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에서 午睡를…

수리산병목돌탑

산에들어가면

-장영희ㅡ

발소리내지않고

몰래산에들어가

세상에서입은옷을벗고

그늘속이끼가되어

엎드려있어도

바람의자유를안다

이끼가먹고사는고독의맛을안다

키큰나무는

내한숨다들이마시고

한숨뱉아낸만큼

나는나무가되고


산에들어가면

바위와나무와

산새와이끼가

어떻게친구가될수있는지

바람이전해준다

수리산관모봉

바람한점없다.
너무덥다는표현외엔아무생각도나질않는다.
모자챙을타고떨어지는땀방울은더위의정도를알수있는바로메타다.

물벼락에산천초목은죄다할퀴어지고쓸려내려가,
수재민가슴속을숯검정으로만들더니만이번엔땡볕불벼락이다.

서울에서가까운수리산을오르기위해안양역에내렸다.

수리산콧구멍?외곽순환도로

수리산은주봉인태을봉을비롯슬기봉,관모봉,수암봉까지
펀안하게능선종주할수있는육산이다.
능선곳곳엔암릉구간도더러있어아기자기한재미도있다.
수림또한울창해산림욕도즐길수있어인근시민들이즐겨찾는산이다.
수리산은안양,시흥,군포,안산시의경계를이룬다.

포도를벗어나숲길로들어선다.
숲속군데군데나무벤치들을지나자병목돌탑이보인다.
예까지오는데도벌써숨이가쁘다.더위의강도가예사롭지않다.
초목무성한숲길도폭염의기세에눌려
제역할을다하지못한다.

여러날집열하여팽창된뜨거운열기를
요며칠간한꺼번에쏟아붓는느낌이다.

혹시사계를관장하는만능하신天帝께옵서
인간세상을향해던지는꾸짖음의메세지는아닐까?

8월15일광복절에오른관모봉에태극기가…

인간세상엔돼지털이다뭐다하며온갖편리한물건들로넘쳐나지만
天帝께선여태껏수동계절분배를고집한다.
눈,비,더위,추위를오로지수동으로분배,관장한다.
天帝의사계조절은긴긴세월,한치오차도허락치않았다.

그토록손끝감이좋으신분께서어찌하여
근래들어사계조절이연신빗나갈까?

내려다보고있자니나라꼴은콩가루요,
돌아가는꼬락서니는속이뒤틀릴지경이니
사계를제대로움직여볼마음이사라지신게틀림없다.

단순히수동조절이귀찮아업무소홀로야기된찜통더위라면
성능좋은돼지털’雪雨寒暑분배기’한대장만해
올려보내드리고싶었으나지구를떠나야할몇몇인간들이
여태남아개꼬장을부리고있어
天帝의심기를건드린탓이라달리손을쓸방도가없다.

더위를먹었나,정수리에내리꽂히는태양열에머리가어찌된것인가,
홀로수리산을오르며발칙한상상을떠올린다.
배낭과접한등짝에셔츠가척척달라붙는다.

수리산주봉인태을봉에닿았다.
산정그늘막막걸리통이쉬어목축이고가란다.
한입베어문매운고추로얼얼해진입안을다스릴겸
연거푸두사발을벌컥~.

건너다보이는관모봉까지는한달음에,
그리고곧장하산길로방향을틀었다.
땀은비오듯하는데물통은바닥이다.
폭염속에서욕심은자칫탈진을자초할수있다.
하산길나무벤치에앉았다가솔솔불어오는골바람을만났다.
내친김에배낭을베개삼아오수까지

ZZZ

산을좋아하는시인,장영희님의山詩한편올렸습니다.

현재문단에서왕성하게활동중인시인은고교교사로,대학강단에서

후학에힘쓰고있기도합니다.

지리산종주만도무려14번이나하였을정도로진정산을좋아하는산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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