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간지역대설주의보발령’
주말에때맞춰날아든喜報,눈다운눈을보고싶었다. 현리에서418번지방도로갈아타자하늘은거짓말처럼거뭇해오더니
홍천을지날때까지도하늘은여전히맑디맑아대설주의보에반신반의할수밖에.
이내차창으로함박눈이무섭게달려든다.
한반도,결코좁지않다는사실을실감하는순간이다.
앞서가던버스가눈길에미끄러져길을가로막고멈춰섰기때문이다.
멈춰선곳은강원인제진동리,이름하여설피마을인근이다.
설피(雪皮)를신고다녀야할정도로눈이많이내린다는곳.
설피마을을가로지르는눈덮힌소로는덩치큰버스의출입을더이상불허했다.
곰이배를하늘로향한채누워있다하여곰배령(1,164m). 작은점봉산으로향하는길,무릎까지푹푹빠진다.
초록무성했던여름도,오색단풍찬란했던가을도비워내고
긴겨울잠에빠져든눈덮힌산야는시간이멎은듯고요하다.
잠시도눈을뗄수없는환상의은빛세계로침잠한다.
계곡을따라평탄한오솔길을오르다보면이내나무들이키를낮춘다.
작달막한나무들은힘겨우리만치눈꽃을잔뜩매달고객을반긴다.
산림대장군과여장군이북풍한설을온몸으로받아내며곰의배를사수하고있다.
눈구름뒤로숨어끝내모습을드러내지않았다.
어쩌면오지설산을깊게호흡하라는산신의배려일지도모르겠다.
한발한발옮겨딛기가힘겹다.
애초계획은작은점봉산을지나점봉산(1,424m)올랐다가
오색약수로하산하기로맘먹었으나
앞서간산객들의발자욱은작은점봉산에서멈춰섰다.
오지산에서발자욱없는눈길을러셀해가며진행하는건
체력적으로나,시간적으로볼때아무래도무리다.
즉,가다가힘든곳에서는한걸음물러서는법을배워야한다
아쉽지만올라왔던발자욱을따라
백두대간의등뼈,곰배령(1,164m)으로되돌아와
귀둔리방면으로하산코스를잡았다.
금새거뭇한눈구름뒤로모습을감춘다.
진동리설피마을에서곰배골을거쳐귀둔리로넘어가는고갯마루다.
곰배령을내려딛기가무섭게눈수북한급사면이이어진다.
아이젠을걸었지만워낙가팔라신경이바짝곤두선다.
푹한날씨라재킷속은땀으로척척하다.
계곡오른쪽둔덕으로등로가뚜렷하다.
봄이되면곰배골사람들은이길을따라산채캐러나설것이다.
구름사이로간간이하늘이열리면서
은빛눈구릉위로겨울햇살이길게드러눕는다.
산너울에몸을맡기고봄내음을만끽하리라.
파란선을따라
설피마을(11:40)-강선리(12:20)-곰배령(13:50)-작은점봉산(14:30)-곰배령으로회귀(14:55)-귀둔리(16:20)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