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싸리재에서 만항재까지

겨울눈산은환희이고설레임이다.
가슴이쿵쾅거리며명치끝이시려오기때문이다.
겨울눈산은추억이고어리광이다.
어린시절의앞산토끼몰이삼매경에빠져들수있어서다.
겨울눈산은용서이고너른품이다.
시기와질투마저도하얗게덮어감싸안는너그러움이있기때문이다.

백두대간구간중에서도특히눈이많이쌓인다는능선,함백산을향해
언제나처럼전날밤꾸려놓은배낭챙겨뒷꿈치들고살며시현관문을나선다.

역마살끼여놀토만되면줄행랑치는못된놈으로보일수있는대목이나뭐둘러대자면꼭그렇지만은않다.

가끔근교산은가족과도함께오른다.
새벽일찍부터부시럭거리면여우와토끼(?)가단잠을설치게된다.
그러한연유로불도켜지않은채주섬주섬챙겨조용조용빠져나온다.

애초백두대간중한구간인화방재를들머리로,두문동재를날머리로잡았었다.
그러나중앙고속도로치악휴게소를지나면서부터내리는눈발이심상치않다.

서제천나들목을빠져나와노면결빙구간으로접어들면서부터거북이처럼발발긴다.
도로위에서예상보다시간을많이까먹고있다.
해가짧은겨울철이라산행시간이은근히신경쓰인다.
결국한코스를생략키로했고들머리도逆으로바꿨다.

싸리재(두문동재)-은대봉-함백산-만항재로수정되었고계획에있던코스,화방재는졸지에사라진것이다.
툴툴거리던몇몇은칼바람속무릎높이눈길을다걷고나서야판단이옳았다며머릴긁적였다.

정오에임박해서야들머리로정한두문동재(싸리재)에올라섰다.
정선군고한과태백시경계선인이재를두고태백에서는싸리재,고한에서는두문동재라부른다.
해발1,268m에달하는잿마루에올라태백땅을바라보는방향에서
왼쪽으로오르면금대봉,매봉산,피재로향한다.
제설이안된도로위엔내린눈이그대로얼어붙어차량이다니기엔위험천만이다.

두문동재터널이뚫리기전엔잽싸게제설작업이이루어졌다하나
이젠어쩌다한두대이용하는도로라별로신경쓰지않는모양이다.
맑은날,두문동재에서바라다보이는매봉산은가히장관이라하나아쉽게도시야는제로다.

스패츠를하고…아이젠을걸고…스틱길이를맞추고…
발목을좌우로돌리고…깍지낀양팔을뻗쳐틀고…쪼그려뛰기도하고…화장실도다녀오고…


저마다오를준비를끝낸일행에섞여비로소순백능선으로기어든다.

겨울산행의백미는뭐니뭐니해도순백의은빛능선이다.
은대봉(1442m)에이르자,쌓인눈은바람에솟구치고내리는눈은바람에휘감긴다.
눈보라다.바로이러한맛에動해겨울산을찾아나서는지도모른다.
지난주백덕산행때도그러하더니이번역시짙은눈구름에가려전방50m밖은보이질않는다.
은대봉에서자작나무샘터방향으로산길은높이를급하게낮춘다.

바로이밑을우리나라에서철길터널중가장길다는정암터널(4505m)이지난다.
개통후1976년쯤인가,제천발태백행열차에오른적있는데이때안사실이다.
터널안으로기차가들어서면가장긴터널이란사실과함께터널을지나멈춰서는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가장높은지대(855m)에위치하고있다는차내방송을했었다.
세월이많이흐른지금도그런방송을하고있는지는알길이없다.

능선길은다시자작나무샘터를지나면서가파르게고도를높힌다.
꼬불쳐넣어둔지도를펼쳐함백산정상까지의길을가늠해본다.
쉼터가있는중함백(1505m)까지30여분,중함백에서정상까지또30분으로표시되어있다.
한시간남짓이면정상에닿을수있다는얘긴데…천만의말씀이다.
무릎까지빠지는눈길,볼살을에일듯한칼바람,거센눈보라를헤쳐야한다.
오늘같은날씨엔지도상에표시된시간과거리는그저참고일뿐이다.
조급하게이동하다간자칫낭패보기십상인날씨다.

