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은깊고짙다.
6월초입에찾은지장산은더욱그러했다.
이따금씩산새들의지저귐빼고는고요그자체다.
말그대로적막강산이다.
두어달전,끝도없을것같던신규업무를놓고팀들과마주했다.
어차피돌아갈수도,피해갈수도없는일이라면
정면돌파하자고파이팅을주문했었다.
마침내끝이잡힐듯한지금,참여한팀원모두가기진맥진해있다.
지리하게끌어온업무로내머릿속또한온통꼬인실타래다.
풀어야한다.머릿속을하얗게만들어한다.
그러한일탈이라면인적드문깊은산속을걷는게제일이다.
산행안내북을펼쳐놓고여러산을떠올린끝에지장산에눈길이멎었다.
접근성에문제가없진않으나무엇보다도번잡하지않을것이란점에낙점했다.
지장산은경기도연천군신서면과포천군관인면경계를이룬다.
4km가넘는긴계곡에빼어난산세에도불구하고찾는이가드물다.
토요일이른아침,서둘러길을나섰으나도로사정은늘변수가많다.
자유로에서능곡방면으로빠져송추를거쳐의정부,포천방면으로차를몰았다.
번잡한도심을피해벽제-송추로이어지는외곽도로를택했다.
폐부가득전해오는아침공기의신선함도잠시,
의정부에접어들면서미군부대앞도로공사로족히1시간은날려버렸다.
서둘러나선이유는준비한산행지도에표시된종자산으로의종주를마음속에뒀기때문이다.
도로사정도변수가있듯이산행코스도예상밖복병이나타나면내맘대로하시라도바꿀수있는것,
이게바로나홀로산행의최대묘미가아니겠는가.
내비게이션이란요상한물건을얼마전차에매달았다.
행선지마저기계에의지할생각은추호도없었다.
준비한것이다.시험삼아목적지를입력한뒤기계음과화면지도에운전대를맡겼다.
낯선이곳까지용하게도데려다준것이다.
이러다가세상사모두를이러한것들에내맡긴채스스로통제를자처하게되는것은아닌지…
그저신통방통하나썩내키는물건은아니다.
중리저수지를지나자,차단목이길을막아선다.
헐레벌떡저쪽에서아주머니가뛰어와차안을살피며말을건넨다.
"혼자세요?"하길래장난기가발동,"트렁크열어보일까요"했다.
요금판에대인1000원소인600원이라고적혀있는데도
선심쓰듯"천원만내세요"한다.
주차비인지,입장료인지,징수주체가어디인지목젖까지올라온말을삼켰다.
넓은주차장엔차라고는달랑한대뿐.
그래도나름대로알려진산인데…
산전문지6월호전국명산지도첩맨첫장에소개된산인데…등산객이없다?
철저히대중교통을고집하는전문산꾼들만오는곳인가?
이미해는중천에떠서목덜미에따갑게내리꽂힌다.
군사목적으로닦여진지장계곡도로는해발510m잘루맥이고개까지4km를걷는동안그늘이없다.
이러한정보는사전에취하지못한부분이다.
반팔셔츠에드러난팔뚝은금새발갛게익어간다.
게다가땀냄새를쫓아줄기차게따라오며귓전을맴도는산모기들도
햇살만큼이나사람을지치게한다.
지장봉계곡은왼쪽에삼형제봉과지장봉,오른쪽에관인봉으로둘러쳐진V자협곡이다.
계곡중간쯤에이르자옛성터안내판이눈에들어온다.
왕건과궁예의숨결이깃들어있는역사의현장,보가산성터이다.
돌로쌓은성으로약70m정도성곽이현존한다.
이곳에서궁예가왕건에게기면서성을쌓고싸웠다고하여일명‘궁예성’으로도불린다.
산성에올라가면당시군사훈련장소등이그대로남아있다고하나산중턱을올려다만보며지나쳤다.
계곡절반을걸었을까,왼편에절터가보인다.
다수의불상이하늘을지붕삼아모셔져있다.
절터라면복원하여제대로모셔놓아야할텐데,내막은잘알지못하나
자칫흉물스럽게비춰질까염려되는부분이다.
휴전선이근접한산이라서일까,포사격이종종있다는경고팻말도눈에들어온다.
그때쯤이다.울퉁불퉁돌멩이길사이로뭔가가견고하게박혀져있는걸발견했다.
둥글다.오래되어녹이슬었다.군용페인트색도언뜻비친다.무엇일까?
혹시지뢰?연천군일대숲속이나계곡에서이따금씩대인지뢰가발견된다고하던데혹시…
그냥쇳조각이길바라며.
앞서걷는이도,뒤따라오는이도없이잘루맥이고개에닿았다.
이제부터왼쪽가파른길을올라야한다.
따가운햇살과의신경전은잠시휴전이다.
지금부터는깊고짙은숲길을헤쳐야하기때문이다.
10여분가파른길을오르면시야가탁트인전망좋은곳이나온다.
숲속엔훈련후채걷어내지않은야전삐삐선(전화통신선)이널려있다.
벼랑이나음습한바위밑엔참호나군시설흔적도남아있다.
발걸음에놀라푸드득달아나는산새들에흠칫놀라기도했다.
쓰러진참나무가길목을막아선다.
잠시쉬어가란다.배낭을걸쳐놓고누워버린참나무에누워하늘을본다.
나뭇잎사이로언뜻언뜻비치는하늘빛은너무나파랗다.채도가높다.
나말고누구도이공간에없다는게잠시잠깐은자유로움그자체다.
하지만시간이갈수록불안하다.더럭겁도난다.
무인도에표류하면서하루이틀,한해두해를지나며
변해가는모습을그린영화도잠시머릿속을스쳐지나간다.
이대로발가벗고누워온몸을신록에내맡기고싶은발칙한생각도해본다.
갑자기배낭속감자떡이생각난다.허기졌다는신호다.
감자떡여섯알,사과한개가오늘산중식량이다.
꽁꽁얼려온물통이배낭에서냉장고구실을해감자떡보관상태는양호했다.
감춰두었다몰래꺼내먹는곶감맛이이보다더할까.
지장봉877m.정상임을알리는사각표시목만이외롭게서있다.
산정에서아스라히보이는먼산들의하늘금은적당한리듬을갖고있다.
강렬하게,때로는부드러운하모니를선사한다.
화인봉을거쳐하산을서둘렀다.
애초하산경로는삼형제봉-향로봉-종자산으로잡았으나
인적없는숲속의적막함이더이상은싫다.
번잡함을피해찾은지장산,심하게적막했다.
하산길내내,주차장에닿을때까지역시나혼자다.
주차장엔타고온차한대만이덩그라니땡볕을받아내고있다.
뜨끈해진차를몰아서둘러주차장을막빠져나가는데
요금징수하던아주머니가어디선가나타나잘가라는손짓을보낸다.
들며나며본유일한분이다.
가족단위등산객이붐비는구름산을오르며
사람냄새(?),실컷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