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의 힘, 仙子嶺

"대관령초설20cm로산행지선자령으로급변경"

금요일(11/28)오후,산악회로부터날아든문자다.

初雪산행의유혹,
움츠려들던오감이바짝곤두선다.

딸아이를꼬드겼더니웬일?
옵션을걸지않고순순히따라나선다.

대관령휴게소10:00
강원산간의겨울날씨치곤딱좋다.
바람이잠잠한탓에약간귓볼만시릴뿐,
북서풍의심술이매우잦은곳인데조용한걸로보아
선자령의은빛설원과동해바다,그리고바람개비의장관을
기대해도좋을듯싶다.

코발트블루를쏟아부은하늘엔구름한점없다.
제설해놓은포도는이내끝이나고
넓다랗게다져진눈길이시작된다.

딸아이복장을보며일행왈,
"갖춰입은폼새를보아산행을자주하나봅니다"
아이는멋적은미소로답을대신한다.

실은등산화만제것이고나머진엄마한테서
빌려짚고,매고,쓰고,입은것들이다.
윗도리는얼추맞는데바짓단은깡충하다.


그렇거나말거나앞서성큼성큼잘도걷는다.

선자령을2.7km남겨둔곳에서부터
두갈래로길이갈라지지만이정표에합류길로표시되어있다.
오른쪽으로들어서야새봉전망대를만날수있다.
여기서부터새봉까지오름길이이어진다.


초설이쌓인지2~3일밖에되지않아
아이젠을걸지않아도미끄럽지않다.

새봉(1,050m)전망대를딛고서니동쪽으로바다와하늘이맞닿아있다.
허리높이목재난간에기대어찬공기를깊게들이킨다.
폐부깊숙한곳까지정화되는느낌이다.
발아래영동고속도로는산허리를휘감으며바다로내달린다.

전망데크를내려서자적당한사면을따라
마치봅슬레이코스처럼구불구불눈길이잡목사이로나있다.
비닐포대가아쉬운구간이다.

갈라졌던등로가합류되면서비로소광활한설원이펼쳐지고
거대한바람개비가은빛설원을쉬익~쉬익~호령하며다가선다.

선자령풍력발전기

백두대간의선자령과삼양목장한일목장일대능선에는
49기의풍력발전기가돌아가고있다.
대관령풍력발전단지는전체시설용량은98㎿로
국내수력발전소가운데두번째로큰화천(108㎿)과비슷하고.
가장큰소양강(200㎿)의절반정도라고한다.
풍력발전기하나의용량은2㎿바람개비의중심높이가80m
날개의회전직경이90m에이르며.덴마크의베스타스(Vestas)사가만들어
완제품상태로수입해현장에서조립했으며.
완공된49기가한해생산하는전력량은24만4000MWh.
강릉시전체가구중5만가구가사용할수있다고한다.


선자령의겨울은가슴을요동치게하는힘을지녔다.
설원을가르는바람의힘,바람개비의힘이다.

해발1,100m,마가목나무군락지표지판이서있는곳,
초막교로내려가는등로가우측으로갈라진다.
곧장5분은더걸어야선자령정상에닿았다.

해발1,157m선자령산정에서조망되는주위산릉은완만하다.
갑자기솟구치거나느닷없이고도를낮추지않는다.
산릉은여인의곡선을닮아유순하게이산저산을넘나든다.
신선또는자태가빼어난아름다운여성을일러선자(仙子)라고한다던데
그래서仙子嶺이라이름붙여진것인지도모르겠다.

기단석위에우뚝올라선거대한빗돌앞면에는
‘백두대간선자령’이예서체로음각되어있고,
뒷면에는1대간1정간13정맥을표시한’산경표’가그려져있다.
어미?정상석의지근거리에새끼?정상석도뽀얀얼굴로존재를알린다.

선자령에서대개하산은초막골방향으로잡는데
오늘은산객들이잘가지않는새로운길,
의야지마을을날머리로택했다.

‘바람마을의야지5.3km’라적힌노란안내판을따라
서쪽방향산비탈로내려선다.
의야지마을에서세워놓은선자령의새길안내표지다.


산아래의야지주민들이선자령을찾는산객들을이마을로하산토록
유도하기위해새길을내고안내판을내건것이다.

키작은잡목을헤쳐가며산비탈을100m정도내려서자
널찍한안부가나온다.
백설을깔고앉은산객들은산중식을들며망중한을즐기고있다.
포근한날씨덕에가능한일이다.

딸아이채근에배낭을내려접이식간이의자를폈다.
준비해온뜨거운물에누룽지를불리고
군고구마안주삼아소주두어잔으로목젖을적신다.
바람개비도는설산에서잠시잠깐파라다이스를떠올린다.
설산안부에서酒님을알현한탓인가?
스르르눈꺼풀이내려앉는다.

찌든머릿속이하얘지며공주와함께
동화속하얀나라로빨려든다.
"아빠!이거누룽지좀더드세요"
슬며시눈꺼풀을들어올리니하얀나라공주께서
코를박고먹던누룽지그릇을내민다.확깬다.

안부를뒤로하고드넓게펼쳐진설원으로올라선다.
봉긋한눈구릉이햇빛을받아은빛으로반짝인다.
설원에눈이부시고,파란하늘에눈이시리다.


설렁설렁돌아가는듯보이는바람개비지만
거대한날개그림자는눈밭을날쎄게쉬익~쉭~가른다.

산릉에올라앉은풍력발전기가보기에따라흉물스러울수도있겠으나
구조물의디자인이나색상이주변산능선과잘조화되어
이국적풍취를더해주는데나만의생각일까?

‘닥터지바고’를떠올리고’러브스토리’를그리며
발목이푹푹빠지는눈밭을소년이되어걷는다.
드넓은설원을벗어나자,다시숲길이이어진다.

선자령1.7km,바람마을3.7km를가리키는이정표가
숲길로들것을안내한다.

숲속눈길에발자욱이드문드문나있다.
의야지방향으로하산하는산객은뜸한모양이다.


앙상한나무사이로오롯이이어진눈쌓인오솔길을
얼마나걸었을까,철책이길을가로막는다.
우측산비탈로우회흔적도있었으나철책너머로족적이더많아
별생각없이철책을넘기로했다.

가슴높이정도인철책의쇠파이프를바둥대며겨우
타고넘는데,웬걸!딸아이는쉽게딛고넘는다.
"학교담장좀넘어본솜씨가여직남아있네"라며너스레를떤다.

여기까진좋았다.
그런데이찌된영문인지또철문이가로막는다.
앞서가던몇몇도고갤갸우뚱하며또넘는다.
따라서넘는다.어라!또…또…또…


이건숫제장애물경주코스가아닌가.뭔가잘못됐다.
지도를펼쳐코스를살펴보지만가늠이안된다.
다내려오니목장정문이다.
빗자루로눈을쓸던경비원이하는말,
"왜들이리헤멘대요?바람마을의야지는저기산너머인데…"

드넓은은빛설원을호령하는바람개비의힘에이끌려
바람마을로내려서려다삼천포로빠지긴했으나
11월마지막날초설산행은감동백배였다.

붉은점선이애초계획한등로,보라색선이이탈하여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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