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정많은친구,K와의산행은늘벼락치기다.
‘덕유산行’이하루만에’용문산과중원산’으로바뀌더니
정작일탈키로한당일아침,K의손에는생뚱맞게도고치령에관한정보가쥐어져있다.
酌定하고나서기보다때로는無酌定나서는길이더욱홀가분할때가있다.
K와의무작정일탈은그래서흥분된다.이번이두번째다.
08시천호동에서만나즉석에서목적지를고치령으로정했다.
이후계획은하얗게남겨뒀다.
그저가면서그때그때정해질것이기때문이다.
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달려소백산자락밑풍기까지3시간남짓걸렸다.
휴가철인점을감안하면빨리도착한셈이다.
고치령은풍기에서부석사가는931번지방도를타고순흥을지나
단산면옥대리3거리에서좌회전하면고갯길이시작된다고메모되어있다.
20년교사생활로꼼꼼함이몸에밴탓인지K는고치령을소개한신문을오려
노트에붙인다음몇몇추가정보까지깨알처럼적어놓았다.
입소문자자한순흥묵집과풍기역앞한끼에2천원하는만득이식당전화번호도
빠트리지않았다.
11시반,아침겸점심식사를위해’조은하루’를찾았다.
‘조은하루’는풍기에서순흥방면초입도로가에야산을등지고자리해있다.
사실이곳은죽마고우김아무개가정성스레다듬어온분위기쥑이는카페다.
스쳐지나친적은있었으나들어와보긴처음이다.
식사메뉴로촌두부와청국장이일품이라며권한다.
친구가직접만든두부와특유의냄새를없앤청국장을곁들인웰빙밥상이차려졌다.
웰빙에눈이멀어이른점심을너무나배불리해치운탓에산행걱정이앞선다.
여기서또한번산행스캐줄에덧칠을하게된다.
"옛길고치령도이젠옛날얘기"라는카페지기친구의말에생각이뒤집어진것이다.
심심찮게들고나는지프차굉음과군데군데도로포장까지되어있어호젓한비포장옛길을
떠올리며기대를가졌다간실망이클것이라했다.
귀가얇아서인지는몰라도아무생각없이고치령을포기하고다시소백산행으로수정했다.
왔던길을돌아동양대학교앞길을지나소백산자락비로사에차를두고비로봉을향했다.
과식한탓에5부능선까지가는동안숨이턱까지차헥헥거려야했다.
강원도고성에서서울까지를걸어올정도로걷는데는이골이난K는페이스에전혀흔들림이없다.
지난주말에도이곳소백산을올랐었다.
그때만해도’쫄~쫄~’거리던계곡물이요며칠간이어진국지성호우로’콸~콸~’넘쳐난다.
모자챙을흥건히적신땀은방울이아닌줄기가되어8부능선의가파른목계단을적신다.
목계단을올라샘터에이르자,투박스런고향사투리가귓전을스친다.
"여좀와궁디좀부칫따가시더.엉가이도덥띠만여오이께네디기시원하이더"
남들은뚝배기처럼투박스럽게들릴진몰라도이곳소백산자락에서태어나청소년기를보낸나에겐
그어떤말보다도정겹고솜시탕처럼부드럽게들린다.
풀어보면이런말이다.
"여기앉아쉬었다갑시다.어지간히덥더니여기오니까굉장히시원합니다"
샘터를지나숲속을빠져나오면비로소비로봉이그위용을드러낸다.
사방이확터진정상인근초원에는형형색색이름모를야생화가군락을이루고있다.
꽃밭위를遊泳하는잠자리떼와더불어감탄불금이다.
정상이지근거리이나능선을타고오를목계단을올려다보니만만치않다.
마지막숨고르기를한뒤야생화군락사이로난목계단을딛고오른다.
저멀리국망봉과연화봉이또렷하게보이는가싶더니눈깜짝할사이시야에서사라진다.
열댓계단앞서걷던K역시구름속에갇혀말그대로오리무중이다.
