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두위봉의 겨울

두위봉에서바라다본…

절기중가장춥다는小寒이冬將軍값을못하더니
나흘만에영하10도로내려가겨우체면치레했다.
소한과대한사이,이정도추운거당연한데도방송사들은한결같이
메인뉴스로올려가며시시각각요란을떤다.
호들갑떨만큼의추위는아닌데도말이다.

07:00
1월10일이른아침,
이까짓추위정도는아랑곳않는다는듯산꾼들은
속속사당역1번출구를빠져나와대기중인버스에오른다.
산행출발지의익숙한풍경이다.

겨울가뭄으로강원산간지역은시름이깊다.
‘연이은폭설로강원산간마을고립’
한겨울이면이런뉴스에익숙해있었는데올해는사정이다르다.
눈없는겨울산은아무래도스산하고심심하다.

두위봉

정선두위봉을오르는코스는네군데,
제1코스(1시간30분)는
단곡계곡-감로수샘터-아라리고개-3,4코스와만나는갈림길-정상
제2코스(3시간20분)는
도사곡휴양지-자작나무숲-주목군락지-산죽쉼터-갈림길-정상
제3코스(2시간00분)는
자미원역-4코스와만나는갈림길-1코스와만나는갈림길-정상
제4코스(2시간20분)는
자뭇골-척산골-3코스와만나는갈림길-1코스와만나는갈림길-정상

이중제1코스로올라제4코스로내려오는,약5시간코스를택했다.

10:50
햇살받아하얗게반짝이는두위봉봉우리를올려다보며
1코스들머리인단곡계곡산길로들어섰다.
단곡계곡은지금은폐광된옛함백탄광자리다.
눈은길바닥에야박하리만치얇게깔려있다.


탄광이번성했던시절,이길을오갔을광부들을떠올린다.
시커먼탄가루에땀범벅인모습으로희망을캐던광부들의터전이
이젠오랜세월에묻혀그흔적조차가늠키어렵다.
그들이걸었던길이라더욱의미가각별하게와닿는다.

11:11
두위봉2.75km를가리키는이정표에이르자,비로소산길이시작된다.
산책하기딱좋은오솔길이한참동안이어진다.
산속은한적하기그지없다.
주변의민둥산,태백산,가리왕산의명성에가려서일까?
아니면갑자기곤두박질친수은주때문일까?
산행내내너댓명의산객과두명의심마니를만난게전부다.

11:40
산속으로들수록겨울가뭄이무색하리만치
발목까지덮을정도로눈밭이펼쳐진다.
지그재그로난임도를가로질러산비탈로올라붙길몇차례,
목젖이타들어갈즈음,감로수샘터에닿았다.
감로수가아닌감로주였더라면…

11:57
점점등로가가팔라진다.
비스듬히걸쳐진팻말은이곳이’아라리고개’임을알린다.
아라리고개를오르며,’아라리’라고도하는
정선지방특유의민요인정선아리랑을떠올린다.
정선아리랑은사설의내용이슬프고가락이애절하면서도
절규하는듯한호소력이있어가슴을후벼놓는다.

눈덮힌너덜길위로부서져내린햇살이눈부시다.
너덜길을지나고산죽길을지나20여분쯤
은근한오름길을올라서니파란하늘이기다린다.산마루다.

12:10
자미원역이들머리인3코스와자뭇골이들머리인4코스가
산중턱갈림길에서만나다시이곳산마루갈림길에서
1코스와합쳐져능선을따라오르다보면이내
두루뭉술한두위봉자락이거대한고분처럼다가선다.

산마루길칼바람이볼기짝을에일듯스치지만
기분만큼은더없이상쾌하다.
넘실대는장쾌한산릉은카타르시스그자체다.

