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服 전성시대를 꿈꾸며 …
개울가얼음을널찍하게깨내면맑은개울물과자연석빨래판이드러난다.

비누칠한옷가지를빨래판에올려놓고쉼없이방망이로두들긴다.얼얼해진맨손으로헹굼질까지끝

내고나면잔뜩물먹어더욱무거워진빨랫감을머리에이고돌아와양지바른담벼락에,장독대에주섬

주섬널어말린다.세탁기는고사하고짤순이(탈수기)도없던시절,우리네어머니들의힘겨운겨울나

기였다.

물기에얼어붙어뻣뻣하게널려있는겨울옷들중엔유난히도內服이많았던것으로기억된다.

디자인이랄것도없다.대개같은모양에여자는빨간색,남자는낙타색,어린아이들은사타구니가

뻥뚫린내복으로대,중,소의구분만있었을뿐,패션과는도통거리가멀었다.

면내복이등장하기시작한1970년대이전까지는내복의대명사처럼불리던아크릴소재의‘카시미

론’‘엑스란’내복이전부였다.아크릴소재로된내복은땀흡수가되지않고정전기가자주일어

나1970년대후반에이르러면내복에그자리를내주게된다.춥고배고프던시절,가족간물려도입

으며헤지면기워입고더이상기워입을수없을땐윗목에놓아두고방바닥을훔치기도했던낡은면

내복에대한추억이아랫목처럼따스하게다가온다.이처럼몸과마음을따스하게감싸주던정겨운내

복을우리는언제부터인가마치촌스러운패션의상징처럼여겨가며깡그리외면해왔다.심지어초등

학생들조차스타일이구겨진다며한동안입기를꺼리던게內服이었다.

그런데어찌된영문인가?

최근들어내복바람이솔솔일기시작하더니세대를뛰어넘어내복에대한관심은점차확산되어가

고있다.이는에너지위기감에,끝모르는불경기까지가세,올겨울추위의체감강도가그어느해보

다클것이란점과도무관하지않아보인다.이미2003년말,일부시민단체에서는‘에너지절약을위한

내복입기운동’을전개한바있다.올해초에도명동거리에서중고생들이영하의날씨에덜덜떨어가

며‘내복입기캠페인’을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지난달,섬유주간을맞아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전국민내복입기운동을벌이기도했다.

에너지관련통계자료에따르면실내적정온도는18~20℃이다.하지만우리나라의겨울철실내온도

는평균25℃를가르킨다.이온도에서내복을입으면더워서생활이불가능하다.내복을입을경우실

내온도를2~3℃가량낮출수있다.실내온도를1℃낮추는데따른절감액은도시근로자가구를기준

으로1,548억원,연간에너지수입비용2,343만달러를절감할수있다.내복을입을경우절약되는

비용은4,685만달러에서1억1,713만달러나된다고한다.가뜩이나침체에빠진내의류제조·판매

업계는모처럼일기시작한내복입기붐을반기면서도한편으로는조심스러운면도없지않은눈치다.

2000년7월,북한동포를지원한다는명목으로750만벌의내복을전북도내섬유·봉제공장390여곳

에주문,몇달을풀가동해만든적이있다.그러나주문주체로알려졌던정부가발을빼면서지원계

획이차질을빚는바람에밤낮없이내복생산에매달려온하청공장들은임가공비한푼못받고산더

미같은내복만떠안은채무더기도산위기에처했던뼈아픈기억이있었기때문이다.

국산내복의국내시장점유율은무려99.9%로외제는찾기힘들다.그만큼내복의품질만큼은세계

최고이다.서유럽이나북미에서내복이처음등장했다지만지나치게보온성을강조해대부분의제품이

투박하다.업계관계자들은사계절이분명한우리나라기후야말로내복을세계적명품으로만든원동

력이라고한다.국내내로라하는대형내의류기업들도모처럼찾아온호기를반짝붐으로그치지않

게하기위해기능성내의류출시등신제품에사운을건듯하다.

‘빨간내복’이나‘3중보온내복’은이제옛말이다.

원단자체에서열을발생시키는발열내의,새집증후군의원인인포르말린분해기능과항균·소취기

능의내복,기미나주근깨의원인인멜라닌색소를억제하는내복,어깨부위에전자석을부착해혈액

순환을촉진하는에어원적외선자석내복,우유성분원단으로피부를부드럽게보호해주는밀키내복

,아토피나알러지등으로피부가민감한사람을위한천연단백질섬유소재내복등기능도디자인도

품질도다양한내복들이쏟아져나오고있다.첫월급타면부모님께드리는1순위선물에머물지않고

진정한내수확산으로내복전성시대의부활을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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