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봄이멈칫멈칫온다고했다.
누구는봄이자고나니문밖에와있더라했다.
봄은그렇게올듯말듯약올리다가도
주체할수없는대지의기운에밀려
한순간에발산되는지도모르겠다.
싱그러움도생동감도없다.
확연한봄기운을직접호흡하려또배낭을꾸린다.
봄산행은복장도가볍고배낭도가볍다.
발걸음도가볍고마음도가볍다.
남녘봄맞이행차를시샘하는지날씨가샐쭉거린다.
그래도차창으로스치는산야엔봄기운이엷디엷다.
이렇듯소생의계절이요,생동의계절인데
어이하여서편제중사철가에서의봄은그리도허무한지…
봄은찾어왔건마는세상사쓸쓸허드라.
나도어제청춘일러니오날백발한심허구나.
내청춘도날버리고속절없이가버렸으니
왔다갈줄아는봄을반겨헌들쓸데있나.
정치판이아무리스산해도따스한봄은기필코온다.
이처럼봄은어김없다.
들머리는
조선숙종18년에법당을크게수리한후
불행하게도화재로전소되고현존하는보현사는
최근에재건한것이라한다.
막조성된듯여기저기공사흔적이뚜렷하다.
저수지바닥엔오줌지려놓은정도의물만고여있다.
졸졸흘러드는물줄기로봐서는하세월일듯싶다.
가랑비에옷젖고낙숫물에바위뚫린다했다.
다때가되면차는법,기다림을일깨운다.
산속으로들때까지얼마간,산책길이편안하다.
푹신한흙길에모처럼발바닥도호사한다.
‘상서바위1.8km,천황봉4.5km,진입금지’로적혀있다.
가는길을안내해놓고선밑도끝도없이’진입금지’라니.
만행만덕을닦지않은자는피안의만행산에들수없단말인가?
알쏭달쏭한이정표를뒤로하고마른풀섶을헤쳐
계곡으로숨어든다.
산비탈길은토사라발딛기가쉽지않다.연신미끄러져내린다.
나뭇가지휘어잡아가며가쁜숨을토한다.
잘관리된묘지에이르러뒤돌아보니
그새주변산자락은발아래로가라앉아있다.
능선에올라남쪽천황봉방향으로향하다보면
눈앞에우뚝솟은상서바위와맞닥뜨리게된다.
상서바위를돌아오르며상서로운기운을흠뻑쐰다.
상서바위를경계로장수군번암면과,
남원산동면,남원보절면이갈라진다.
지리산에三道봉이있다면만행산엔三面봉이있다?
사위조망이뛰어난상서바위에서서아스라히넘실대는
지리산의연봉들을실눈뜨고서가늠해본다.
깔때기뒤집어놓은형상의천황봉을향해걷는능선길,
푹신한고엽밟으며걷는재미또한쏠쏠하다.
봄산등로는대개질척거리는곳이많은데
만행산은물이잘빠지는지등로가뽀송뽀송하다.
등로따라간간히묘지가눈에띄는것도이때문인가싶다.
어느산이나산봉을거저내주진않는다.
입안이팍팍해지면서숨이목끝까지차오른다음에야
비로소사방이탁트이며모든산능이발아래로가라앉는다.
만행산의정상인천황봉역시예외없다.
완만하게이어지던등로는정상을2~3백미터앞두고
된비알로다가선다.
전형적인육산이나,짧지만밧줄에의지해야하는암릉구간도만난다.
천황봉(909.6m)
멀리서보았을때뒤집힌깔때기처럼정상이뾰족해
발디딜공간이나있을까,’영구’같은생각을했었다.
그러나정상은쉬었다가기좋을만큼적당히넓고편평하다.
깎아만든인공석이라주변경관과영어울리질않는다.
정상표지석만큼은자연석이었으면좋겠다.
대한민국산명중’천황봉’은몇개나될까?
일본의왕을일컬어天皇이라하는데그렇다면’천황봉’은
죄다일본의잔재일까?
일제하에서개명된걸로확인된속리산天皇峯은
작년에옛이름,’天王峯’을되찾기도했다.
산상방뇨로영역표시하는거절대아니다^^
깔끔하게알콜한모금으로영역을표시한후
남쪽능선을따라귀정사방면으로내려선다.
남은거리에높이를대입해보니,답은급비탈길.
생강나무가막노란꽃망울을터트려바람에살랑인다.
마법에서풀린계곡물소리도싱그럽게졸졸거린다.
그야말로봄의왈츠다.
절마당을둘러대웅전과요사채를기웃거려보았으나
연이은소실로고찰의흔적은찾아보기힘들다.
백제무령왕15년(515년)에현오국사가창건했다.
당초에는이산과절이름을만행산,만행사(萬行寺)라했으나
이절에는고승이많아명성이높았으므로임금이백관을거느리고와서
설법을듣고그오묘함에감탄하여3일동안머물면서
정사를보고돌아갔다하여그후부터’귀정사’라불리게되었다.
1002년에대은선사가중수,임진왜란으로소실,
1664년에복구했으나6·25때또소실,
현재는대웅전과종각칠성각과요사등이있다.
‘나라꽃무궁화最古木’이란안내판이내걸려있다.
민족정신이투철한이마을에선베어내지않아이후
가장오래된나무로인정되어해방후이나무에서종자를
채취해전국에보급했다’고적혀있다.
잘생긴돼지머리가올려졌다.
산신께안전산행을스페셜로주문했다^^.
올해도安山할수있게해달라고…약속했다.걱정하지말라고^^
2008년3월22일,용평댐에서보현사-아흔아홉골-상서바위-천황봉-남릉-귀정사들러대상리마을로내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