중함백을내려서면보호울타리를두른채귀한대접받는주목한그루가길을막아선다.
이곳서쉬어간다.컵라면을꺼내고버너에불을지핀다.
땀에젖은옷속으로한기가스며들고물기머금은장갑은이내얼어뻣뻣하다.
손끝은아릴정도로시리다.
일행이건넨소주일잔이전류처럼온몸구석구석번진다.
손끝시림도옷속한기도잦아들며노곤해져온다.
쉼터가움푹한무풍지대라함박눈은벗어놓은배낭위로소복소복쌓여간다.
쉬어간자리는흔적이없어야한다.
펼쳐놓았던자릴말끔하게정리한후쓰레기봉투를배낭에매단다.

쉼터를벗어나자이정표가나온다.좌로함백산,우로만항재를가리킨다.
선두안내왈,정상을오르지않고우회할사람은우측으로진행하고
정상을밟을사람은반드시이장소로다시내려와야만항재로갈수있다고했다.
정상에서만항재로곧장내려서는길은러셀이되어있지않을것이라는게그이유다.
다시되돌아올지언정정상으로간다.아무리날씨가막아선다할지라도.

주목보호용울타리인지,국가시설물보호철조망인지는모르나

정상오르는방향으로흉물스럽게나란히이어진다.

철망은산길과바짝붙어설치되어쟈켙찢어먹기딱좋다.
정상이올려다보이는산등위를뿌옇게지나는눈보라가심난하다.
정상저편철탑을울리는바람소리는음산한울음으로왜곡되어귓전을스친다.

함백산정상(1573m).
톱날처럼솟아오른여러바위들틈에정상석이우뚝하다.
온통세상은눈으로덮혀있으나눈(眼)을떠눈(雪)을바라볼수가없다.
매서운눈보라와칼바람에제대로눈을뜰수가없다.
정상에서서단몇초를견디기힘들정도다.

서둘러오던길로내려선다.갈림길에거의내려설즈음,다시올라가라한다.
선두의안내미숙이다.정상을찍고넘어야길이나있다나.
으~푹푹빠지는경사면눈길을헤쳐가며구르다시피올랐고또내려왔는데…
기운빠질일이다.그래!까짓거정상을향해다시한번칼바람과사투를벌이고눈보라와맞짱을뜰수밖에.
이몸포함해잽싸게앞서걷던10여명은결국정상을두번씩이나밟은셈이다.

정상을내려서면서부터급격한경사면이이어진다.
돌계단위로눈이얼어붙어붙어반질거리는위험구간이다.
아이젠만믿다간큰코다친다.로프에매달리고,스틱으로더듬거려가며
긴장한채걷다보니온몸이땀에흠뻑젖어든다.
눈꽃핀나뭇가지엔형형색색의산악회리번들이나부낀다.
백두대간길이라더욱유난스럽다.

대한체육회선수촌태백분촌을알리는간판을지나도로를가로질러창옥봉을향한다.
이곳에선수촌을둔이유는선수들이고원지대에적응하기위해서란다.
창옥봉에서만항재에이르는내리막구간이만만해보인다.
앞뒤를살펴보니혼자다.에라!체력테스트도해볼겸여기서부터산악구보다.
배낭허리벨트와가슴벨트를단단히조여매고만항재까지줄잡아산길5백여미터를달린다.
숨은가쁘나상쾌하다.서쪽하늘엷어진구름사이로노을빛이스며든다.

포장도로중우리나라서가장높다는해발1330m의만항재가눈아래들어온다.
지리산정령치(1,172m)보다도높은곳이다.
밤에오르면별이머리위로쏟아져내린다는만항재,
그러나눈구름에묻힌늦은오후만항재는춥고을씨년스러운뿐이다.
화방재까지는시간상무리인지라이곳만항재에서산행을접는다.

온스팀빵빵하게틀어놓은버스안이야말로천국이다.
하산주는사북어디쯤식당에서뜨끈한찌개에소주로마무리…그리고서울로~

토요일밤늦게도착한서울엔막함박눈이내리기시작했고…

다음날서울은온통순백의도시로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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