400명이 모여 산다는 곳, 그녀 자신은 이곳에 모여 살게 된 그녀들의 사연을 대필해주리란 기대감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정함과 비난에 찬 눈길, 모든 만사에 삐뚤어진 시각으로, 때로는 발길질하며 격렬한 행동을 통해 울분을 드러내는 그녀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속사정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들이 세상에서 어떤 차별과 대우를 받았으며 억압이란 이름 아래 학대와 사회에서 버림을 받았는지를 알게 된 후부터 솔렌은 이들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소외계층이란 말, 연말이나 지금도 방송을 보게 되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공익단체의 멘트 속에는 이런 사각지대에 머물고 살아가는 취약 여성들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책이다.
그녀들이 여자란 이유만으로, 배우지 못했고 남편으로부터 긴 세월 동안 학대를 당했으며 할례를 피해 딸과 함께 도망쳐 온 여인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부탁하는 모습들은 그동안 사회의 중상류층 이상의 삶을 살아왔던 솔렌에게는 또 다른 인생 터닝포인트를 마련해 준 계기를 제공한다.
자신의 우울증을 고치려 자원봉사를 시작한 일을 통해 오히려 그녀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공동체 이상의 연대와 사명감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그녀가 오히려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도움을 받고 있다는 따뜻한 시선이 감동을 준다.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생길에 자신과 같은 공감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함께 갖고 이어 간다면 피부에 크게 와 닿는 변화는 아닐지라도 서서히 변하는 시대의 흐름은 느껴보지 않을까?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뛰어왔던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며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솔렌의 변화하는 인생의 모습과 불행과 차별 어린 시선의 변화를 촉구하는 느낌을 주는 책, 감동으로 다가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