驛史는짧지만驛舍는깊습니다.
삼각산독바위아래땅속깊은곳,6호선이빙돌아나갑니다.
독바위역이지요.
어찌나깊은지에스컬레이터를층층바꿔타고서
한참을뱅뱅돌아올라야통틀어하나뿐인출구에이릅니다.
허여멀끔한바위면이발밑으로미끄러져내릴듯가깝습니다.
역에서부터걸어5분이면산에올라붙을수있지요.
웬세줄씩이냐구요?
오늘은홀로산행이아니라가족산행이랍니다.
아내그리고딸아이,총출동?했지요.
찌뿌둥한하늘을올려다보며아내가엄살입니다.
연신하늘을올려다봅니다.
가지않을핑계가지금으로선’비’뿐인모양입니다.
W:"……"
딸아이는꼿꼿하게허릴펴고성큼성큼잘도걸어오릅니다.
아내는중턱쯤에서부터어지럽다며주저앉길반복합니다.
산행초입에서늘있는엄살이지요.발동걸리면잘걷습니다.
서쪽하늘빛이점점어두워옵니다.
아내는향로봉갈림길이정표를보더니옆길로샙니다.
족두리봉을비껴가는지름길을택한거지요.
주말이면알바뛰느라얼굴보기힘들답니다.
대학1학년때시작해4학년인지금까지강남모호텔웨딩홀에서
성심으로일을하고있지요.
알바일당을보상해줄테니월3회정도는산다니자제안했지요.
밀고당기는일당조정?을거쳐협상이성사되었습니다.
첫날이니만큼약속한금액에서2만원을깎아주겠다고
선심까지써가며오늘산행에따라나선겁니다.
I:"무슨소릴!가만생각해보니앞으로쭈욱~3만원이적당할것같다"
D:"아니,제알바일당에도터무니없이모자라는데…
난코스라위험수당이붙어야하는데,대신디씨만없는걸로할께요"
I:"얌마!낙장불입이란말몰라?협상은이걸로끝났다,재협상은없다"
D:"추가협상을하셔야지요"
따가운햇살이없어산행하기엔더없이좋으나
언제쏟아부을지몰라서둘러족두리봉을내려와
향로봉방면으로걸음을옮깁니다.
빙돌아향로봉능선에이르자,지름길로
미리와있던아내가저만치숲속에서
가족이름부르며손흔들어반깁니다.
마치몇달만에상봉하는가족같아보입니다.
하지만시시때때가족애를표현하는것,괜찮은거아닌가요?
뒤쳐지는아내를딸아이는수시로기다려가며걸음을맞추려애씁니다.
뒤돌아보지않고무신경하게걷는나를향해
아이가황당한방법으로협박을가합니다.
고갤갸우뚱거리며못마땅한표정으로스쳐지납니다.
D:"엄마랑같이안가면더큰소리로’오빠’라부를거야!"
향로봉허리를끼고돌아비봉으로향하는데
후두둑떨어지던빗방울이조금씩굵어지기시작합니다.
숲속으로들어우산을펴나뭇가지에걸쳐놓고선
쪼그리고앉아썰지않은통김밥을베어뭅니다.
난코스일때,장거리일때,일기가좋지않을때…등등
계약내용이다소부실하니손질을가해야겠다는겁니다.
이를테면추가협상을요구해온셈인데
‘꼴뚜기가뛰니망둥이도뛴다’는말이딱맞습니다.
들어주지않으면다음번부터생각을달리하겠다고협박?까지해오네요.
D:"그렇게무토막치듯하시면어떡해요.아빠!"
오늘3,다음번4,그다음번5만원으로수정제안할께요"
I:"그것보다아빠가3,엄마가2를부담하는건어때?"
D:"ㅋㅋ좋아요.봐주는거예요"
W:"당신,아빠맞어?…투덜투덜…"
졸지에일부를부담하게된아내는어이없어하면서도
웃으며흔쾌히받아들입니다.
대남문까지걷기로했었으나문수봉오름바위가
미끄러울것같아사모바위에서발길을멈춰
승가사방면으로하산하기로했습니다.
촉촉하게젖은빗길을걸어구기동으로내려와
막걸리잔앞에놓고두런두런이야기꽃을피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