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가 되어 내려가는 山?

어둠이막걷히고있는이른새벽,미사리는숨죽인듯고요하다.
눈에불을켠꾼?들이사라진경정장의푸른색빈벤치는새벽빛깔을머금고있다.
새벽물안개는지난밤불야성을이뤘을라이브카페촌을휘감으며내려앉는다.

K와의산행약속은늘어설프다.
주중에전화로약속은했으나정작당일이되면"우리어디가기로했지?"가일쑤다.
오늘도어김없이그타령이다.가족들새벽잠설치지않도록마루로나와휴대폰을찾아든다.
"아!그랬지,몇시에만나기로했지?""그런데우리어디가기로한거야?"

늘이모양이나’산행을한다’는원칙적인약속은불변이다.

주섬주섬배낭을챙긴다.반쯤얼린수통에마저물을채워넣고냉장실을열어오이,사과도몇알챙긴다.
근교산행시주로버스를이용한다.원점회귀산행보다는능선을타고재를넘길좋아해서이다.
그러나이번엔승용차와버스를함께이용하는방법을택했다.
일단승용차로가평까지간다.적당한곳에주차해둔뒤버스를타고산밑까지이동한다는작전이다.

몇시간전까지도휘황찬란하게불을밝혔을미사리카페촌네온간판들은
뼈대를앙상하게드러낸채지난밤열기를식히고있다.
7080을풍미하던가수들의이름이조도를잃은가로등허리에매달려맥없이나부낀다.
미사리는가수들의실버타운인지,다수가이곳라이브카페에빨대를꼽고있다.

팔당대교를건너터널로접어들면서빗방울이후두둑,전면유리창을때린다.
서너개의터널을다빠져나왔을즈음,윈도우브러쉬작동을한단계높여야할정도다.
조수석에앉은K는A4용지에프린트해온’연인산찾아가는길’을살피며연신궁시렁댄다.

"기껏준비해온정보가이거냐"로시작해서"이렇게비가오는데산행하겠어?"
"일찍나서느라물한모금못마셨더니뱃가죽이등짝에달라붙겠다"로이어진다.

차는양수리를지나샛터를거쳐경춘가도로들어섰다.다행히비는그쳤다.
K의입도막을겸전주식가마솥곰탕이란간판에이끌려차를세웠다.
이른아침인데도손님들로북적인다.대형가마솥에서우려낸국물맛이일품이다.
연인산에대한부족한정보는우연찮게주유소에들러해결했다.
주유맨에게어디를들머리로택하는게좋겠냐고했더니고맙게도가평일대산행지도를가져가라며건넨다.
능선별산행시간까지비교적상세하게소개되어있다.

가평시외버스터미널인근에승용차는세워두고터미널에서버스를이용키로했다.
인근명지산으로가는버스엔등산복차림을한사람들이제법눈에띠는데
09:00시발용추구곡행버스엔승객이라곤달랑두명뿐이다.
가평터미널에서종착지인용추구곡까지1,700원에버스를통째로전세?내타고온셈이다.
그만큼이쪽코스가길어기피하는들머리란사실은나중에서야눈치챘다.

끝없이길고깊은계곡을따라산행을시작한다.

계곡곳곳엔아직도한여름피서객들로인한생채기가아물지않고있다.
계곡을따라줄지어들어선빨노파천막집들은용추구곡의그림을망치고있다.
단풍으로물들계곡에,설경또한장관일것같은계곡에

흉물스러운천막들은다음여름한철을기다리며꿋꿋하게버틸것이다.

계곡을거의벗어나면서가파른등산로가나타난다.
노인한분이그흔한벌초기도없이낫한자루로벌초하느라비지땀을쏟고있다.
물한잔을건네드리니내친김에쉬었다가할란다며돌멩이를깔고앉는다.
산어귀에산다는노인은관청에대한불신의골이깊은듯불만을토해낸다.

"여름한철이계곡은난장판이여.물가에온갖구조물들을지멋대로쳐놓고자릿세를받지않나,
봉이김선달도울고갈것이구먼.단속?짜고치는고스톱인데무신놈의단속이여,단속은…
말이나왔으니말이지,단속대상이있어야재원을확보할거아니여.
적당한선에서벌금물리면그만큼바가지씌워한철장사챙기는걸뭐"
또풍광이좋은곳엔어김없이들어서고있는게팬션이라며노인은이대목에서더욱톤을높인다.
"재주좋은사람들참많은세상이여.나는산비탈개간해평생을이곳에살아온원주민인데도
살던집을개축하려니이런저런이유를들어허가받기가여간까탈스럽지않은데외지사람들은무신재주를
가졌는지자고나면뚝딱집한채씩세우는걸보면참말로귀신곡할노릇이여"

주유소에서건네받은지도에도표시되어있는칼봉산쉼터가눈에들어온다.
이제껏지나쳐온팬션이나천막집들과는사뭇다르다.
주변숲과동떨어지지않게끔외벽을나무껍질로둘러놓아쉬어가고싶은생각이절로든다.

칼봉산쉼터를조금지나이정표가있다.푯말아래엔여태여름의잔해가나뒹군다.
여기서두갈래로길이나뉘어진다.모두정상으로가는길이긴하나오른쪽길은MTB코스로표기되어있어
왼쪽등산로를택했다.이판단은얼마뒤황당한사태?로이어지는단초가된다.

