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가을햇살이차창안으로스며든다.
양재를출발한버스는서울역,그리고불광동을거치며예약산객으로가득채웠다.
서울을벗어난버스는의정부를지나축석령휴게소에서잠시멈춰선다.
요며칠계속된음주로인해뱃속이툴툴거린다.
빈속을달랠요량으로면발굵은우동한그릇주문했다.
속풀이를기대하며우동국물에고춧가루풀어넣었는데…
속풀이가아니라오히려허한뱃속을긁는다.
차창밖으로가을이스친다.
황금빛들녘을지키는허수아비가허허롭다.
바스락거리는나뭇잎하나에도,단풍잎을투과한따사로운햇살한줌에도
가슴이아려오는계절,가을이다.
가을마중을나선다.
이때쯤이면억새풀은빛물결일렁일명성산((922.6m).그산으로향한다.
울음산(鳴聲)이라는명성산엔두가지설이있다.
후삼국시대궁예가부하였던왕건에게쫓겨이곳으로와자신의신세를한탄하며울었다는설.
또하나,신라의마지막왕자마의태자가이곳에서망국의한으로인해통곡하자,
산도따라울었다하여명성산으로불리게되었다는설이전해져내려오나
어느쪽이정설인지는알길이없다.
철원갈말읍강포저수지인근에서산길로접어든다.
길양옆엔군사시설물팻말이걸린철조망이이어진다.
무시무시하게도고압전류가흐른다는경고도나붙어있다.
사람들이수시왕래하는길가녹슨철조망에전류를흘린다?엄포한번제대로다.
진행할수록비포장도로는점점좁아지면서요철이심하다.
도저히버스가다닐길은아니다.
마주오는차가있었더라면오도가도못할좁은산길을곡예하듯뒤뚱거리며기어간다.
메마른산길흙먼지를뿜으며산객을실은버스는겨우겨우강포3교를지나산안고개에닿았다.
이곳이오늘(9/30)산행들머리다.
산안고개에서시작,궁예의침전-명성산정상-궁예능선-삼각봉-억새군락지-등룡폭포-
비선폭포-주차장으로내려오는5시간코스.
들머리서올려다보이는산세는위풍당당그자체다.
교통이불편해접근이쉽지않은들머리라산길이뚜렷치않다.
무성한잡목을헤쳐가다보면암벽이가로막고암벽을돌아가다보면낭떠러지가막아선다.
낯선산객에게쉬길을내주기싫은모양이다.
그렇게몇번을텃새부린후에야온전하게길을내준다.
강포3교에서오르는산길안부에탑을쌓아놓은듯한바위가건너다보인다.
맨윗부분이움푹패인그바위가궁예의침전이다.
왕건에게쫓기며이산으로숨어든궁예,
그가머물며몸을뉘었던바위라하여그렇게불린다.
분을삭이며,한숨지으며토해낸그의울음소리는궁예능선에,궁예계곡에,궁예봉에녹아있다.
가파른산릉을올라서면명성산정상(923m).
사방을둘러끝없이이어지는산능선의너울거림이리드미컬하다.
동쪽에는백운산과광덕산,동남쪽으로화악산이,서남쪽으로는소요산과서쪽으로종자산이의젓하다.
가까이엔골깊은계곡들이굽이굽이흘러내리고삼각봉(903m)아래펼쳐진
산정호수분수는연신물을쏘아올린다.
옥에티도있다.군데군데산들이포사격타겟이되어속살을드러내고있다.
포사격에시달린산야가스트레스성원형탈모증을앓고있는모습이다.
삼각봉에서억새군락지에이르는주능선에는야생화가만발해있다.
흡사소백산비로봉능선을축소해옮겨다놓은듯하다.
잠시숨을고르며걸어온길을뒤돌아본다.
궁예봉도,삼각봉도그새멀찌감치물러나아득하다.
동쪽산비탈을따라억새가조금씩맛배기로얼굴을내민다.
억새군락지에가까와졌음을알리는것일게다.
명성산의억새밭에는아픔이있다.
지금의억새군락지는한국전쟁당시치열했던격전지로집중포화에
풀한포기조차남아나지않았던곳이다.
비명에간꽃다운젊은이들의넋을달래려는듯가을이오면드넓은산등성이가온통은빛바다가된다.
바람결에일렁이는명성산억새의은빛물결은그래서더욱처연하다.
억새군락지를벗어나등룡폭포방면으로하산한다.
10미터높이의2단직폭인등룡폭포는명성산의또다른볼거리다.
아쉽게도가뭄탓인지물줄기가시원치않다.
사자가포효하는것같다는폭포수소리는다음으로미루고서둘러하산한다.
하산을서두를수밖에없었던이유는이랬다.
억새군락지를막벗어난지점에서우연하게도올라오는친구녀석과조우했다.
자연스레숲속으로숨어들어곡주를놓고마주했다.
족히한시간을넘게주거니받거니하다가시간을보니…
함께온일행들과만나기로한시간은16:00.만남장소까지는40여분거리,남은시간은20여분.
허겁지겁자릴박차고뛰다시피하산하게된것.
산정호수와명성산일대5만여평억새풀꽃밭에서10월12일부터14일까지
이틀간억새풀축제가열린다.
명성산에올라바람에일렁이는억새은빛물결을보았다.
은빛물결을타고들리는울음소리도들었다.
가을이깊어가는지금,꼭한번들러볼만한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