산허리를감쌌다가머리카락풀어헤치듯하는雲舞의향연에피로가싹가신다.
해발1,439m비로봉.
이곳엔정상임을알리는두개의표시석이있다.
충북과경북의도경계가정상가운데로나있어두道에서사이좋게(?)하나씩세운모양인데
귀동냥에의하면별로사이좋아보이진않는다.
해마다5월이면소백산철쭉제가같은장소에서충북단양시따로,경북영주시따로열린다.
지자체수익행사이다보니소백산을사이에두고티격태격하는모양이나글쎄다.
배낭에넣어온오이로갈증을씻어낸뒤연화봉을향해걸음을재촉한다.
연화봉까지는능선종주다.소백산은길게뻗은능선이무엇보다볼만하다.
능선이특히돋보이는때는철쭉꽃이피는5월과눈꽃이장관인2월,
그리고광활하고웅대한초원에야생화가바다를이루는한여름철인지금이다.
오른쪽산허리엔’살아천년죽어서또천년을산다’는주목이군락을이루고있다.
좌로경상도,우로충청도를거느린채(?)하염없이능선을따라걷는다.
명산인데도등산객이그리많지않다.평일(8월4일)인데다가30도를웃도는기온때문인듯싶다.
매순간새로운그림을보여주는雲舞에,그리고동행중인K의구수한肉談에빠져들다보니
어느새연화봉에다달았다.발아래천문대와남쪽저멀리엔도솔봉이한눈에들어온다.
"비로봉까지얼마나걸립니까?"
희방계곡에서연화봉에오른중년부부가물어온다.
"4km거리이지요.능선이라걷기에좋습니다"라고알려줬다.
남편은내친김에비로봉으로가자고아내를부추긴다.
아내는금새날이저물텐데비로봉까지갔다가언제다시돌아오냐며고갤흔든다.
이들부부는외지에서승용차를이용해희방계곡으로피서를와초입야영지에텐트를쳐놓고
산행을하는중이었다.연화봉만올랐다가되돌아내려갈참이었으나
남편의산행욕심에아내가망설이고있자,K가참견을하고나선다.
"우리와산행이반대코스이니좋은방법이있습니다.비로봉에서이쪽으로돌아오지마시고
그냥비로사로내려가십시오.비로사에가면저희가타고온승용차가있으니그걸운전해
희방계곡으로오세요.우린희방계곡으로내려가서선생님네텐트에서기다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뛰어난생각이지않습니까?"
얼씨구,북치고장구치고혼자다하네.차주인은누군데…이건순전히K의오버다.
곧바로수정하여일러줬다.
"비로사에서희방사까지택시를대절하세요.2~3만원이면됩니다."
그렇게하여그들은비로봉을향해발길을옮겼다.
소백산은천년고찰을품고있는한국불교의성지로도유명하다.
비로봉아래비로사,국망봉아래초암사,연화봉아래희방사,소백산동쪽에부석사,
그리고천태종의본산인구인사도충북단양쪽소백산자락에자리해있다.
하산길,오를때과식으로산행이거북했는데상황이반전됐다.
산행중오이한개나눠먹은게전부인지라허기가질만도하다.
희방사깔딱재팻말을보며지난여름소백산등반이생각난다.
물한통만달랑들고혼자이곳깔딱재를올라연화봉,비로봉,비로사로하산하여
아스팔트길7km를더걸어풍기읍내까지,무려8시간을넘게강행군했던기억이난다.
허기져쓰러질수도있겠다는생각을그때처음해봤다.
그래,오늘저녁은인삼뼈다귀해장국에소주한잔이다.
작년소백산행때들렀던해장국집을찾아영주시내로핸들을돌렸다.
그러나인삼뼈다귀해장국집은온데간데없다.꿩대신닭이다.
영주에서가장맛있다는감자탕집을찾아소주하나에감자탕을게눈감추듯뚝딱해치운뒤
늦은밤한적한중앙고속도로에차를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