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객을가득실은버스의엔진음이무척이나가쁘다. 구절양장휘돌아해발고도1,102m에올려놓아야하니 성삼재에서노고단올라삼도봉찍고화개재에서꺾어 지척인노고단마저삼켜버린운무는냉큼사위를내어줄것같지않다.
대피소옆으로난우툴두툴한돌바닥길을따라
목계단저편노고단정상(1506m)에선운무의향연이펼쳐진다.
아쉬워하는나그네의심사를알아챈것일까?
노루목삼거리에여러개배낭이놓여있다. 삼도봉(1,533m)정상너른바위위에三道(전북,전남,경남)의 삼도봉을내려와화개재로가다보면591개의목계단과맞닥뜨린다.
지리한목계단을벗어나자사방이확트인안부가나온다. 화개재는경남에서연동골로올라오는소금과해산물, 화개재에서주능선을벗어나뱀사골로내려설즈음 촘촘하게깔아놓은원통목계단을딛고내려서면
남원반선마을을지나구불구불성삼재오름길이버거운모양이다.
굽이돌때마다웃자란나뭇가지가심술궂게차창을할퀴지만
산자락을휘감은운무는스밀듯짙고그윽하게차창을기웃거린다.
성능좋은버스라지만힘겹긴매한가지인듯.
느릿느릿틀어올라비로소성삼재에산객을쏟아놓는다.
긴긴뱀사골계곡을걸어반선마을까지장장18km.
빡센코스가은근히걱정스럽다.
일찌감치조망산행의미련을접고운무의현란한춤사위나기대해볼란다.
노고단대피소에이르자안개는더욱짙고눅눅하게다가선다.
올라선곳에우뚝한노고단고개돌탑이손내밀어잡아끈다.
산자락을감아오른운무는풀어헤친머리채처럼너풀거리며
산봉을감쪽같이삼켜버렸다가도금새토해내길반복한다.
초대받은관객이되어잠시운무의춤사위와하나된다.
마냥넋을놓고빠져들기엔갈길이너무나빡빡하다.
첩첩지리산중과호흡하며유유자적할수있을까,
늘빠듯한시간이아쉬울따름이다.
노고단을뒤로하고임걸령으로향하는내내몽환적인지리의雲霧는
길동무를자처한다.
성삼재를출발해1시간반,6.6km를걸었으니…
그래!지리산도식후경아니던가.
물맛좋기로입소문난샘터도있어
지나는산객들이쉬어가기에더없는명당이다.
북풍은반야봉이,동남풍은노고단능선이가려주어
高嶺인데도아늑하여천혜의요지이다.
그래서일까,옛날엔도적들이은거지로삼았었고
의적임걸(林傑)도이곳을본거지로활동했다전한다.
자고로의롭게살아야이름이남거늘,
요즘물건너왜놈들생떼를보고있자니도적놈이따로없다.
지구상에서재팬은흔적조차없이사라지면어쩔려고?
통쾌한상상에젖어보지만울화통이쉬가시질않는다.
임꺽정과홍길동,그리고임걸이벌떡일어나
저도적놈들의대갈통을그냥…생각이굴뚝같다.
자릴털고일어나싱그러운숲속길로접어든다.
습기잔뜩머금어미끄러운너덜길을오르락내리락,
신경을곤두세우고걷다보니땀은비오듯한다.
지리산종주산꾼들은대개이곳에배낭을내려놓고
맨몸으로반야봉을오른다.
1km만걸어오르면반야봉정상이다.
2년전쯤대원사에서천왕봉올라성삼재로종주할때
비껴간반야봉인데오늘또그냥지나친다.
늘빠듯한시간이발목을잡는다.
운무가득드리운산자락아래,피아골을가늠해본다.
빨찌산과토벌대의상잔이서려있는피아골,
화해와상생을생각하며서둘러반야봉산허리를벗어나삼도봉으로향한다.
경계를알리는삼각銅柱가세워져있는데누군가銅柱를짚고서三道를맴맴돈다.
이를지켜보던몇몇,따라서돌고…
얼추계산해보니칠팔십층건물계단과맞먹는다.
지난번역종주시엔말그대로공포의591이었으나
이번엔내려서는방향이라한결가볍다.
지리산종주능선중가장고도가낮다는화개재(1,315m).
전북에서뱀사골로올라오는삼베와산나물을물물교환하던
장터였다고안내판에적혀있던데…
지겟짐지고이높은곳을무시로넘나들었을상인들의
삶을생각하니절로고개가숙여진다.
그제서야구름사이로언뜻언뜻햇살이비친다.
말끔히정리된안부가나온다.
뱀사골대피소가있던곳이다.
대피소는철거되었고그자리에탐방지원센터가올라앉았다.
주변바닥은생태복원을위해거적이깔려있다.
대피소에서반선까지9km,비로소긴긴뱀사골계곡에접어든다.
간장소를타고넘은청정계류는제승대,탁용소를
지나길고긴뱀사골을호호탕탕흘러내린다.
계곡을따라걸으며노자의’上善若水’를떠올린다.
물은형체가없고담는그릇에따라그모양이변한다.
물은가다가막히면머무르고,터지면흐른다.
물은위에서아래로만흐른다.
물은늘낮은곳을지향한다.
물은억지로그흐름을거스르려하지않는다.
물은세상흐름에몸을맡기듯아래로만흐른다.
물은아무리좁고꼬불꼬불한길,어디든흐른다.
결국청정계류의끈질긴유혹에넘어가계곡으로내려선다.
윗도리벗어던지고등목자세를취하자,
일행중한명이물통에옥류를퍼담아
속세에찌든몸뚱아리에쏟아붓는다.차디찬그맛이란…
그나저나계곡오염에일조하였으니이를어쩌나?
18km산길을빡세게도걸었다.6시간만에.
시원한빗소리가권주가로들려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