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와 너무 비교되는 현충원 광경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세월호 선체가 놓인 목포 신항에 전국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각계 단체와 시민들이 울타리에 노란 리본을 매달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온전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식을 가졌습니다.

또한, 당일 오후 3시부터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통령 후보를 제외한 각 당 대선 후보와 정치인 및 시민들, 세월호 유가족 등 1 2천여 명이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참석해 세월호 기억식을 거행하였습니다.

현충원

사진출처 = 조선일보

이날 각 당 후보들은 저마다 유가족의 아픔을 더 가까이 가서 어루만져 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세월호 특조위를 재가동 시켜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3년 전 수학여행을 가다 참사를 당한 세월호 기원식과 기억식의 분위기와는 달리 순국선열 17만여 명이 모셔져 있는 현충원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광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현충원 측은 모든 국민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호국 공원이 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부터 수양 벚꽃과 함께 하는 현충원 행사를 매년 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충원은 음주 흡연 등을 금지하며 누워 있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 가운데 일부는 국립묘지에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며 추모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 일부는 마치 놀이 공원에 온 것처럼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술을 마시며 고성방가를 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주위 사람들 의식 하지 않고 기타 치고 노래를 부르며 애정 행위도 서슴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경비 대원들이 쫓아다니며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시 일변도라는 겁니다.

16일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열린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대선 후보들이 추모사를 통해 밝힌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무대에 올라 손을 맞잡았다. 안철수 북민의당,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 안산=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들에 대한 벌금 등 처벌 규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양식 있는 시민이라면 현충원이 어떤 장소라는 것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어디서나 개념 없는 이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나라를 수호하다 숨져간 호국 영령들을 모신 현충원이 수학여행을 가다 변을 당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 현장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리 국민으로부터 천대받는 장소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자고로 현충원은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을 제공하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머지않아 태동할 차기 정부에서는 일부 몰상식한 시민들 때문에 현충원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가 포함된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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