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훨씬넘은사건인데설마별일이야있겠어”
아찔했던당시로시간여행을떠나본다.
본격적인얘기에앞서당시사건현장에함께했던이모,김모병장을비롯,부산에서사업잘하고있는배모일병,
그리고모부대소속헌병,송우리대포집아저씨등등
등장인물들에대한신변안전이심히우려되나20년을거슬러소급처벌되는일은절대없을것이란전제하에
1982년어느날로거슬러올라가보자.
혹시DSC라고들어보셨는지요?못들어보셨다구요?그렇다면FBI는연방수사국이며군수사기관역할도담당한다는사실은아시겠지요.우리나라군수사기관정도로보면되겠지요.
정확한표현은DefenseSecurityCommand로국군보안사령부(現,기무사)를뜻합니다.
저는당시상병계급을달고DSC소속경기도포천모보안부대CP당번병으로근무하고있었지요.
당번병의역할이라는게대개그렇습니다.부대장님출근하면지휘봉,군모,점퍼,버클받아가지런히당번실에정리해
놓은뒤차를끓여올립니다.
이어행정과장,운용과장등으로부터부대장님오늘심기가어떠한가에대한물음에즉답을드려야합니다.
부대내에서사병들에게가장엄한상관이행정과장이지요.그런그도부대장님심기를물어올때면속삭이듯한답니다.
‘오늘은영아닙니다’라고전해주면과장님들은화급을요하는보고가아닌이상,절대부대장실을찾지않습니다.
반대로‘기분이썩좋아보이십니다’라고하면그간덮어두었던시시콜콜한보고까지내리1시간은보통입니다.
하루도피해갈수없는○×문제,‘오늘은○’,오늘은×’의신뢰도를높이기위해나름대로노하우도있었습니다.
부대장님이부대내에근무중일때는CP당번병인제가,퇴근하여관사에계실때는관사당번병이,이동시에는
1호차운전병이있어절묘한삼위일체하에하루기상예보를들여다보듯부대장님의표정은
시시각각체크되어당번병중최고참인제게보고되어져통합관리(?)되기때문에높은적중률을자랑합니다.
저는가끔아주가끔이특권을무리하게남용한적도있습니다.한번은행정과장으로부터호되게야단을맞은적이
있었습니다.그다음날부대장님심기에대해관사당번병은‘잔뜩먹구름’이니참고하라고전해왔습니다.
어김없이행정과장이인터폰으로부대장님심기를물어왔습니다.
“아주좋아보이십니다”
조금뒤행정과장은왼쪽겨드랑이에잔뜩서류를끼고잔뜩미소를띤얼굴로부대장실을노크했습니다.
부대장실내에서보고가이어지는가싶더니이내‘우당탕쿵쾅’소리와함께부대장님의천둥벼락소리가지나간뒤벌겋게달아오른,설명하기힘든표정으로문을밀고나오는행정과장의얼굴을나는보았습니다.
고등어가뛰니까망둥이도덩달아뛴다고고참병장들도행정과장,운용과장의심기를내게물어오기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괜히시건방끼가도지기시작하였습니다.
이를테면‘부대장도,운용과장도,행정과장도모두내손안에있다’뭐이런기분이었던것같습니다.
1호차운전병이퇴근하시는부대장님을관사에모셔다드리고부대로들어오고있었습니다.몇몇고참병장과작당하여
부대내로들어오는1호차를돌려세웠습니다.영문을모르는운전병을계급으로누른뒤그차를송우리라고하는
인근읍내방향으로몰것을다그쳤지요.어느대포집에들어가술판을벌였습니다.이곳에합류한또다른식구는
인근검문소근무자인현병도1명있었으니이정도면모조리남한산성유람(?)하기에충분한사건이었습니다.
전방상황에따라한밤중에도불시에1호차를찾기도하는데다행히그날밤은조용하게넘어갔고우리는무사히부대로들어와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기상시간을맞았습니다.
6시에기상은하였으나어제저녁과음탓에침상에기대어있으려니쫄병들께서청소에방해된다며어디다른곳에가서누워있으라더군요.
그래서런닝셔츠에팬티바람으로2층으로올라온곳이제근무실이기도한CP당번실이었습니다.
당번실에쪼그려있기가불편했습니다.
오전6시20분경,다시부대장실로들어갔지요.참고로부대장실의구조는직사각형구조로당번실로통하는출입문을열고들어서면집무실과맞은편벽면뒤엔방과욕실로꾸며져있습니다.
“그래까짓거이방에서잠깐누웠다가청소다끝나면내려가지뭐.”
그러나‘잠깐’은‘긴잠’으로이어졌습니다.자정을넘어가며퍼마신술탓에깊은잠에빠져들고만것입니다.
누군가흔들어나를깨우고있었고부시시한상태로눈을비비며올려다보았지요.부대장님의얼굴이었습니다.
차라리눈을감고싶었습니다.시간은09시를훨씬지나고있었습니다.
전날밤일은싹빼놓고기상해서부터이곳에누워있게된경위를말씀드렸지요.
어설픈변명이라는것쯤은훤히아셨을텐데도부대장님께서는빨리일어나내무반으로내려가복장갖춰당번실로
올라오라는것이었습니다.일을확대시키고싶지않으니행정과장에게는아무얘기하지말것을주문하셨습니다.
아!이게웬일입니까?머릿속엔온통‘내인생이렇게군대에서종을치는구나‘하며괴로워하고있는데부대장님께서는둘만의비밀로입단속을시키며‘사면’을내리신겁니다.
허겁지겁내무반으로들어가복장단정히하여당번실에앉아언제무슨일이있었냐는듯그날을보냈습니다.
그날일과후에들은바로는부대장님출근시당번병의행방이묘연해쉬쉬하며찾느라진땀을뺏다고들었습니다.
더불어거사(?)에동참했던고참들은얼굴들이하얗게되어좌불안석에십년감수했다고했습니다.
이사건에연루됐던고참,쫄병,그리고너그러이용서해주신안모부대장이몹시도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