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비로봉 설원에 서다.

비로봉을올려다보며

빛을발하여어둠을쫓는다는비로자나불은
모든부처중에서도으뜸이며근본이며중심이다.
고로화엄불국토의주인이곧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이머무는비로봉은그래서산봉중으뜸이라하던가.

비로봉의빼어난자태에주변산봉들은주눅들어고갤낮춘다.
금강산일만이천봉중제일봉도그리하여비로봉이요,
치악산,오대산그리고소백산역시제일봉은비로봉이라.

비로사로향하는길을내려다보며

小白山毘盧峰(1,439.5m)
춘삼월까지도여전히산정잔설을털어내지못하고
매서운칼바람만쉼없이휘몰아치는곳.
은빛찬란한상고대가그립고,능선따라펼쳐지는대설원이눈에삼삼하여
현관문을박차고또나선다.山으로…

중앙고속도로북단양IC를빠져나와가곡면어의곡리로…
새밭(어의곡리)을들머리로하여오르는코스는비교적짧다.
비로봉정상까지넉넉잡고두시간이면오른다.
그래서인지들머리주차장엔대형버스가연신들어와
산객들을토해낸다.

1월28일,하늘은맑고날씨는포근하다.
어제일기예보대로라면이시간에눈보라가휘몰아쳐야맞다.
영동산간지방에폭설을동반한강추위를예보했기때문이다.
터무니없는豫報에이젠소도웃는다.後報를함이오히려솔직하다.
까짓거비가퍼붓든눈이내리든춥든덥든
산나서는재미에푹빠진이몸이야날씨에그리민감치않으나
일기에따라먹고사는문제가들쑥날쑥하는분들무지많다.
‘아니면말고’식일기예보로이분들헷갈리게하지않았으면좋겠다.

단양새밭매표소를지나며
국립공원입장이무료로바뀐탓인지
드나드는산객들은많은데매표소관리원은하릴없이멀뚱하다.
이끼입은바위도거울같은계곡물도눈을이불삼아겨울잠에푹빠져있다.
솔가지에얼어붙었던눈송이가이따끔씩죽비가되어정수리를친다.
마치세속의五慾을털어내고흐트러진자세를일깨우기라도하듯.

눈꽃에잠시잠깐넋을놓기도하며

국망봉으로갈라지는삼거리에이르면서부터은빛상고대가펼쳐진다.
가슴이벌렁거리고머리가혼미해올만큼흥분되어온다.
손시려운것쯤이야,연신카메라에담아보지만양이차질않는다.
가슴깊이담는방법을깨우쳐야겠다.

잰걸음을하면모자챙을타고땀이뚝뚝떨어지고
걸음을느슨히하면금새모자챙에고드름이열린다.
대개산이그러하듯정상이가까워오면암릉도나타나고
깔딱고개도맞닥뜨리는데저만치비로봉이눈에들어오는데도
소잔등처럼완만한능선만끝없이이어진다.

능선따라점점이이어진행렬을바라다보며

아득하고장쾌한대설원을조망하며무아지경속으로침잠한다.
도원경이나유토피아가바로이런모습일까?

무아경에서빠져나와앞을보니비로봉정상이우뚝하다.
정상표지석둘레에는비집고들어갈틈이없다.
표지석껴안고판박이사진찍으려면순서를기다려야할정도다.
비로봉은좀체사위조망을허락치않는데오늘은별일이다.
국망봉도연화봉도손에잡힐듯다가서는가하면
나고자란고향마을도아득히시야에들어온다.

소문난소백산능선칼바람은모처럼고향산을찾은나그네를
반갑게맞기라도하듯비켜서있고하늘또한쾌청하다.
신선봉,국망봉,연화봉,형제봉들이구비구비너울대며
햇빛받아찬란한설원은끝없이아득하다.
넋놓고바라보고있자니눈물이샐만큼눈이시려온다.

정상에서한발내려서서버너에불지펴
김치,참치죄다넣어국물만들어라면을끓인다.
빠질수없는또한가지정상주는당근이고…

저아래비로봉대피소도눈에들어오고

차디찬바람이땀에젖은내피안으로파고든다.
‘바람의산’소백산의차갑고강한북서풍이등을떠밀며
어서내려가라한다.

비로봉남쪽기슭에천년고찰비로사가자리하고있다.
날머리를비로사로잡고비로봉을내려선다.
비로사를지나삼가매표소에이르는길가엔
겨울을나는사과나무들의앙상한가지가스산함을더한다
지난가을,가지가휘도록매달렸던사과를떠올리며

충북단양에서올라,정상도경계를넘어경북풍기까지
소백산비로봉의눈꽃산행을접다.

읍내서삼겹살에하산주챙겨마시고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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