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산행, 양구 사명산

산이름을한자로표기하면헷갈리는산이더러있다.
강원도양구의사명산또한그러한데
四明山,四冥山으로혼용되고있다.
해발1,198m산정에서면양구·화천·인제·춘천이
한눈에들어온다하여붙여진이름,四明山이옳을듯싶다.
그러나오늘처럼비오는날엔어두울’冥’字의四冥山이썩어울린다.

어쩌면조망좋은쾌청한날엔四明山,
눈비바람몰아치는궂은날엔四冥山,
그렇게각각으로불려지도록붙여놓은것인지도모를일이다.
각설하고,

북한강변어느휴게소에서

비구름을뒤집어쓴한반도사진을보며잠시잠깐주말산행을망설이다가
우중산행의짜릿한묘미를머릿속에떠올리는순간,
설렘과흥분으로가슴이방망이질한다.

밤새도록비가내린모양이다.집을나서는새벽녘,포도가흥건하다.

45인승버스에15명이라,자리가널널해서좋다.
그러나입장바꿔생각해보면대놓고좋아할수없는일.
주관한산악회야말로차떼고포떼면말짱도루묵이다.

발길뜸해더욱숲이깊고짙푸르다는사명산을향해
9월첫날북한강변의아침공기를가르며달린다.
비는냉큼그칠것같지않고무심하게차창을때린다.

춘천을우회하여양구군웅진리로들어선버스는선정사못미쳐
사명산입구시멘트로포장된농로에일행을쏟아놓는다.
배낭에커버를씌우고우의를챙겨입는모습들이자못비장하다.
시멘트길을따라오르다보면오른쪽에사명산등산로표시판이보인다.


표시따라우측산길로접어들었으나등로가뚜렷치않다.
등로임을알리는리본들을살펴가며미끄러운너덜길을걸어오른다.

계곡너덜길을따라얼마나올라섰을까,
가파른비탈길이막아서는데말그대로대략난감이다.
고갤들어올려다보니이건숫제길이아니다.

등반대장왈,
"다른길은없어보입니다.조심조심오르는수밖에없습니다"

손은나뭇가지를부여잡고발꿈치는산비탈흙에홈을내다져가며
아찔한비탈길에매달려한참을스파이더맨처럼기어오른다.
비와땀에젖어흙범벅된꼬락서니가가관아니다.

천신만고끝에올라서니임도가산허리를가로지른다.
임도를따라걷다가우측산비탈등로를딛고오르면사명산주능선이이어진다.

숲을휘감은자욱한운무가주능선의일품조망을허락치않는다.
맑은날,주능선양쪽으로내려다보이는파로호와소양호가그리장관이라던데,
萬重雲山묘경에넋을잃을정도로조망이뛰어난곳이라던데,


안타깝게도파로호도,소양호도,만중운산의묘경도없다.
오로지빗줄기를온몸으로받아내며흙범벅길을오르락내리락
엎어지고자빠져가며걷고또걸었다.

사명산정상(1198m).
우중산행을하다보면간간히가스가걷히면서잠깐씩비경을
살포시드러내보이기도하던데…
배낭을내려비에젖지않게비닐속에넣어둔디카를꺼내들고
사위를살폈으나운무는마치겹겹이두른여인네치마처럼
쉬속살을드러내질않는다.

변화무쌍한운무의향연에나무도풀잎도제역할을다한다.
삼라만상이한데어우러진그야말로꿈길에초대된기분이다.
정상아래군락을이룬들꽃들도하늘거리며산객을맞는다.
그윽한들꽃향이짙은운무에실려더욱몽환적분위기를연출한다.

추곡약수를가리키는이정표앞에서잠시숨을고른다.
좌우사방은여전히울울창창숲사이로운무만가득할뿐
동서가어디이며남북이어디인지가늠이안된다.


능선을종주하며여태우리일행이아닌단한사람도만나지못했다.
가뜩이나오지인데다비까지퍼부어대니…그럴만도하겠다.
봉우리이름없는,이름하여무명봉을오르고내리길몇번인가,
드디어닿은곳이문바위.

거대한바위기둥이10미터간격으로마주보고서있고
그위엔통나무를얼기설기엮어이어놓은출렁다리가아슬아슬하고
출렁다리바위난간엔허접해보이는7층석탑이덩그러니세워져있다.
다리도,석탑도언제누가놓았는지,

그리고부실하기짝이없는저다리위로실제사람이지나다니기나한것인지.
정보가없다.(인터넷에뒤져보았지만)

문바위에서가파르게내려서면안부가나오고
이어풀숲을헤치며걷는능선길이계속된다.
5시간을넘게걷고있다.고도가확낮아지는급사면이반가울시간대다.

미끄러운급사면을지그재그로조심스레내려딛는데
나뭇잎사이로붉은지붕이드러난다.


6시간의사명산종주를마감하는날머리다.
밭두렁을걸어나와붉은지붕앞을스쳐지나는데


대문앞에내걸린간판인즉,’여인숙’
시골역앞에나어울릴간판이어이하여두메산골에…모를일이다.

그리고순두부에막걸리로우중산행,마침표를찍다~

웅진리-동쪽주능-사명산(1198)-1162봉-992봉-문바위(7층석탑/출렁다리)-능선갈림봉
-남쪽능선-능선삼거리-서쪽능선-추곡약수(산행시간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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