등산로가맞나?오르내리는사람이없다.좌우를둘러보며걷다가왼쪽숲속에얼핏건물형체가눈에들어온다.
무심코지나면눈에띄지않을정도로숲에가려져있다.
풀숲을헤치고들여다본폐건물외벽에는타임머신을타고날아가지않아도볼수있는표어가있다.
"참다운새한국인되자유신과업수행에앞장서자"
무슨용도로쓰인건물인지는몰라도오랜세월방치되어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계곡물을여러번건너갔다왔다를반복한끝에또다른여러갈래의길을표시하는이정표를만났다.
6.3km로표기된연인능선을택했다.이상한것은가면갈수록사람발길이닿은흔적이희미해져간다는것이다.
앞만보고걷다간길잃기십상이란상식은들은바있어중간중간뒤돌아보며치고오른다.
스틱으로앞을가로막는넝쿨들,산딸기나무등을정리해가다보니점점미궁으로빠져드는느낌이다.
거의낮은포복수준으로넝쿨을헤치며얼마를더갔을까,이젠아예직벽과맞닥뜨렸다.
K가제동을건다.이건아니다라며이정표까지되돌아가다른코스를찾자고한다.
전후좌우로나아갈길이없다.마치그물망에포획된고릴라신세와도같다.
그자세로배낭을열어오이한입베어문뒤직벽만살짝피해길을만들어가며오르길한참,
어이없게도MTB코스와다시만나게될줄이야…
맥이탁풀린다.K는길헤매다가기운다빠졌다며하산하자며엄살이다.

이제부터주로능선산행이다.
결국길을잃고헤매다보니가장긴코스인용추구곡-연인능선-장수봉-정상코스를택한꼴이다.

능선등산로곳곳에온갖야생화가무리지어반긴다.
적어도야생화를사랑하는박원(조선블로그,나의살던고향)님과의소통이있기전까지는산길에그리많은종류의
꽃들이있다는사실을알지못했다.이제산행중에꽃이눈에들어온다는것은장족의발전?이아닌가자위한다.
휴대한디카로근접촬영도시도해보고블로깅하여꽃이름도확인해보니즐거움이배가된듯하다.

…연인산에서만난꽃들을디카에담아보긴했는데,여~엉…

우여곡절끝에오른정상(1067m)엔또다른복병이기다리고있을줄이야.
연인산정상표시석엔’사랑과소망이이루어지는곳’이라새겨져있다.
<연인산은원래우목봉또는월출산으로불렸으나,1999년가평군지명위원회가지명을공모하여"사랑이이루어지는곳"이란뜻으로이산을연인산으로바꾸었다.-박원님블로그발췌->

정상에는부부동반산행에나선10여명이자릴깔고둘러앉아시끌벅적,지나칠정도로소란스럽다.
그것까진그래도모른체했다.보아하니버너를가지고와이미라면을끓여먹은뒤였고
막커피물을올려놓았는지펄펄끓고있다.
극도로공손하게?한마디했다.
"웬만하면커피는내려가서드시지요"
자존심상한표정들이다.한사람이마지못해버너불을끄고코펠에끓던물을내동댕이치듯표시석에확뿌렸다.
여엉기분잡쳤다는폼새다.

그때다.새까맣게표시석에붙어있던개미가날아오르며일제히공격을해왔다.
날아다니는개미가있는지도,이처럼공격적인개미가있는지도처음알았다.
물린부위는통증을느낄정도로심하게따갑다.
‘개미들의반란’에혼비백산하여정상탈출하느라허둥대는인간들이란…
자고로짐승이든곤충이든건들지않으면공격하지않는다.
수많은동료들이끓는물에떼죽음당했으니곤충인들왜화가안나겠는가.생각이여기에미치니덜따갑다.

하산길은짧은코스로택했다.
18시에백둔리에서출발하는버스를타야한다.하루세번다니는데그게막차다.
정상에서장수능선을타고백둔리까지는5.7km거리다.
백둔리에도착해도버스출발시간까지는족히2시간이나남는다.
동행한K는의미심장한미소를날린다.하산하여동동주한잔할테니나보고는구경만하란다.
가평터미널근처에놓고온차를가져가기위해선속이쓰릴테지만참으란얘기다.

이거,친구맞어?

티격태격(K와의일상적대화)하는동안산을거의내려와오후4시를조금넘어백둔리로접어들었다.
가평으로나가는차량을얻어탈수없을까생각하며K에게얼마전있었던일을늘어놓는다.

<평일날업무차운전을해송추를지나고있을무렵갑자기비가쏟아졌다.등산복차림의두사람이지나가는차를

세우려하나모두그냥지나치고있었다.내가차를세운뒤뒷문을열어줬다.

물에빠진생쥐모양을한아주머니두분이다.의정부에내려준뒤뒷좌석을돌아보니빗물에시트가흠뻑젖어있었다.>

백둔리를지나며시간도많은터라휘적휘적걸으며K는동동주집을찾고있을때다.
고막이멍해올정도로뒤에서경적을울려뒤돌아보니레미콘트럭이다.
차량한대겨우지나는시골길을휘적대며걷고있었으니옆으로썩비켜서라는신호로알았다.
그런데뜻밖에도문을열며타라고한다.더군다나가평까지간단다.
암벽오르듯바퀴를밟고손잡이를잡아몸을끌어당겨올라탄레미콘트럭은비행기일등석도부럽지않았다.
그렇다면송추에서비에젖은등산객을태워드린것과쌤쌤이된셈인가.

길을잃어헤매기도했다.
성난개미떼의공격도받아보았다.
그리고세상에서가장편한(고마운)차도타보았다.

남녀가친구로올라와연인이되어내려간다는연인산,
그러나동행한K는"친구로올라와웬수가되어내려가는산"이라했다.
그러면서도사흘이지난조금전K가전화를해왔다.

"이번토요일어디산갈껀가?"

"연인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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