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우면 껴안고 배 부르면 내팽개치는…

서울디지털단지에들어서면누구나상전벽해를떠올린다.
과거구로공단의흔적을찾아보기란쉽지않다.

구로공단오거리에서수출의다리에이르는거리는
이제젊은이들로북적인다.이름하여’금천패션타운’
그런‘금천패션타운’에심상치않은기운이감돈다.

“매장폐쇄,공장말살~~,산단공은물러가라”
“패션산업가로막는산단공,부당한행정조치를즉각철회하라”

금천패션타운주요사거리마다이같은플랭카드가나붙기시작한것은지난8월하순부터다.
마리오아울렛입주자명의로내걸린구호에는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산단공)과
일전을불사하겠다는각오가서려있다.
산업단지내에입주해있는기업이단지를관할하는정부기관을,
다시말해세입자가거대임대업자를상대로칼을빼어들었을때는
뭔가골이나도단단히난모양이다.

늘상보아오던아전인수격싸움이려니했는데자세히들여다보니그게아니다.
다윗이죽기를각오하고골리앗에덤벼드는데는그만한이유가있을법하다.

패션명소로입소문난금천패션타운에산단공이나서캐캐묵은법규정을근거로
의류업체들의발목을잡으면서티격태격하기를몇년거듭하더니
급기야이에발끈한패션아울렛과입점업체들이들고일어난것이다.
이것이지금껏수면위로드러난現狀이다.

최근‘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산집법)개정안’이국회를통과함에따라
산단공은단지내의류할인매장들의불법영업을더이상좌시하지않겠다며
실제패션아울렛을상대로입주계약해지를통보하는등초강경조치를취하고나섰다.
내년1월말부터개정된‘산집법’이본격시행되면단지내에서생산된의류제품이
아닌것을판매하는아울렛매장들은너나없이보따리를싸야한다.

‘산집법’의모태는결국1990년구로공단시절수출기업을염두에두고제정된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인지라현실과동떨어지니융통성있게적용하던지
아니면아예이참에패션타운을산업단지에서해제해달라는의류업체들의주장인데
산단공측의반응은싸늘하기만하다.

이법규정대로라면해당건물에서‘생산’이이루어진제품만팔아야한다.
또한실제제조를하지않고기획만하는곳은공장이아니라는게산단공의해석이다보니
결론적으로이곳매장들대부분이‘불법매장’인셈이된다.

이에마리오아울렛은디지털산업단지에적용되는법규정이기본권을지나치게
제한하고있다며헌법소원까지내는등대립각을곧추세우면서도한편으로는
산단공의규정에맞추려고부단히노력해온입장에서서운함도적지않아보인다.

1990년구로공단시절,너도나도보따리싸들고해외로생산기지를옮겨갈때,
또IMF외환위기로폐문공장이늘어만갈때산단공은공단의경쟁력강화를위해
겨울외투같던‘구로공단’을벗어던지고‘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산뜻하게
옷을바꿔입었다.2000년의일이다.

이듬해인2001년,2단지를‘패션스트리트’로발전시킨다는계획까지마련해
패션타운에적극적이었던게또한산단공이었다.
여기에힘입어2001년‘까르뜨니트’브랜드의‘마리오’가패션아울렛인
‘마리오1’을오픈하면서썰렁해가던구로공단에차츰온기가스며들기시작했던것이다.
이에고무된정부도서울디지털산업2단지를패션단지로육성키로했고,
패션업체유치에힘을실어주기도했다.

스러져가는공단에입주해있던봉제기업들로서는한줄기빛이었고희망이었다.
봉제기업들이주축이된팩토리매장들이속속들어선것도이때부터다.
이제수백여개상설의류할인매장이몰려있어명실공히서울서남부지역의
대표적패션아울렛타운으로탈바꿈했다.

이렇게형성된패션타운은속칭마리오사거리를중심으로주말이면어깨가부딪힐정도로
인파가넘쳐난다.평일에도퇴근시간이후면실소비자들로북적인다.
그러나안타깝게도눈에비친겉모습은번듯한패션타운일지모르나,
썩어문드러진속을달래며칼날위를걷고있는입점업체들의속은까맣게타들어간다.
디지털시대에살면서동떨어진구로공단시절의아날로그잣대로만재단하려들기때문이다.

한때는공단경쟁력강화를내세우며패션스트리트구상을위해이들을손짓했던산단공이,
또패션업체유치에적극힘을보탠정부가,
이제와서캐캐묵은법규정을내세워공단부활의공신들을단죄하려드는것은
법규정을떠나못내씁쓸한생각을떨칠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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