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시릴만큼하늘이파랗다.
가을을마중하듯고갯마루에바람이살랑인다.
경남함양에서거창을넘는남덕유남동쪽고갯마루남령.
정상방면으로’참숯찜질방’이라…?!
이정표에광고판을못질해매단몰상식하고는…ㅉㅉ!
진양기맥종주산행시반드시발자국을찍어야하는산이다.
숲이내뿜는싱그러운기운이폐부깊숙히스며든다.
스물댓명이대열을유지해가파른길을오르다보면
시선은앞사람신발뒷축에꽂힌다.
이후체력에따라치고나가기도,뒤처지기도하면서
대열은흐트러져긱자페이스대로산길을걷게되지만.
능선이가까워지면서수목들은키를낮추고등로엔햇살이점점이박힌다.
목덜미에꽂히는햇살은여전히날선유리조각처럼따갑다.
어쩌면여름끝자락에서마지막앙탈인지도모르겠다.
수리처럼생겼다하여’수리덤’이라고도부른다.
전문클라이머가아니고선칼날봉정상오름은접는게좋다.
우회길은있으나우회하라는표시는없다.
가끔은암벽으로곧장올라붙다가식겁하고서돌아서는경우도잦단다.
발길뜸한산이라서인지위험구간표시판은물론,이정표도인색하다.
수리덤암봉북사면을따라우회하여능선위로올라서자
말그대로일망무제다.움푹하게자리잡은함양군서상면벌판뒤로
육십령과할미봉능선이,그뒤로고산준봉들이
탁트인하늘과맞닿아하늘금을그으며너울거린다.
칼날봉을지나면서능선길좌우는몹시가파른낭떠러지다.
오르내림또한심해군데군데밧줄에의지해야한다.
결코만만찮은구간이복병처럼도사리고있으나
날선능선은아찔한만큼타고넘는재미는그만이다.
멀기만하던월봉산이조금씩다가선다.
왼편저멀리로가야할금원산의장쾌한능선이지난다.
월봉산으로이어지는능선길내내풀숲과의실랑이는계속됐다.
서너걸음앞사람의정수리만겨우보일만큼웃자란풀숲을
더듬더듬헤쳐가며조심스레발길을내딛다보니온신경이발목으로쏠린다.
노출된맨팔뚝은날선풀잎에베여쓰리고아리다.
정상1.2km로표시된이정표를지나자다시바위능선길이이어진다.
거북처럼생긴바위,투구처럼생긴바위를타고넘어
또저만치에봉우리가우뚝막아선다.
기진맥진상태로산허리를오른쪽으로끼고돌아오르니
그제서야월봉산정상표시석이눈에들어온다.
옹색한山頂엔표시석두개가오종종하게박혀있다.
이정표는남령3.4km거망산7.2km를가리킨다.
산은오르는재미만큼이나눈에넣는재미도솔솔하다.
산은세상모두를포용해주며언제나넉넉한품으로안아준다.
산은절대로호들갑스럽지않다.산은늘깊고고요하다.
성미급한억새풀은이미가을옷으로갈아입기시작했고
은빛물결일렁이는억새의향연을위해가을바람을기다린다.
흡사한겨울러셀산행을하는것처럼진행이팍팍하다.
헬기장을지나면서또다시내리막길밀림을헤쳐나와안부사거리인큰목재에닿았다.
수망령방향으로가야하는데,어라!
이정표는거망산과지나온월봉산만가리킨다.
바닥에지도를펼쳐놓고방향을가늠해보는데
‘수망령’표시목판이바닥에드러누워길을가리킨다.
산악회행선표시지도목판아래살짝깔아놓았다.
큰목재에서15분남짓된비알을딛고오르면삼거리에닿는다.
월봉산,금원산,거망산으로갈라지는삼거리.
건너다보이는금원산이너무도아득하여맥이탁풀리고기가꽉막힌다.
수망령임도까지고도를뚝떨구어길바닥을치고서다음코스인금원산으로
다시올라붙어야하니시쳇말로대략난감이다.
삼거리봉에서1.5km걸어고도를278m떨어뜨린곳,
숲사이로임도와금원산들머리목계단이빤히모습을드러낸다.
수망령이다.이고개역시함양과거창의경계를긋고있다.
바닥에주저앉아목을젖혀수통을거꾸로흔들어보지만
쪼그라든얼음덩이만달그락거릴뿐이다.
금원산정상을찍고내려와날머리까지6.5km를더걸어야한다.
물을보충할곳이마땅치않다.갈길은먼데…
그래도우리는계속그길을따라간다.
끝까지가보지못한사람은결코느끼지못할
그무언가가길끝에있음을알기에…
그길의끝에는사람냄새가나는희망이있다.
그걸보려고우리는쉼없이걸어가고때론달려본다.
그리고드디어그길의끝에다다랐을때,심호흡을한번하고
눈앞에펼쳐진풍경을여유롭게즐긴다.
-윤방부의’건강한인생,성공한인생’중에서-
숲길가장자리로이름모를야생화가지천이다.
속이텅빈채잎을피워낸나무도보인다.
바위틈에뿌리를내린끈질긴생명력의소나무도보인다.
조금만걸음을늦추면꽃도보이고산새소리도들린다.
허겁지겁경주하듯산을올랐다면이모두를놓쳤을지도모른다.
천천히그리고여유로운생각으로걷다보니오르막조차부드럽다.
~♬생각대로하면되고~♬를흥얼거리는사이,금원산정상(1,353m)이다.
생각대로하면모든일이거리낌없이다잘된다.진짜!
용추계곡을사이에두고U자형을이룬금원산(金猿山)은
금빛원숭이를원암(猿岩)에잡아가두었다는전설에서유래한다.
정상인서봉(1,353m)은건너편암릉으로이루어진동봉(1,335m)과함께
금원산의두개의산봉으로적당한거리를두고애달프게맞본다.
서봉에서숨고르며건너다본월봉산은그새아득히물러나가물가물하다.
동봉돌무더기옆이정표는1,2,3코스로하산방향을가리킨다.
2코스인유한청폭포방면으로내려선다.
이곳동봉이정표엔’유한청폭포’로,이후이정표엔
‘유안청폭포’로표기되어있는데…어느것이맞는지…
계곡물소리다.가늘게들리던물소리가더욱또렷하다.
임도에닿을때까지줄곧가파른내리막길이다.
임도를가로질러계곡으로접어들면서물소리는우렁차다.
계곡을가로지른다리아래,거대한바위면을타고
흐르는유안청제2폭포는직폭과달리와폭으로색다른정취를자아낸다.
남녀남부군5백여명이이폭포수에서알탕?했다고하는데,
소설’남부군’에나오는이야기이다
계곡다리밑으로숨어들어등목후준비해온여벌옷으로갈아입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