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삼악산의 여름

삼악산용화봉에서본춘천은…

짙푸른호수가있고,올망졸망한암릉이재미를더하고,
고즈넉한산사의풍경소리가좋은,삼악산으로향한다.

조금은지쳐있었나봐쫓기는듯한내생활
춘천가는기차는나를데리고가네

‘춘천가는기차’의노랫말을흥얼거리는사이,
기차는강촌역에멈춰선다.

驛舍의벽면과기둥을빈틈없이채운낙서가먼저눈에든다.
낙서금지문구가나붙은걸로보아낙서허용공간은아닌듯싶은데…
아마도수차례낙서와의전쟁을치렀으나역부족이었던모양이다.
언뜻눈살찌푸러지기도하나젊은이들만의
독특한문화일거라며좋게생각해버리니맘은편하다.

강건너경춘가도는여전히낭만을싣고시원하게내달린다.
그러나이제곧새로운경춘고속도와경춘고속전철이완공되면
경춘가도는경춘선과함께2선으로물러나조금은번잡함을털어내고
여유롭게추억을되새김질하게되리라.

강촌역에서버스에올라강촌대교를건너채5분을달렸을까,
우측으로의암댐과물결잔잔한의암호가펼쳐진다.
버스에서내려의암호에바짝붙은인도없는차도를따라
조심조심삼악산의암호매표소까지이동한다.

매표소를지나면서곧바로산비탈로올라붙는다.
따가운햇살을등지고10여분올랐을까,
하얀건물이등로를가로막는다.삼악산장이다.
민박도가능한찻집인이곳은박전대통령이생전에즐겨찾던별장이었다.
창가에서서천혜의절경인의암호를굽어보며
상념에젖었을그분모습을내맘대로그려본다.

산장을끼고올라뒤돌아보니그새의암호가발아래다.
짙푸른산색이투영된수면은미동조차없이고요하다.
바람낌새없기는산자락도매한가지다.
몇발짝내딛지않았는데벌써등짝이후줄근해오는걸보니
오늘도육수?꽤나쏟아낼것같다.

상원사에서

희미하던독경소리가점점또렷해오는가싶더니
우거진녹음사이로절집추녀가사뿐히고개를들어반긴다.
신라고찰로추정된다는상원寺다.
대웅전앞마당의샘물로목을적시고선뒷뜰로이어진
가파른너덜길로올라선다.

울퉁불퉁너덜길에행여발목삘세라,바짝힘주어가며너덜길을벗어나자,
이번엔낙엽과토사가뒤섞인급사면이바톤을잇는다.
목젖이타들어갈만큼심장은요동치고
모자챙을타고흐르는땀방울은연신뚝뚝신발코를적신다.
체력이한계치에다다를때면묘한쾌감과함께
내면어디선가기분좋은에너지가팍팍보충된다.
산오르며터득한나름의노하우다.

붕어섬이두둥실떠다니고…

숨고르기딱좋은능선안부의노송이쉬어가라잡아끈다.
전망좋은안부쉼터에서내려다보이는춘천은
다도해에접한美港도시를닮았다.
붕어를빼닮은춘천붕어섬은물위를두둥실떠다니고…

여기서부터동봉지나주봉인용화봉까지군데군데암릉이이어진다.
늘어뜨려진밧줄을당겨잡고서바위벽을타고오른다.
바위모서리가날카로와한발한발신경이곤두선다.

뙤약볕에한껏달궈진바위열기탓에얼굴은확확달아오르지만
물결치듯일렁이는강원의첩첩산릉을굽어보며,
환상적인호반을발아래두고걷는재미는여간쏠쏠치않다.

넓은길긴하늘아래두르고꽂은것은산인가,병풍인가,그림인가.
높은듯낮은듯끊어지는듯잇는듯,
숨기도하고보이기도하며가기도하며머물기도하며,
어지러운가운데유명한체뽐내며하늘도두려워하지않고
우뚝선여러산봉우리인데—

-송순,’면앙정가’中에서-

발길멈춰동봉전망바위에잠시걸터앉아사위를조망한다.
등뒤로깎아지른암벽이아찔하게내려다보이고
탁트인암봉위로한줄기바람이스쳐지난다.

아름드리노송과바위가잘어우러진산능선에앉아
산그림자비친잔잔한의암호를내려다보면
누구나시인이되고만다.

언젠가산길을걷다가바람을본적이있습니다.
하지만바람,그자체로서그를본것은아니었습니다.
길섶에우뚝선나뭇잎이살랑대거나목이긴원추리가
흔들거리는것을통해비로소바람을보았던것이지요.
땀으로젖은내살갗에바람이닿았을때
이윽고그가바람이되었듯이사람또한다르지않습니다.
나이외의또다른사람이있어야만
그제야나의모습이보이는것이겠지요.

-이지누,’우연히만나새로사귄풍경’중에서-

암릉길을벗어나다시숲길을따라채10분걸었을까,
산객들로빼곡한정상용화봉(654m)이나무숲사이로모습을드러낸다.
정상은암봉으로바위모서리가날카롭다.
정상증명사진박는사람들,그래서중심못잡고기우뚱거린다.

등선폭포방향으로내려서는길은오솔길처럼고즈넉하다.
울울창창수림사이로난333돌계단을내려서면
계곡물이시작되는산기슭에궁예가창건했다는흥국寺가나온다.
고려시대에는규모가컸다하나지금은조그마한절집이다.
귀퉁이가부스러진빛바랜3층석탑과부도가
허허롭게절마당을지키고서있다.

흥국사에서…

흥국사를벗어나면서부터물소리가제법옹골차다.
계곡이이어진다는신호다.
그런데절집아래건물한채가흉물스레길을막아선다.
보아하니가건물로된매점인듯.
누렇게바랜비닐막사이로연통이포신처럼나와있다.
허가난집이라면춘천시가삼악산을포기한것일테고
무허가라면주인장이강심장이거나춘천시가손놓고있다는얘기다.

맑고푸른계곡위로염치없이달랑올라앉은음식집,
경관훼손은물론계곡오염도심히우려되는데,
혹나혼자만의기우인가?

선녀탕과등선폭포,그리고거대한바위협곡은삼악산의백미이다.
굉음을내며쏟아지는폭포수도
협곡을품은거대한바위벽도,
긴긴세월물길로움푹패인선녀탕도
만고풍상을겪었을터인데그모습은한결같다.

억겁통해빚어진천혜의절경도
인간의벼락같은욕심이발동하면
한순간에날아가버리기도한다.
만물중자연을거스르는것은인간밖에없다고도하는데
지구촌의자연대재앙도혹시자연에대한
인간들의오만불손함에서오는건아닐런지…

등선폭포위철다리사이로짙푸른녹음이폭포수에실려
沼위로포말을일으키며내려꽂힌다.
산산히부서져내리는물줄기가서늘하게가슴을친다.

잠시잠깐속세를벗어나선계를노닐다가
속세의문을열고나가야할시간이다.
거대한바위벽은속세로향하는문설주처럼우뚝하고
그사이로비친바깥세상또한여름색이찬연하다.

도마뱀을동무삼아가평잣술에도토리묵으로마감하고서
강촌역으로회귀,다시기차에올라,집으로…

강촌역

.

.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