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발길을부추긴다.
달력을보니9월도달랑주말이틀만대롱대롱매달려있다.
늘그러하듯주말이면도지는방랑벽에몸뚱이가굼실거린다.
새벽서쪽하늘에걸린스무아흐레달빛이차다.
가로등불빛과살포시어우러진푸른달빛이여명에스러져간다.
법정스님은’게으른사람은새벽달을만나보기어렵다’고도했다.
그렇다.게을러서는절대설악단풍을만날수없다.
일찍서둘러발품을파는자에게비경은속살을허락한다.
단풍잎에햇살이투과되어야더욱붉어황홀한빛을발하는데…
잠깐씩구름사이로파란하늘이드러나기도한다.
그렇다면,비경의열쇠를산신께서갖고있을지도모른다.
예를갖춰산에든다면열어줄거라믿고설악으로향한다.
한계령초입,장수대에이른시간은오전10시경.
그간수해로통제되었던한계령이며칠전부터통행재개되었으나
복구공사로인해여전히통행이원활치는못하다.
수마에찢기고할퀴어만신창이된한계령을넘으며망연자실할수밖에.
계곡마다쓸려내려온돌과흙더미로아수라장이다.
그러니까장수대에서오색까지차로1시간이나걸린셈이다.
오늘산행은’9’자모양원점회귀산행이다.
오색을들머리로하여제1쉼터를지나대청봉에오른다.
중청으로내려와대피소에서행동식을한다음끝청갈림길에서
한계령가는길로틀어끝청까지이동해왼쪽으로길을틀어옛길로접어든다.
옛길을따라다시제1쉼터로,오색으로원점회귀하게된다.
특히나설악산은더욱그러하다.
산속에들어야화채능선도공룡능선도용아장성도비로소
그빼어난자태를드러내기때문이다.
그산을畵布에옮긴다.그의산은사실화이면서도추상적선이많다.
산속에서산을보는혜안을가졌는지도모르겠다.
가끔그의설악그림에서내면의산,마음의산을읽는다.
대청봉을오를때흔히들오색에서출발한다.
대청봉까지최단거리라서인데그만큼오르막길도지리하게이어진다.
목에걸어놓았던선글라스가바닥에툭,다리가부러져분리되고만다.
불길한예감이스물스물,애써별거아니라자위해보지만영개운치않다.
조심,더욱안전산행을새기며곧추선,길고긴돌계단을오른다.
올려다보질않고걷는다.시간도보질않고걷는다.
올려다보면아득함에다리가풀리기때문이다.
시간을보면까마득함에맥이풀리기때문이다.
타는듯목마름에수통마개를열자마자황급히벌컥거렸더니
기침과동시,물사레에걸려콧속이얼얼하다.
이곳제1쉼터에서왼쪽산비탈로올라서면끝청가는옛길이다.
설악폭포방향으로발길을서두른다.
설악폭포팻말엔대청봉2.5km를가리킨다.
걸어온길도2.5km이니이곳이오색과대청의중간지점인셈이다.
계곡아래로거친물살이바위를휘감아돌며부서져내린다.
평시물살이저러한데폭우가쏟아질때계곡은…
철난간을지나자또다시가파른길이끝간데없이이어진다.
진이다빠져나갈즈음,제2쉼터가보이면서등로가다소완만해진다.
해발1,300m,제2쉼터대청1.3km
붉게타들어가는단풍잎사이로드문드문하늘이열리고
쭉쭉뻗은아름드리나무사이사이고사목들은하얀이빨을드러내며쉬어가라손짓한다.
무슨사연저리많아온몸으로風雨霜雪받아내며죽어서도썩지못할까.
그만주저앉고싶을때
거기고사목지대가있다
몸마저빠져나가버린
오직혼으로만서있는
한라산의고사목들
폭설같은슬픔인듯
죽어서도썩지않는다
단한번도똑같은그림을보여주지않는다.
운무가산봉들을삼켰다가토해내길반복하는광경은
마치컴퓨터그림작업에서’슬라이드쇼로보기’와도같다.
계절마다,달달마다,조석으로,순간순간,풍경은조화를부린다.
어쩌면산정에올라세상사찌든마음훌훌털어내고
청정한기운을몸속가득담아가는것은아닐런지.
그러나때깔은썩곱지않다.
아마도변덕스런날씨때문이아닐까싶다.
잦은비와짙은안개로일사량이충분치못한탓이란다.
하지만아직설악단풍빛깔을속단하기엔이르다.
이제대청에서막물들기시작했기때문이다.
천불동계곡까지단풍이번져가면서날씨에따라얼마든지고운빛깔을발할수있다고한다.
팩포장된와인,치즈,과일에,그리고컵라면에김치까지
주섬주섬꺼내놓으니부러울게없는산행食이다.
산에들어날때까지예정된시간은6시간이다.
등로가좁아교행이어렵다.
비켜서가며걷다보니걸음이더디다.
용아장성과봉정암이가물가물눈에잡힌다.
환상적인비경에탄성이절로새어나온다.
무거운발걸음쉬어가라고산신께서잠시운무를걷어주신게다.
왼쪽너덜바위를타고내려서니옛길이어슴프레눈에들어온다.
비탐방로다.즉가지말라는길이다.
간간히안전장치없는바위에매달려용을쓰기도하고
물기머금어축축한바위에미끄러져가며
옛길따라호젓하게걷다보니어느새오를때지나친제1쉼터에닿는다.
막아놓은길숨어들어찝찝하긴했지만^^
혹국립공원관리원이이글보고추적하여벌금을물린다면…
호젓한길기분좋게걸은값,기꺼이치르겠다.^^
오색들머리에닿은시간은17시30분.
6시간30분걸려당일설악옛길산행을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