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장수가말타고넘은고갯길이라는’도마령’은
충북영동에서전북무주로넘어가는첩첩산중고갯길이다.
이고갯길을들머리로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으로이어지는
능선종주가오늘산행코스다.
등산화끈을조여매고스틱길이를조정한다.
오전11시,도마령에서가파른나무계단을딛고오른다.
가시거리좋은날,상용정에올라산아래를굽어보면
구불구불고갯길이한눈에들어와장관이라던데오늘은그모두가희뿌옇기만하다.
흐릿한날,운무의신비한기운은침잠해있던기억들을일깨워준다.
조망좋기로이름난민주지산,운무에묻혀서도또다른매력을발산한다.
밧줄을잡고바위에기어올라두리번…여기가각호봉인가,아니다.
두개의암봉이마주보고있는데지금서있는곳은짝퉁이고
건너편코닿을거리에있는암봉이각호산정상(1,176m)이다.
어디가하늘인지,어디서부터가산인지…
운무드리운여백에번진濃淡은그대로가수묵화다.
선계에서는캔버스가따로없고물감도붓도필요치않다.
오로지변화무쌍한자연만이캔버스이며붓이고물감이다.
밧줄에의지해조심스레내려와민주지산으로발길을서두른다.
하루면너끈하게종주할수있는산길인데웬대피소…?
탈진해사망했다.이들영혼을달래며사고재발을막기위해
아담하게지어놓은무인대피소였다.
적설량이엄청난민주지산은겨울이면종종심술을부리는산으로알려져있다.
튀는산이름을가진’민주지산’,과연어느것이맞는표기일까?
국립지리원지형도에서는眠周之山
전북무주군지에서는岷周之山
충북영동군지에서는珉周之山
산악회안내지에는주로民周之山….제각각이다.
그러나’동국여지승람’과’대동여지도’에서는이산을
白雲山이라고적고있다는데…점점더헷갈릴뿐이로다.
정상산비탈초원에자리를펼쳐놓고캔맥주부터따단숨에들이킨다.
순간화력뛰어난간편버너에불을당기자금새물이끓어넘친다.
(어라~지정된장소가아닌곳에서화기를…유구무언^^)
컵라면뚜껑따고보냉용기에담아온김치까지꺼내놓으니이순간,세상부러울게없다.
조릿대사이로난좁은산길은질척거려바지는온통흙범벅이다.
흙범벅은바지만이아니다.
뾰족한석기봉은암봉으로,곳곳에매달린밧줄또한흙범벅이다.
그렇다고잡지않을수도없다.바위면도젖어있어미끄러지기일쑤인지라
흙범벅된밧줄을잡고용을쓰며기어오른석기봉(1,200m).
높이6미터,폭2미터정도의크기라한다.
石奇峰이라는이름도머리가셋인이마애불의기이한모습에서
따왔을가능성이높다고하는데…
석기봉임을알리는나무표지판하나만바닥에나뒹군다.
바위틈에끼워놓고내려오긴했는데바람에날아가지나않았을지…
석기봉에서삼도봉까지는1.4km거리인데도아득하게만느껴진다.
삼복염천에산길을헉헉대며걷다보니체력은임계를벗어나고있다.
이번산행의날머리인물한계곡으로곧장내려설수있다.
‘마지막산봉하나남겨두고샛길이라니,그럴수는없지’
숨한번크게들이키고삼도봉으로발길을옮긴다.
정상엔덩치큰조형물이산정을깔고앉았다.
삼도화합을위해세워놓은상징물이라는데
좀더작게자연친화적이었으면좋았겠다는생각이든다.
지리산삼도봉엔銅삼각기둥을조그맣게세워놓아깔끔하고보기좋던데…
뽀족한석기봉이어렴풋하게나마눈에잡힌다.
서둘러삼마골재로내려서면서밀목령으로이어지는백두대간마루금을올려다본다.
계곡깊고숲짙어물이차다는물한계곡이다.
도마령에서시작해14km의산길을벗어난시간은오후4시반.
장딴지가뻐근하다.
하산주로인삼향그윽한동동주두어사발들이키고나니,
천근만근이던몸은금새새털처럼두둥실가볍다.
그리고또다시머릿속엔山이맴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