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마신술기운이영가시질않는다.
차창밖들판이안온하고따사롭게스쳐지나간다.
위성수신의한계인지차내매달린TV화면은제혼자겉돈다.
가파른乙자고갯길이버거운지車는車대로거친엔진음을토해내고 ‘붉은깃발’하면언제나막스.레닌,북한그리고진보적좌파가떠오를정도로
사고가편협한탓에산불캠페인깃발일지라도붉은색은여전히섬찟하다.
금요일저녁술자리만큼은산행을위해사리는편이나,생각대로된적은별로없었던것같다.
어제저녁만해도그랬다.
처음몇잔은주위눈총받아가며두어모금씩꺾었다.
그러나그것도잠깐,몇순배만돌면제어기능이멈춘다.
그리고이른아침,
알람소리에찌뿌듯한몸을일으켜세워문을나선다.
그러면서또다짐한다.산행전날술자리만큼은절대…?
때마침M산악회로부터문자메시지가날아들었다.
3.10(토)/인제방태산/…
버스안에서김밥한줄먹으며물통은절반을넘게비워버렸으니방광이꽉차오를수밖에.
양평어디쯤휴게소에서시원하게반납하고다시차에오른다.
숙취가덜가신탓일까,눈꺼풀이스르르내려앉는다.
급커브에몸이쏠리면서차창에머릴찧은것,오달지게부딪친왼쪽머리부위가얼얼하다.
머리통을흔들어선잠을떨치고커튼을걷어밀친다.
희뿌옇게습기찬차창을손가락으로스윽문질러밖을살핀다.
어느새버스는첩첩산중을달리고있다.
이도저도아닌애매모호한상황을통해웃음을전달하는개그코너,
‘같기道’장면이퍼뜩스친다.
사람들이보는것같기도,안보는것같기도하고..
구비구비돌아오를때마다좌우로쏠리는몸을가누느라客은客대로용을쓴다.
일정간격을유지한채수없이내걸린赤旗가볼썽사납다.
산불예방캠페인을벌이고있는중이다.
강원도산간지역은하나같이초비상이란다.
그래서폭포와암반이어우러져사계절비경을자랑한다.
봄철입산금지가해제되기전까지는산행제약이많을듯싶다.
버스는매표소를지나산림휴양관조금못미친곳에일행을내려놓는다.
홑겹재킷만입고오길정말잘했다는생각이다.
(이때까지만해도불과몇시간뒤닥쳐올일기상황을알턱이없었으니)
오른쪽정자아래2단폭포인이폭,저폭을내려다보며조금더나아가니도로끝공터다.
산행시작은여기서부터다.
왼쪽으로구룡덕봉,오른쪽으로오르면방태산정상주걱봉이다.
이번산행은시계방향으로원을그리며돌아내려오는원점회귀코스.
갈림길에서왼쪽5.1km거리인구룡덕봉으로방향을튼다.
하늘빛도어두워져온다.악천후의전조인가.더이상가파른눈길을딛고오르기가힘들다.
도중에스패츠도착용하고아이젠을걸었다.
능선까지아이젠없이그냥버텨보려했으나무리다.
전문산꾼들은아이젠없이엄지발가락힘만으로잘도오르던데…
산세의선도굵고거친근육질산이라고도한다.
아쉽게도하늘빛흐린오늘같은날엔가늠키어려운일이다.
세찬바람에실려어지럽게날리는눈발에제대로눈을뜰수가없다.
이처럼방태산일대는동해안기류와편서풍기류가만나는곳이어서
눈비바람을예측할수없을정도로일기가변화무쌍한곳이란다.
초봄인데설마..하며,두고온두툼한재킷생각이절로난다.
저만치구룡덕봉이눈보라속에희미하게드러난다.
녹슨철조망과군시설물로山頂은황량하고을씨년스럽다.
구룡덕봉에서주억봉까지는40여분이면너끈한거리다.
그러나무릎까지빠지는눈길을힘겹게걸어1.9km정도나아갔으나
기상은점점더악화일로로치닫는다.
러셀되어진길은금새묻혀사라진다.
계속진행을할라치면힘겨운러셀산행이된다.
컵라면도준비해왔건만눈바람이거세자릴펼칠수가없다.
방태산정상,주억봉을불과400미터앞에다두고…
나무계단은겨우내눈속에묻혀기능하지못한다.
로프와지지대가있어계단이있음을가늠할뿐이다.
시야를어지럽히는눈보라속을헤매다보니
高低도遠近도헷갈리는착란이온모양이다.
오던길돌아보니짓궂게굴던눈보라가잘가라손흔든다.
나뭇가지에,산죽에,계곡얼음장위에올라앉은눈은어서오라손짓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