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비로봉에서 연화봉까지

고속도로의공휴일몸살은이른새벽부터시작된다.
서둘러집을나섰으나풍기IC를빠져나온시각은10:00.

올려다보이는소백능선은雲霧에가려보이질않는다.
밤새연분홍빛철쭉과밀월을즐기느라아침온줄몰랐을까.
비로봉들머리중한곳인풍기삼가리매표소가까이에이르자,
雲霧는늦잠에서깨어난듯느릿느릿자신을풀어헤친다.
그제서야비로봉이올려다보이고신록은더더욱찬연하다.

매표소를지나채5분이나걸었을까,그새등어리가땀에흠씬젖어든다.
등뒤를내리꽂는따가운햇살탓도있겠으나그보다분명한이유가있다.
배낭을하나더업었기때문이다.

모처럼긴산행에아내가따라나섰다.
사실은내가함께가자고보챘다는표현이맞다.
긴산행엔늘지레겁먹고포기하던터라이번엔여러날사탕발림을했다.
조건을걸어왔다.’처형네와함께간다면,그리고쉬엄쉬엄오른다면’이다.
조건치곤너무나헐렁해냉큼받아들여산행을시작한것인데..

예상못한건아니나초입서부터엄살이다.
배낭무게에어깨가짓눌려걸음을못걷겠다나!
투정이겠거니생각하고내배낭뒤에업어매다보니등줄기가흥건할수밖에…
헉헉대는내뒷모습이딱해보였을까,다행히도십수분만에해제시킨다.

홀로산행때간편한행동식에수통,그리고여벌옷이고작인배낭이
오늘은사정이다르다.
가족이이동하다보니거의소풍나온수준이다.
오이,상추,고추,쌈장,콩밥,불고기,밑반찬에
참외,토마토등과일류그리고막걸리에여러개물통까지,
배낭의적정용량을넘겨가며구겨넣었으니완전군장에산악행군이따로없다.

매표소를막벗어난지점,이정표는비로봉까지5.5km를가리킨다.
삼가리야영장을지나면서부터사과밭과계곡이길따라이어진다.
메추리알크기만큼자란사과엔솜털이보송보송하다.
물소리,새소리들으며1.8km를걸어오르니비로소비로사다.

이곳엔보물제916호인석조아미타및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모셔져있다.

비로사입구에서오른쪽다리를건너면서부터본격적인산길이시작된다.
10여분걸으면갈림길이나온다.
왼쪽으로비로봉,오른쪽으로달밭골가는길이다.

비로봉을향해10여분올랐을까,아름드리나무가부러진채등로를막아선다.
작년가을태풍’산산’에의해넘어진것이란다.
친절하게도안내판까지세워놓은걸로보아당분간은
저모습그대로놔둘모양인데..무얼일깨우고자함일까?
참새가봉황의뜻을어찌알리오마는글쎄다~

비로사구등산로갈림길(해발1,000m)을지나배낭을내린다.
허기져더는못걷겠다아우성이다.
비로봉올라주능선타고연화봉거쳐희방사까지걸어야하는데
쉬엄쉬엄이렇게가다간해저물까걱정이다.
그러니어쩌겠는가,조건중하나가’쉬엄쉬엄’인데…
바위위에꺼내올린먹거리가한상너끈하다.

솔숲사이를비집고들어온햇살은따가운데솔향가득담은골바람은서늘하다.
얼음띄운막걸리잔에솔향을더하니신선이따로없다.

‘비로'(毘盧)는불교에서’높다’라는뜻이다.
소백산도솔봉,연화봉,국망봉도비로봉(1,440m)에못미친다.
금강산제일봉이비로봉(1,639m)이듯소백산주봉도비로봉이다.


비로봉아래샘터를지나5분정도오르면한산악인의추모비가있고
여기서부터정상까지는십여분이면충분하다.
철쭉터널을벗어나면서눈앞에광활한초원이펼쳐진다.
여기저기서탄성이쏟아진다.

소백산을일러흔히’바람의산’이라한다.
그만큼소백능선의바람은가공할만큼센것으로유명하다.
그런데오늘은모자를쓰고있어도될정도이니’바람의산’체면이말이아니다.

초원저편의국망봉은손에잡힐듯가까운데걸어가야할천문대는아스라이가물거린다.

비로봉정상표시석앞은여전히만원이다.
판박이증명사진을찍으려면긴줄에서서순서를기다려야한다.
빈틈을노려한컷담아보려했으나여의치않다.

주목감시초소앞사면은주목이군락을이루고있다
죽어천년의풍상을고스란히안고서있는아름드리고사목에눈길이머문다.
지천에널린야생화와연분홍철쭉은저리도화사한데…

초소를조금벗어나면갈림길이나온다.
곧장진행하면연화봉을거쳐죽령,희방사길이고우측으로내려서면단양천동리방면이다.

대부분의산객들이천동리로내려딛다보니연화봉으로향하는등로는한산하다.

등로곳곳에소백산의야생식물등각종안내간판세우는작업이한창이다.
차량으로천문대뜰에실어다놓은대형목안내판을인부들이지게에올려등로곳곳으로운반한다.

제1연화봉(1,394m)에서건너다본천문대는어느새팔을뻗으면닿을듯다가서있는데
걸어온길을뒤돌아보니이젠비로봉이아득히물러나있다.

연화봉(1383m)
한달보름전,연화봉을찾았을때만해도봉우리아래응달진곳에채녹지않은눈을보았는데,
그사이산자락은온통짙푸른녹음천지로변했다.

소백산철쭉은연분홍빛수줍음을품고있다.
지리산바래봉에서본붉은빛철쭉과는사뭇다르다.
철쭉나무아래떨어진연분홍꽃잎들이발길을멈춰세운다.
철쭉제인파에몸살을앓고몸져누운듯보여애처롭다.

희방사방면으로내려선다.
배낭뒤큼지막한비닐봉지를매달았더니걸을때마다부스럭댄다.
정상석아래둘러앉아있던대여섯명이먹고일어난자리에
쓰레기봉지가있어’잊었나보다’생각하고불러세웠다.
"여기,쓰레기봉지가져가시지요"에"우리것아닌데요"다.
더이상건넬말이없다.틀림없는사실을아니라고하는저@&$#…

魔의희방깔닥재에닿은시간은18:00
희방사까지계속가파른돌계단이이어지는,오르기도내려가기도힘든구간이다.

희방사는643년(신라선덕여왕12년)두운조사가해발850m에창건한사찰이다.
6.25전쟁당시법당과훈민정흠의원판,월인보등귀중한문화유산이소실되었다.
그후1953년에중건되어오늘에이르며은은한종소리로유명한희방사동종이보관되어있기도하다.

희방사를뒤로하고계곡을따라몇걸음만내려오면
우렁찬물소리에이끌려발걸음이바빠진다.
28미터의직폭을만나는순간,바로이곳이도원경이아닌가싶을정도다.
폭포아래난간을잡고선채물보라에온몸을내맡긴다.
금새서늘한기운이온몸을휘감는다.

희방폭포를지나주차장으로들어설즈음,서서히어둠이내려앉고있었다.
소백능선을가족과함께,느긋하고한가하게…걸었다,쉬엄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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