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I.C.를빠져나와달오름마을에이르러등산화끈을조여맨다.
달을끌어당겨(引月)주위를밝혔다는유래가전해져내려오는
달오름마을,인월리는전북남원덕두산(1149m)지맥이잦아든곳인월면에있다.
이후스토리는역시전설의틀을비껴가지않는다.
왜장은비참한최후를맞고아장은대승을거둔것으로기록하고있으니.
그렇다면소생의청도들어줄지혹시모를일이다.
바래봉에철쭉이만개하도록기를몰아주시옵소서"
달오름마을사람들은달빛의신성한기운과지리산자락맑은공기를
무엇보다도소중히여겨氣체조를통해건강을다스리는데익숙해있다고한다.
절집대웅전뒷뜰로발길을조용조용옮겨산길로접어든다.
산길이뚜렷치않다.아마도주등산로가아닌샛길인듯싶다.
잡목을헤쳐가며설핏드러나는길을따라버벅대길수분,
가파른길을힘겹게걸어오른덕두봉에서잠시배낭을내린다.
방울토마토몇알꺼내허기진배를달랜다.
천왕봉에서반야봉까지능선이하늘에맞닿아파도처럼일렁인다.
이처럼지리산의능선들을육안으로훤히볼수있다는게덕두봉의매력이다.
초입인월리에서하늘보며간청한게먹혀든걸까?
그만큼날씨는좋다.
바라보며바래봉을향해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어느새바래봉이뚜렷하게다가선다.
벌거숭이산에삿갓을씌워놓은듯한바래봉,
아마도남원춘향제와연계해운봉이나수철리에서바래봉에오른이들이많아서일게다.
인월에서덕두봉까지는숲길이어서몰랐다.
덕두봉에서부터는연녹색이파리들사이로파고드는햇살이한여름을무색케할정도다.
생명의기운을발산하는이파리들의몸짓이라모자챙에서땀방울이
연신흘러내려도기분만큼은상쾌하다.
저아래팔랑치,부운치로이어지는철쭉능선은산객들의발밑에서신음을토하고있다.
그래서때가되었는데도철쭉은깨어나지못하고있는건정녕아닐런지?
등로주변은속살을드러낸채흙먼지가날린다.
소생또한그무리중하나이니입이있어도할말이없다.
완만한산비탈초원에군데군데무리지어있는철쭉은두둥실떠다니는부초와도같다.
이것이바로지리산바래봉철쭉의묘미이기도하나
여기엔면양목장으로인한아픔이숨어있다.
그러나1971년한국·호주시범면양목장을설치,운영하면서2,067천평의규모에
그래서꽃망울만으로도충분히아름답고환상적이다.
지난해가을주능선종주길이머릿속을스친다.
팔랑치를지나부운치로향하며생각했다.
터질듯부풀어오른꽃망울을보면서일주일후붉게물들여져있을
다리가후들거린다.허기진탓이다.
종이컵가득소주한잔을건넨다.
목젖을타고내장으로흘러드는쏴한느낌,굿이다.
오른쪽으로수철리,왼쪽은부운계곡으로빠진다고표시되어있다.
샛길이지만등로가뚜렷하다.
가파른토사면이라한발한발딛는데신경이곤두선다.
바위틈에서뿜어나오는물줄기에머리를들이댄다.
시원함도잠깐,어찌나차가운지바늘로찌르는듯따갑다.
(인월리-덕두봉-바래봉-팔랑치-부운치-부운계곡-부운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