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는오늘오후늦게비가그치겠으며…
동해안은내일오전까지50mm가량비가더오겠습니다.~
10월7일20시00분,
밤비내리는44번국도,
수명이다된듯와이퍼작동이매끄럽지않다.마주오는차량들의강렬한불빛이난반사되어시신경을자극한다.
노심초사하며일기예보에사이클을맞추었으나별반달라진게없다.
그렇다면빗속야간산행을해야한다는얘긴데….
10월7일23시00분,
柳,姜,車의설악산행에강릉에주소지를둔金이합류,4명이다.
숙소로정한한화콘도에도착,체크인후등산지도를펼쳐놓고머릴맞댄다.
즉석에서金을등반대장으로정했다.金은설악산구석구석을여러차례섭렵해친구들사이에서설악산통으로통한다.
金은형광펜으로산행코스를그어가며설명을곁들인다.柳,姜,車의표정이일그러진다.
작전계획은이렇다.
새벽02:00까지오색지구에도착하여03:00에매표소를통과한다.
대청봉,중청봉,소청봉을지나희운각대피소까지늦어도10:00까지는도착한다.
희운각에서천불동계곡으로갈것인가,공룡능선을택할것인가를두고네머리를쥐어짠끝에무리수를던졌다.
魔의공룡능선에도전키로한것이다.
1275봉,나한봉을거쳐마등령을지나비선대로빠져나와설악동신흥사입구로내려온다.
이코스대로등산지도를탐색한결과총소요시간은16시간30분정도.초강행군이예상된다.
여기에두가지변수가있다.날씨와停滯가그것이다.
24시00분,
비는그쳤다.숙소베란다에서올려다본밤하늘엔별이초롱초롱하다.기상청의일기예보는여지없이빗나간셈이다.
말하자면기분좋은빗나감이다.
변수중날씨는그렇다손치더라도뜬금없이‘停滯’가변수라니이는또무슨말인가?
金에따르면대개험준한외길이라등산객들이교행시정체현상이일어나예상치않은시간적손실이잦다고했다.
일단날씨가따라주는걸로보아행운의여신이등을돌리진않을모양이다.
부식담당姜은슈퍼마켓으로달려가과일,쵸코렛,생수등을잔뜩사들고들어와4등분한다.
장시간산행이라배낭이제법빵빵하다.
숙소인이곳한화콘도에서오색까지는자동차로40여분걸린다.
그렇다면지금시간이01시니잠잘시간은채1시간도못된다.
적어도02시엔출발해야오색매표소앞에03시전에도착할수있다.
10월8일03시00분’
오색매표소앞은이미장사진이다.
헤드랜턴을모자위에장착했다.깜깜한산길,머리위에얹힌랜턴불빛행렬이장관이다.
대청봉을오르는최단코스산행기점이오색지구이다.끝없이오르막길로이어진다.
일렬로가다보니조금만난코스가나타나면여지없이정체다.보행리듬이깨어지다보니힘은몇배더드는느낌이다.
오직보이는것이라곤앞사람뒷통수와발뒤꿈치그리고총총한밤하늘별들뿐이다.
3시간정도를걸으니그제서야사물이시야에잡힌다.그러나자욱한안개에가려설악의위용은쉬드러나질않는다.
06시50분,
안개에뒤덮힌해발1708m대청봉은이미초만원이다.대청봉표지석주변엔비집고들어설틈이없다.
너나없이대청봉표지석에기대어포즈를취하기때문이다.체면치레하다간사진한장박기힘들다.
생면부지사람들과함께뒤섞여간신히표지석에붙어서면수십대의카메라세례를받게된다.
사정이이러하니이용안(?),어느낯선사람들의카메라에흘러들었을지알길이없다.
좀더지체하기가힘들다.간간히내리는비에바람까지얹어져체감온도는초겨울이다.
비상용쟈켓을꺼내입었으나땀이식으며뼈속까지한기가파고든다.
이럴땐움직여서체온을유지하는방법밖에없다.곧장중청봉방향으로발길을돌렸다.
헬기장을지나중청봉대피소에이르자거짓말처럼바람이잦아들었다.
컵라면으로조식을대신하는사람들,말그대로인산인해다.
대피소를조금만벗어나면끝청갈림길(1,600m)이나온다.이곳서한계령과소청봉으로길이갈라진다.
이정표밑에자릴잡고배낭을내려놓는다.각자배낭엔숙소에서4등분해넣어온떡과과일,물,쵸코렛이있다.
姜은재빨리배낭을열어떡과과일을꺼내건넨다.넉넉한체격만큼이나인심도넉넉해보이긴한데…
글쎄내심배낭무게를줄여보겠다는심산같기도해서…
(이친구,가뜩이나나의산행기에불만이많은지라후환이염려되어덮기로한다.)
안개가조금씩걷히며살짝살짝드러나는주변은진홍빛단풍이최절정에달한듯하다.
