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강의물을다들이마시고태산을갈아없애겠다"
진나라에서후주의천왕(後周天王)즉주왕(周王)임을자처하며큰소리빵빵날리던자가있었으니,
그는다름아닌진나라높은벼슬아치의후손인주도(周鍍)라는인물이다.
다섯살때이미글을깨우쳐11세때에는육도삼략(六韜三略)을통달한다.
따로영재교육을받았는지여부는알길이없다.
성인이되면서진나라후손중에큰인물이없음을개탄하며왕후장상의꿈을키워갔다.
당나라덕종15년(신라소성왕1년)때주도는장수1백명과군중1만여명을모아남양땅에웅거하며
이들을훈련시켜당나라수도장안으로쳐들어갔다.
자고로천지사방안가리고무모하리만치들이대기만하다가낭패본경우는역사속에부지기수다.
두말할필요없이대패였다.살아남은군사1천여명을이끌고숨을곳을찾아헤매다가
요동을거쳐신라로도망을오게된다.
석병산(주왕산의옛이름)이매우깊고험준하다는소문을듣고이곳주왕산에숨어들었다.
산중에식량이있을리만무했다.결국인근주민의식량을약탈하는등노략질을일삼게되자
석병산에산적무리들이활개친다는소문이나라안에퍼져나갔다.이소문은당나라조정에까지들어갔다.
당나라에서는이들이도망간주도일당이란사실을알고주도를잡아줄것을신라에요청해왔다.
이청을접한신라왕은마일성장군에게토벌을명한다.
그러나마장군의군사들은선뜻주왕을칠엄두를내지못하였다.
주왕의군사들이군량미가많은것처럼보이기위해암봉마다이엉을씌워노적가리처럼위장해놓아
지레겁을먹었기때문이다.
한참뒤에야그사실을알게된마장군은장군봉에올라위장해놓은노적가리를향해활을쏘며공격했다.
지금도암벽중앙부가패여져나간흔적이있는데이게바로마장군이쏜화살에바위가떨어져나간것이라한다.
황하강의물을다들이마시고태산을갈아없애겠다는주왕의뻥이나
움푹패인암벽은마장군의화살에맞은흔적이라전하는데,
좌우지간전설에서뻥빼면스토리가이어지지않는다.
눈치챈마장군의군사들은마음놓고포위망을좁혀왔다.주왕은체념하고굴속으로숨어든다.
폭포수가굴입구를막고있는천혜의은신처인이굴이현재주왕굴이다.
어느날방심한주왕이굴밖으로나와세수를하다가마장군의군사들에게발각되어
후주천왕의꿈을이루지못한채철퇴를맞고명을다한다.
주왕굴에서생을마친주왕에게는아들대전(大典)과딸백련(百蓮)이있었다.
주왕산대전사와백련암은이들이름에서비롯되었다고한다.
매표소에서산행들머리까지길게먹자골목이줄지어있다.
술독마다넘치지않을만큼동동주가찰랑거린다.
"내리올찌게꼬옥댕기가소"
경상도아지매가구수한사투리를던지며눈을맞춘다.눈도장찍혔으니도리없을듯.
대전寺입구에이르자,주왕산을대표하는기암봉이낯익은모습으로우뚝다가선다.
주왕산은수백미터높이의기암이협곡을이룬산으로우리나라3대암산에들정도로절경이다.
대전사를지나삼거리길오른쪽산길로들어선다.
靑松香그윽한골바람이감질나게얼굴을스친다.
송진냄새를유독좋아한다.그래서테레핀유냄새가푹배인화실이가끔씩그립기도하다.
솔숲이뛰어나지역명도靑松이라이름하였던가?능선에는적송들이저마다빼어난자태를뽐낸다.
우리민족의행주좌와(行住坐臥)에있어소나무는불멸의상징이다.
소나무석가래집에서새생명이태어나면생솔가지로금줄을친다.
소나무장작과솔갈비로불을지펴구들장을데우고먹거릴만들었다.
물오른솔가지껍질을벗겨송기를빨아먹던기억도선연하다.특별한날엔솔잎으로술을,
송홧가루로과자를만들어먹기도했다.
관솔에엉겨붙은송진은불씨로혹은약으로도요긴하게쓰였다.소나무문화에너무나익숙해있다.
그래서솔바람이,솔향이그리워늘산을찾고있는지도모른다.
소나무의에이즈,재선충확산이그래서안타깝고걱정스럽다.
치료약도없고매개충에대한천적도없다.한번감염되면100%고사한다.
지난해까지들불처럼번지던소나무재선충기세가올해들어한풀꺾였다하나넋놓고있기엔이르다.
관심갖고함께지켜볼일이다.
1시간남짓오르니주왕산정상이다.오이한입베어물고숨고르기한뒤긴하산길로접어든다.
이산저산두루다녀보았으나주왕산의이정표엔특별한게있다.
방향을가리키는목판에’탐방로아님’도다른표지와동격으로매달려있다.
밧줄과난간을잡고칼등고개를내려오니내원동갈림길후리매기삼거리다.
산길은옥같이맑은개울물을건너가고건너오길거듭하며이어진다.
"그러게,알탕해먹기좋은곳인데말이야…"
그랬다.계곡물에알몸으로들어가좌선하는것을일러알탕이라한다니…
산객들이쉬어가는곳이다.
이제부터주방천계류길이다.
급수대,학소대1.2폭포가눈에들어오면서펼쳐지는사위는천혜의절경으로탄성이절로나온다.
하늘과닿을듯곧추선석벽,목을뒤로제쳐올려다보지만그높이는가늠이안된다.
그위에백학한쌍이둥지를틀고살았다하여학소대로불린다.
사냥꾼에게잡힌백학을그리워하는짝잃은청학이날마다슬피울면서바위주변을
배회하다가자취를감추었다는슬픈사연을간직하고있는곳이다.
주왕굴을거쳐자하교로건너니어느새산행시작점인먹거리골목이다.
몇시간전눈도장콱박아둔경상도아지매가반갑게맞는다.
"이거한번잡사보소,막맹글어서뜨끈한기디기맛있니더"
살짝얼린동동주와함께막꺼낸손두부를내놓는다.
그윽한적송향과입안에서바삭거리며씹히는살얼음동동주맛은주왕산행에서
천혜의절경과견줄정도로가히압권이었다고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