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몇해전에사촌들끼리모여있을때한사촌이말하길,"너희도알다시피난결혼해서시어머니,남편,아이둘까지낳아서기르고있지만우리엄마가이세상에안계신다고생각하면미칠것같다,"란말을들은적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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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이해가잘안됐다.
물론부모님이건강하셔서자녀들과손주,손녀까지잘생활하고있는것을보시면더할나위없지만어느순간이오면사람들은모두죽는다는이치가있다는사실을,그것도아버지란존재는이미자신과이별을한경험을갖고있는사촌이왜그런말을할까?
소위말하는세상사람들이인정하는격식을갖추고사는,즉모두갖추고사는사람이그중에어느한부분이비더라도나머지가그빈자리를채워줄것인데,그래도빈자리가주는느낌이,다른것이가진것과는또다른것이라서그런것일까?이런생각들을했었다.
그런데나의이런모자라도한참모자란생각을했었다는,뒤늦게서야그사촌이말한의미가무엇인지를대강알아가고있는시간이되다보니부끄럽단생각이든다.
사촌이말한그의미,성장하고며느리로서,아내로서,엄마로서의역할을하고살고는있다지만나이가들수록이세상에이젠자신을낳아준엄마한분밖에없다는그소중함의느낌을절실히느껴가고있다.
스핑크스의수수께끼의정답을새삼느끼고있는바,나날이연약해지시는부모를대할때,이책을읽으면서많은반성을하고있다.
옷깃만스쳐도전생에몇겁에걸친인연이있었기에가능하다고하던데,하물며부부의연,부모와자식의연은비교해본다면몇겁이아닌그헤아림을도저히할수가없을것이다.
부모님살아생전에효를다하란말이있지만우리들은그때그때의상황에따라서항상곁에있어준부모란존재에대한망각을잊어버리고산다.
그러다가어느날감정의표현을어찌할수없는상실감에쌓이는순간이오게되면이젠오직한분밖에남지않은부,모에대한바라봄을달리하게된다.
이책은그런느낌을아주재밌게그리고있으면서도콧물찍,눈물찍,웃음픽픽,입가에나도모르게옆으로길게입모양이벌어지는것을알아채고다물어버리게한책이다.
엄마란존재는희생이라고표현을할수있을정도로,특히모진시집살이가같이곁들여박자를맞추게되면그야말로여자의인생은막연히모진세월을이겨내며자식들뒷바라지에심혈을기울이게되는삶의연속이아닐까?
말순씨는72살의소녀같은감성을지닌여인이다.
종가의며느리로서,남편의외도로인한마음고생,이후남편남자1호일랑씨가세상을버리고이젠손주나손녀보는재미에빠져있을연세에아직도뒷바라지다.
바로결혼을하지않은40대의아들과동거중인그녀는우리들의엄마모습이다.
남편의부인으로서,모든고생시키고떠나간일랑씨였지만당신을사랑했단말한마디를아직도품에안고사는여인,배호의[누가울어],나훈아의[사랑],최병걸의[난정말몰랐었네],조용필의[허공]에이어드디어윤수일의[사랑만은않겠어요]로레퍼토리를바꾼말순씨의마음은어떤그리움과원망,그리고회상이들어있을까?
아들이아무리남편자리를대신한다고해도돌아간양반에대한원망은읽다보면다시보고싶다는느낌마저드는것,그것이바로미운정,고운정,모두쏟아부어버린것때문은아니었는지…
국3가지에반찬은20여가지로차려놓은말순씨의자식을대하는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