07시50분,
소청봉(1550m)을지나면서아스라이건너다보이는공룡능선은무릉도원이이만할까싶다.
병풍처럼늘어선기암괴석사이를휘감는운무는무릇僧舞의춤사위를연상케한다.
양팔을서서히올리며유연하게장삼을뿌리칠때솟구치는장삼자락과도같은신비로움이감돈다.
황홀감도잠시,저능선을다타고넘어야한다고생각하니눈앞이아득하다.
姜은지레겁을먹고무릎관절이이상하다며엄살이다.
여기서姜의엄살에말려들면영영공룡능선은물건너간다.
희운각에서천불동계곡으로하산했으면하는姜의청을애써못들은척,앞서걸어나간다.
소청봉에서희운각까지수많은등산객들로인해가다서다를반복하다보니예상시간보다20여분이상지체됐다.
09시30분,
희운각대피소계곡에앉아전열을가다듬는다.
신선봉,범봉,1275봉,나한봉그리고여러이름없는암봉들을오르락내리락하는마의공룡능선이이제부터시작이다.
첫암봉부터만만치가않다.80도각도의거대한암벽이떡버티고섰다.
마치첫관문통과를시험해보겠다는모양새다.
공룡능선전구간을걷는데정체되지않을경우5시간이소요된다.
첫암봉을올라걸어온길을뒤돌아보니이번엔저멀리대청봉이운무에휘감겨있다.
두번째암봉은숨을고를만했다.그러나이어시작된세번째암봉은물기를잔뜩머금은바위에군데군데토사까지
흩뿌려져있어자칫발을헛놓기라도한다면…아찔하다.
바위경사면을타고무려100m를올라오니이마엔비지땀,등짝엔식은땀이다.
공룡능선에오르면왼쪽으로휴식년제에들어간용아장성능선과오른쪽으로천불동계곡이한눈에들어온다.
설악산에서가장험준한능선인용아장성은전문산악인들조차힘겨워하는곳으로알려져있다.
공룡능선의핏빛단풍숲을지나면금새온몸에서진홍빛물감이뚝뚝떨어질것만같다.
네번째암봉을지나자,하늘을떠받치고있는거대한암주(岩柱)가우뚝하게다가선다.
바로설악산의남성미를대표하는天花臺이다.천화대는설악산을내,외설악으로가르며이어지는공룡능선에서
천불동계곡으로뻗어내린칼날같은암릉이다.
해발800~1300m에걸쳐기암절벽과에델바이스,고산식물,노송등이장관이다.
이제몇번째암봉을향하고있는지모른다.아직도얼마나많은봉을올랐다가또바닥을쳐야하는지
일행중누구도궁금해하지않는다.너나없이많이지쳐가고있다.
12시15분,
1275봉에닿았다.이제나한봉(1250m)만넘으면마등령이다.
암벽밧줄에매달려내려오다가발디딜곳을놓쳐대롱대롱허공에매달린아찔한순간도경험했다.
돌무더기로형성된가물가물한절벽을내려오다돌더미와함께미끄러지기도했다.
그가슴철렁함이란이루말할수없다.
14시00분,
나한봉에닿자,단풍잎들이후두둑소리를내기시작한다.산등성이에드리운구름은이내비가되어단풍잎을두드린다.산정에서만난단풍과가을비는썩잘어울린다.
가을분위기에넋놓고있을때가아니다.
물기가배여든바위로떨어진단풍잎은몹시미끄럽다.아직도갈길은멀다.
나한봉을뒤로하고마등령을향한다.
순간거짓말처럼하늘엔구름한점없이맑고높다.신선이나한봉을지나며깊게숨을들여마신건아닐까.
생각하는게초딩수준이라해도어쩔수없다.실제로느낌이그러했는데어쩌겠는가.
14시30분,
마등령(1240m)에서잠시쉬어간다.사실일행넷모두지칠대로지친몰골이다.
산을올라지금까지먹은것이라곤사과반쪽,떡두쪽,연양갱하나,쵸콜렛두알이전부다.
물론물로배를채웠으니아직까지견딜만은하다.
여기서비선대까지는3.7km,아직도만만치않다.등산로대부분이가파른돌무더기다.
가뜩이나긴시간종주해온등산객들로서는마의구간이다.
허기진대다체력도바닥나다리가후들거리고무릎도시큰거릴때쯤만나는구간이기때문이다.
우리의姜,헬기를불러달랜다.도저히한걸음도떼놓을수없다나.
시큰거리는무릎으로얼마나더내려왔을까?계곡물소리가반갑다.왼편바위면에금강굴도…
비선대가멀지않은모양이다.
17:25분
기진맥진비선대에도착,속살같이고운바위면에드러눕다.
18:25분
신흥사입구설악동매표소에닿다.
하산주하며16시간공룡능선대장정을마무리하다.
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