12:29
‘斗圍峰철쭉碑’라음각된네모난빗돌이
두위봉가는길목을뻘쭘하게지키고섰다.
명산에가려진두위봉을철쭉화원으로꽃단장시켜
세상에내어놓겠다는지자체의염원을碑에담은것같은데
빗돌의각진디자인이유순한산세와도통어울리지않는다.
산정에박아놓은무지막지한돌덩어리로만보이니원…

철쭉碑에서건너다보이는두위봉

철쭉碑가있는산봉에서5분을진행하면두위봉정상이다.
두봉우리가지근거리에서마주보고서있다.

12:34
두위봉정상석또한멋대가리없긴매한가지다.
정상에서조망되는산세는저리도아름다운데
어찌이리설치물들은하나같이무감각일변도일까?

정선군신동읍과사북읍,남면무릉리에걸쳐있는
해발1,465m의斗圍峰은모나거나거칠지않다.
산면이유순하고능선은유장한전형적인육산이다.

12:36
동쪽으로뻗은주릉은함백산으로이어지고,
북쪽민둥산뒤로저멀리가리왕산도눈에든다.
남으로는태백산을지나일망무제의백두대간이…

추운줄도잊은채장쾌한산릉에취해넋을놓고있는데
정상아래안부에서일행이손흔들어부른다.
얼른내려와라면국물에일배하자는신호다.

12:45~13:20
각자배낭에서주섬주섬꺼내놓으니그대로설상성찬이다.
라면,보온밥,된장국,멸치조림,계란말이에
솔잎주,캔막걸리,소주,커피까지…
방한장갑을꼈는데도손끝이아릴정도로시려운데
등반대장은맨손으로연신라면을끓여돌린다.
먹다남은된장국도라면과함께넣고끓였는데그맛이일품이다.
‘된장라면’의독특한맛에필을받아서일까?
산악회홍일점총무는코펠가득끓인물에커피를타더니
소주를섞어’커피소주’라며잔을돌린다.
된장라면과커피소주,그맛이궁금한분은…

13:25
제2코스,도사곡까지는5.5km를더걸어야한다.
나뭇가지사이를헤집고나온겨울햇살은
응달진산등성이에누워그림자놀이에열중이다.
완만한산능을따라오르락내리락,산죽쉼터다.

산죽쉼터의별난이정표

13:51
화살표와킬로미터만덩그라니붙어있는팻말에시선이꽂힌다.
의문의이정표가던지는화두는무얼까?
산죽쉼터에서서잠시생각한다.

가는곳이어디인지,얼마나남았는지알려고들지말라.
쉼없이걷다보면필히목표에이를것이니.

14:10
빈의자위로올라앉은겨울햇살이쉬어가라유혹한다.
곧장4km를더진행하면화절령이다.
여기서주능선을벗어나왼쪽으로방향을틀어
3.6km를하산하면제2코스들머리인도사곡입구에닿게된다.

안부갈림길에서내려서면바로주목군락지다.

만고풍상을헤쳐온수령1400년의아름드리주목이
의연하고도도한자태로다가선다.


우리나라에서가장오래된주목이라대접또한융숭하다.
주목군락지전체에울타리를둘러보호하고
나무전문병원의주치의가특별관리한다.
몇천만원들여외과수술을받기도한다.

주목군락지를벗어나눈덮힌너덜길을따라걷다보면
거침없이하늘을향해솟은자작나무숲을만나게된다.
종이처럼얇게벗겨지는껍질에불을당기면
‘자작자작’소리를내며잘도탄다하여자작나무라나.

15:07
응달진산모퉁이를돌아나오자,양지바른언덕아래
구릿빛지붕의산막이모습을드러낸다.
여기서부터탄전기념탑주차장까지는포장도로다.

15:50
제2코스들머리인탄전기념탑주차장에서
대기중인버스에올라영월역앞다슬기집으로이동,
뜨끈한해장국으로독한추위를녹이는동안,
강원산간의짧은겨울해는어느덧뉘엇뉘엇….

빨간선을따라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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