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표정은아직도겨울이다.
여의도에선아직도몸싸움에막말이난무한다.
회색빛도시를감싼안개는여전히짙고눅눅하다.
북한강변양지바른언덕배기에,
가지런히일궈놓은밭고랑사이에,
수면위로피어오르는물안개속에,
봄은대지를희망으로채색하기위해모든채비를마쳤다.
불신과반목을버리고서로얼싸안을수있기를소망하며~
가평연인산으로봄마중을나섰다.
가평군이1999년,산이름을공모하여이름없던봉우리에
‘연인산’이란이름을얹어놓았다.
가평군의의도가제대로먹혀든셈이다.
정상을딛고소망능선을따라원점회귀하는코스를택했다.
2005년늦여름,승안리코스로올랐다가길을잃어헤맸던기억이
삼삼한지라백둔리초우쉼터모퉁이에세워놓은
등로안내판을보고또보며코스를새긴다.
초우쉼터왼편개울을건너자곧바로임도가시작된다.
아름드리잣나무숲길사이로난임도를따라오른다.
본격등산에앞서몸풀기좋을만큼경사가완만하다.
임도위로다갈색침엽이수북히내려앉아
스폰지위를걷는것처럼푹신해서좋다.
잣나무군락을벗어나산모롱이를따라30여분돌아오르니장수고개다.
가평군북면백둔리장수골에서가평읍승안리로넘어가는
연인산과노적봉사이고갯마루다.
여기서부터임도를버리고오른쪽산길,장수능선으로올라붙는다.
산속은조용했다.
산객들이뜸한,소잔등처럼완만한능선을휘적휘적오른다.
앙상한가지사이로명지산이건너다보인다.
간헐적으로급사면이이어지기도하나
장수능선은대체적으로완만한편이다.
삼각점이있는작은봉우리에올라잠시숨을고르며
지도를꺼내살펴보니706m송학산으로표시되어있다.
무심하게지나치기십상인이곳에안내팻말이아쉽다.
삼거리이정표를지나7分여오르면장수봉(879m)이다.
긴급연락지점을알리는팻말에
봉우리이름이덤으로올라앉았다.
그아래,빛바랜현수막이골바람에펄럭인다.
무겁게묻어나걷기가수월치만은않다.
게다가비탈심한등로에서는눈길못지않게미끄러져내린다.
해빙기육산,쉽게생각했다간낭패볼수도있다.
장수봉에서15分여걸어소망능선갈림길에닿았다.
곧장900m만더걸으면정상이다.
하산길로잡은오른편소망능선을내려다보니급사면이까칠하다.
배낭을끌러위스키한모금으로補氣한다.
목안이후끈달아오른다.
봄기운이완연하건만고사목너머로드러난명지산은
겨울산색그대로스산하다.
장수샘팻말이가리키는곳을내려다보니
돌무더기주위에빨간쪽박만이덩그러니나뒹군다.
장수샘이다.
산중샘터에흔히나붙은,식수가능여부표시가없다.
長壽를위해음용여부는각자알아서판단하라는걸까?
연인능선갈림길에올라서자,너른평원이눈앞에펼쳐진다.
우묵한분지에연인산장이그림처럼내려다보이고
북서쪽에서불어오는산바람이알싸하게와닿는다.
연인산정상(1068m)
‘사랑과소망이이루어지는곳’이라고음각된
돌기둥위에하트모양의정상석을얹어놓아
산객들은한결같이판박이사진찍느라분주하다.
동북쪽건너명지산너머로경기최고봉인화악산이
아스라이눈에들어온다.
시선을돌리면파란하늘과맞닿은높고낮은첩첩산릉들이
파도인듯일렁이고…
정상에서200여미터내려와평원언저리에간이의자를폈다.
산행의또하나참맛,컵라면안주삼아목젖을데우기위해서다.
안내산행이아니어서시간에구애받지않아서일까,
모처럼느긋하게여유를부리다보니1시간이나지체했다.
자릴털고일어나올라올때잠시쉬었던
소망능선갈림길까지리턴한다음,
까칠한로프구간인왼쪽길로내려섰다.
소망능선으로내려서는까칠한응달급사면은
군데군데얼음이녹지않아내려딛기가여간거북스럽지않다.
봄산일것이라지레짐작하여아이젠을휴대하지않은터라
제대로버벅댔다.
급사면을벗어나자언제그랬냐는듯날머리까지등로는
줄곧완만했다.
로프구간을벗어나자함께한일행이미리준비해온
집게(쓰레기줍는)를꺼내들고선내배낭에비닐봉지2개를매달더니
등로나쉼터에나뒹구는쓰레기를집어담기시작했다.
산을벗어나마을어귀에이를때까지,
커다란비닐봉지2개가빵빵해질때까지,
연인산에서의’넝마주이’역은계속됐다.
개울얼음장밑물소리가기지개를펴듯재잘거리며마을어귀로흘러내린다.
저개울의얼음장이다녹아내리면산야는비로소
산뜻한봄옷으로갈아입을것이다.