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준령의장쾌한지리산이눈앞에아른거려밤잠을설쳤다.
새벽녘,뒤척이던잠자리를차고일어나하늘부터올려다봤다.
어제서울하늘을뒤덮었던황사는밤사이수그러든느낌이다.
말끔히개인건아니지만그래도파란하늘빛이곱게번지니다행이다.
세걸산(1222)-고리봉(1305)-정령치(1172)-만복대(1433)-성삼재로
이어지는능선을일러지리산의서북능선이라부른다.
5월마지막날이른아침,일단의산꾼들에섞여지리산서북능선으로향했다.
이름하여태극종주2구간을타기위해세동치로오르는들머리인
전북학생교육원옆도로가에버스는멈춰섰다.
작년5월,서북능선을들머리로하는지리산태극종주의시작점,
시멘트로포장된그늘없는오름길을따라산밑까지이동한다.
저만치에볼품없게생겨먹은이정표가숲길을안내한다.
주변경관과는전혀어울리지않는,흡사도로교통표지판같다.
그래도반가운건,땡볕길끝,그늘길시작을알려주니…
숲속으로들어서자이내서늘한기운이온몸을기분좋게휘감는다.
그러나웃자란잔가지들이올가미가되어발목을휘감아당길때면
섬찟한기분에와락소름이돋기도한다.
세동치오름길에독사가많다는정보를사전에취한터라
스틱으로잡목을헤쳐가며한발한발,신경이바짝곤두선다.
비로소지리산서북능선에올라선것이다.
인월리에서덕두산올라바래봉-팔랑치-부운치까지걸었었다.
철쭉이좋아지리산의산상화원이라불리는바래봉,
억새천지인지리산만복대도바로이서북능선에올라앉아있다.
천지기운을잔뜩머금은지리산의연봉이그제서야모습을드러낸다.
우리근현대사의비극적역사를고스란히간직한채
유장한세월을이어오늘도변함없이물결치듯넘실댄다.
800리길지리산골골마다역사의아픔이깊게배여든탓일까?
유난히도짙푸른산색이왠지모르게섧디섧다.
능선길군데군데,키를넘는산죽이터널을이뤄음습하고침침하다.
산죽의왕성한번식력은산다니는사람은다안다.
혹자는산죽이터를잡으면이내그산은온통산죽밭이되면서
주변식물을잠식해숲을황폐화시킨다고도한다.
반대주장도있다.
나무가벌채되거나산불이일어난후빗물에의한토양유실예방에
산죽의역할은크다고한다.더불어엄청난양의잎들이바닥에깔려,
미생물의활동을도와토양을발달시켜나무들이사라진터에서
숲의기능을이어간다는주장도있다.
어찌됐건지리산의산죽은빨치산이땅을파몸을숨겨
‘산죽비트’로이용했을만큼오랜세월여전히무성하다.
숲을빠져나오니고리봉이빤히건너다보인다.
시야가탁트이면서여인의둔부를닮은반야봉도그속살을드러낸다.
반야봉산허리에흰구름띠가살짝휘감겨야그림?인데…
결코애국자는못되나나라꼴이하도요상하게돌아가는통에
민족의영산,지리산에올라골깊은산자락을내려다보며소원한다.
끝없이너울대는저능파에온갖불신들을실어날려버리고
희망을가득실어큰바다로나아갈수있게해달라고.
백두대간길과태극종주길이갈라지는고리봉(1,305m)
아득한옛날,이곳은바다였고산봉에있는고리에밧줄을걸어
배를대었다하여고리봉이라한다는데민주지산에있는’배걸이봉’또한
이와비슷한전설을가지고있다.
지나온세걸산은까마득히물러나앉고어느새정령치건너만복대가우뚝다가선다.
노고단에서반야봉으로이어지는능선은장엄한데
구불구불한정령치도로는白蛇처럼흉물스레흐느적댄다.
능선을동강내만든정령치도로는서북능선을지리산의섬으로만들고말았다.
보면볼수록화딱지가절로나는도로이다.
한상펼쳐놓고선반갑게맞는다.
엉덩이디밀고앉아피로회복酒한모금받아낼름복용하니
산행의피로가씻은듯싹가신다.역시약효가그만이다.
마냥주저앉아수작(酬酌)하며노닐기엔아직도갈길이멀다.
화딱지나는도로를건너산불감시탑이올려다보이는
등로를따라잰걸음으로올라붙는다.
만가지복을품은산이며어머니품처럼넉넉한
만복대에서조망되는짙푸른지리의골과능선은가히장관이다.
평생산천을주유한18세기산수화가김윤겸도
겹겹의지리능선을잊지못해붓을들어’지리전면도’를남겼으리라.
지리의품이그리울때면가슴열어떠올릴요량으로
장쾌하고도장엄한골과능선을속속들이가슴에담는다.
만복대를뒤로하고걸음을바삐움직인다.
묘봉치를지나며바라다본반야봉산자락에
독수리형상의뭉게구름그림자가거대한날개를펼쳤다.
햇살과구름이빚어낸자연의신비,감탄불금이다.
풍운조화를자유자재로다스리는지리산산신께서
반짝보너스를내리신것인지도모르겠다.
곧장20분정도만직진하면성삼재에닿지만
당동계곡이가까워졌는지계곡물소리가힘차다. 앞서가던일행몇몇이알탕?중이다.
오늘산행날머리는당동마을방향이다.
당동고개에이르자,바닥산행표시지는우측으로내려서란다.
날머리까지2.5km밖에남지않았으나내려서는발걸음은천근만근이다.
‘홀딱벗고~홀딱벗고~’
힘내라는주문인지,놀려대는소리인지
아무튼여름철산에들면자주접하는소리다.
너덜길을따라힘겹게내려선계곡엔이미
파란하늘과신록이투영된맑고찬계곡물로
등목을하고나니날아갈듯상쾌한게신선도부럽지않다.
당동계곡을벗어나시멘트길을걸어내려
당동마을로,버스에올라인근지리산온천랜드로이동하여
현지토속음식에하산주로마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