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재 내장산이여!

양재역7번출구로나오면무박산꾼들로북적인다.(이때만해도디카는…)

선잠에서막깨어났습니다.한기가재킷속으로파고듭니다.
천둥번개가캄캄한밤하늘을찢고가릅니다.
간간히내리던빗줄기는멈추었으나
세찬바람에낙엽비가내리는을씨년스러운밤입니다.


내장산서래봉매표소를04시30분에통과합니다.
헤드랜턴에의지해가파른산길을오릅니다.
바닥에드러누운이정표가반쯤은낙엽에묻혀있습니다.
좌로가면서래봉,우로가면불출봉이라가리킵니다.
카메라를꺼내들고이정표를향해버릇처럼셔터를누릅니다.

이컷을끝으로디카는….(서래봉,불출봉글씨가보이지않아포샵)

그리고선배낭옆그물망에카메라를넣는다는것이그만…
아마도글러브를낀탓에손움직임이둔했던모양입니다.
카메라는바위에떨어지며둔탁한소리를냅니다.
이리저리랜턴불빛을움직여바위틈에서찾아냈습니다.
외양은멀쩡했으나완전히먹통입니다.
뇌사상태에빠진것입니다.

순간머릿속이아득해져옵니다.
내장산의가을을담아보려고불원천리멀다않고밤길달려왔는데..
캄캄한산중바위모서리에쪼그리고앉아요리조리만지작거려보았으나
주인의애타는심정을아는지모르는지미동도없습니다.

그와함께했던긴시간들이주마등처럼스쳐지납니다.
그가처음내품에들어왔을때썩내키진않았습니다.
진곤색에다소우둔해보이는몸매로내앞에나타났습니다.

알맹이는꽝이면서겉치장만요란한것들,무지많습니다.
겉모습이야함께하다보면정들겠지하는마음으로
속이실한것을찾아헤매다그를만났습니다.벌써3년전일입니다.

긴긴시간,그는비와눈그리고추위와더위를마다않고주인을따라나섰습니다.
때로는빗방울에노출되어오락가락사경을헤매기도했으며
흙먼지를뒤집어써숨이탁탁막힐지경인데도임무를게을리하지않았습니다.
물론제때밥을주지못해주둥이를내민채꼼짝않고투정을부리기도했지만
에너지만공급해주면언제그랬냐는듯제역할을충실하게해냈습니다.


그는한때심한굴욕을당하기도했습니다.
지난봄어느날,업무차북한개성을들어갔다가나오면서주인의의사와상관없이
북측요원의손에잠시넘어갔더랬습니다.
뭘담아가는지살피느라이리저리속살을헤집는북측요원의손놀림을
멍청하게바라다볼수밖에없었던일등등…

이렇게황망하게그를떠나보내게될줄이야,착잡한마음금할길없습니다.
그는오늘,주인의불찰로인해깊은산골짝에서
제명을다누리지못한채쓸쓸하게갔습니다.
그러나뇌사상태라어쩌면기적적으로깨어날지도모른다는생각에

미련을떨칠수없어요로를통해알아본바,비록뇌사상태이긴하나이쯤에서

영면하게함이좋겠다합니다.
자칫살려보겠다고방방뛰다가배보다배꼽이커질수가..(아니!스토리가어디로?)
고민끝에수술실로보내려던생각은접기로했습니다.
(이참에재주좋은놈으로다시장만할까싶습니다)

아깝다디카여,어여쁘다디카여,

너는미묘한품질과특별한재치가졌으니,

物中의名物이요,디카중으뜸이라.

민첩하고날쌔기는백대의협객이요,


굳세고말잘듣기는만고의충절이라.

번뜩이는후래쉬로사위를비춰내면

초롱한눈망울은천지사방끌어안아,

수백컷마다않고꾸역꾸역담아내어

신통방통민첩하게제모습펼쳐내니


배낭안의보물이요,산행의도반이라.

불현듯학창시절국어시간때배운유씨부인의’조침문’이떠올라
명문장에개칠하게된점용서바랍니다.

그의절묘한재주가눈앞에서아른거리나이제이곳내장산에내려놓습니다.
천지사방을쉼없이주인과동고동락해온그를생각하니남은발길이무겁습니다.

불출봉에서내려다보이는내장저수지의불빛조차처연합니다.

불출봉을지나망해봉,연지봉,까치봉,신선봉을거쳐
내장사로방향을틀었습니다.

능선엔이미낙엽만흩날릴뿐단풍은없었습니다.
다만내장사를빙둘러인공조림한단풍나무들만이내장산의체면을유지하고있었습니다.

초입에서그를떠나보낸지라무심히속보로하산했습니다.
내장사에들어서니새삼그가생각났습니다.
경내감나무에주렁주렁매달린감을올려다보며,
색종이를오려붙인듯화려한진홍빛단풍을쳐다보면서…

황망한마음을핑계삼아후미일행들이올때까지
동동주로쓰린속을달랬습니다.

오호통재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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