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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역사 속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세계를 조명해 보다

왕경 저자 손정미 출판사 샘터사(2014년10월24일) 카테고리 국내도서

역사를통해서재조명해보면가끔전혀뜻밖의결과물이탄생할때가있다.

바로삼국통일의주인공인신라의경우도그렇다고생각되는데,북방의강력한고구려와백제를모두통합하고당의힘을빌려삼국을통일한신라에겐어떤힘이있었길래이런일이가능했을까?

이책은삼국통일바로전의긴박했던시대상황을그린역사소설이다.

픽션의가미를염두에두더라도각기다른환경에처한세사람의갈등과사랑을그린이책은우리가익히알고있었던정치적인면외에평범했던사람들,그리고자신이갖고태어난신분의세계속에서그나름대로의행동과말을통해시대에부응하고자했던젊은이들의이야기를다룬책이라흥미있게읽힌다.

쿠데타에이어막강한힘을쥐게된막리지연개소문의정치적성향과반대노선을유지해온고구려의다섯부족가운데하나인남부살이아버지를둔진수는활솜씨가뛰어난청년이었지만신수두대제(大祭)의경쟁을앞두고절친이자경쟁자였던친구가죽게되자그혐의를받게되고곧이어아버지마저계림(옛신라이름)과의전장에나간것을알게된후아버지를찾으러적진지에가까이갔다가포로로잡혀화랑인김유에게노비로넘겨진다.

김춘추왕의총애를받고있던영명부인의삼남이었던그와진수는원수지간이될수밖에없었고아버지의죽음과함께자신마저고국으로부터억울한누명까지받고있단소식을알게된후기회만오길기다리는처지가되면서영명부인이운영하는가게의노비점원으로일하게된다.

한편가게에는정체모를영특한’정’이란소녀가있었으니,바로김춘추의딸을죽게한윤충이란자의딸이면서도딸이아닌존재가있었다.

호기심많은지적탐구정신때문에숙부와함께신라까지오게되어영명부인가게에서일하게됬지만눈에보이지않는존재의감시때문에불안에떨며살아간다.

이렇듯세남녀의얽힌이해관계는삼국통일직전왕경(王京-신라의수도였던경주를이르던말)을중심으로정을사이에두고사랑의감정과자신의목숨을노리고있다는원수라는지각하에서로가서로를끊임없이감시하고그러면서도정과진수와의관계또한알듯모를듯한사랑의감정선을넘나든다.

연개소문이죽고세형제의쟁권다툼속에어수선한고구려에대한소식을듣게된진수의나라에대한걱정스런마음은김유가가게된계림견당사의활약에힘입어계림은당과동맹을맺게되고이는곧백제의사비성함락이란결정적인계기를제공하는결과물을낳는다.

광활했던옛고구려가지녔던기상과광대했던땅의점령지를사진을통해다시금바라보는오늘날의우리들역사와서로간의이권다툼과눈앞의당쟁과이익에맞물려나라의안위를돌보지못했던백제의상황들은계림으로하여금당과의밀애를하게한제공을했고결과적으로진수는자신의나라고구려대신또다른고구려가지녔던아리티(하얼빈)로발길을돌리게된다.

이처럼통일을이루는과정속에서의이야기를다루고있기에차후의결말은세사람이어떻게만나고헤어지고죽음같은과정들이생략이된채각자의갈길을가는여정으로끝을맺는다.

지금이야모두같은뿌리의자손이기에이런역사적인태동의과정부터단군신화의단일민족이란개념이박혀있지만당시의시대적인관점에서보자면결코서로가서로를인정하지않는먹히고먹히는세계로비칠뿐인현실적인문제를작가는발품을팔아서여기저기의사료를취재하고이를엮어내는수고를아끼지않는구성을보여준책이다.

‘정’이란여인의활기찬기상은남자못지않은넘치는혈기를보여주고진수의멸망해가는나라를바라보는착찹한심정,자신이가진위치에서어떻게처신을해야하는지에대한어릴적부터들어왔던몸에밴절제생활뒤에오는사랑에대한감정을접고나라을위해오로지목숨을담보호한채계급상승과그에어울리는정치적인결단을해야만했던김유…

이렇듯개인대개인으로선전혀원수라고불리어질정도까지는아닌사람들이시대의흐름과역사가요구하는흐름에자신의생을감내해야만하는안타까운심정들이잘드러내주고있다.

책머리에단재신채호선생이쓴<조선상고사>의일부인역사란무엇인가.인류사회의아(我)와비아(非我)의투쟁이다.라고쓴말이심금을울린다.

삼국통일을이루기위한전초과정을다룬소설답게역사속의나라가차지하는의미는무엇이며그안에있어야할나의존재는무엇을의미하는지에대한생각을던져주는책이고,뒷편의찬란했던왕경의세세한모습과지금은중국령으로변해버린고구려의오녀산성과국내성유적에속하는중국령부분들의사진이더없이안타까움을느끼게만든책이다.

학창시절의수학여행하면의례히가야만했던옛신라의수도경주,왕성을통해본역사소설은그런의미에서기존에나온조선시대의역사소설에비해좀더이런관련된책들이나와야함을느끼게해준책이기도하다.

조선일보정치부기자로근무하다소설가로서책을낸이력은기자출신답게꼼꼼하게당시의풍속도와그안에어우러지는다양한모습의민초들의말투와생활들을엿볼수있게그려진부분들이더욱생동감있게다가오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